화담

화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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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치유는 어디서부터 시작되는 것일까.
경번의 소설은 소금이다. 상처에 소금을 뿌리면 아픈 곳을 더 후벼 파듯 쓰리고 따갑다. 애써 감춰 두었던, 아무에게도 말하고 싶지 않은 상처를 따갑게 한다. 상처가 난 자리가 여기라고 알려 준다. 속을 뒤집어 꺼내어 보게 만든다. 아픔을 직시하면서 한바탕 울게 만든다. 울고 나면 다시 잘 싸매어 깊은 곳에 넣어 놓을 수 있다. 쓰디쓴 칡뿌리도 계속 씹으면 단맛이 나는 것처럼 잘 넣어 둔 상처를 오래 곱씹으면 달아진다. 달아진 상처는 나를 살게 한다.
치유는 내 안에서 상처를 씹고 씹어서 달아질 때 시작된다고 나는 생각한다. 때로 우리는 타자의 공감이나 지지로 슬픔을 위로받을 수 있다. 하지만 어떤 아픈 기억들은 아무도 나를 위로할 수 없다. 온전히 나만이 위로할 수 있는 슬픔이 있다. 그러므로 나로부터 출발해서 내 안에서 끝나는 치유야말로 가장 온전한 치유라고 생각한다.

“이 모든 고통이 아마도 자기 자신을 통해서 달래진다는 것을 희미하게 깨달아 가고 있다.”

깊은 막장의 심연에서 채굴해 올린 그녀의 언어는 유독 꽃의 이미지를 자주 사용한다. 이는 그녀가 하릴없이 마주하는 절망 속에서도 희망의 실낱같은 염원을 강렬하게 바라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리라. 그 쓰디쓴 진창에서 피어난 꽃 같은 언어들이 여러분의 영혼을 어루만질 것이다. 겉으로는 무심하게 주머니에 손을 넣지만, 강렬한 감정을 숨기고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이 소설집은 강력한 최면제로 삶을 위로한다.

경번의 글은 상처를 남기는 가시처럼 독자의 마음 깊숙이 박히고, 한 번 찔린 마음은 잊을 수 없다. 그녀의 글은 생생하게 아스라한 슬픔과 연민 그리고 여운의 향기를 머금고 있다.
저자

경번

국어국문학과,문예창작과대학원,임상심리상담대학원졸업.글쓰기·문학·독서·영화·사진(통합매체)을활용한심리상담을가르치면서상담사이자치유사로소설가로활동.1995년한국여성문학상,2020년 《문학과의식》신인상,소설동인집 『신소설』,2024년 김포문화재단예술활동창작기금받음.

목차

추천사│채희윤(소설가)
경번이라는작가에게부치는글007
여는글│김윤정(서평가)
젖은속옷을말리는일014

마침내서서히,빈집021
사우다드053
화담087
진홍토끼풀밭에밤이내리면115
연화,마주치다149
너를기억한다175
굿문,시인의까망이슬205


해설│이송희(시인·문학평론가)
집의부재,떠도는주체들227

작가의말2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