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리뷰오브북스 9호 (2023 봄)
Description
나이듦과 노년에 대한 성찰 ‘특집 리뷰’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파친코』, 『하얼빈』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을 비롯한 베스트셀러부터
『한국에서 박사하기』와 같은 비판서까지
두루 살피는 다채로운 ‘리뷰’

1년 만에 다시 돌아온 김영민의 ‘먹물 누아르’까지

더 나은 지식 공론장 《서울리뷰오브북스》

저자

박진호,홍성욱,김은형,최윤영,김경배,김홍중,전가경,이현진,김두얼,조은,권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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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편집실에서∥이석재

특집리뷰:나이듦과노년에대하여
언어와함께잘늙기∥박진호
‘노화의종말’은아직없다∥홍성욱
나는고발한다,현대의학이노년에게주는고통을∥김은형
추방했던죽음의귀환,그리고깨달음∥최윤영
‘가성비의료’는앞으로도지속될수있을까∥김경배

이마고문디:이미지로읽는세계
미래의악마적힘:구로자와아키라와벨라타르의종말론∥김홍중

디자인리뷰
‘P’의여성주의그래피즘∥전가경

북&메이커:출판의낭만과일상
독자-작가-출판사를연결하는실험,계속해보겠습니다∥이현진

리뷰
한국이라는울타리를넘어설수있기를∥김두얼
소통불가능한세계에던지는질문∥조은
좀더,달콤한혼란과쌉쌀한자유를∥권보드래
질서가만든혼돈속을헤엄치다∥이석재
안중근,이토히로부미,그리고철도∥박훈
반도체서진론과반도체기술의역사∥유상운
우리는일제식민지건축을통해무엇을보아야하는가∥이경아

문학
먹물누아르:삼천포(三遷浦)가는길∥김영민
낙성대(落星臺)∥임성순
모국어가그리울때꺼내어읽기를∥어딘(김현아)

신간책꽂이

서울리뷰오브북스0-8호총목차

출판사 서평

특집리뷰:
나이듦과노년에대하여

《서울리뷰오브북스》(이하《서리북》)9호의특집주제는‘나이듦과노년에대하여’이다.

창간2주년을맞으며《서울리뷰오브북스》의청년,장년,심지어노년을꿈꿔본다.《서울리뷰오브북스》의노년에서출발한생각은나아가우리삶의노년을향했다.그리하여이번호‘특집리뷰’의주제,‘나이듦과노년에대하여’가등장했다.다섯명의필자는‘나이듦’과‘노년’이라는,누구도피할수없는주제를다각도로심도있게다루었다.노화와언어의관계를다루는언어학자박진호,‘노화는끝났다’는주장을검토하는과학학자홍성욱,노인을무시하는현대의료를비판하며노인의학과‘좋은의사’란어떤것인지살펴보는《한겨레》기자김은형,어머니의죽음에대한시몬드보부아르의기록을통해죽음의의미를곱씹는독문학자최윤영,고령화에직면한한국의의료시스템을진단하는경제학자김경배까지.이번호특집리뷰에서는나이듦과노년을둘러싼다양한주제와문제들을두루살핀다.

“그전에인간이늙어갈때어떤일이일어나는지를우선정확히알필요가있다.”박진호는「언어와함께잘늙기」라는서평에서노화와언어의관계를좇는다.노화에따라언어능력은어떻게쇠퇴하는가,또는어떻게변화하는가?변화하는것은언어능력인가,인지능력인가?그는노화와언어의관계가결코간단치않으며,여러요인과조건이결합함을짚는다.그리고그가운데에서언어능력의감퇴를늦추거나완화할수있는방법을발견할가능성을제시한다.

“건강한과학은마법이나비법보다상식에더가까운법이다.”홍성욱은「‘노화의종말’은아직없다」에서‘노화는이제끝났다’고말하는데이비드A.싱클레어와매슈D.러플랜트의『노화의종말』을살펴본다.이를위해그는우선노화의메커니즘을되짚어보고,『노화의종말』의논의를차분히좇으며그주장과근거를검토하며‘노화의종말’은사실인지,그주장의이면에는어떤맹점들이도사리고있는지문제제기한다.

“왜의사가환자에게삶의우선순위를묻고,병원에다니는궁극적목적을묻는가.”김은형은「나는고발한다,현대의학이노년에게주는고통을」에서루이즈애런슨의『나이듦에관하여』에대한서평을썼다.그는노인의학전문의의풍부한경험과첨예한문제의식이담긴『나이듦에관하여』를통해,현대의학이노인에게행하는무시와폭력,의료계에서노인의학이처한현실,노인환자와의사의바람직한관계등에대해성찰하고,질문한다.

“가까운삶의공간에서죽음은타자로서멀리추방되어버렸다.”최윤영은「추방했던죽음의귀한,그리고깨달음」에서어머니의죽음을곁에서보고기록한시몬드보부아르의『아주편안한죽음』을다룬다.그는병과죽음이병원,장례식장,전문인력의영역으로추방되었다고말한다.그러나시몬드보부아르의책은타자화된죽음을우리곁으로다시되가져오며,죽음과삶에대한깨우침을이끈다고,그는적고있다.

“지속가능한의료를위해우리가감당해야할몫은무엇인지,저자의질문은바로이것이다.”김경배는「‘가성비의료’는앞으로도지속될수있을까」에서박한슬의『노후를위한병원은없다』를통해,한국의의료서비스를진단한다.고령화사회를지나고령사회로진입한한국의의료계는과연고령화라는정해진미래에효과적으로대응할수있을것인가?그는박한슬의논의를좇으며한국의료서비스시장의위태로운모습들을살피고,지속가능한의료를위한방안을모색한다.

리뷰:책으로세상을보다

〈리뷰〉에서는《서리북》편집위원을포함해각분야의전문가필자들의시의성있고,심도있는서평들이이어진다.지난2022년한해와2023년초출판·독서시장에서이목을끌었고,끌고있는화제작들에대한다채로운서평들을실었다.

김두얼은「한국이라는울타리를넘어설수있기를」에서한국의신진학자들이모여대학원(생)의현실을비판한『한국에서박사하기』의서평을썼다.그는대학원(생)의현실을개선하기위해활동하는저자들에게경의를표하는한편,문제에대한저자들의인식과대안이적절한지검토한다.그러면서지도교수와학계의문제를개선하는한편,학생들역시‘한국대외국’이라는이분법,한국이라는울타리를넘어보다담대한꿈을이야기해야한다고주장한다.

조은은「소통불가능한세계에던지는질문」에서지난해12월별세한조세희작가의『난장이가쏘아올린작은공』을다시읽는다.그는현장연구자로서철거민들과교류했던경험을『난쏘공』과겹쳐읽으며회고한다.그리고『난쏘공』의현재성은소통이불가능한세계를재현하는데있다고말하며,계급간에또는처지나이해관계가다른집단간에서로말을알아듣는것이가능한지질문을제기한다.

권보드래는「좀더,달콤한혼란과쌉쌀한자유를」에서세계적인명성을얻은작품인이민진의『파친코』를비평한다.그는『파친코』를관통하는환대,가족,민족등의주제를두루살핀다.그러한가운데그는적응과탈주,동화와적응,자기부정과자기긍정,한국인이자일본인으로서의이중적정체성사이의분열을작가가더끝까지밀어붙일수있기를바란다는의견을표명한다.

이석재는「질서가만든혼돈속을헤엄치다」에서룰루밀러의『물고기는존재하지않는다』를다룬다.그는이책과서평에서‘물고기는존재하지않는다’는논변,나아가분류·정리·질서가편견·제한·억압을이끈다는생각에주목한다.그는철학적으로‘앎’은곧분류이며,모든구별과앎이폭력적인것은아니라고주장한다.그리고더나아가서다양성의이해하고존중하기위해서는구별하는앎을불가피하게추구해야한다고이야기한다.

박훈은「안중근,이토히로부미,그리고철도」에서김훈의『하얼빈』을다룬다.그는일제와이토히로부미등을바라보는김훈의의연한시선이안중근의시선에가까울것이라고이야기한다.즉,철도와총으로대표되는근대와그것을통해부국강병을이룬메이지·이토를단지부정하는것이아니라,근대를알고이용함으로써그들에대항했던것이안중근이라고,그는말한다.한편,안중근의유묵에서(일본인에게)‘삼가드림’이라는의미의‘근배(謹拜)’를지워버린현실을비판하며,안중근을대하는우리의자세가어떠해야할지질문한다.

유상운은「반도체서진론과반도체기술의역사」에서『반도체삼국지』의서평을썼다.그는이책을통해반도체기술이서진한다는‘반도체서진론’과저자가한국·중국·일본의반도체산업의역사를소개하며도출하는교훈·제안을검토한다.그리고한국반도체라는기업과부천공장의사례를통해반도체서진론이면에반도체기술의역사에대한풍부한역사가존재함을짚으며,그러한역사에대한이해위에오늘날글로벌반도체산업재편이라는변화의성격과그에대한교훈을얻을수있을것이라주장한다.

이경아는「우리는일제식민지건축을통해무엇을보아야할까」에서『식민지건축:조선·대만·만주에세워진건축이말해주는것』에대해이야기한다.그는저자가40여년간의꾸준한연구에기초하여,19세기말에서20세기전반까지일본이지배한지역(한반도안에국한되지않고)에세워진건축물의복잡한면모와배경을자세하고폭넓게다룬다고평가한다.그러나한편으로는저자가말한일제지배에대한반성과성찰이직접적으로드러나있지않다는점,조선·대만·만주가균등하게다뤄지고있지않은부분에대한아쉬움을이야기한다.

이마고문디:이미지로읽는세계

“종말은다가올사태가아니라이미도래한사태다.
미래의악마적힘은현재속으로풀려나와운동하고있다.”

이마고문디에서는사회학자김홍중이구로사와아키라와벨라타르의영화속에나타난종말론에대해이야기한다.그는구로사와아키라의〈생존의기록〉에서원자폭탄에대한공포에시달리는나카지마노인(이영화는히로시마원폭참상으로부터10년뒤촬영되었다)을가리켜,“시네마가창조한최초의‘인류세적인간’”이라고말한다.김홍중의시선은〈생존의기록〉을지나,벨라타르의마지막작품〈토리노의말〉로옮겨간다.그가〈토리노의말〉에대해“21세기시네마가창조한가장암울하고,철저하고,희망없는묵시록”이라표현한이영화는이미도래한사태이자과정으로서의종말을마주한어느부녀의모습을그린다.김홍중은나카지마노인이최초의인류세적인간이라면,〈토리노의말〉속부녀는최후의인류세적인간이라고말한다.20세기중반인류세의시작을자각한나카지마노인이파국과문명적위선을견딜수없어광인이되어버렸다면,인류세의끝을마주한인간들은부녀처럼소진된채말없이사라져갈뿐이라는것이다.

디자인리뷰

디자인리뷰에서는전가경이「‘P’의여성주의그래피즘」이라는제목의디자인비평을썼다.그는1980년대여성운동의흐름속에서등장했던몇종의인쇄물을디자인관점에서조명한다.그는그간이시기인쇄물에나타난그래픽적특성에대해서는논의된바가없기에,하나의완결된디자인산물로서당대의인쇄물을들여다볼필요가있다고말한다.그리고그중에서도당대여성운동관련인쇄물에서여성운동이시각화되었던방식과여성재현방식의특이성을짚어봄으로써,당대여성주의운동의기치와방향을가늠해볼수있다고이야기한다.

북&메이커:출판의낭만과일상

북&메이커에서는이현진와우컬처랩대표가「독자-작가-출판사를연결하는실험,계속해보겠습니다」라는제목아래,서울와우북페스티벌의다양한경험을풀어낸다.먼저그는도서정가제시행이후변화하는책의생태계변화에발맞추어다양한실험을해왔고,그중가장성공적인사례로‘상상만발책그림전’을소개한다.그는상상만발책그림전이그림책작가와일러스트레이터들에게그들의작품을알릴새로운기회를제공했고,작가들과출판사를연결하는다리역할을톡톡히해냈다고설명한다.이밖에도서울와우북페스티벌은출판·문화의증진을위한다른여러실험들을준비중이며,지속가능한책의생태계를위해독자-작가-출판사를잇는노력을계속해나갈것이라고이야기한다.

문학:풍성한읽을거리

문학에는먹물누아르,소설,에세이총3편의글이실렸다.

편집위원김영민은먹물누아르「삼천포(三遷浦)가는길」에서사람들이사라지는곳,어떤곳인지아무도몰랐지만말끝마다들먹이는곳,절을지어입구를막은곳‘삼천포(三遷浦)’를향한어떤인물의모습을그린다.인생의허무끝에그는제발로삼천포를찾는다.삼천포에서는어떤일들이그를기다리고있을까.

소설가임성순은「낙성대(落星臺)」에서별이떨어진폭심지를향하는주인공의모습을그린다.폭심지를향하는주인공은계속해서의문스러운상황에직면한다.별이떨어진곳에간사람들은한사람도돌아오지않은채그곳에모여살며방벽을세우고있다.폭심지에가까워질수록나무도눈도희박해지고,구름과바람마저비껴간다.마침내마주한낙성에는어떤비밀이숨겨져있을까.

작가어딘(김현아)은「모국어가그리울때꺼내어읽기를」에서“한땀한땀장인의공력으로직조한한국어문장의정수”인김서령작가의『외로운사람끼리배추적을먹었다』속문장들을통해자신의경험을담담히풀어낸다.거기에는음식을차리던엄마와엄마의음식에대한그리움,친구아띠와함께백석의시를읽던기억등이담겨있다.

“한국에도서평전문지가필요합니다.”

‘어떤’책을‘왜’읽어야하는가?2022년3월,창간1주년을맞은《서울리뷰오브북스》는그답을서평에서찾는다.12인의편집진은오랜토론을거쳐서주제와책을선정하고서평을쓴뒤에,이를내부에서돌려읽으면서비판을듣고,이를반영해서글을고친다.타인의책을비평하고비판하듯이,자신들의글도같은비판의과정을거친다.

서평전문계간지《서울리뷰오브북스》는‘좋은서평이란무엇인가’라는질문에서시작해‘한국에도역사와전통이살아있는서평지가있었으면좋겠다’는바람을담아탄생했다.사회학,인류학,경제학,자연과학,역사,문학,과학기술사,철학,건축학,언어학,정치학,미디어등각분야에서활발하게활동중인12명의편집위원이뜻을모았다.중요한책에대해서는그중요성을제대로짚고,널리알려졌지만내용이부실한책에대해서는비판의목소리를높이며,주목받지못한책은발굴해소개하는데목적을두고있다.

“좋은책은무엇인가에서,좋은서평은무엇인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