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깝고도 먼 이름에게

가깝고도 먼 이름에게

$12.00
Description
“앞으로도 종종 편지가 늦을 예정이에요.
긴 침묵을 부디, 무심이 아닌 진심으로 읽어주세요.”
-3년의 공백, 침묵으로 쓴 편지
가랑비메이커의 3년 만의 신간 『가깝고도 먼 이름에게』는 3년이라는 공백의 시간을 통해 침묵으로 쓴 편지들의 집합이다. 매일 모니터 앞에서, 사람들 앞에서 수많은 문장을 내놓아야 하는 작가라는 직업에 대한 깊은 사유를 하던 어느 계절, 우연히 발견한 부치지 못한 편지들에서 책 『가깝고도 먼 이름에게』가 시작되었다.

“제게는 수많은 이름들이 있어요. 손을 뻗어서닿을 수는 없지만 두 눈을 감으면 비로소 선명해지는 이름들. (중략) 멀어지는 이름들의 등을 쓰다듬으며 긴 계절을 보냈습니다. 오래된 편지가 우리의 늦은 대화가 될 수 있을까요.”

책 속의 편지들은 가상의 이름에게 전하는 픽션이 아닌 작가 가랑비의 삶에 머물렀던 이름들을 향한 편지이다. ‘영원할 줄 알았던 여름의 이름에게’, ‘긴 몸살처럼 앓았던 이름에게’, ‘자주 나를 잊던 이름에게’ 쉬이 부를 수도, 잊을 수도 없는 이름들을 향한 편지를 읽는 경험은 은밀하고 사적인 감각을 일깨우며 깊고 진한 공감을 느끼게 한다.

나직한 목소리처럼 전해지는 편지들을 음미하며 그 어느 때보다도 짙은 계절을 산책하기를!
저자

가랑비메이커

매일쓰고때때로펴낸다.그럴듯한이야기보다는삶으로읽히고싶다.밤에는홀로쓰고낮에는함께읽는모임을수년째진행하고있다.

2015년첫단상집『지금,여기를놓친채그때,거기를말한들』을시작으로『언젠가머물렀고어느틈에놓쳐버린』,『고요한세계에독백을남길때』외다수의책을기획하고집필,출간했다.출판사문장과장면들과가랑비클래스를운영하고있다.

목차

1부희미한이름에게
늦은편지|시절의너에게|울고싶은날이었어|다행|서사의주인공|영감|환절기|남겨진숙제|외로움과자유함|시절일기|현재진행형|뿌리|반짝이는가난|새치|경쟁|
자유한가요,당신|무표정한날들|가볍게쓴이야기

2부선명한이름에게
괜한마음|애나|한뼘의방|눅눅한산책|시차|수족냉증|오래된변론|안부|해리에게|동경|낯선곳|존중의세대|순수한애정|썰물|스카프|명장면|엄마는왜|당신은모르겠지만|몸살

3부여전한이름에게
오래된진심|사랑과믿음|구석의계절|기울기가같은사람|플랫화이트|모래알|의자|꿈에서|다시처음|새아침|깨끗한오늘|거의다|깎는시간|2에달린것|각자의왕궁|익숙함|낯선선물|식사|주어진그대로|순물의시간|소멸하는계절|추신보내는계절

만든이코멘트
책을덮고나면당신의가슴속,좁고깊은방에가둬둔이름들을해방시켜줄수있기를.

책속으로
어렵게쓴글자들이조금도아깝지않다면거짓말이겠지만,서랍을닫으며그만단념하기로했어요.나는오래이야기하고싶은사람이고그러기위해서는나를제대로읽어줄당신이필요하거든요.
-14p〈늦은편지〉

까만먹구름뿐인날도좋으니어디선가햇살을빌려오는대신함께우산을쓰자던당신의앞에서만큼은불행중다행이라는말을잊었을수있었어요.내가조금더단단하고다정한사람이될수있었던건그늘의시절을함께거닐어준당신이있었기때문이에요.
-16p〈다행〉

글이란참신기하지.분명내가남긴이야기인데그시점을지나고나면쓰는나는사라지고새롭게읽는나만남는다는게.그시절의내가이해의대상이된다는게.새로운숙제처럼.휘발된시간속에서조금은오해를하고조금은더너그러워지기도하면서말이야.
-31p〈남겨진숙제〉

나의삶에아직도를묻는당신께,나는아직도가아니라여전히글을쓰고걷는삶을살고있다고요.버티기만하면이길거라던H에게,나의삶은끝을기다리며버티는것도누군가를이기기위해하는싸움도아니라고요.
-42p〈현재진행형〉

사람에게이름이란무엇일까요.어릴적에는원한적없던이름이부끄러웠어요.그탓에참많은이름들을갈아입었어요.그런데이제는내이름이무척이나사무쳐요.애나,아니애라.나를애라야,하고부르던그들은지금어디로갔는지.나를부르던그들에게나는어떤계절의표정을지었는지.늦은그리움이빠르게번져가는중이에요.
-62p〈애나〉

우리의대화는다이빙같았어요.발부터시작해무릎,그리고가슴으로서서히적셔나가는게아니라처음부터푹,높은곳에서몸을던지듯시작되었죠.발과머리가한번에젖었으니가슴이라고예외일수있겠어요.자석같은이끌림으로당신을찾아가는길은어두웠고두려웠어요.물에젖은모든것이무거워지고짙어지듯마음도마찬가지였죠.
-97p〈몸살〉

언제부터인가현관문을나서는순간부터나는나이지만나만의것은아닌내가되어버렸어요.하고싶은말보다듣고싶어하는말을건네고돌아오는낮과밤이쌓이며3년이라는시간이흘렀어요.영원할것만같던찬란한시절은희미해졌고언제라도곁에머물러줄것이라믿었던얼굴들은허무하게사라지기도했어요.
-149p〈추신:보내는계절〉

출판사 서평

가랑비메이커의3년만의신간『가깝고도먼이름에게』는3년이라는공백의시간을통해침묵으로쓴편지들의집합이다.매일모니터앞에서,사람들앞에서수많은문장을내놓아야하는작가라는직업에대한깊은사유를하던어느계절에우연히발견한부치지못한편지들에서책『가깝고도먼이름에게』가시작되었다.

가능한한많은이들의마음을두드릴수있는글을골몰하는사이에놓쳤던사소하고사적인,은밀하고깊은발화를편지라는형식을빌려쓰고자하였다.그리하여(작가)개인이개인에게보내는,개인이한세대에게그리고세상에보내는편지로이루어져있는책『가깝고도먼이름에게』는넓게는에세이,좁게는편지집이다.

“내곁을머물렀든,스쳤든,결코닿은적이없든
이길고지루한편지의종착점은당신이에요.
해묵은편지를엮어내며내내당신을떠올렸어요.”

서로다른수신자를향하여쓴편지의행간너머에는보다깊고넓은의미와감정들이애틋하게숨겨져있다.다시는이와같은글을쓸수없을것이라고고백하는작가가랑비메이커의문장들너머에담긴떨리는목소리와잠시의침묵,그리고숨겨진다양한표정을발견하며음미하는시간이되기를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