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계절이 지나가면 (주얼 단편소설 | 개정판)

당신의 계절이 지나가면 (주얼 단편소설 | 개정판)

$13.00
Description
마음속 깊이 감춰둔 지나간 계절의 아쉬움과 그리움
그 일렁이는 내밀한 기억을 세심하게 그려낸 주얼 문학의 첫 번째 여정
독립출판을 통해 2021년 1월 처음 출간된 주얼 작가의 『당신의 계절이 지나가면』은 독립출판물 장르에서는 보기 드문 단편소설집이다. 일반 독자들에게는 조금 생소할 수도 있는 독립출판 소설집임에도 『당신의 계절이 지나가면』은 출간 후 작가 특유의 서정적이고 감각적인 필치로 아련하고도 따스한 여운을 전해주며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그리고 2024년 5월 새로운 디자인과 함께 개정판으로 재출간되었다.

작품집에는 총 12편의 짧은 소설이 수록되었다. 각 소설에는 아름다웠던, 때론 잊고 싶을 정도로 괴로웠던 기억을 가만히 끌어안고 일상을 살아가는 다양한 인물들의 이야기가 풍부한 계절의 이미지와 함께 펼쳐진다. 처음으로 상실의 아픔을 겪었던 이십 대의 뜨거웠던 여름, 이제는 먼 기억 속 희미한 추억이 되어버린 인연을 떠올리는 가을, 차갑고 외로운 현실을 마주하며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찾게 되는 겨울. 그리고 고통스런 시간을 보낸 뒤 조심스럽게 맞이하는 따듯한 봄까지.

소설 속 인물들은 반복되는 계절을 보내며 아스라이 떠오르는 추억과 함께 슬픔과 기쁨, 그리고 아픔을 되새긴다. 그리고 그리움과 아쉬움은 가슴 속에 조용히 묻어놓은 채 아무렇지 않은 듯 그저 담담하게 현실을 살아간다. 극적인 서사 없이 담백하고 차분하게 흘러가는 12편의 이야기는 얼핏 평범해 보이기도 하지만, 그렇게 평범한 이야기 속에서 작가가 섬세하게 펼쳐낸 작지만 고요하게 반짝이는 순간들은 결국 독자들의 기억 속 어느 순간에 가닿아 깊은 울림을 전해준다.
저자

주얼

저자:주얼
2020년1월부터독립서점<부비프>의글쓰기모임을통해단편소설창작을시작하였다.소설집『당신의계절이지나가면』,『여름의한가운데』,『달이뜨는동쪽,세상의끝』,『당신의판타지아』,산문집『어떻게든쓰겠다는다짐』을발표하였다.1인출판사〈이스트엔드〉를설립하여창작활동과출판활동을함께하고있다.

목차

스물네살그해여름_005
늦은밤그길을걸으며_017
여름밤의꿈_029
보통의하루_045
Iwishyourloveandpeace_061
엄마와함께하는시간_079
걱정과참견_095
삼척에서온편지_107
필승_123
여름이지나가고_143
고양이가돌아왔다_201
어바웃주얼_215

작가의말_237

출판사 서평

반복되는계절을보내며마주하는수많은기쁨과슬픔,그리고추억
평범한일상속에서발견해낸고요히반짝이는이야기들
자전적경험을토대로담담하게써내려간12편의단편소설이수록된작가의첫작품집

『당신의계절이지나가면』을읽는독자들은수록된소설들이마치에세이같다는느낌을받을지도모른다.만약그랬다면그건아마도일상의순간이담담한목소리로그려지고,극적인사건보다는개인의내면변화를중심으로이야기가서술되기때문일것이다.그래서독자들은몇몇소설이마치자기자신의이야기라고생각할수도있다.작가의자전적인경험이투영되어빚어진12편의소설은그렇게친밀하게스며들어독자들의마음을계절의색으로조용히물들인다.

뜨거웠던,어쩌면서늘했던그계절의온도
「스물네살그해여름」속현재의‘나’는뜨거운태양아래날카로운여름이가득한거리의풍경을바라보며이별과상실의아픔을처음으로마주했던스물네살여름의기억을떠올린다.알수없는세계속에서맞이한풋풋하면서도아련하고,때론쓰라리기도했던뜨거운여름의감정들은어지럽게피어오르는아지랑이처럼지금도주인공이바라보는여름의풍경에가득하다.
「필승」의화자는대학시절만났던한친구에관한추억을독자들에게들려준다.가수서태지와아이들의광팬이자그들의노래<필승>을가장좋아했던친구의이야기는독자들에게무언가를순수하고열정적으로좋아한다는것은과연어떠한의미인지스스로되묻게한다.쉽게대답하기어려운그질문을곱씹다보면어느늦은여름밤학교노천극장에서홀로<필승>을열창하며이렇게절규하는친구의모습에서알수없는먹먹함을느낄수있을지도모른다.“왜,뭐어때서!내가서태지노래를부르는게그렇게창피해?그게그렇게부끄러워?”(139쪽)

쓸쓸한사랑의계절
「늦은밤그길을걸으며」는주인공이예전에연인과함께거닐던성북동골목길을어느늦은밤우연히걷게되며떠올리는옛사랑의추억에관한이야기이다.서로마음이잘맞고취향이비슷했던‘나’와‘선우’는함께성북동골목골목둘만의장소를만들고둘만의추억을쌓으며영원한사랑을꿈꾼다.하지만어떤특별한이유도없이어느순간불쑥찾아온이별은결국둘을갈라놓는다.이별장소였던성북동이내려다보이는언덕에서당시를떠올리며‘나’는왜그렇게헤어져야만했는지이해할수없고,설령이해했다고해서달라지는건없었을거라고체념한다.그러고는그녀와함께갔던,이제는없어진한카페의기억을떠올리며조용히혼잣말을내뱉는다.“아마그카페가영원했어도,우리의추억은언젠가는사라졌을거야.”(28쪽)
「여름이지나가고」는작가가된초등학교동창‘하영’의북콘서트소식을접하게된주인공이이십대시절‘하영’과의옛기억을떠올리고,그녀를만나기위해북콘서트에가는과정을담고있다.3장으로구성된소설은1장(그해여름,우리들)과2장(벙어리덩굴나무와말이없는소년)에서과거이십대시절‘나’와‘하영’,그리고‘나’의가장친한친구‘상우’의미묘한삼각관계이야기를들려준다.‘하영’을좋아했던‘나’는늦여름밤‘하영’에게마음을고백하지만,사실‘하영’은‘상우’를좋아하고있었다는사실을알게된다.그렇게뜨거웠던이십대의여름이지나가고,3장(집으로가는길)에서는현재의시점으로‘하영’을다시만나기위해북콘서트에찾아가는‘나’의여정을보여준다.‘하영’의바로앞까지찾아갔지만지금와서그녀를다시만나는게어떤의미인지도저히알수없는‘나’는머뭇거리다결국그녀에게인사도하지못하고돌아서버리고만다.

상실의계절을보내고현실을살아가기
「보통의하루」는삼십대중반을넘어선회사원‘나’가보내는그리움과아쉬움이가득한,그래도살아가기에맞이하는보물같은순간도있는하루를담고있다.출근직후담배를피우며강건너남산타워를바라보는걸즐기는‘나’는잔뜩낀구름때문에남산타워가보이지않자괜히기분이찝찔하다.외부회의에참석하기위해지하철로이동하는중간밤에친구들과술을마시며나누었던재미도없고관심도없던얘기들을떠올리며이제는이십대시절처럼“생산적이지않은주제에관해순수하게열정적으로떠들”(53쪽)수없다는것이못내아쉽기만하다.업무를마치고우연히가게된어릴적살던동네에서세차게흐르는하천을바라보며이곳에서친구들과꿈꾸고나누었던수많은계획과미래의모습들이이제는알수없는어디론가흘러가버렸다는것을깨닫는다.갑자기남산타워가보고싶어져명동으로간‘나’는주홍빛노을을배경으로남산타워가서있는아름다운풍경을가만히바라보며“지나간시간이그립고지금의현실이마음에안들기도하지만이렇게현실을살아가고있기에예상치못한선물을받는것같다”(59쪽)고생각한다.그러고는그저조용히미소짓는다.
「삼척에서온편지」는주인공에게과거직장동료였던‘연수’의편지가오면서시작된다.독자들은편지를함께읽으며‘연수’가지난날겪어야했던고통과아픔을바라보게되고,조금씩상처를치유하는과정에있는‘연수’를진심으로응원하게된다.예전보다한층단단해진목소리로“삶의모든모습이선명할필요는없다고,그렇지않더라도충분히살아갈수있다고믿게되었다는”(119쪽)‘연수’의편지를읽고공감과위로를받은독자라면분명그와함께따스한5월의맹방해변을걷고싶어질것이다.

자신의계절을소설로쓴다는것
「여름밤의꿈」은낡고오래된LP바를배경으로우연히만나대화를나누는두남녀의이야기다.바의구석진자리에서노트에무언가를쓰고있는여자에게남자는무엇을쓰는지물어보고,여자는남녀의만남과사랑,그리고이별에관한단편소설을쓰고있다고답한다.소설의내용을말해주는여자의표정에서미묘한감정을눈치챈남자는조심스럽게혹시본인의경험을소설로쓰는건지물어본다.남자의물음에잠시말이없던여자는이내미소를지으며“그냥소설일뿐이라고,소설은지어낸허구의얘기라고,자신은소설을쓰고싶다”(42쪽)고말한다.그리고찾아온침묵사이로김현식의<여름밤의꿈>이조용히흐른다.
「어바웃주얼」은‘이주얼’이라는인물이어렸을적부터성인이될때까지겪은기쁨과슬픔,외로움과희망의순간을담담하게들려주는소설이다.자신이지나온과거와현재의시간을돌아보던그는앞으로해보고싶은게있느냐는질문에이렇게답한다.“언제가될지는모르겠지만,글을써보고싶어요.제가지금까지겪은것,느끼고생각한것,그리고앞으로마주해야할것들을요”(234쪽)라고.그리고그는그렇게자신의계절을소설로쓰기위한첫문장을적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