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판타지아 (주얼 단편소설)

당신의 판타지아 (주얼 단편소설)

$13.00
Description
상실과 부재를 마주한 순간 흐릿해지는 현실과 환상의 경계에서
믿음과 선택에 관해 이야기하는 주얼의 네 번째 소설집
『당신의 계절이 지나가면』, 『여름의 한가운데』, 『달이 뜨는 동쪽, 세상의 끝』으로 평범한 일상의 미묘한 순간을 감성적이고 섬세하게 그려내었던 주얼이 신작 『당신의 판타지아』를 발표했다. 이번 소설집에는 작가의 이전 소설들과는 조금은 다른 결을 가진 환상적이고도 어두운 여섯 편의 소설(「당신의 판타지아」, 「경수의 다림질」, 「키클롭스」, 「이상한 세상을 구할 수 있는 건」, 「곰팡이」, 「순간을 믿어요」)이 수록되어 작가가 앞으로 펼쳐내고자 하는 새로운 스펙트럼을 엿볼 수 있다.

여섯 편의 소설 속에서 인물들은 저마다 소중한 무언가를 이미 상실했거나, 상실한다. 그건 누구보다 가까웠던 사람(「당신의 판타지아」, 「경수의 다림질」)이거나, 신체 능력(「키클롭스」), 인간성(「이상한 세상을 구할 수 있는 건」, 「곰팡이」), 또는 뜨겁게 타올랐던 열정(「순간을 믿어요」) 등이다. 『당신의 판타지아』는 소중한 것의 상실과 이로 인해 발생한 부재의 자리를 인지한 인물들이 현실과 구분되지 않는 초현실의 순간을 마주하게 되면서, 그 순간을 각자의 방식으로 받아들이는 과정을 보여준다. 불안과 의심의 순간을 통과하면서 좌절하거나 성장하는 인물들의 모습을 통해 작가는 이 세상에 유효한 용기와 온기를 전하는 믿음과 선택의 의미를 독자들에게 되묻는다.

그동안 주얼의 서정적이고 애잔한 문학적 세계를 아끼고 응원해준 독자에게 이번 『당신의 판타지아』는 어쩌면 낯설지도 모른다. 하지만 생경함을 잠시 거두고 깊고 단단한 믿음을 바탕으로 펼쳐낸 작가의 새로운 세계에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내디딘다면, 분명 선명하게 펼쳐지는 또 다른 세계를 목격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

주얼

2020년1월부터독립서점〈부비프〉의글쓰기모임을통해단편소설창작을시작하였다.소설집『당신의계절이지나가면』,『여름의한가운데』,『달이뜨는동쪽,세상의끝』을발표하였다.1인출판사〈이스트엔드〉를설립하여창작활동과출판활동을함께하고있다.

목차

당신의판타지아_005
경수의다림질_039
키클롭스_077
이상한세상을바꿀수있는건_101
곰팡이_141
순간을믿어요_173

작가의말_221

출판사 서평

“현실이든환상이든그건중요하지않아요.중요한건이순간을믿는거예요.”

불가해한삶속에서밀려나고,상실하고,흔들리는가운데
환상에기대어일어서는이야기

『당신의계절이지나가면』,『여름의한가운데』,『달이뜨는동쪽,세상의끝』으로평범한일상의미묘한순간을섬세하게포착해내던소설가주얼의신작『당신의판타지아』가출간되었다.6편의소설을묶어낸이번소설집은전작과달리환상적요소를차용해현실이아니면서도지극히현실적인우리사회의면면을비춘다.
특히처음과마지막에실린두편의소설(「당신의판타지아」,「순간을믿어요」)은각각개별적인주제를담은독립적인소설로존재하면서도,같은인물과배경을공유하는연작소설의형태를띠고있다.이야기속에서작가로등장하는주인공‘나’의과거와현재는두소설안에서연결되어펼쳐지며,두소설사이에수록된네편의소설은주인공‘나’가‘소설안에서쓴소설’의형식을취하고있다.

주류의세계에편입되지못하고밀려난사람들
『당신의판타지아』속인물들은선밖으로밀려나있다.그들이딛고선땅은허공이고,따라서매달릴곳이필요하다.소설속인물들은각자발견한곳에밧줄을건다.할수있는만큼단단한매듭을짓고버틴다.견딘다.선이새롭게다시그어지거나,자신이선안으로걸어들어갈수있을때까지.그래서몸에묶인밧줄을풀고두발로편안히땅을밟을수있을때까지.
「당신의판타지아」에서‘나’의소설에조언과응원을아끼지않는친구‘K’는어릴적각종백일장에서1등을놓친적없는수재였다.당연하다는듯국문과에진학하고작가를꿈꾸지만,삶은그를문학에서멀찍이떨어뜨려놓는다.되려‘나’가예기치않게소설을쓰기시작하고여러권의책을낸작가가된다.이제‘나’에게소설은삶의일부가되었지만,반면‘K’의삶에서소설은저만치멀어져있다.‘K’는술에자신을묶고생에서떨어지지않으려버둥거린다.
「경수의다림질」속‘경수’와‘나’는“더나아질가능성”을찾아지방에서서울로온취업준비생이다.대기업입사를희망하지만,학력도스펙도변변찮다.그들에게한뼘햇볕은자연이주는선물이아니라,즉각적인‘비용’이고‘지출’이다.동거를택하는두사람의결정뒤에는‘사랑’보다‘주거비용절감’이라는현실적인이유가더크게자리하고,따라서사랑이끝나도동거는끝나지않는다.
그밖에도타인과는다른방식의시력을새로얻고혐오의대상이되는시각장애인‘현오’(「키클롭스」),비인간동물이라는이유로무분별한폭력에노출되는무수한존재들(「이상한세상을바꿀수있는건」),그리고어릴적끔찍했던기억과가족과의갈등때문에집안의청결과아기에집착하는‘유선’(「곰팡이」)의세계등이차례대로펼쳐진다.

환상으로현실을말하기
이책의뼈대를이루는두편의소설「당신의판타지아」와「순간을믿어요」의‘나’는취미로글쓰기모임에나가소설을쓰다가독립출판을하고,뒤이어연달아몇권의책을내면서소설가가되는인물이다.한아이를키우려면온마을이필요하듯,한사람의소설가가태어나는것도크게다르지않을터.‘나’를삶의다음장으로넘어가게하는인물‘K’와‘유이’는현실과환상을통해반복적으로나타난다.그리고‘나’로하여금무엇이현실이고환상인지,무엇을믿고무엇을믿지않을것인지질문하고택하게한다.
이소설에서환상은다양하게변주된다.「당신의판타지아」와「경수의다림질」에서는유령의모습으로,「키클롭스」에서는손바닥에생긴눈으로,「이상한세상을바꿀수있는건」에서는말하는고양이로,「곰팡이」에서는꿈속의무의식과온집안을뒤덮은곰팡이로펼쳐진다.
환상의사전적정의는‘사실이아닌것이사실로보이는현상’,‘현실적으로가능성이없는생각’이다.그러나불가해한삶속에서는사실이아닌것이때로사실이되며,현실적으로가능성이없는생각또한현실이되기도한다.그런현실은환상을통해서만말할수있다.그리하여이소설에서환상은언어의빈곳을메우는장치가된다.

소설안의소설
이책의중간에실린네편의소설(「경수의다림질」,「키클롭스」,「이상한세상을바꿀수있는건」,「곰팡이」)은처음과끝에실린소설의액자소설이다.눈치빠른독자라면「당신의판타지아」와「순간을믿어요」속의소설가‘나’가쓴소설이바로그네편이라는것을알아챘을것이다.
소설안의소설은‘계속소설을쓸수있을까’고민하던‘나’가창조한세계로읽을수도있고,완전히독립적인하나의소설로읽을수도있다.전자의방식으로읽기를택한다면독자스스로가또다른‘K’가된듯한느낌이들것이다.각자의방식으로생을붙들고,이야기의다음페이지,삶의다음페이지를펼치고싶어질것이다.후자의방식으로읽는다면,환상을통해선명해지는현실을마주하게될것이다.

이번소설집에서주얼작가는환상을통해죽음을애도하고,상실을어루만진다.정상성에기반한경계짓기와구별하기가어떻게한개인을파괴하는지,우리가얼마나인간만의세상에서살아가고있는지,얼마나철저히자기만의세계에스스로를가둔채살아가고있는지날카롭게드러낸다.그러나또한편으로는환상이가진최고의미덕은각자의건조한삶에물기를부여하는것임을잊지않는다.

현실이든환상이든그건중요하지않았다.
중요한건믿는것이다.
깊고단단하게믿는다면그건분명,선명한나의이야기가된다.
_「당신의판타지아」36쪽

누구에게나외면할수없는현실이있고,현실의간극속에서피어나는환상이있다.소설은말한다.현실이든환상이든그건중요하지않다고.중요한건믿는거라고.그렇게믿음을다져갈때,이야기는완전하고확실하게나의것이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