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식 다시 읽기

서경식 다시 읽기

$18.00
Description
도쿄경제대학 교수 서경식 정년퇴임 기념 문집
-디아스포라 지식인 서경식에게 보내는 18인의 우정과 연대의 기록

1992-2022, 우리 시대의 에세이스트 서경식을 다시 읽는다!
1992년『나의 서양미술 순례』의 번역 출간 이후, 사회와 예술을 넘나들며 국민주의와 식민주의, 재일조선인, 디아스포라의 문제를 제기했던 서경식 교수가 2021년 도쿄경제대학을 퇴직했다. 정년퇴임을 기념하는 책이지만, 제도적 장을 떠나는 스승을 위해 제자들이 펴내는 기념논총의 형식에서 벗어나, 이제 더 자유로운 지평에서 글로 싸워갈 서경식 선생에게 친구들이 보내는 연대와 우정의 기록을 모았다.

열여덟 명의 필자는 실로 다양하다. 서경식의 글과 사유를 자양분 삼아 자신의 작품과 세계를 만들어나간 소설가와 예술가, 여러 프로젝트를 통해 토론하며 생각을 나눴던 연구자와 평론가, 서경식의 글을 옮기거나 책으로 묶은 번역가, 기자, 편집자, 출판인뿐만 아니라 도쿄경제대학에서 강의를 듣고 성장한 제자와 신진 학자, 저서의 디자인을 맡은 인연에서 서경식의 연구 조교가 된 북디자이너, 그리고 책 속에 자연스럽게 등장했던 삶의 동반자 F까지 모여 그의 글을 다시 읽고 음미하며 기억하는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때로는 섬세한 감성을 지닌 에세이스트로서, 때로는 전투적 논객으로서 문학과 예술, 정치와 사회를 넘나들었던 서경식의 사유를 다시 읽는 글 모음집은 이렇게 만들어질 수 있었다.

서경식은 한국 독자와의 만남을 일컬어 “인생에서 얻은 가장 큰 행운”이었다고까지 말한다. 그렇기에 이 책은 열여덟 명의 필자뿐만 아니라 한국의 독자 모두를 향해 감사를 담아 응답하는 글로 마무리된다. 부록으로는 그동안 서경식이 한국 사회에 발신했던 저술 목록과 서경식을 주제로 생산된 문헌(서평 및 비평문과 학술 논문) 리스트를 수록했다.

1998년 첫 만남 이후 서경식과 23년간 우정을 이어온 ‘한국 여성주의 미술의 대모’ 윤석남이『서경식 다시 읽기』를 위해 그린 〈서경식 초상〉을 표지 앞뒷면에 실었다. ‘벗들의 초상’과 ‘한국 여성독립운동가’ 연작을 진행 중인 윤석남 작가가 처음 선보이는 남성 초상화이기도 하다. 2021년 〈서경식 초상〉 연작은 한국전통채색화, 수묵화, 연필 드로잉 등 총 열다섯 점으로 이루어졌고 그중 일곱 작품이 책에 수록되었다.
저자

서경식

1951년일본교토에서재일조선인2세로태어나1974년와세다대학문학부프랑스문학과를졸업하고현재도쿄케이자이대학현대법학부교수로재직중이다.2006년부터2년간성공회대학에서연구교수로머물며한국의다양한지식인,예술가들과교류했다.1995년『소년의눈물』로일본에세이스트클럽상을받았고2000년『프리모레비로의여행』으로마르코폴로상을받았다.2012년에는민주주의실현과소수자인권신장에기여한공로로제6회후광김대중학술상을받았다.저자는1970년대‘재일조선인유학생간첩단사건’으로알려진조작사건으로구속되었던형들(리쓰메이칸대학교수인서승과인권운동가인서준식)의석방과한국민주화를위해활동한경력이있다.이때의경험은이후의사색과문필활동,강연으로연결되었다.한국에는1991년출간된『나의서양미술순례』로알려지기시작했으며,그밖에『청춘의사신』,『디아스포라기행』,『난민과국민사이』,『사라지지않는사람들』,『시대를건너는법』,『고뇌의원근법』,『언어의감옥에서』,『나의서양음악순례』,『역사의증인재일조선인』,『나의조선미술순례』,『시의힘』,『내서재속고전』,『다시,일본을생각한다』,『나의이탈리아인문기행』,『책임에대하여』(공저)등의책이소개되어있다.

목차

『서경식다시읽기』를시작하며

re-ading1

윤석남_시간을거슬러올라가는순간이있다
김연수_믿는자여,그대더욱방황하리라
조해진_그의궤적안과바깥에서
정연두_서경식선생님에게나는“맏아들”이라는칭호를부여받았다,그것도아주“완고한”

re-ading2

서동진_서경식선생과로얄밀크티
권성우_희망과비관사이-나는왜서경식의에세이에끌리는것일까?
한승동_고독한반식민주의투사
박혜진_번개같은직감

re-ading3

이종찬_여행자가될수없었던순례자
권영민_해부도의윤리학
양창섭_매혹과각성의시간-서경식과함께음악듣기
최재혁_월경하는미술

re-ading4

하마무_소녀의눈물
유유자_안으로부터의굴레,밖으로부터의굴레
리행리_만남을통해확장된질문

re-ading5

박태근_이름을전하는사람
김희진_다시만난『만남』


후나하시유코(F)만남
서경식길위에서-응답과감사의글

서경식저작목록
서경식관련문헌

출판사 서평

“고통과기억의연대는가능한가?”라는묵직한질문을던지며디아스포라의관점에서국경과국민주의너머를상상해온서경식선생이2021년도쿄경제대학에서정년을맞았다.서경식선생은파울첼란의말‘투병통신’을빌려다음과같이말한적이있다.

“(글쓰기란)외딴섬에표류하는사람이빈병에편지를넣어바다에흘려보내는것과같은,또는어둠을향해돌을던지는것과같은행위다.누군가에게가닿을지,반향이있을지없을지도모르는채알지못하는독자를향해말하기를계속하는것이다.”

하지만그유리병과돌이마냥멀고어두운곳을헤매지만은않았음을기억하고자몇분의필자에게원고를의뢰하는편지를보냈다.

그들이응답해주지않았으면사라졌을지도모르는열여덟개의이야기는다음과같이구성되었다.

1부는서경식의글이문학과예술창작에어떤영향을미쳤는가에관한이야기를모았다.윤석남은서경식초상화작업을진행하며떠올린단상과기억을작업노트형식으로기록했다.소설가김연수는오랜시간따라읽어왔던서경식의책을다시꺼내보면서쓰는자,그리는자,노래하는자,즉믿음을가지고표현하는사람들의방황에는방향이있다는사실을이야기한다.소설가조해진은서경식의궤적안과밖을오가며고민하고알아갔던과정이『빛의호위』를비롯한자신의소설쓰기로어떻게이어졌는지보여준다.서경식과(그를통해알게된)프리모레비,그리고자신의문장이이루는삼각형의세계안에서얼마나많은이야기를상상할수있었는지를말한다.미디어아티스트정연두는서경식과2012년첫만남이후영감을받아만든작품들을소개한다.특히서경식의『시의힘』을읽으며타자에대한현실과공감을담은작품〈블라인드퍼스펙티브〉를제작하는과정을생생하게서술했다.

2부는서경식을다시읽으며그가한국사회에미친영향과자극을살펴본다.사회학자이자문화평론가서동진은소수자(마이너리티)의삶과실존적아픔을,그리고현재우리사회가예술을향유(소비)하는방식을사유한다.서경식을향한자신의오해가독서와만남을통해공감으로바뀌었던흥미로운에피소드도담았다.문학평론가권성우는서경식의에세이가자신을매혹하는이유를고백하면서그의글이지닌힘과가치를조명한다.아울러서경식의글을읽으며이비관적인시대속에서도여전히문학의역할이유효하다는희망을전한다.서경식의사회비평칼럼을꾸준히번역해오고있는언론인한승동은포스트콜로니얼시대로이어진‘기억의투쟁’현장에선‘고독한반식민주의투사’로서서경식을주목한다.문학평론가박혜진은발언기회를박탈당한사람들의통로가되었던서경식을‘증언의시대’를연사람으로기억하며연대의길을걷고자다짐한다.

3부의필자들은자신이속한분야(문화,철학,음악,미술)에서서경식의저작을다시읽는다.독립문화기획자이자비평가이종찬은『나의서양미술순례』를언급하며서경식의‘길떠남’을여행이아닌‘순례’의시선으로해석한다.순례자의시선을통해문화와예술이사회적으로어떻게존재할수있는지를묻는다.소장파철학연구자권영민은서경식을읽으며꾸려갔던연구공동체와독서모임의경험을이야기한다.서경식의자택에걸려있던해부도를실마리삼아근대성,인문주의,윤리의문제를파고든다.서울시향기획팀장을지냈던양창섭은『나의서양음악순례』를꼼꼼히재독하면서매혹과각성을끊임없이오가야하는것이음악을감상하는이의자세라는서경식의말을되새긴다.번역가이며미술사학자최재혁은서경식에게있어갇힌‘지하실’너머를보게끔한‘창’이었던미술이‘나’의고통극복뿐만아니라,‘우리’가속한세계를의심하고새로운세계를인지하여경계를넘을수있게했는지를언급한다.

4부에서는일본의현장에서바라본교육자서경식의모습을담았다.차별과아이덴티티의혼란가운데있는재일조선인의삶과대학수업의생생한정경도그려진다.일본인제자하마무는고등학생때진학상담을하며서경식을만나처음‘좋아하는어른’이생겼던날의기억으로글을시작한다.그인연으로도쿄경제대학을거쳐현재서울에서유학생활을하며페미니즘연구자와아티스트로서어떻게자신의삶을개척해가는지서술한다.『역사의증인재일조선인』일본어판의디자인을담당한후도쿄경제대학의연구조교가된재일조선인유유자는서경식이어떻게학생들과진솔한대화를하려노력했는지그지난하고도감동적인소통과정을전한다.리행리는귀화를고민하던중서경식의「재일조선인의위기와기로에놓인민족관」을읽게된다.결국자신이왜귀화를선택하지않았는지,그과정속에서서경식이어떤영향을끼쳤는가를회상하며,식민지배역사의증인으로서재일조선인문제,소수자를향한일본사회의폭력등을날카롭게비판한다.

5부는출판현장의최전선에서서경식저작의영향을살핀다.인터넷서점알라딘의MD로활동했던박태근은‘바갈라딘’이라는이름을지어준서경식과의인연을회상하며,서경식이한국독자에게전해준‘이름’을열거한다.20세기를온몸으로살아간49인의이름을전해준그의저서『사라지지않는사람들』이아이러니하게도‘품절’상태라는씁쓸한상황을전하지만,그에게이름을전해받는것에만그치지않고서경식과의연대를꿈꾼다.서경식의책14종을편집혹은기획했던김희진은자신의본격적인첫기획인서경식-김상봉의대담집『만남』(돌베개,2004)의출간과정을되짚는다.두경계적지식인이펼치는치열한문답을복기하면서그과정을통해남은귀한유산을꼼꼼하게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