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용선 2008-2011 (양장본 Hardcover)

서용선 2008-2011 (양장본 Hardcover)

$70.00
Description
미술가 서용선은 역사적, 도시적 현실을 직시하고, 때로는 신화적 상상력의 세계로 비약하면서 인간 실존의 문제를 강렬한 색채와 힘 있는 선으로 탐구해 왔다. 이 화집은 그가 2008년부터 2011년까지 작업한 회화와 입체 전작을 수록하고 각 작품의 출품 이력까지 기재한 일종의 ‘카탈로그 레조네’이다. 방대한 작업량과 체계적인 아카이빙으로도 잘 알려진 서용선은 1968년 미술 수학기 때부터 그렸던 드로잉 전작집의 간행 프로젝트도 동시 진행 중이다.
이번 작품집은 그가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교직을 떠나 전업 작가의 삶에 전념한 2008년과, 국립현대미술관의 ‘올해의 작가’로 선정된 2009년을 기점으로 삼았다. 연도별로 자화상-인물 형상-도시-역사-신화-풍경의 순서로 작품을 배치하고 제작 동인이나 작가의 관점을 알려주는 인터뷰와 작가 노트를 발췌 수록했다. 또한 작품마다 실제 크기를 가늠할 수 있도록 디자이너 이기준이 고안한 스케일 표를 기재했다.
4-5년간의 작업을 묶어 순차적으로 출간할 이번 전작집 프로젝트는 서용선의 작업을 다채로운 시각으로 조명하기 위해 문학, 저널리즘, 미술사 등에서 활약하는 새로운 필진의 작가론을 수록한다. 첫 권은 소설가 백민석의 「그림 숲의 야수」가 포문을 연다. 소설가로 등단한 해인 1995년부터 서용선의 도시 연작을 인상 깊게 봐온 백민석은 그간 소설과 에세이에서 서용선의 작업을 언급해 왔지만, 이번 글에서는 선과 색채를 중심축으로 삼아 미와 추를 바라보는 자신의 관점을 적용하여 본격적인 ‘서용선론’을 펼친다.
현역 작가로서는 흔치 않은 이 전작집 기획은 ‘화집’이라는 간접적인 감상의 방편을 넘어 한 작가가 시도 중인 다양한 작업과 주제 의식이 어떻게 변주되며 또 통합되는지 생생하게 보여주는 자료의 역할을 할 것이다.
저자

서용선

1951년서울에서태어났다.1980년대초반소나무를하이퍼리얼리즘양식으로다룬작품을통해화면의평면성과형상성의문제를제기했다.1980년대중후반부터단종페위,동학농민운동,한국전쟁등역사적사건속에휩쓸린인간의비극을비롯하여,도시에서살아가는현대인의실존과불안등을인문학적사유를통해그려냈다.이러한주제의식은시간적으로는인간상상력의원형을보여주는신화의시대로,공간적으로는뉴욕,베이징,베를린등세계각지의도시와국내곳곳의풍경으로확장해나갔다.한편작가생활내내지속하고있는자화상연작은‘그리는자’로서인간을연구하는기본단위이자자의식을보여주는중요한테마중하나이다.
주요개인전으로〈미래의기억〉(일민미술관),〈2009올해의작가〉(국립현대미술관),〈시선의정치〉(학고재갤러리),〈신화,또하나의장소〉(조선일보미술관),〈서용선의도시그리기;유토피즘과그현실사이〉(금호미술관/학고재갤러리),〈기억·재현서용선과6.25〉(고려대학교박물관),〈역사적상상-서용선의단종실록〉(아트센터화이트블럭),〈2016아르코미술관대표작가:확장하는선_서용선드로잉〉(아르코미술관),〈우리안의여신을찾아서-서용선의마고이야기〉(서울여담재)등이있다.2009년국립현대미술관‘올해의작가’에선정되었고제26회이중섭미술상을수상했으며서울대학교미술대학서양화과교수를역임(1986~2008)했다.

목차

작업WORKS
2008
2009
2010
2011
에세이ESSAY그림숲의야수(백민석)
색인INDEX
약력ARTISTBIOGRAPHY

출판사 서평

현재진행형작가의발자취를돌아보고전망할수있는전작도록

“그의선은직설적이고색은단호하다.때론선도단호하고색도직설적이다.”(백민석)

‘거칠지만밀도있게구축된선위로강렬하게육박해오는색채’로평가되어온서용선의조형언어를소설가백민석은위와같이표현했다.“단호하고직설적인선과색”을통해2008년부터2011년까지서용선이다뤄왔던인물,역사,도시,풍경350여점을고스란히담아낸화집이출간되었다.
흔히도록은전시를계기로특정한주제에맞는작품을선별하여소개·수록한다.이에비해‘전작도록(전작집)’이라고번역되는카탈로그레조네(catalogueraisonne)는작품의출품이력과정보까지검토하여수록함으로써진위판별이나작가연구를위한자료적가치를가지고있다.하지만한작가의작품활동을총결산하고종합하는의미로사후에제작되는경우가많기에현역으로한창활동을펼치고있는작가와는낯선조합으로여겨지기도한다.이화집은방대한작품제작과꾸준한아카이빙을해온서용선의작업과정속에서현재진행형카탈로그레조네의성격을띠고있다.
전작집기획은2008년을기점으로삼았다.작가가미술교육자로서도활동하던장인서울대학교서양화과교수직에서스스로떠나작업에만전념하기로결심한해이기때문이다.(참고로1975년~2007년의회화작품집은GalleryAstory에서세권으로구성하여한정판/비매품으로출간한바있다).


서용선의세상그리기


“우리가역사와신화를비현실적인것으로생각하거나
우리와상관없는아주특별한것으로여기는데비극이있다.
망각은인간에게치유와동시에불행을가져다주기때문이다.”
-서용선


서용선의그림은“이땅에거주하는인간군상들과삶의세계를향한질문들로함께모인다.(...)서용선의예술은단지형식의문제나기호적사태에관심을지닌뭇작가들의그것과는거리가있다.”(이인범)라는평가를받고있다.

서용선에게있어숙부에게왕위를빼앗기고비극적죽음을맞은노산군(단종)의이야기나,민족상잔의비극이었던한국전쟁과같은격랑속에휩쓸린인간의실존적고통은그저먼역사속이야기가아니다.1986년서용선은개인적으로복잡한일이생겨강원도영월을찾았다.그곳에살고있던어린시절의친구와함께강변백사장에앉아마음을식히고있을때였다.친구가이곳이바로단종을죽이고나서시신을던진청령포,라고알려줬다.그이야기를듣는순간저만치한여름의투명한강물위에서사람이둥실떠올랐다.열일곱살의나이로죽임을당하고시신조차갈곳없이떠도는단종이었다.정신이번쩍들정도로너무생생해서집으로돌아오자마자그모습을스케치로남겼다.
서용선은그때까지‘소나무화가’라는호칭이익숙한작가였다.슈퍼리얼리즘,포토리얼리즘이라고도불리는극사실주의기법으로나무껍질이나솔잎하나까지도세밀하게살려내어묘사했다.재직중이던학교근처에서근접촬영한소나무를그려온그가수백년전에세상을떠난과거의인물을,환각과도같은순간을그리겠다고마음먹은것이다.청령포에서단종을만난순간그는직감적으로이주제를10년정도는다루게되리라고느꼈지만,예상을뛰어넘어지금까지도이어지고있다.

서용선은노산군(단종)을비롯하여동학농민운동,한국전쟁과같이역사라는격랑속에휘말린개인의실존과비극을되살려냈고,도시라는공간의압박감속에살아가는현대인의불안한내면을비춰내기도했다.돈암동에서오래살았던서용선은관악구로출퇴근을하면서하루에꼬박서너시간씩버스에서보내게되었다.그는거리표지판의화살표나가위표와같은기호들이보행자와운전자에게끊임없이행동을지시하는모습을목격했다.동시에만원지하철의불쾌함과경적이울리는도시의소음을견디며일터로향하는사람에게시선이머물렀다.그는생계와사회의규제로인해행동과자유가제한되고있는왜소한현대인을꾸준히화폭에담았다.


서용선X백민석

소설가백민석의서용선론〈그림숲의야수〉수록

백민석소설가는1995년청담동의한갤러리에서서용선의그림을처음마주한후,
소설과에세이에서서용선의작업을언급하며주목해왔다.

소설『16믿거나말거나박물지』의첫머리에서청담미술제의수십개화랑을한나절내내도보순례하던주인공‘나’의입을빌려백민석은이렇게말한다.

“지하철안의승객들을2차원적으로펼쳐놓은서용선의작품은나중에베끼려고남겨뒀다.”
-『16믿거나말거나박물지-음악인협동조합1·2·3·4』(문학과지성사,1997),12쪽

그리고마음속에베껴놓은그림에대해훗날미술에세이를통해다음과같이언급했다.

“1995년,서미갤러리에서열린서용선의전시.〈도시에서〉의배경도앞선공포영화의장면처럼도심의거리다.노란색차선이한편에보이고사각형의그리드는보도블록이다.횡단보도는아니지만행인들은일제히한방향을향해걷고있다.이작품에서느껴지는기이한느낌은리플릿을통해봐도20년전이나지금이나별다를바가없다.
〈도시에서〉가자아내는공포영화와도같은감정은우선원근감과부피감이파괴된2차원의평면으로구현된세계에서비롯된다.보도블록이나노면에표시된차선처럼행인들역시평면이라는정체성을갖는다.행인들은개개의개성은무시되고정형화된캐리커처로남는다.이왜곡된세계에서주체는평면화됨으로써물질화되고,정형화됨으로써획일화된다.이때주체는몰개성의평면적존재라는점에서,그림자나다름없게된다.”
(중략)서용선의〈도시에서〉가주는두려운낯섦은왜곡된양식에만그치지않는다.색채도그러한데,“빨강,파랑,노랑의강렬하고과감한색감의터치(는)(…)색조자체만으로도심리적,상징적효과를발휘한다.”그림자나다름없이비인간화된주체에서,이상하리만치강렬한생명력이느껴진다면그것은색채때문이다.그림자에는입이없지만관람자들은색이비명을지르는듯한두렵고도낯선느낌을받는다.색을통해주체들이비명을,고함을,비언어적인존재증명을하는것같다.
「공허라는두렵고낯선그림자」『리플릿;바깥을향해읽어라』(한겨레출판,2017)106~108쪽

오랜세월을지나성사된화가와소설가의만남이이화집을통해이루어졌고본격적이고구체적인작품이야기가에세이「그림숲의야수」를통해펼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