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조선인미술사 1945-1962 (미술가들과 표현 활동의 기록)

재일조선인미술사 1945-1962 (미술가들과 표현 활동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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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우리가 잊고 있던 또 하나의 우리 미술사!
이 책은 한반도에 뿌리를 두었지만 옛 식민지 종주국에서 살아야 했던 사람들이 해방 후 약 15년간 펼친 표현 활동과 생활의 기록이다. ‘자이니치조센진’이라고 불렸고, 스스로를 ‘재일조선인’이라 불렀던 그들은 누구에게 무엇을 호소하고자 작품을 만들었을까? 저자는 한두 명 ‘스타 작가’의 ‘걸작’을 발굴하는 것이 아니라, ‘복수형’ 조선인 미술가‘들’이 점점이 뿌려놓은 흔적을 추적하여 선으로 이었다. 1962년이라는 특이한 시기 설정은 그해 발행된 『재일조선미술가화집』으로 연구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그저 스르륵 넘겨보고 말았을 빛바랜 화집 한 권을 자신의 연구 대상으로 마주한 저자는 액자와 캔버스에 담긴 유화뿐만 아니라 판화, 삽화, 표지화, 만화, 무대미술, 그리고 소수자의 언어를 지키며 끈질기게 펴냈던 신문 기사와 팸플릿을 넘나든다. 그 결과 우리는 해방, 제주 4.3사건, 한국전쟁, 4.24 한신교육투쟁, 귀국운동, 4.19 혁명 등 한반도와 일본의 격동 한가운데서 분단과 억압을 극복하고자 했던 미술가들의 조형적 연대 활동을 또렷하게 확인할 수 있다. 문헌 조사는 연구의 시작에 불과했다. 저자 백름은 주변 네트워크를 총동원하여 생존한 재일조선인미술가와 유족들을 찾아 인터뷰를 진행하여 그들을 역사의 증인으로 불러 세운다. 나아가 재일코리안미술작품보존협회(ZAHPA)를 설립하여 훼손되고 사라질 위기에 처한 작품을 수집·보존하고 있다. ‘대한민국’, 혹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는 국적과 일치하지 않는 ‘조선적’이라는 범주를 자신들의 아이덴티티로 유지하며 살아온 재일조선인의 미술사는, 마이너리티인 스스로의 존재를 증명하면서 이제 우리 미술사 속으로 적극적으로 개입하고자 한다.
저자

백름

白凛
1979년시마네현에서재일조선인3세로태어났다.도쿄의조선대학교교육학부미술과와도쿄예술대학미술학부예술학과를졸업하고도쿄대학대학원총합문화연구과(지역문화연구전공)에서석사,박사학위를받았다.오사카대학과도시샤대학에서일본학술진흥회특별연구원으로지냈으며현재리쓰메이칸대학강사로활동하고있다.2016년일반사단법인재일코리안미술작품보존협회(ZAHPA)를설립하고대표이사로서재일코리안의미술작품및자료를수집,관리하고있다.편저로는『在日朝鮮人美術史に見る美術教育者たちの足跡(재일조선인미술사로보는미술교육자들의발자취)』(도시샤코리아연구센터,2023),번역서로『平壤美術(평양미술)』(문범강지음,세이도샤,2021)이있으며《재일코리안미술작품보존협회컬렉션》(2019,조선대학교,도쿄),《박민의의그림과윤정숙의시-그림과시와재일코리안2세여성의생활사》(2022,도시샤대학,교토)등의전시를기획했다.2021년‘김복진상’을후루카와미카와공동수상했다.

목차

한국판출간에부쳐
프롤로그

제0장.『재일조선미술가화집』에관하여
1.외관-사이즈와표제
2.목차와수록작품목록
3.본문-화집에수록된텍스트의분석
4.수록작품의특징
테마|모티프|사실성

제1장.시동의에너지
1.고유한경험의축적-1940년대후반부터1953년까지
‘재일조선미술가협회’의결성|일본공모전참여|
미술학교에서만난두화가,표세종과성리식|
미술교사로활약한박사림|만화가전철의탄생비화
2.고유한경험의합류-‘재일조선미술회’의결성
‘재일조선미술회’의결성|활동의구심이자동력이었던화가김창덕

제2장.무엇을,어떻게창조할것인가
1.‘민족미술’의추구
토론의시작-김창락의원체험|백령과초현실주의|성리식과모더니즘
2.《순회전》개최의기쁨과이후의전개
전시의성사과정|개최후의혼란

제3장.공통테마와‘사실’-토론에서제작으로,그리고발표로
1.토론과제작
토론|제작|테마1‘재일조선인의생활’|테마2‘귀국’|
테마3‘남조선의구국투쟁
2.전시와반응
《9·9전》|《제12회일본앙데팡당전》|
《8·15조국해방기념미술전》

제4장.《연립전》,이국땅에서분단을넘어서다
1.개최까지의과정
한반도분단과재일조선인|《연립전》전사前史
2.예술가의‘통일’을목표로한활동의궤적
《제1회연립전》의개최경위와기간,참가단체|
《제2회연립전》의개최경위와기간,참가단체|
출품작가와작품
3.따뜻했던교류와급속한냉각
상호교류의활성화|성공에따른여파
4.정리

제5장.일본인미술가와의접점
1.개인전개최와일본공모전참여
이과회|행동미술협회|일본청년미술가연합|
일본판화운동협회|일본노동만화클럽|기타
2.《일본앙데팡당전》출품
일본미술회의창립|《일본앙데팡당전》개최|
조선인미술가의출품기록|출품보고와비평
3.미술을통한문화교류를실현한《조일우호미술전》개최취지와제1회전의양상|전람회보고와그후

제6장.재일조선인미술사를풀어가는이야기
1.연구의실마리
인터뷰어이자필자인‘나’에대하여|인터뷰이외의자료|제6장의구성
2.도쿄의미술가들
모여드는미술가들|조선학교교과서삽화제작과관련된일화|
오야마와시모기타자와에서의일화
3.오사카,교토,효고의미술가들
미술가로서의도정과조직의설립-김희려|제주4·3사건에서목격한생과사,
그리고예술에의모색-리경조|하상철의회상-미술교사아오야마선생과전화황선생
4.구술사로서의재일조선인미술사연구

에필로그
부록
1.재일조선미술회기관지『조선미술』해제
2.인명해설
3.참고문헌
4.출처

일본어판후기
옮긴이의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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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재일조선인3세가수집하고기록한첫‘재일조선인미술사’
해방후에도일본에남아야했던약60만명의‘조선인’은‘일본국적’을일방적으로박탈당하고‘무국적자’상태가되었다.그들은옛종주국의차별과분단된조국의현실,정체성의혼란과같은여러질곡속에서도자신들의삶과문화를지켜내며살아가고있다.재일조선인3세로태어나미술을전공한저자는이책을통해지금껏조명된적없는선대미술가들의역사를찾아가는동시에실존을걸고자신의뿌리를밝히고자했다.번역자이자학문적동지인노유니아가말했듯스무살무렵까지일본의공적교육기관에적을둔적이없었던그녀가‘국립’대학의합격증을손에쥐기까지,그리고일본최고수준의‘제도권’교육기관에서재일조선인들의미술사연구로인정받기까지의도정은결코쉽지않았다.이책은저자가20년간걸어온노력과인내의산물이다.
문학계와역사학계에서,또한최근의디아스포라문화담론에서재일조선인(재일코리안)의흔적을뒤쫓는연구가축적되고있다.하지만다른문화영역에비해미술관련연구는몇몇작가에한정된단편적인연구에그쳤다.더구나해방직후의재일조선인이펼친미술활동은거의암흑속에놓인상태다.이책에서다룬재일조선인의작품대부분은“이런힘든시기에무슨미술이야?”라는말을듣던시대에창작되었다.미술가가살아온삶의증명이미술이라고할때,자신들의존재가치마저부정되었던시기였던셈이다.이책의부제를‘미술가들과표현활동의기록’이라고붙인까닭은여기서구체적으로드러난다.

거장과걸작,주류의가치관을넘어선‘생활의미술사’
대부분의미술가들에게미술활동은생활의연장선이기에미술가들의표현활동을이야기한다는것은곧재일조선인의삶을밝힌다는의미가담겨있다.그렇기에저자는“분석대상으로다룰미술작품이감상할만한가치가있는가?”하는미술내적인기준과문제에주안점을두지않는다고당당하게선언한다.1962년자신들의손으로펴낸첫화집에등장하는군상속투박한인물들의분노,절망,희망에가득한얼굴들과마주할때,우리는당시뜨거운사건의현장속으로순간이동하게된다.또한자료부족의문제를극복하고삶을증언하는미술사를쓰기위해저자가내세운방법론중하나가재일조선인미술가의‘목소리’를직접듣는것이었다.이른바구술사연구방법은침묵속에묻혀있던퍼즐조각들이하나씩맞아들어가는극적인순간을선사한다.다소낯설지만‘재일조선인’의글투와말투로이루어진증언을읽다보면,우리는당시의뜨거웠던우정과연대의현장으로기꺼이끌려들어가게된다.

우리미술사,그리고동아시아미술사의공백을메꾸다.
이책에등장하는미술가는조양규,전화황,곽인식처럼이제는우리에게조금은알려진재일작가도있지만,김창덕,백령,전철,채준,표세종,성리식,김희려,한동휘,박일대,리철주,리경조등대부분낯선이름들이다.하지만이들이만나조직과전시회를꾸려가며무엇을어떻게창조할것인지,미술가로서의올곧은삶이란무엇인지를토론하는모습은여느미술가와다를바없다.이책은재일조선미술회가결성(1953년)되고그단체안에서‘재일조선인의생활’,‘귀국’,‘한국의구국투쟁’등일정한테마아래협동작을제작하고《순회전》(1956년)을비롯해이념과배경을달리했던민단계와총련계미술가가만나두번의《연립전》(1961년)을성사했던활동에초점을맞춘다.또한그들이《일본앙데팡당전》과《조일우호미술전》등을통해일본인의진보적이고양심적인미술가들과활발히교류하는한편,남과북의정세에기민하게반응하며움직이고있었던사실을밝힌다.이로써“재일조선인미술가들의활동이결코자신들만의고립된움직임이아니라동시대세계사와의관계성안에서전진해온역사라는것을확인시켜준다”(옮긴이의글에서)한편부록으로재일조선미술회의기관지로7호까지발간된『조선미술』의꼼꼼한해제를실어재일조선인의표현활동을복원함으로써자료로서의가치도높이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