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보다 악기 (할 일보다 좋아하는 일에 더 진심인 이들을 위한 어느 의대생의 음악 이야기)

공부보다 악기 (할 일보다 좋아하는 일에 더 진심인 이들을 위한 어느 의대생의 음악 이야기)

$17.80
Description
“취미지만 진심입니다.”

비록 내일까지 할 일은 쌓여 있고
이번 달도 레슨비는 여전히 부담스럽지만.
좋아하는 것을 굳이 수고롭게 즐기는 사람들이 있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편히 앉아서 스포츠 경기 중계를 보기보다는 나가서 두 발로 뛰는 편을 택하고, 또 누군가는 전시회를 가기보다는 화구를 마련해서 자기 손으로 그림을 그린다. 아마도 몸으로 직접 부딪치면서 느끼는 재미, 안 되던 게 점차 되어갈 때의 뿌듯함을 특별하게 여겨서일 것이다.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편하게 감상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좋아하는 곡을 스스로 연주해보기 위해 애쓰는 이들이 있다. 사실 연주라는 행위를 해내려면 긴 연습 과정을 거쳐야만 한다. 다른 이들에게 감동을 선사할 만한 수준의 연주는 물론이고 혼자서만 겨우 들어줄 법한 수준에 도달하기 위해서도 예외가 아니다. 낙담을 동반한 연습을 거쳐낸 이들은 비로소 조금 더 음악다운 소리를 내면서 어느 순간에는 흥분도 맛보게 되는데, 이런 체험 이후에는 연주 혹은 연습이라는 취미 활동을 더 오래 지속해간다. 별다를 것 없이 흘러가는, 혹은 버겁게 이어가는 하루하루를 조금은 더 풍요로운 모양새로 바꿔내기도 하면서.

이렇게 비교적 힘든 방식으로 음악에 대한 애정을 표현하고 쌓아가는 부류에 속하는 저자는 당장 해내야 할 일로 가득한 일상에서 휴식도 성장도 악기를 통해 경험하는 아마추어 연주자다. 의학을 전공하는 저자는 공부할 것들을 떠안은 삶에서도 바이올린이라는 악기를 통해 때로는 현실에서 도피하고 때로는 현실을 새롭게 마주한다. 그렇게 공부보다 악기를 통해 조금은 더 기억하고 싶은 순간들을 만들어간다. 도서관과 연습실을 분주히 오가며 구태여 고난의 스케줄을 감내하는가 하면 괜찮은 연습 장소를 찾아 이리저리 발품을 팔아야 할 때도 있지만, 그런 고생쯤은 악기로 얻는 기쁨이 가뿐히 덮어버린다. 의대 오케스트라에서 활동하면서 거대한 음악의 일부가 되어보며 감동하고, 레슨 시간에는 음악뿐만 아니라 삶의 태도까지 부지런히 배운다. 지출 중 큰 부분을 레슨비나 연습실 비용으로 쓰면서도 언젠가 꽤 근사한 소리를 낼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놓지 못해서, 가끔씩은 바이올린뿐만 아니라 피아노라는 악기로도 새로운 설렘을 느끼는 처지라서 저자는 도저히 악기와 멀어질 자신이 없다.

이 책은 ‘취미를 대하는 진지하고도 유쾌한 자세’가 어떤 것인지 돌아보게 한다. 본업을 따로 두고 있지만 악기를 만지고 있을 때 자기 자신을 더 괜찮은 존재로 여기는 아마추어 연주자들, 혹은 연습 시간을 내지 못해 악기 연주라는 취미는 포기해야 할지 고민해본 이들이라면 아마 저자의 글을 읽는 동안 자주 공감할 것이다. 좋아하는 것을 다소 힘든 방식으로 계속해가면서 지금도 어디선가 분투하고 있을 이들에게 이 책은 일종의 응원으로 다가갈 수도 있겠다.
저자

김지현

전공은의학인데음악,특히바이올린에푹빠져있다.전형적인이과체질이라글쓰기와는전혀인연이없는줄알았지만바이올린에대해서는기꺼이책한권분량의글을써냈다.그정도로악기에대한사랑이중증이다.악기를향한짝사랑도,의사가되기위한공부도도대체끝날기미가보이지않아난감하다.답없는삼각관계에놓여있는기분으로오늘도연습실에간다.

목차

프롤로그
하고싶은일과해야하는일사이의거리

1부.하필이면악기에빠져버려서
ㆍ평생연습하는사람
ㆍ누구에게나돌파구는필요하니까
ㆍ산과학시간에생각한것들
ㆍ오케스트라에서느낄수있는기쁨
ㆍ마음을나눌선생님이있다는것
ㆍ가끔은바이올린보다피아노를
ㆍ울림이좋은곳이라면화장실이라도
ㆍ‘바겔계수’를계산해봤더니
ㆍ기억을소환하는플레이리스트

2부.할일이산더미같을수록악기는더건드려보고싶다
ㆍ오늘도연습실로도피하면서
ㆍ시험을앞두고도악기를못끊는이유
ㆍ소아과시험과브람스
ㆍ신경계시험전에발견한활쓰기의노하우
ㆍ해부실습시간에팔근육을들여다보고
ㆍ알레르기에대해공부하는것처럼
ㆍ한밤중에도할수있는연습
ㆍ모차르트효과대신베토벤효과
ㆍ악기에더어울리는몸으로

3부.연습과레슨이알려준것들
ㆍ일단은백번부터
ㆍ내이야기를들려준다고생각하면
ㆍ내가내는소리에집중한다는것
ㆍ지적해주는사람이있다는행운
ㆍ일단그냥가봐도괜찮다는것
ㆍ피아노라는일시정지버튼
ㆍ뭘더좋아하는지명확해지는순간
ㆍ칭찬감옥에갇히다
ㆍ더크게소리내도될까?

4부.이음악을무대에올릴수있을까?
ㆍ오케스트라에들어가고싶었던만큼
ㆍ선곡만큼연주도잘할수있을지
ㆍ강렬했던첫합주의기억
ㆍ충격은열정과낭만을낳고
ㆍ가끔은라이브공연을봐야하는이유
ㆍ안되던게되기도하니까
ㆍ벼락치기달인들답게연습한결과
ㆍ최악의상황을가정하는버릇
ㆍ드레스는생각을못했는데
ㆍ드디어무대위로

에필로그
계획에없던인터미션에든생각

출판사 서평

그냥좋아서,
조금은더잘하고도싶어서
계속하는마음에대하여

어릴때바이올린을배운후늘음악과함께하는삶을꿈꿨지만이런저런이유로꿈과멀어지고의학을전공으로택한저자는,성인이되고나서몇년만에다시활을잡았을때바이올린이라는악기와생각보다더멀어졌다고느낀다.그렇게오랜만에내본소리에절망을느끼기도잠시,곧악기연습에점차많은시간을쏟아가며압박감으로가득한현실에서위로와활기를얻어나간다.

레슨을통해기초부터다시갈고닦으면서서서히연주의감을찾아가는저자는악기를통해맛보는변화를점점즐기게된다.어느덧시간이날때만취미활동을즐기는단계를지나,시간이없을때도손가락이굳지않게뭐라도하고싶어하는지경에이른다.급기야집에서한밤중에도할수있는연습을계속하는가하면,시험이끝나는대로연습실로직행하며손가락의움직임을되살려나가기도한다.때로는피아노를배우면서오히려바이올린에대한애정을다시절감하기도한다.아마추어에게도넘치게가르쳐주는선생님덕에값진테크닉을익히면서좌절과환희사이를넘나들때도있다.

연주력만달라지는게아니다.손가락굳은살은더딱딱해지고목에자리잡은자국은더뚜렷해진다.레슨선생님의권유대로바꾼손톱모양은앞으로도유지할작정이라네일아트같은건꿈도못꾼다.씀씀이마저달라진다.지출에서레슨비나연습실비용이생각보다큰부분을차지하는현실에가끔씩놀라면서도,어느덧악기업그레이드를위해적금이필요할지헤아려본다.산속에지은집에살며층간소음따위걱정하지않고맘껏활을그어대며살수있는미래를꿈꿔보는순간도있다.이러한저자의생활상을목격하다보면새삼떠올리게된다.어떤대상에정신못차리게빠져드는이들에게는시간과돈의개념도달라진다는진리를.

저자는바이올린이나피아노를연습하면서혼자서실력변화를감지하는순간도물론소중하게생각하지만앙상블이나오케스트라에속해다른연주자들과함께연주할때,혹은노래에맞춰반주할때느끼는즐거움역시각별하게여긴다.수험생시절오케스트라활동을할수있는전공을검색해본것이진학에적잖은영향을끼쳤다고고백할정도다.그만큼다른사람들과함께연주할수있는기회를원했던저자는정신없이돌아가는학교생활에서도오케스트라활동을통해잊지못할시간을만들어나간다.음악에대한애정이나합주실력을키우는것은물론이고시험에대한스트레스를극복할힘도얻는다.다른연주자들과무대에오르기까지의여정을함께하며동지애나리더십과같은,예상하지않았던가치까지도발견한다.이러한저자의체험담은아마추어오케스트라나밴드에서연주해본독자들에게좋았던어느때를상기시킬것이다.그리고무엇이든좋아서하는것을좀더잘하고도싶다는바람을가진모든이들에게신선한동력을전해줄것이다.


서울시향악장이던스베틀린루세브의바이올린소리는촉촉한흙처럼부드러웠지만카리스마가넘쳤다.나는맨앞좌석에앉아피아노,첼로,바이올린이만들어내는,말도안되게아름다운음들을정신없이삼켰다.동시에애써눌러두었던어떤감정이점점터져나오려는것을느꼈다.듣는것도좋았지만무엇보다직접연주를하고싶었다.내맘대로연주하는것말고,제대로연주하는법을배우고싶다는생각이들었다.나도언젠가내가상상하는아름다운음들을밖으로꺼낼수있는사람이되고싶어졌다.
-1부‘하필이면악기에빠져버려서’중에서



프로연주자를동경하는의대생이
공부보다악기에마음을기울이다생각한것들

바쁘고또바쁘게돌아가는생활속에서악기연습을해본사람들은안다.뭔가를잘해보겠다고없는시간을쥐어짜는게얼마나만만찮은일인지.그러나다행히도만사가늘비정하지만은않다.어렵사리시간을내서연습을거듭하다보면,쳐보고싶었던곡을흉내내는식으로라도연주하게되는기쁨을가끔은누릴수있다.저자역시그러한순간의짜릿함을잘아는터라여기저기악기를메고다니며짬을내서연습을이어간다.집화장실에서부터동아리방,동네음악학원,악기연습실등을분주히오간다.그렇게조금나은단계에닿아보려는저자의노력은,어쩌면정작‘해야할다른일’을당면한처지라오히려더끈질기게이어갈수있었을지도모른다.

저자의눈앞에는공부해야할것들이늘쌓여있다.배우고외우고시험보는일을반복해야하는의대생에게공부시간을확보하는것은당연히중요하다.그런데공부할것들을쌓아두고사는저자는악기와함께하는시간도최대한확보하고싶어한다.좀더만족스러운연주를목표로하는이에게중요한건무엇보다연습시간이기때문이다.시험을보고돌아서면또다른시험이닥치는생활을해나가면서도악기실력을키우고싶어하는건저자에게꽤나난감한문제다.전공공부와음악사이를오가다보면시간뿐만아니라체력도모자라다.그렇게‘아무도강요하지않은’고생길에들어서딜레마를겪으면서도,활을잡은손이어쩌다정말마음에드는소리를만들어낸날에는새어나오는웃음을참으며귀가한다.

이렇게공부보다악기로부터특별한힘을충전하며사는저자의글은이른바‘이과사람’에게어필할색채도담고있다.책에는저자가의대생이라는캐릭터로서악기를떠올리는대목도자주나온다.예컨대근골격계해부실습을하는순간에도저자는카데바(기증된시신)에서바이올린연주와관련된신체부위를다른어느곳보다유심히살펴보고싶어한다.해부학교과서의팔챕터를밤새정독한저자는실습에서비브라토를할때중요한근육,지판을누르는손가락의움직임과관련된관절등을유달리날카롭게관찰한다.한편산과학수업에서는태아의발달에관한‘크리티컬피리어드’에대해배우며자신이바이올린연주자로성장할수있는시점을지나쳐버린것에대해진한아쉬움을느낀다.어느날엔신경과나재활의학과에서환자의근력정도를평가하는방법을외우다가이상적인활쓰기가가능한근력상태를떠올리고는또다시바이올린을꺼내들기도한다.

읽는이에따라서는소위‘덕후취향’이라고느낄수도있을에피소드가군데군데녹아있지만,저자의기록은의과대학생활에관심을지닌독자들에게도매력적인텍스트가될만하다.학기중에는다양한과목의시험이어떤식으로이어지는지,실습에는어떤마음으로임하는지,마음이맞는친구들과어떤식으로시험스트레스를이겨내는지,또의대오케스트라는또어떤식으로공연을준비하는지등에대해저자가들려주는이야기는다른전공에대해단순히호기심을가져본이들부터진로에대해고민하는청소년및학부모들에까지흥미롭게다가갈것이다.

해부실습에서내가가장고대하던수업중하나는근육과뼈에대해배우는근골격계파트였다.나는그중에서도팔부분에관심이많았는데,악기를연주할때쓰이는근육을제대로이해하고싶었기때문이다.특히레슨때마다선생님이강조하시던새끼손가락근육,정확히말하면새끼두덩근만큼은꼭직접보고싶었다.
-2부‘할일이산더미같을수록악기는더건드려보고싶다’중에서


어찌보면뼛속까지이과체질이면서도때로는공연장에서도눈물을참기힘들어하는저자의솔직한이야기를읽으며누군가는취미를대하는마음에공감할것이다.누군가는브람스,베토벤,브루흐,드보르작등의작품이언급될때마다반가워하며책장을넘길수도있겠다.짐작하건대방구석에방치했던악기를몇년만에다시꺼내들독자도더러있을것같다.어떤이의열의는다른이들에게그런식으로도전파되는법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