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에서
학교를졸업하고사회생활을시작했던십년전의충격은나에게씻을수없는트라우마를가져다주었다.아침에일어나서학교로,회사로,카페로,술집으로향했던발걸음은뒷걸음을쳐서다시집으로,방으로,침대위로드러눕게만들었다.방문을닫고커튼을치고모든소통의단절을시도하였다.한국사회의야만성은타인의방어벽을훼손하는기이한힘을가지고있었다.천박한대화마저익숙해질시점에도늘놀라움을갱신했던것은아름다움에대한사람들의철저한무관심이었다.돈이떨어지면가장책임감없어보이는일자리를찾아면접을보러갔다.‘ㄷ’자건물의가성비좋은갈색간이의자에앉아대기하면서,격자무늬의천장을바라보며종이컵에새겨진망점을바라본다.어떤의도나감수성도깃들지않은,무감각의패턴들을멍하니바라본다.차트를바라보며대기자들을호명하는여자의부풀린머리와,가짜속눈썹과,아무리갈아도날렵해지지않을것같은검은색통굽구두를바라본다.새삼모두가아름다움에전혀신경을쓰지않고있다는사실에점차충격을받는다.같이대기하는이도,차트를바라보는여자도,건물을관리하는이도,이건물을드나드는모든사람들에게아름다움은가장하위순위의,가장하찮은,가장돈이안되고가장쓸모없는것이다.그곳이‘예술기관’임에도불구하고말이다.
(p.20‘프롤로그’중)
예술이무엇이냐고묻는다면,‘타인을이해하는감각’이라고생각한다.미술평론가로서내린최선의결론은그것이다.인간은평균80년안팎의생을누리며,자신만의관점으로세상을바라보고판단한다.아무리가까운사이라할지라도,타인을온전히이해하는것은불가능하다.그럼에도사람은자신의입장과의견이최우선이고정답이라고생각한다.정작정답은없는문제에서도그런오답을내놓는다.개인의좁은착시현상을의심할수있는기회
를예술작품을관람할때종종얻곤한다.
(p.131‘AI아트’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