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과삶,마음을연결하는이가
일요일의음악실을열었습니다
2021년첫책『음악의언어』를출간하여사랑받은송은혜작가가2년만에신작을선보인다.한국과미국,프랑스에서오르간,하프시코드,음악학,피아노,반주를공부했고현재프랑스렌느음악대학과렌느시립음악원에서학생들을가르치고있는저자는평소에도SNS를통해꾸준히사람들과소통하며음악그리고이방인의삶에관해이야기해왔다.이번에는채널예스웹진에‘일요일의음악실’이라는제목으로1년넘게연재한글을모으고,클래식음악을들을때도움이될만한정보를더담아클래식입문서이자음악에세이인『일요일의음악실』로독자들에게다가간다.매주일요일마다아늑한공간에사람들을초대해사려깊은목소리로음악이야기를들려주는톤으로,총52개꼭지를일주일에하나씩읽는다면그야말로1년간의클래식여정이될것이다.
이책은총7개의부로구성되어있으며장르별로음악을분류하여(현악곡,협주곡,건반악기곡,춤곡,관현악곡,극음악,성악)다양한작품과작곡가,음악용어를일러준다.클래식에익숙하지않은독자들을위해현악사중주,소나타,협주곡,변주곡등클래식장르와형식에대한기초적인이론부터알기쉽게해설하면서음악이해의깊이를더해주기때문에클래식에이제막접근해보려는사람일지라도겁먹을필요없이친절한안내를따르면된다.또한누구든자연스레음악에빠져들수있도록여러가지감상법을제안해주기도한다.저자는음악에대해말할때,이론에의거하여딱딱하게해설하지도,그렇다고주관적인감상에만빠지지않고작곡가의의도와듣는이의심리를적절하게녹여풀어내는능력이탁월하다.음악과삶,마음을연결하는것또한송은혜작가의주특기이다.때문에어엿한클래식애호가에게도또다른관점과새로운느낌으로음악을감상해볼수있는기회가될것이다.
새뮤얼바버의〈현을위한아다지오〉는느리고긴호흡으로우리를압도합니다.멜로디가사분음표로조금씩상승하는동안,선율을받치는화성은귀로듣는것만으로는쉽게마디를파악할수없을정도로길게박자를늘입니다.하늘에넓게뻗은노을처럼시간의경계는지워지고,느린음표사이에서우리는길을잃습니다.인간의호흡보다훨씬길게음을유지할수있는현악기의위력이발휘되는순간이기도합니다.음악을들으며노래와함께규칙적으로숨을쉬고싶어하는우리는,길게늘어지는현악기선율에편히숨쉴곳을찾지못합니다.소리가끊어진다해도,불협화음이해결되지않는다면끊긴것처럼느껴지지않기때문입니다.높은음을향하는끝없는크레셴도는단한번도편안하게해결되지않는불협화음과함께듣는이의심장을서서히조입니다.
(52-53쪽)
남성중심의서양음악에치우친기존의시선에균형추를더한,
지금이시대의클래식교양서!
바흐,헨델,쇼팽,모차르트,베토벤,드뷔시,생상,비발디등우리가익히잘아는음악가와그들의작품을다루며클래식교양서의기본을탄탄하게지킨것뿐아니라특별히더이책을빛나게하는지점이있다.바로파니헨젤,클라라슈만,릴리불랑제,힐데가르트폰빙엔등우리에게더널리알려질필요가있는여성음악가들과그들의작품을소개하고있다는점이다.다소생소한음악가,특히그동안가려져있던여성예술가들을소환하고호명하는작업은『일요일의음악실』에서무척눈에띄는특징적인부분이다.이에더해윤이상,진은숙등한국음악가와이들의곡도소개하고있어남성중심의서양음악에만치우친기존의시선에균형추를더한다.지금이시대에우리에게가장시의적절한클래식교양서라고말할수있다.
공감각적이고입체적으로,
해설이아니라그음악이불러일으키는상상을말하는책
음악은눈에보이지않는예술장르이다.‘가사’로일컬어지는‘언어’가등장하거나보조하지않을경우엔더추상적으로다가오기쉽다.특히동시대음악이아닌클래식음악은다소모호하거나어렵게느껴질수있는데,이러한부분을보완하기위해그림과사진,인용등다양한자료를참조하고첨부하여독자가책에서언급하는음악들을공감각적이고입체적으로,또한시대적인맥락에서이해할수있도록세심하고알차게구성하였다.
음악실에초대하여함께감상하는형식을취한이책은실제로이야기중간중간에해당음악을직접들어볼수있도록큐알코드를삽입하였다.그때그때등장하는음악을감상하면서동시에저자의이야기를따라가보는읽기방법을권해본다.해설을더풍부하게이해하면서한편으로는자기만의느낌으로해석해보는경험역시할수있을것이다.음악이있는,오로지자기자신만의순간과장면을독자가가져갈수있도록돕는것은이책의목표이기도하다.
음악을듣기전에먼저던지는질문
“당신은지금삶의어떤여정을지나고있나요?”
클래식음악을들어보고싶은데추천해달라는초심자의질문에단번에좋은대답을내놓기는어렵다고저자는말한다.타인이당사자의삶의맥락을모른채로들이미는음악은그의삶에연결될가능성이희박하기때문이다.그래서저자는오히려“지금어떤삶을지나고계신가요?”라고묻는것이나을지도모르겠다고,하지만그렇다고해도족집게처럼적절한음악을권할자신은없다고말한다.이러한저자의섬세하고다정한태도,배려심과겸허함이오히려안전감과신뢰를준다.이제안심하고이음악실에방문해도될것같다.
발음하기도어려운음악제목이나작곡가,연주자를줄줄외지못해도,멋진오디오가없어도상관없어요.그래도일주일에한번정도바쁜발걸음을멈추고,지금이순간을깊이느끼는기회는놓치지맙시다.음악과친구가되어버석한삶에향유를붓는시간으로삼아보아요.이제음악실의문을엽니다.천천히들어오세요.(1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