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으로 떠난 인어 (지병림 소설집)

사막으로 떠난 인어 (지병림 소설집)

$16.00
Description
한국인 디아스포라의 현실과 미래
정체성을 잃지 않고 추동하는 자아
[서른 살 승무원], [매혹의 카타르], [아랍항공사 승무원되기]로 이미 예비승무원들의 워너비이자 멘토로 자리잡은 지병림 작가는 2003년 한국예총 [예술세계]를 통해 등단한 후 각종 문예지에 꾸준히 작품을 발표해왔다. 2007년 아랍항공사에 적을 두기 시작했으며 지금까지 단 한 번의 일탈 없이 오천오백일이 훌쩍 넘는 시간 동안 비행하고 있다. 하늘과 사막을 근간으로 꿰뚫어 본 삶의 이치를 소설로 형상화한 작가는 다수의 문예지에 발표하고 문학상 공모전에서 수상한 작품들을 한데 모았다.
거품이 되어 사라진 인어처럼, 갑과 을의 관계에서 소멸함으로써 새로운 세상을 만날 수도 있음을 말하고자 했다. 행복한 인생을 운항하는 방식을 사회적 제도로 규격화 할 수는 없으니 말이다. 나는 우리가 각자의 방식으로도 충분히 행복하고 평등하게 살기를 바란다. -‘작가의 말’에서-

2022년 푸른 5월에 독자들과 만나는 소설집 [사막으로 떠난 인어]는 한국인의 정체성을 온전히 지켜나가면서 글로벌 한국인으로 추동하는 자아의 성장통을 지독한 인간애로 응축했다. 한국인 디아스포라의 현실을 개척하고 꾸준히 건설적인 미래를 추구하며 삶의 질적 가치를 높이고자 하는 분연한 의지가 돋보이는 작품들이 다수 수록되어 있다. 이번 소설집은 그동안 작가의 작품 세계를 궁금해하던 다양한 분야의 독자들에게 신선한 에너지로 찾아갈 것이다.
저자

지병림

2003년한국예총,예술세계에단편「인어의꿈」이당선되어작품활동을시작했다.출구없는현실에동기를부여해플롯화한기법의작품들을다수내놓았다.‘단단한소설적형틀,생동하는인물들의충돌,극한의상황을헤치고나가는의지의형용으로우리소설의새지경과형식을실험했다.’는평을받고있다.사막에서도꽃을피우리란마음으로삶을운항하는그녀는현재아랍계항공사에적을두고오천오백일이넘는시간동안비행하고있다.예술세계신인상,한국문제소설선집우수상,재외동포문학상가작을수상한바있다.

목차

사막으로떠난인어_9
순정_53
응급약_77
겨울나비_115
인어의꿈_147
원써머나이트_185
공범_213
영원한낙원_245
겨울재킷_269
기내식_297
[해설]김종회:곤고한삶의민낯을넘어서_327
작가의말_339

출판사 서평

기내에서통증을호소하는산모에게응급약을투여하면서,어머니의삶을용허하고,
자신의배우자를받아들이는과정을자신의업무와연관지어플롯화한기법이뛰어나다.‘
(제21회재외동포문학상소설부문심사평)

[사막으로떠난인어]는소설가지병림의첫소설집이다.2003년한국예총,『예술세계』를통해등단하면서여러문예지에작품을발표했지만,2007년에아랍항공사에적을두기시작하면서코리안디아스포라의현실을개척하기위해고군분투해야했다.작품을발표할기회가자연스럽게줄어들었지만작가는한국인의정체성을지키는마음으로소설을손에서놓지않았다.현실과이상의괴리,지켜야할정체성과가치,한국인으로서의책임감.그녀는무엇하나쉽게포기할수없었다.비행을하면서소설을쓰는과정은분명고되지만소설을쓰고자하는사고의힘으로작가는일탈없는삶을운항할수있었다.

지병림의이번소설집에는모두열편의작품들이수록되어있다.그가운데「인어의꿈」,「겨울재킷」,「응급약」은수상작이다.그외의일곱작품들은작가가문예지에꾸준히발표해온작품들과비행을소재로집필한작품들이다.지병림은재외국민이자여성으로오랜세월해외에거주하면서지켜온한국인으로서의정체성과사명감을작품으로승화시키고있다.표제작인「사막으로떠난인어」는결혼과함께안정된생활을보장했던남자를버리고거품으로사라진여자의이야기를담고있다.작가는‘거품이되어사라진인어처럼,갑과을의관계에서소멸함으로써새로운세상을만날수도있다’고말한다.

‘지병림의이소설집에실린10편의단편가운데작가의특정한직업적체험을반영하여화자가항공사승무원으로등장하는작품은세편,그리고승무원지망생들의문제적실상을다룬작품이한편이다.표제작「응급약」의화자는직업군인이었다가퇴직한후가정폭력의대명사처럼변한아버지,그아버지와딸을버리고뉴질랜드로도피하여지금은유복한생활을누리고있는어머니,그리고그다지볼품없고어쩌면아버지의판박이같은남자와의관계망을가진소설이다.지병림소설의서사원형을보여주는이작품에서,화자인윤이가승무원이된것은그어머니를찾으려는의욕이바탕에있다.그러나다시찾은어머니는이미화자가바라던어머니가아니다.

“때론아무일도일어나지않는삶이덜고통스러운법이란다.넌고통이뭔지모르지?죽지못해달아나고싶게만드는고통을너는아직모르지….얘야,인생을바꾸려고너무애쓰지말아라….나는그럭저럭괜찮단다.그러니까너도보란듯이잘살렴….알았지?”
-「응급약」중에서-

다시만난어머니의말이다.화자는세상에인력으로어찌할바가없는‘운명’이라는것이있다는생각을한다.비록여리고불분명하긴하지만이와같은각성의뒤끝에서화자는,쏟아지는별사이에가로등처럼우뚝선달을바라보며반드시당도해야할최종목적지가있다는다짐을하고있다.이러한소설적자아정립의표현은글쓰기가곧자기구원의길임을반영하는레토릭이다.이와같은창작방식은유사한패턴을가진작품「겨울재킷」이나「기내식」에도그대로적용된다.「겨울재킷」의중심인물‘냥’은승무원숙소에서동료‘미란’과의여러일상을공유하고,탐탁찮은남자‘준’이있으며,겨울재킷이필요하다고성화인새로온경비직원을응대해야한다.냥은여러생각의부유(浮遊)와갈등의단계를지나소설의말미에서결국경비의아내에게줄선물로재킷을접어상자에담는다.

「기내식」의승무원숙이는기내에서프리미엄승객들의식사시중을함께하는동료히얌그리고예의그신통찮은‘남자’윤수등을동반하고있다.비교우위에있는다른사람의식사를돕는것이본분인만큼화자자신의식사는열악하기그지없다.윤수를만나고온것은전혀위안이되지않는다.화자가새힘을섭생하는것은마침내현실의자리로돌아와자신의음식으로몸안의신진대사를돌볼때이다.좀급격한이야기의행보(行步)이기는하나‘나’는새로운삶의결의를충전한다.「겨울나비」는승무원지망생들이겪는힘겨운구직의형편,그와중에서고등사기수법으로이들을절망케하는일당,이를고스란히바라보며당하는화자‘정연’의이야기이다.이소설은이러한사회악의진행을이야기의흐름에따라보여주는데그치지않고,소설을쓰려는화자의심리적욕망을교묘하게악용하는전혜영이란인물을그려보인다.대학강사이며외국어에능통하여승무원임용심사위원으로나오는이‘악녀’의행위반경을매우생생하고실감있게형상화한다.그형상의디테일이강한공감을불러오는만큼이소설의설득력이살아난다.이처럼지병림의소설,특히비행과승무원을소재로한소설들은숱한‘잉여인간’가운데서화자가자기정체성을찾아가는소설문법을드러낸다.여기이소설에서도화자는,‘모든질문의해답을찾는것순전히내몫이란사실’을확인한다.항공기승무원과비행,그리고그일에결부된개인사및가족사의동통(疼痛)을그리는지병림의작품들은이러한새로운소설유형으로한국문학에하나의새로운지평을열고있다.’-김종회(문학평론가)-

우리인간은태양이작열하는사막에떨어져도결코말라죽지않는다.말라죽는자는약자이고,살아남는자는강자이다.물을찾아헤매는건우리인간이갖고있는본능이다.우리의삶은본능에따라운항되도록설계되어있다.어떠한척박한현실이나벽앞에서도우리인간은늘희망을갈구하는법이다.그리하여우리는사막한가운데빌딩을올리고헬기와항공기를띄우며또하나의웅장한세계를이루어냈다.지독한본능은끝까지지켜야할가치와미래를개척하려는자들만이탐닉할수있는전유물이다.열사의땅에혈혈단신으로입성하여한국인디아스포라의현실을개척해온지병림은작품은곤고한삶의민낯앞에서도우리가지켜야할삶의고고한가치를깊은울림으로상기시키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