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을 심어본 적 있는 당신에게 (이주혜 산문)

눈물을 심어본 적 있는 당신에게 (이주혜 산문)

$15.86
Description
《자두》 《그 고양이의 이름은 길다》 소설가 이주혜 첫 산문집
쓰는 사람으로 살아가는 데 빛이 되어준 존재들을 향한
사랑과 우정과 연대의 마음
“우리가 새로이 시작할 또 다른 이야기의 뜨개질은 지금보다는 덜 외롭고 쓸쓸한 다가올 시간 속의 우리를 위한 일이어야 한다.”
-〈프롤로그〉 13쪽

《눈물을 심어본 적 있는 당신에게》는 《자두》 《그 고양이의 이름은 길다》를 통해 한국 사회 속 여성의 존재와 현실을 힘있는 시선과 섬세한 문장으로 보여준 소설가 이주혜의 첫 산문집이다. 그는 《우리 죽은 자들이 깨어날 때》 《모든 빗방울의 이름을 알았다》 《나의 진짜 아이들》과 같은 책을 옮긴 번역가로도 잘 알려져 있다. 20대를 학생운동으로, 30대를 출산과 양육으로 지나오며 마흔을 앞두고 번역을 시작했고, 그다음엔 소설을 썼다. 2016년 창비소설신인상을 받으며 소위 ‘늦깎이’ 데뷔를 한 만큼, 그 후 소설 집필과 번역을 오가며 ‘읽고 쓰고 옮기는 사람’으로서 활발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두 권의 소설을 통해 보여준 치밀한 여성 서사의 관점은 이번 산문집에서도 고스란히 이어진다. 이주혜는 이야기를 쓰는 사람으로서 자신의 세계를 다잡아가는 데 큰 힘이 되었던 존재들을 떠올린다. 그들은 힘든 집안일을 마치고도 늦은 밤 작은 상을 펴놓고 불경을 필사했던 할머니, 한없이 친밀하지만 태생적 불안의 근원인 어머니, 공동의 기억과 경험으로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준 여성들, 그리고 아직 자신이 하지 못한 이야기를 먼저 써서 들려준 작가들이다. 이주혜는 그들이 기꺼이 베풀어준 사랑과 우정과 연대의 마음을 기억하고 회상하며 자신도 글쓰기를 통해 그 고마움을 되돌려줄 수 있기를 바란다. 더 나아가 그 마음이 뭇 사람들에게 닿아 묘한 위안이 된다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저자

이주혜

마흔을앞두고번역을시작했고,그다음엔소설을썼다.2016년단편〈오늘의할일〉로창비신인소설상을받으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소설《자두》《그고양이의이름은길다》를썼고,《우리죽은자들이깨어날때》《모든빗방울의이름을알았다》《나의진짜아이들》등을옮겼다.다만읽고쓰고옮기는삶이면좋겠다고생각한다.

목차

프롤로그:이야기의코5

1부눈물은떨어지지만동시에심어진다
눈물을심어본적있는당신에게18
조명의책무에대하여46
내손이당신의얼굴을건져내길54
수모의공동체는어떤방언을쓰는가60
기억을안고걸었다70
이름에게78
어머니내게송곳니를심어주었네86
악몽의계보94

2부언어가없는곳에빛을비추는사람
고통을피우다108
빛의언어를찾아서122
엄마가된여자는모두쓰는사람이다136
손전등하나의역할을통해150
정체성찾기가요구하는대가164
순환하는돌봄에관하여178
희생양은우연히만들어지지않는다190
전복의목적200

출판사 서평

“눈물은맺혀살아있는것들사이에깃든다”
결코쉬워지는법이없는삶을진득하게살고있는‘우리’를위한다독임

이책곳곳에는눈물이맺혀있다.눈물은슬픔의눈물일때도,기쁨의눈물일때도,분노의눈물일때도있다.이눈물은주로여성이흘리는눈물이다.작가는말한다.눈물은맺혀떨어지지만동시에심어진다고.그눈물이심어진자리에서무엇이싹틀지생각해본적있느냐고.이주혜는아직소설가가되기전육아와살림의하루끝에서온전히‘글을읽고쓰는나’로존재하기위해부단히애썼던밤의시간을떠올리고,과거에도현재에도쉽게혐오와멸시의대상이되고마는여성의삶을고찰하면서,작가로서지금자신의책무는무엇일지생각한다.그리고자기이야기의원형이자불안의근원인‘어머니’라는질문을붙들고어머니와딸이‘서로를잃지않기위해’어떤관계맺기가가능할지고민한다.
이산문집의제목이기도한〈눈물을심어본적있는당신에게〉는미국시인엘리자베스비숍의삶과작품에서큰위안을얻은작가가그마음을고스란히독자들과나누기위해쓴글이다.그는비숍의시네편을들려주며평생영혼의안식처를찾기위해시인이흘렸을눈물의의미를,그리고지금의우리가각자의안식처를찾으며흘리는눈물의의미를나란히놓는다.결코더쉬워지는법이없는삶을진득하게살아내고있는‘우리’를위한다독임.누구든‘눈물을심어본적’있다면그사람의마음에닿아위로가될글이다.

문학속에서‘다시만난여성’그리고작가의책무에대하여

“언어가없는곳에언어를,빛이없는곳에빛을들고찾아가는자.이것이수많은작가들이스스로밝힌작가의정의다.드러내고밝히는것이야말로작가의기본책무이고이기본은동시대작가들에게도여전히유효하다.”
-〈손전등하나의역할을통해〉162쪽

이주혜는《소설보다》(2022년봄호)에실린이희우평론가와의인터뷰에서다음과같이말한바있다.“내가할수없는이야기를다른작가가써냈을때그것을읽는나는큰기쁨을느낍니다.내가쓴어떤이야기가다른작가에게비슷한기쁨을선사한다면더할나위없이기쁘겠지만요.이런면에서‘우리’는‘따로또같이’쓰고있다고생각합니다.”
1부‘눈물은떨어지지만동시에심어진다’가삶에대한작가의태도를담은글들로이루어졌다면,2부‘언어가없는곳에빛을비추는사람’은문학이라는빛으로삶의진실을드러내는작가들의역할을읽어내는작업이다.여기서쓰기위해먼저‘읽는사람’인이주혜의면모를확인할수있다.그는생의고통속에서도,가부장제의검은그림자아래에서도,모성신화의모순속에서도기어이문학이라는조명으로삶을비추고상처받은영혼을보듬으려는작가들의노력과시도를꼼꼼하게읽는다.그리고그작품들이오늘날우리에게시사하는바가무엇인지생각해보게만든다.
자신의질병을하나의문학적주제로바라보고치열하게기록한작가였던앨리스제임스,시의힘으로이슬람가부장사회에파란을일으킨포루그파로흐자드,모성의공포를강렬한서스펜스로묘파한사만타슈웨블린,‘다락방의미친여자’의잃어버린이름을되찾아주고자했던진리스,정체성과이름찾기의과정이요란한투쟁임을보여준저메이카킨케이드,순환하는돌봄에관해성찰하게하는델핀드비강등…총17명의작가와그들작품에대한저자의깊이있는이해가여성서사에관심있는독자들에게맞춤한안내서가될것이다.

“가장깊숙한곳에자리한‘나’를찾아뛰어든그곳에서
내손으로힘겹게건져낸보물이결국나만이아니라
내가좋아하는당신의얼굴이길바란다”

이산문집의〈프롤로그:이야기의코〉는마치한편의소설같다.초여름늦은밤하루의피로로지친한사람이어둑한골목길에서‘크고환한빛’을발견한다.그이유가무엇이든지금은힘들고,슬프고,외로운사람.크고환한빛을내는곳은뜨개방이다.그곳에는겨울을대비해포근한털실로옷을뜨는여인들이있다.그들은이지치고외로운사람이어떤사정,어떤기억,어떤눈물을가졌는지묻지않는다.그저‘이야기의뜨개질’을함께할수있도록뜨개방의문을열어준다.곁을내준다.그리고각자의이야기를나눠보자고말한다.“좋아하게된것들,몰랐으나어느새알게되었고,다시는몰랐던시절로돌아갈수없게되었으며,지금의나를완성하는하나의조각되어버린이야기들을끊길듯끊기지않는털실처럼찬찬히풀어내”보자고.
이산문집의글들을관통하는작가의태도는“다면체”인타인의삶을함부로재단하지않고,“남의행과불행을제멋대로짐작”하지않으려는노력과각성이다.그리고나의눈물뿐만아니라내가좋아하는타인의눈물까지도기꺼이껴안으려는온정의실천이다.불가해한세상과불화할수밖에없어서,존재에대한의문을풀어내기버거워서외로운당신을위해이주혜는이글들속에크고환한빛을켜두었다.누구든그빛속에서자신만의이야기를떠가기를,그러는중에위안을얻기를바라는마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