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에세이,논픽션,서평,칼럼…
경계를넘나드는넓고깊은글쓰기의비밀
글쓰기를가로막는‘잘쓰고싶은마음’에대처하는방법은?
‘글쓰기는양이다!’대량생산을이끄는견인장치들은?
다치지않고생산적으로합평에임하는방법은?
혹평과악플을피하는칼럼쓰기의기술은?
프라이버시를지키며솔직하게나를드러내는에세이를쓰는법은?
논픽션에설득력과객관성을더하는필수요소는?
소설에서등장인물과구도를잡는방법은?
첫소설을쓰려거든무엇을소재로쓰는것이가장좋을까?
2013년장편소설《모던하트》로한겨레문학상을받으며문단에‘화려’하게데뷔한소설가정아은은어느날모신문사로부터칼럼청탁을받게된다.원고지10매분량으로,주제에제한은없지만칼럼의성격상사회적의미를갖춘글이어야했다.같은지면에돌아가며글을싣는모든필자의글이좋았고,“나로서는까무러쳐도따라갈수없을급으로보였다”고작가는회고한다.내가이런글을쓸수있을까?
청탁을받은다음날부터작가는신문이라는신문의칼럼을모두찾아읽었다.짧은글쓰기에관한책도보이는대로사들였다.한편의칼럼을기고하기위해무려다섯편의칼럼초고를쓴뒤,그것도각각서너번에걸쳐퇴고했다.마감일이1주일앞으로다가왔을때,그중두편을골라퇴고를거듭했다.그리고마지막순간에야한편을골라,떨리는마음으로송신버튼을누른다.
작가는‘원래’잘쓰는사람일까?‘작가’라면글이란글은모두잘쓰는것일까?모든장르의글을거침없이써내려가는‘능력자’인걸까?10년넘게글쓰기를업으로살아온작가정아은이전하는글쓰기의여정은첫칼럼을송고하던때와다르지않다.여전히두렵고떨리는일이며,정답이없는무언가를향해가는막연함의연속이자,‘잘쓰고싶다는마음’과끊임없이사투를벌이는일이다.
책에는작가정아은이그모든과정을직접거치며몸으로체득한글쓰기노하우들이빼곡히담겨있다.쓰기의시작은왜그렇게어려운지,왜자꾸잘쓰겠다는마음을품게되는지쓰는사람의심리를파헤쳐쓰지못하게만드는요인이무엇인지를따져보고,그에대한구체적인대처방법을제시한다.글쓰기의시작부터완성까지,서평,칼럼,에세이,논픽션,소설로나누어각장르별글쓰기의특징과쓰는방법,유의점을밝힌다.철저히쓰는사람의입장에서기술해글쓰기를둘러싼막연한두려움과어려움을차근차근깨부수는이책은쓰고자하는사람이앞으로나아갈수있도록실용적인도구와풍부한연료를제공한다.
이보다더솔직한글쓰기책은없다
누구도말해주지않은글쓰기세계의리얼리티
“아아,이번원고는너무잘쓰지않았는가!”―초고의감격
“다른작가들은어떻게이순간을감당했을까?”―거절의충격
“이제그만하는거다.외부기고,강연…”―작가생활을접으려던시도
“인정받기위해쓴다.”―나는왜쓰는가?라는질문에대하여
“내가책을안내고말지!”―편집자의끊임없는수정요구앞에서
“이.것.도.글.이.라.고.”―혹평러와대결하는법
“지금하는얘기는오프더레코드죠?”―선을넘는기자의질문앞에서
“그때알았다.K와나의차이를.”―동료작가와의비교
이책을통해“어떻게해서‘작가’의핵심정체성에이르게되었는지를정확하게써서드러내고싶었다”고말하는작가는,작가의핵심정체성을‘거절’이라정의한다.작가는의사나판검사와같이한번시험을통과하면몇십년동안자리가보장되는라이선스형직업이아니다.편집자의거절,대중의평가,판매량의압박,동료작가와의비교등을거치며끊임없이자기자신을갱신해야하는직업이다.그런데어째서수많은글쓰기책이작가의그러한고뇌와좌절,‘거절당한이야기’를하지않는것일까?
이책에는이제껏한번도말해지지않았던글쓰는이의현실적인이야기가생생하게펼쳐진다.작가로데뷔한뒤장밋빛전망에휩싸여살아가던나날,어느날갑자기들이닥친출판사의거절메일앞에서세상이끝난것처럼절망하던순간,만인의평가앞에살아가야하는‘작가’일에서탈출하려했던시도,결국그런시도를내려놓고다시돌아와쓰는일을받아들이던순간을가감없이담았다.또한글쓰는이로살아가며정체성을형성하는데커다란영향을미친일군의사람들,즉편집자,독자,기자,동료작가등을경험하며깨달은바를담담히풀어놓는다.
책에서작가는편집자에게몇번이고묻는다.“이게책이될까요?”끊임없이재능을의심하고,절망하고,그러면서도떠오른이야기를쓰고싶은욕망을못이겨다시쓴다.“출판이되든되지않든,베스트셀러가되든되지않든,사회적인정을받든못받든,나는감각하고경험한모든것을부지런히글로옮기도록코딩된그런생물이었다”고작가는말한다.개인블로그에글을끄적이다가인터넷서점과〈오마이뉴스〉에서평을올리던‘아마추어’시절을거쳐,문학상을받으며소설가로데뷔한이후‘전업작가’로안착하기까지,수많은우여곡절을거치며작가는끊임없이자신의존재와글쓰기의본질에대해성찰한다.
한작가의내밀한성장기이자탄생기이기도한이책에서작가가결국말하려던것은이것이아니었을까.작가는만들어지는것이다.초고의불행을뛰어넘으면글쓰기의쾌락이이어진다.그리고‘쓰는세계’로넘어가는순간,우리는작가가그랬듯끊임없이성찰하고성장하게된다.쓰기의시작부터쓰는방법,작가로먹고사는법까지,작가정아은이‘작가’로서알고있는모든것을쏟아놓은이책은‘쓰는사람’으로살아가려는모든이들이기대갈수있는든든한지지대가되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