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분간 나는 나와 함께 걷기로 했다  : 일 년 동안의 시골 생활에서 찾아낸 삶과 마음

당분간 나는 나와 함께 걷기로 했다 : 일 년 동안의 시골 생활에서 찾아낸 삶과 마음

$15.00
Description
“다시 모든 것이 좋아질 것이다. 그럴 것이다.”
자신을 더 사랑하고 싶은 당신을 위한 따뜻하고 다정한 에세이
감성적인 문장과 사진으로 독자들과 만나온 여행작가 변종모가 3년 만에 신작 에세이 『당분간 나는 나와 함께 걷기로 했다』를 들고 찾아왔다.
코로나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여행을 멈춰야만 했던 시절, 변종모 작가는 오랫동안 살고 있던 서울 성북동의 집을 떠나 불현듯 밀양으로 내려갔다. 낡은 시골집을 고쳐 그곳에서 봄~겨울까지 네 계절을 보냈다.
이 책은 그가 밀양에서 살면서 겪은 다양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집을 수리하고 마당의 풀을 뽑으며 느낀 단상, 난생처음 살게 된 이웃들과 정을 나누며 살아가는 일, 홀로 산책하고 외로운 밤을 지내며 깨닫게 된 인생에 대한 통찰, 여유롭지만 바쁜 시골의 일상에 대한 이야기를 두루 담고 있다.
변종모 작가 특유의 사려 깊은 성찰과 아름다운 문장이 돋보이는 이번 신작 에세이는 천천히 걷고 느리게 생활하며 마침내 얻게 된 생의 깨달음을 한 편의 수채화처럼 담담하게 펼쳐 보인다. 그의 문장은 때로는 애잔하게, 때로는 뭉클하게 때로는 유머러스하게 삶을 보여준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독자는 그와 함께 산책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와 함께 걷다 보면 어떻게 자신의 삶을 사랑할 수 있는지, 진정한 행복은 어디에 있는지 그 비밀을 엿볼 수 있을 것이다.

저자

변종모

오래도록여행자.쓴책으로『나조차나를사랑하지못하고』,『같은시간에우린어쩌면』,『나는걸었고세상은말했다』,『그래도나는당신이달다』,『아무도그립지않다는거짓말』,『여행도병이고사랑도병이다』,『짝사랑도병이다』가있다.

목차

프롤로그:오늘도가장좋은방향으로걷고있다

1장봄:인생의긴소란을뒤로하고
좋아질것이라믿어보는일
특별한보통날의시작
인생이라는무작정
좋은얼굴들이매화처럼떠올
볕이빼곡한밀양처럼,과하지않게미량처
꽃의가운데에서살수있으니
너는모르겠지만달빛이내마음을대신하고있다
쓸모있는사람이되어가는중
새끼발가락또는마음이라부르는
저나이때는뭘해도다예뻐
더욱좋아지는당신이있다
그대가놓고간말들
멀리가는사람이야알아서잘살겠지

2장여름:소나기속,착한마음이되어
사는데까지잘먹고잘살려고
그대의자리에서그대가가장빛날때
장마는너와나의먼여행같아서
인연이라고생각되는감정들
주전자가득찻물을올린다는것
감나무의기척
기다리는마음은잡초처럼무성하고
황새골저수지에서든생각
더가까워지기위해더멀어지기
배롱나무에꽃피고,그가지에함박눈얹히더라도
해지는쪽으로발걸음
내게온아름답고튼튼한사다리
그냥,알고나있으라고
살가운처방,따끔한교
라따뚜이를먹는여름저녁

3장가을:결실도없지만좋았다고웃는일
이계절과팔짱을끼고걷자
마음의씀씀이를늘리는일
무릉리아리랑
우리는잠시여행처럼반가웠어요
돌아오지못할것을생각하는일이잦다
내마음을노랗게물들이는깃발
어쩌면거짓인말,그것마저사랑이다
사람의일,마음의일
얼른밀양행기차를타라고해야했나?
어느흐린날커피를볶는다
마음과같이걷기
그러니까너무걱정하지말고

4장겨울,지나다시봄:신중히걸어당도한마음
새벽에펄럭이는마음
눈물을조금씩장판아래모아두었다
나를향해아름답지말것
월연대단출한한칸처럼살수있다면
그마음을돌아래눌러둔다
내글이누군가에겐든든한한끼밥처럼
대나무젓가락고이놓아둔다면
너는나보다잘살아라,내가너를좋아하니까
그건사랑하기때문이다
벚꽃잎받아먹은날
습관처럼외로운사람
사랑없이살아도봄은사랑스러운계절

에필로그:여행은어디에나있고산책은언제나가능하다

출판사 서평

산책하듯써내려간여유롭고느린삶에대한기록
작가변종모가전하는따뜻한긍정과다정한위로의언어들

운명처럼만난집

『함부로사랑하고수시로떠나다』『나조차나를사랑하지못하고』『나는걸었고세상은말했다』『그래도나는당신이달다』등을통해섬세하고투명한문장으로여행과인생,사랑과위로의장면을우리에게전해주었던작가변종모.그가신작산문집『당분간나는나와함께걷기로했다』를들고찾아왔다.

이책은그가지금까지펴냈던책과는주제가다르다.영원한여행자로살줄만알았던작가는코로나로인해모든여행이멈추자우울증에빠졌고,불면증에시달리게된다.그렇게힘들나날을보내던어느겨울,그는서울을떠나밀양으로거처를옮기기로결심한다.이책은작가가밀양에서보낸일년동안의시간을담고있다.

밀양에도착한그는아주낡은집하나를고쳐‘무작정’(無作亭)이라는문패를달아준다.그의집은주위로아름다운산과들이”펼쳐지고,“집뒤에서는손바닥만한텃밭이있”는곳이다.“부실한가운데부족함이없는”이집을운명처럼만났고,그운명속에서네계절을살게된다.그는이집의이름을왜‘무작정’이라고지었을까?타고난여행자인그는만남과떠남에아무런미련을가지지않기때문이다.“계획없이무작정왔다가아무것도남기지않고홀연히떠나도서운하지않기를바라는마음으로세글자를힘있게눌러적었다”고그는말하고있다.

“나는점점더쓸모있는인간이되어가고있다”

밀양에서그는생을처음마주하는마음으로,모든것을다시시작하는태도로살아간다.“낯선곳에처음도착한여행자처럼.아무것도모르고,모르는것을오히려다행인것으로여기며공손한자세로살아볼작정”이라고되뇌며하루하루를이어간다.삶에대한지극한마음과공손한태도는오랜여행을경험한자만이가질수있는것이다.그렇게시작된시골살이.평생여행만다니고글만쓰던작가는서툰솜씨로집안이곳저곳을고친다.어떤날은페인트공이되어황토색벽을흰색수성페인트로마감하고,어떤날은타일공이되어욕실의타일을비뚤비뚤붙이기도한다.또어떤날은도배사가되어끙끙대며하루를보낸다.

하지만시골살이가그렇게만만한것은아니다.생나무가지로아궁이군불을지피다가한움큼눈물을쏟기도하고,벌에쏘여팔이퉁퉁붓기도한다.마당을점령이라도할듯맹렬한기세로자라나는잡초를뽑으며주저앉기도한다.이런생활속에서그는점점깨달아간다.이곳은“내몸을굴려야비로소한시간이가”는곳이고,“내마음을파고파야겨우하루를이”룰수있는곳이라는걸비로소알게된다.“삶은걱정거리로가득한데,그걱정을잊게만드는일또한삶속에있다”는사실을실감하며그는“점점쓸모있는인간”이되어간다.

내마음을여행하는일

작가에게밀양에서보낸시간은그의마음을여행했던시간이기도했다.여행자로살며국내외를떠돌던시간이이세상을탐색하는것이었다면,밀양에서지낸시간은그동안잊고있었던그의내면을깊이들여다보는시간이었다.그는산책을통해세상의모든생명이아무이유없이오지않고,세상의모든일은다저마다의소용이있다는것을알게된다.그러기에꽃을보기위해일부러나선그시간은결코낭비가아니다.꽃이핀아름다운수고에대한보답이기때문이다.문득찾아온누나가살뜰히집안을치우는걸보며“별일없는일상을나누는일.오늘반찬은뭐였는지,산책은어땠는지.매일묻는말을또묻고,궁금하지도않은것들을궁금한척물어주는사이.그런게가족”이라는사실을새삼깨닫기도한다.

작가가샘물처럼맑고투명한이깨달음을건져올릴수있었던이유는,작가가“당분간나만생각하며”하루하루를보냈기때문이다.그의삶은단순하다.아침에일어나“복잡한목표도없고거대한희망도품지않고”시간을보내다가저녁을맞이한다.그렇다고그가하루를빈둥대며아무렇게나보낸다는것은아니다.그는“다가오는모든것을빼곡한정성으로대하”며살아간다.순간순간에충실한삶을사는것이다.밀양에서그는다른그누구도아닌“자신의현재에정성을들”이며살아간다.

“나만생각하면서,내모든것을이곳에꺼내놓고자세히들여다보려고한다.자세히들여다보며상처난부분을어루만지기도하면서,지금까지보지못했던부분은더자세히보면서살아가려고한다.”그는자신의삶을의심하지않고,이곳에서의삶이인생의어느한구간을충실하게채워줄것이고믿는다.그렇기에이렇게말할수있는것이다.“우리의삶이어느방향으로향하더라도그건자신이선택한가장옮은방향이며,가장이로운쪽이다.”

유쾌한일상,다정한이웃

책곳곳에는오직시골에서만경험할수있는재미난일상의에피소드들이숨어있다.마트엘가려면마음을먹고한참동안가야하는시골.당연히음식을배달시켜먹을만한식당도없다.혼자사는작가를가장힘들게하는건고독이아니라피자와파스타,햄버거같은도시의먹을거리들이다.그의집에찾아온다는친구에게이런맛있는도시의음식이들려있을거라고기대하지만막상그의손에는두유가들려있다.작가에게두유를들고온다는건빈손으로온다는것과마찬가지.주위에지천으로널린게콩밭인데두유를사들고오다니!실망하는작가의모습이한편의시트콤처럼재미있게읽힌다.

자꾸흘러내리는앞머리를‘처리’하기위해찾은미용실.할머니들에게둘러싸여신상을다털리고엉겁결에‘뽀글이빠마’를하게되는작가.솔직히말해별로마음에들지는않지만내색할수는없는일.다행히동네어르신들이다들귀엽다고하신다.“저나이엔뭘해도다예뻐.”이말을칭찬으로받아들이며“애인도없는데뭐.이왕여기시골에서살기로했으니,내가이곳에익숙해지는수밖에없는일”이라고유쾌하게받아들이기로한다.

주위의이웃에게서는삶의비밀을배우기도한다.평범한옆집이웃형님은“시골은인적드문곳이니까,환경에눈을두고살아야지사람에게눈을두고살면오래살수가없다”라고말한다.작가가이모라고부르는누님같은아주머니는“세상의모든꽃들은예쁘지않은것이없는데,예쁘게볼줄알아야하는마음이있어야가능하다”고일러주신다.씨앗처럼단단하고뭉클한이말을들으며작가는세상과인생을긍정하는법을조금씩배워나간다.

인생은원래아름다운것

밀양에서보낸네번의계절동안작가는무엇을알게됐을까.무엇을배우고깨닫게됐을까.그건바로우리는조금더천천히걸을필요가있다는것.그래야우리를더잘볼수있고,그래야자신을잃지않을수있기때문이다.“삶의품위란어디에살든자신을잃지않는것.강물에흔들거리는달은잡을수없지만,바라보는것만으로도우리는좋아질수있다.당신은지금까지충분히수고했다.그러니우리이제아우성에서벗어나조금더천천히걷자.”

어느봄,벚꽃잎이비처럼떨어져내리는강가에작가는서있다.벚꽃잎이날려작가의입속으로들어오는순간그는깨닫는다.“꽃잎떨어져입안으로들어오는순간처럼나는매번내인생의가장결정적인순간을살고있다”는것을.“인생은원래아름다운것이다.이렇게여기지않으면살아갈방법이없다.벚꽃잎한장을희망으로삼아오늘도산다.삶은그래야삶이다.산다는것은희망아니면아무것도아니다.잘못도착한계절에서라도결국살아가야한다는것을알았다.이모든것을우리는삶이라고부른다.첫겨울이끝나가고있다.다시모든것이좋아질것이다.그럴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