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자가 바라보는 예수

불자가 바라보는 예수

$22.64
Description
한국은 불교와 유교가 1800년이라는 오랜 역사를 자랑하고 있으며, 길지 않은 역사의 기독교 교세도 서구 어느 나라보다 강한 나라라고 할 수 있다. 거리를 걷다 보면 구원이나 도를 말하는 사람들을 흔히 만날 수 있을 정도로 신앙에 대한 열정이 뜨거운 나라이다. 그런데 왜 한국 사회는 점점 삭막해 지고 있는가? 책은 이 질문에서 시작된다. 밖으로 눈을 돌려도 세상은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역병의 창궐로 불평등이 심화되면서 사람 간 거리가 더욱 멀어지고 인종 갈등은 악화되고 있는 양상이다. 짧게는 수백, 길게는 수천 년 인간의 정신을 지배하며 인류문명의 근간이 되어온 이데올로기나 종교는 큰 위안이 되지 않는 듯하다.

우선 이 책은 백의민족에서 인류 미래에 대한 희망의 실마리를 찾는다. 한민족의 정신에는 모든 종교가 말하는 ‘이웃사랑’과 ‘생명존중’이 깃들어 있다. 결혼이나 환갑 같은 잔치가 있으면 동네 어려운 이웃들을 먼저 초청해 배불리 대접하는 것이 우리네 풍습이었다. 아직도 농촌에서는 첫눈이 오도록 따지 않은 붉은 감들이 매달려 있는 풍경을 흔히 볼 수 있다. 먼 길 가는 겨울 철새를 위한 것이다. 굳이 사랑이나 자비와 같은 종교적 수사 없이도 한민족은 일상 속에서 수 천년 동안 이웃과 심지어 주변의 미물의 목숨도 귀하게 여기는 삶을 실천하며 살아왔다.

전직 국제금융 전문가에서 DMZ 평화운동가, 그리고 지금은 작가로서의 흔치 않은 삶을 살고 있는 저자는 노벨상 수상작가, 석학과 외교사절 등 다양한 만남을 통해 세상을 보는 시야를 넓혀 왔다. 지금 세계가 직면하고 있는 극심한 불평등과 환경문제를 종교를 중심으로 문명사적 관점에서 폭넓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멀리 돌아오며 찾아낸 인류 미래에 대한 해법은 백의민족에 깃든 인류정신의 원형이다. 수천 년 한민족의 정신에 깃들어져 있던 ‘자타불이의 정신’이야 말로 세계세정신의 원형임을 작가는 힘주어 말하고 있다.

동서양으로 나뉘어져 있고, 국경이 어지러운 지금과 달리 수천 년 전 인류는 경계 없이 서로 넘나들며 살았던 유라시아 동포였다. 강력한 국가 탄생한 이후 국경이 그어지고 성채가 세워지면서 보편적 인류애 정신은 편협한 민족주의나 국수주의로 변질된 것이다. 말하자면 예수, 싯다르타와 공자는 고대 제국의 시대 도래와 함께 ‘보편정신’의 회복을 위해 헌신한 지성인이었다. 인류는 그들의 정신을 발굴해야 한다.

웅장한 사원이나 스테인드글라스가 영롱한 성전에서 안온한 미소를 짓고 있는 우상들은 고난의 시대와 분투했던 역사적 인물들과 거리가 있다. (중략) 싯다르타, 예수와 공자는 굳이 신이나 천사, 또는 천국과 같은 수사로 치장하지 않더라도 그들의 삶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운 사람들이었다.
-본문 중에서

기독교 집안에서 성장했으나 불교로 개종한 작가는 편향되지 않은 시각으로 종교를 바라본다. 기독교 보다 오히려 불교에 더 비판적인 책의 내용이 이를 잘 말해주고 있다. 원시 불교의 독창적 철학이 교세 확장 과정에서 힌두 사상에 편입되면서 샤머니즘 종교로 변질된 불교의 전근대성을 날카롭게 지적하는 이 책은 종교의 본질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결국 세상에는 불변의 절대 진리는 있을 수 없으며 종교도 시대적 상황에 따라 변천되어 왔기에, 초기 원시교회와 불교의 전통이 유지되기는 불가능했다는 것이 책의 주요 주제이다.
저자

하훈

-약력:한국외대프랑스어/정치학전공
동국대불교대학원석사
국책은행해외파생상품시장개척/시카고선물시장선물거래
DMZ국제평화운동가
금융및종교칼럼니스트

-1988-2004:외환/선물딜러
80,90년대만해도선물거래는금기시될때였다.관치금융하에한국의은행들은베어링사파산과한지방은행의선물환손실사건을부각시키면서몸을사렸다.재직했던직장이매우보수적인국책은행임을감안하면지금생각해도혁명적일정도로무모한일이었음에도밀어붙였다.은행에서는눈엣가시같은존재였다.심신이많이피폐해졌다.몇년후한국은국가부도사태와맞닥뜨렸다.이책의많은부분이한국사회에서젊은시절의작가체험을바탕으로씌어진것이다.이즈음작가는방황했고전국사찰을떠돌았다.불교철학석사학위과정을밟으며불교에심취했다.불교명상치유콘텐츠를제작해보급에나서기도했다.

하지만종교로는풀수없는내면의갈증이있었다.IMF직후대량해고와가족해체로자살률이치솟고있었다.구제금융을받아들이면서곧경제가안정되며세상은멀쩡해보였다.하지만이기간은한국의승자독식시스템이고착화되던시기였다.IMF사태는어떻게보면표피적현상일뿐승자독식은한국사회의꽤오래된고질병이었다.입시경쟁,강제징집,극심한취업경쟁과뒤틀린위계질서등한국사회의특성을한마디로표현하자면약육강식이다.그리고그비극은상당부분분단체제에기인하고있다.

-〈DMZ평화순례〉프로젝트진행(2008-2020)
작가는국제금융전문가와불교포교사로서국내외를넘나들며구축했던인맥과체험을바탕으로DMZ평화운동에뛰어들었다.간절하게호소했다.해외노벨상수상자,외교사절과문화예술인등누구든만나는것을주저하지않았다.많은사람들이호응했고DMZ로모여들었다.‘예의와침묵이미덕’인곳에서‘행동’은평화로가는험난한여정중가장위험한구간이었다.한국에서는많은경우무시당했다.그대가는가혹했고전면적이었다.아이러니하게도평화운동이한국에서평화를얻는것이얼마나지난한일인지각인을시켜주었던것이다.

작가는한국사회의구조적문제는국내정치의해법만으로는풀수없다는자신의오래된생각은평화운동과정에서크게잘못되지않았음을저자는깨닫게되었다.식민지,분단그리고신자유화는세계지정학적요인과맞물려있다.평화운동만으로는한계를느낀작가는국내외에한반도문제를호소하고그해법을모색하기위해작가의길로나서기에이르렀다.우리말뿐아니라영문으로도동시에책을쓰는이유이다.이작업은어쩌면작가의마지막여정이될것으로보인다.

목차

평화를향한멀고도험한길

들어가는글

1.눈물은짜고그피는붉다
식민지청년들26/우주의그물31/미물의죽음도지구보다무겁다43
2.땅위를걷는것이기적이다
길위의기적56/절대고독,그폐허에서피어나는꽃65/인간69
공자를통해예수를만나다Ⅰ76/공자를통해예수를만나다Ⅱ85/산송장104
사후세계105/기적은있다108/성인은없다118/초능력120
3.밀레니엄바이러스를기억하라
특이점을지나다124/증거들127/기도가파국을재촉한다137
4.포스트모더니즘과영성
영성과지성140/위버맨시와붓다144/구조주의와연기론147/
Panopticon의기원150지옥의기원155/손바닥으로가린하늘174/
역사적예수177/Heterotopia179/태초엔진실따위없었다182/마지막물결184
5.밖으로부터의혁명
초모랑마,초고리,칸첸중카188/성전은죄인을양산한다189/야망과성경199
나를믿지마라202/인디아205
6.다시쓰는해방신학
예수의회개208/해방의열매219/우리모두독생자다221/
신보다의사를찾아라223/천국225
7.그들은어떻게신이되었나
감출게없다228/문제아230/아기예수232/대속234
8.나는그렇게말한적없다
성전을세우지않았다236/아는게없다238/삶의진실240/
그것은내가한말이아니다241/막달레나가나를부활시켰다243/부활의궤적246
9.코리아묵시록
성철,본회퍼,팃낙한248/종족자살251/오스카상과가짜진보252/
DMZ,신자유주의최전선255/아름다운섬의비극257/이래죽으나저래죽으나259한국인의원죄260/신(新)브라만261/한국선불교262/명상은망상264
무산된도시266/1919268
10.불교는서양종교
누구를위하여종은울리나272/자력신앙과타력신앙273/
불교적인,너무나불교적인274/융합종교277
11.예수
무오류성의오류280/그의언어281/기독교가세상을지배하는진짜이유282
신앙은불멸이다284/있는그대로285

나가는글-이책을쓰기까지

JesusAsISeeHimAsABuddhist(영문판)

출판사 서평

'왜지금불자가예수를말하는가?'
-〈오징어게임〉,〈기생충〉을넘어서는가장한국적인서사

'인류문명사의대사건이었던기독교혁명을촉발시켰던당사자들은종교인도
신학자도아닌목수,어부와세리등의직업을가진생활인이었다.'

무엇인가를단지언급하는데그치는것과,그것을조명함으로써진정한휴먼드라마로활용하는것에는차이가있다.『오징어게임』은상투적서사에갇혀불평등과자유에대해성찰하지않는다
-MikeHale.NewYorkTimes.Oct.11,2021

『기생충』과『오징어게임』등의세계적열풍에도불구하고비판적인기사도눈에띈다.한국영상물들이불평등한사회가야기하는유혈낭자한폭력은질리도록보여주지만,평등의문제에대해진지하게말하지않는다고비평하는뉴욕타임스의기사내용은필자가고민해왔던것이기도하다.우리한국인들은왜자신들의불행을진지하게바라보지않는가?왜침묵하는가?'
-들어가는글중에서

역병으로불평등이심화되어가는시대,작가는예수를말할수밖에없었다고한다.외환/선물딜러에서DMZ평화운동가로,그리고작가가되어야했던저자의첫화두는'예수는누구인가?'이다.

그들의땅에는꽃이지지않는다.
한눈팔지않는가지위로꽃들이일렬로피어나고
충직한뿌리는성수를들이마신다.
휘어진가지나일탈을열망하는꽃잎이며
허기진실뿌리들의내력은헤아릴겨를도없이
경계밖으로유배되었다.
꽃들의성소는제한구역이되었다.
살찐명상가들로발디딜틈이없는.
-책머리의시〈분재〉

이전세기의동서냉전시대가저물며세상은겉으론평온해보인다.하지만지금은신자유주의의말기적현상이지배하는,인류역사상가장광범위하지만암묵적인폭력이자행되고있다.종교는여전히구원을외치고있다.한국의종교가말하는구원은비유하자면,조금씩데워져서서히끓어오르는어항으로부터성긴그물로큰고기들만건져올리는것과같다.자신이처한상황을눈치채지못하거나,숙명으로받아들이고살아가는약자들이대다수이다.종교뿐아니다.좌우,학벌과지연이라는파벌에속하지못하는이들은변방으로변방으로밀려나고있다.1800년역사를자랑하는불교와유교가나라,그리고그역사는짧지만서구어느나라보다기독교교세가강한나라에서사실상세계최고의자살과최저의출생률이라는암울한지표는종교에대해많은것을생각하게만든다.

이책은국내외를넘나들며겪었던작가의경험을바탕으로극심한불평등과인간소외문제를문명사적인관점이라는새로운시각에서바라보고있다.기독교집안에서성장했지만,인생중반에불자로개종했던작가는놀라운통찰력으로한국사회,나아가서는병든인류문명을바라보고있다.통렬한비판은한민족,나아가서는지구촌미래의희망을말하기위함이다.

바둑판위에는가로세로각19개의선,도합38개의길이있다.길과길들이교차하며수많은길을만들어낸다.수천년동안인류는그길위로걸어왔지만,천재중의천재가알파고에연전연패한것은인간의길이라는것이얼마나제한되고허망한것이었는지여실히보여주고있는것이다.어쩌면그수많은길들중인간이걸어온길은채10%도되지않을지도모른다.
-들어가는글중에서

책은불자가되기전에는깨닫지못했던성경의행간에감추어진,독창적이고도심오한구절들속에서기독교정신을새롭게발굴함으로써2000년전에이미예수가제시한인류가지향해야할세상을말하고있다.우물가에서이방인여성을맞닥뜨린〈야곱의우물〉비유는그중하나다.성경곳곳에서편협한도그마에함몰되지않는예수를우리는만날수있다.

물은흐르는대로두면모두한곳에서만난다.만남과동시에차별은사라지고하나가된다.예수가떠주는물은특정한우물안에갇혀있는물이아니다.사마리아인의민족적,종교적자부심인야곱의우물을벗어나,종교,인종과지역이라는경계를넘어누구나마실수있는물이다.예수가여성과이방인이라는이중의구속에얽매여있는사회적약자에게베푸는환대는연민또는긍휼함을넘어,궁극적으로인간에게주입된금기라는망상의해체를지향하는것으로,그의박애주의사상은정치적의미의정의와균등을넘어서는근본적인해방정신을담고있다고할수있다.
-본문중에서

책에등장하는작가의다채로운시들은인간과자연이어우러져살아가는세상을향한염원을표현하고있다.어린시절의기억에서백의민족에깃든보편적인인류애와생명존중정신의원형을찾을수있다.

어린시절고향마을에는
집집마다감나무한그루씩은있었다.
가을이되면담을넘어온가지위에감이주렁주렁열렸고
우리형제들은이웃집감을맛있게따먹었다.
어머니는낮은담장너머로호박전이며김치를건네곤했다.
마을어귀의늙은감나무에는
첫눈이오도록붉은감들이매달려있었다.
먼길오가는날짐승을위해남겨둔몫이었다
-Prologue중에서

공중의새를보라.씨를뿌리지도거두지도,그리고곡식을창고에저장하지도않지만,하느님은그들을먹여살립니다.당신들은그것들보다귀하지않소?당신들이걱정한다고해서1시간이라도수명을연장할수있다고보시오.왜입는옷을가지고괜한걱정을하는것이오?수고도,길쌈도않는들판의꽃들을보시오.영광스러운솔로몬도저들보다훌륭할것이없다오.
-본문의인용성경구절(마태6:26-30)

흥미롭게도예수나싯다르타와같은성인들의세상과우주에대한통찰력이나예지력은성전안에서의기도나명상,그리고종교의식을통해서만갖추어지는것은아니라고작가는말한다.고대중국,그리스와인도등유라시아전역에서거의동시다발적현상이었던‘춘추전국’의,'만인의만인에대한투쟁'시대를헤쳐나가면서체득한것이지신의계시에의한것이아니다'라는작가의주장은아래의글로인해상당히설득력있게다가온다.

필자는3형제중막내였다.형제애가각별했다.끈끈한형제애를가능케한것은아버지에대한무조건적인믿음에서비롯되었다.아버지는나에겐신적인존재였는데,그이유는형이틈만나면아버지를신격화했기때문이다.대체로이런식이었다.“지금직장에계시지만,아버지는우리행동모든것을지켜보고계신다.그러니까절대거짓말을하거나나쁜짓을하지말아야한다”라거나“아버지는천재라서우리가무슨생각을하고있는지다꿰뚫고계신다.”등이었다.나는고민이많았고,유달리죄의식을많이느끼는편이었다.하얀색거짓말조차능수능란하지못했다.중년이되어서야‘순결한’삶이반드시옳지만은않다는것을알게되었다.맑은물에물고기가살지않듯이,순결은다른세상사람들을불편하게만든다.어릴때부터무의식속에강요된도덕적삶의자세로인해젊은시절너그러운삶을살지못한것이후회될때가많다.어둠과밝음,선과악이공존하는것이세상의모습이고우리의삶이다.어쩌면실수하고때론죄를짓는사람이진정으로인간을이해하고용서할수있는것이아닐까.실수를너무수치스럽게여기게만드는사회는좋은사회가아니라고믿는다.사회생활을하면서나는오히려종교가없는사람들로부터용서와도움을받은적이많다.내가곤경에처했을때신앙인들은도움을주기보다는훈계하곤했다.
-본문중에서

이책은심오한종교를다루고있지만상당수내용은매일전쟁아닌전쟁이펼쳐지는해외선물(先物)시장과승자독식이지배하는한국사회삶의체험을기반으로쓰여진것이다.

(성인들은)치열한삶속에서사회부조리에눈을뜨고신정체제의모순을직시한이들이었다.미증유의위기의시대,진짜예수를말할때가도래했다고믿는다.
-책머리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