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방색을마음에품은가난한대목장의막내아들
가난한대목장의늦둥이막내아들로태어난임석환은아버지의손재주를가장많이닮은자식이었다.아버지는늘막내아들을데리고다니며목공일과농사일을가르쳤다.그러다스무살이되던해,어머니가돌아가시게된다.기우는가세를살리고자,임석환은무일푼으로상경을강행한다.서울홍제동단칸방에서생활하며시작한목재소일은너무도고달팠다.결국버티지못하고낙향(落鄕)을고민하던차,어린날어머니를따라수덕사를오가며가슴속에만품었던그막연했던꿈이운명처럼찾아왔다.
1965년여름,임석환은자신의꿈에한발짝가까이다가선다.진관사대웅전단청불사현장에일원으로참여하게되며,정식‘화원’이된다.그리고그곳에서단청스승인혜각스님(국가무형문화재단청장,1905-1998,속명김성수)을만나본격적으로단청에입문한다.
심우도(尋牛圖)와같던그림수행과정
오방색으로그려낸임석환의삶을기록한이야기는스님들의수행과정을그린심우도(尋牛圖)와같았다.소의발자국을찾고,소를발견하고,성난소의고삐를잡아수행하는과정을열단계의그림으로표현한심우도의마지막은소를자유자재할수있는경지에이른다.해탈,즉성도한것이다.
초보화원임석환은선배들모르게그림공부를시작했다.초보화원이그림연습을하는것을탐탁지않게생각한분위기때문에,밤새이불을뒤집어쓰고촛불에의지해그림을그렸다.아침이면콧구멍이새까맣게변해있었지만,아무도몰라주는그노력은잠들지않는절처마의풍경만이조용히지켜봐주었다.스님의해탈에비할순없겠지만,임석환또한그림에서만큼은혹독한수행과정을지나왔다.옛화승들처럼수행의방편으로오직불사에만매진해온덕분에부처님의말씀을그림으로전하는사람이되었다.
“혜각스님은늘이야기하셨어요.
‘단청은신심이충만해야한다.그마음으로해야불사지.
그게아니면일을하고대가를받는노동에불과할뿐이다.’
이말씀은불사를하는저한테신념처럼새겨진것같아요.”
-임석환,본문중
무한의붓질과3,000장습화로완성된,화원임석환
혜각스님문하에서김천‘직지사’천불전단청에참여하던어느날,일손을돕기위해그곳을찾은혜암스님과만나게된다.매일밤그림공부를하는임석환을지켜보던스님은불화공부를제안한다.혜암스님을붓잡는법을알려주기전에기도하는법부터가르쳤다.출가하는스님들처럼머리를깎고승복을입은채,법당에앉아예불하며성난소의고삐를잡듯마음다스리는법을배워갔다.
“불화는붓손질,선하나에도정신과혼을담아야한다.
그렇지않으면부처님의자비를제대로표현할수없는것이다.”
-혜암스님말씀,본문중-
마음이다잡히자스님을그제야붓과습화용‘시왕초’를건넸다.습화란초(밑그림)를옆에놓고눈으로보고미농지에목탄과붓으로옮겨뜨는것이다.하루종일앉아습화만그리다보니양쪽엉덩이에서주먹만한종기가올라왔지만,애써모른척하며습화를이어갔다.그렇게1,000장정도습화를이어가던어느날,스님이주신시왕초와임석환이그린습화의모든선이하나가되었다.
“네그림이곧내그림이다.네가바로나인것이다.”
-혜암스님말씀,본문중-
드디어완성된제자의그림을본스님은대대로내려오는‘초강대왕초’를그의품에안겨주었다.대대로내려오는초를건네주는것은자신의법통을이으라는상징적인증표이다.그것에그치지않고,3,000장정도습화를이어가다드디어불화의출초(밑그림)작업을오롯이혼자서책임질수있게되었다.
다시쓰인불사의역사,부처님옻칠개금복원
가난을핑계로1년정도절간에발길을끊고돈이되는그림을그리기도했지만,향냄새가그리운그는다시돌고돌아절간으로돌아온다.서른후반,단청과불화라는꿈을꾸게만들어준수덕사에서불사할기회가주어진다.‘수덕사의여승’일엽스님의손때가묻은수덕사의환희대‘쌍룡문양’단청,명암기법을도입한불화그리고부처님옻칠개금은임석환이젊은시절열정과노력으로만들어낸불사라고자신있게꼽는작업중하나이다.특히나부처님옻칠개금은그간명맥이끊겼던옻칠개금의역사를다시잇게만든역사적인기록물이다.일본에서배워온기술과노스님들을찾아다니며얻은옛작업법그리고끊임없이이어진복원시도를통해결국그의손에서옻칠개금의역사는다시이어졌다.
불화로기록될삶
불화라는것이본디법당에걸리기위해그려지는그림이기에,어쩌면‘모시지않는내작품’,정확히이야기하자면‘소장품’이없는것은당연한이야기일것이다.그래서불화로개인전을한다는말자체가이상하게들릴수있다.아무리수개월,수년을품었던그림일지라도,법당에걸린순간부터그그림은출가(出家)시킨자식처럼내핏줄이흐르는남이기때문이다.
아마도그가전시회에걸고싶은‘내작품’이라는것은‘작품’으로서의그림이아닌지도모른다.그저그림을통해묵묵하게걸어온자신의길을찬찬히함께바라봐주었으면하는마음일것이다.
“유럽이나외국여행가면꼭들르는곳이성당이잖아요.거기에그려진유명화가들의벽화나조각상을보기위해전세계사람들이다몰려들어요.저는우리불화도다르지않다고생각해요.이렇게멋진작품들을주변의사찰만가도감상할수있잖아요.대중들이우리불화의아름다움과종교화이상의가치를함께바라봐줬으면좋겠어요.”
-임석환,본문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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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인간문화재’의생생한기록,무형유산총서시리즈!
무형유산총서는인간문화재의삶과예술세계를조명하여우리의무형유산을대중에게알리기위한시리즈로(사)대산신용호기념사업회(이사장남궁훈)의지원을받아제작됐다.지난해국가무형문화재고성오광대보유자이윤석선생을주인공으로한『춤추는농사꾼이윤석』에이은2번째총서시리즈다.이번주인공은국가무형문화재초대불화장보유자이자현존하는유일한불화장보유자인임석환선생.
“불화를그리며살아온시간이,대웅전에그려진‘심우도(尋牛圖)’와같았어요.제인생도돌아보면자연의이치를담은오방색으로칠해진하나의불화를완성하는과정이아닐까요?”
불화는불교신앙의내용을압축하여그림으로표현한것으로,불탑이나불상,불경등과함께불교신앙의대상이되는그림이다.종교화이지만그와동시에1,600여년의유구한역사를이어온우리민족고유의전통예술이기도하다.불화를그리는화원의존재는오직불화하단에새겨넣은화기(畵記)를통해서만흔적을남길뿐이다.불화의DNA라고할수있는화기는불사(佛事)를이끈수화승(首畵僧)의이름부터제작시기,장소,시주자,공양주,제작에참여한화원들까지세세하게기록한다.화기의맨끄트머리비중없는소임에서시작해화기의최전방수화승의자리에오르기까지,그수행의시간은한폭의불화를그리는과정에비유되곤한다.책을집필한방영선작가가깨달음을얻어가는과정을담은불교선종화〈심우도〉의구성에맞춰불화장인간문화재임석환선생의삶을써내려간이유도그때문이다.
그림뒤에서만살다가는것이불모(佛母)의덕목이라믿으며평생무한의붓질을해온국가무형문화재불화장보유자임석환은이제더이상그림뒤에있지않다.초대불화장이자현존하는유일한불화장보유자로전국의지도를빼곡히채우는사찰불화작업부터명맥이끊겼던옻칠개금기술복원등1,600여년의역사를이어나가는선봉에있다.
수행의시간부터불화제작과정까지,한권으로완성하는한폭의불화
임석환은불심이깊었던어머니를따라수덕사를오가며어려서부터불화의아름다움에매료돼불화에대한열망을가슴에품었다.운명처럼찾아온기회에진관사단청현장에들어가혜각스님(국가무형문화재단청장)을만난이후시작된단청입문기와쌍계사에서혜암스님을만나오로지불사(佛事)에만매진해온50여년의세월을한폭의불화를그려나가듯풀어냈다.
또한수행의목적으로화승(畵僧)들이이어오던전승의맥이시대의변화속에서속인(俗人)화원들로이양되던60~80년대의불사현장,예술과기술자그사이에서고뇌하던화원들의삶,우리나라에서명맥이끊겼던옻칠개금기술을복원하며불사의역사를다시쓴순간,단청과불화의종목분리로고유의궤도를걷게된불화종목과초대불화장의무게감까지.이렇듯오방색으로그려낸임석환의삶을기록한이야기는스님들의수행과정을그린심우도(尋牛圖)와같았다.
“불사할때마음가짐이중요한거예요.붓질한번,점선하나에도신심과혼을불어넣어야부처님의자비를제대로표현할수있지요.엄격한수행자의자세가아니고는범접할수없는경지인거예요.”
심우도와같던임석환의인생이야기를따라가다보면,임석환의〈석가모니후불도〉제작과정으로이어진다.임석환의제자인불화전승교육사이채원은불화의의미와도구,불화가완성되는과정을스무단계로나누어설명하였다.불화를그리기위한마음부터불화제작과정까지,책을덮을즈음이면마음속에한폭의불화를완성할수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