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으로 가는 마음

다음으로 가는 마음

$16.00
Description
영화 〈내가 죽던 날〉 감독 박지완의 첫 에세이
큰 기대도 큰 실망도 하지 않기 위해, 시간과 시간을 건너는 방법
.
“되든 안 되든 계속 열심히 살아야지, 결국 뭐가 되려고 버틴 것은 아니니까.”
2020년 영화 〈내가 죽던 날〉을 발표한 박지완 감독의 첫 번째 에세이. 그는 이 영화로 청룡영화상 신인감독상과 백상예술대상 영화부문 시나리오상을 수상했다. 작가는 “괜찮은 거짓말”을 쓰려고 애썼던 영화 시나리오와는 달리, 자기 자신을 구석구석 들여다보고, 근사하게 포장하고 싶은 마음은 내려놓고 써내려간 스물한 편의 담백한 글을 이 책에 담았다. 그리고 그렇게 글을 쓰는 과정 역시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 사람인지”를 알아가는 작가의 긴 여정 중의 일부분이 되었다. 사람들은 10년 넘게 준비해 첫 장편영화를 내놓았다고 했지만, 작가는 그 시간 동안 몸과 마음의 건강을 살피고, 책과 영화와 음악과 언어로 시선을 넓히고, 사랑과 관심의 폭도 넓혀갔다. 그런 시간들을 건넌 다음 만나게 된 결과 중 하나가 〈내가 죽던 날〉이었을 것이다. 물론 인생은 그 이후에도 계속되니, 내일을 위한 오늘이 아니라, ‘그냥’ 오늘을 열심히 살아간다고 작가는 말하고 있다.

저자

박지완

영화감독.단편영화<여고생이다>,장편영화<내가죽던날>을만들었다.

목차


1부불안을달래는법
불안을달래는법13
떠난마음은다시돌아오는가22
책과나32
40대가되었다40
설렁설렁새롭게52
추리소설을읽는마음60

2부시간을건너는시간
집과동네73
나의사랑은정확한가80
캐롤이라는히어로88
무언가지금,이루어지고있다는감각97
나를먹이는일104
내가믿는것111
산책의기쁨,걷는다는행운123

3부다음으로가는마음
욕망이라는이름의친구137
영화를아느냐144
여고생이다153
영화의주인은누구인가163
끝과시작172
바깥은위험한가180
다음으로가는마음188
에필로그200

출판사 서평

영화[내가죽던날]감독박지완의첫에세이
큰기대도큰실망도하지않기위해,시간과시간을건너는방법

“인생에끝이있다는것,
그러나그전까지는끊임없이무언가시작된다는것.”

이책은총3부로구성돼있다.1부불안을달래는법,2부시간을건너는시간,3부다음으로가는마음.기다리는것이일상인영화감독이라는직업을가진작가는긴시간동안불안과두려움,움츠러드는마음을달래려자신만의이런저런방식을시도해왔다.일기장에그날의일들을기록하고,진실을파헤쳐가는추리소설을읽고,수영을하고달리기를하며다양한식재료로요리를해보고,사랑하는반려견들과끊임없는산책을하며하루하루의시간들을살아갔던것이다.그리고이제,바깥으로조금씩나아가려는마음,다음으로가는마음을안고이책을세상에내놓았다.

비단영화감독만이아니라,우리는누구나기다림을안고자신의삶을살아간다.언제쯤나의빛나는순간이올까,언제쯤이면내꿈이실현될까?그답은아무도알수없지만,그기다림의시간을묵묵하고성실하게,그리고가능하면즐겁게보내는데에이책도작은도움이될수있을것이다.

왜냐하면글을쓸때나의불안은조금작아지므로─불안을달래는법
“되든안되든계속열심히살아야지,
결국뭐가되려고버틴것은아니니까.”

박지완작가는가장먼저자신의불안을고백한다.그불안을다스리기위해무엇보다글을많이썼지만,야구를보기도하고,세상모든좋은책을읽어버리겠다는욕심에빠지기도했다.40대가된작가는“더이상젊지않을지도”모른다는생각에몸을좀더돌보고,홀로감당해야할고통과,몸을움직이며느끼는희열을앞으로어떻게다루어야할지고민한다.새로외국어를배우면서오히려한국어의다른면을알게되며,어떤“언어의초급교재를한권떼보는일은그언어를쓰는어떤장소,어떤시간으로나를데려가줄지도모른다”는기대를품는다.또한작가는냉혹한추리소설속세상에빠져들면서,아무리추악하다해도진실을마주하고자하는사람들에대해서,그리고“어떻게사람들은이렇게끔찍한일이일어났음에도계속살아가는가”에대해서생각해본다.작가가자신의몸과마음살피고,불안을인정하고그불안에대해글을쓰기까지의이야기가1부에담겨있다.

오늘도여전히나는,내일의나를잘먹이고있다─시간을건너는시간
“무언가를믿고싶은마음은
세상을이해하고싶은마음이라고생각한다.”

2부에는작가가자신의몸과마음을좀더잘돌보고,주변에대한사랑과관심을넓혀가는이야기들이담겨있다.서른이넘어독립하여혼자살게되면서,새로운동네에서재철식재료를파는시장을발견하고그곳에서정이많고씩씩한할머니들을만나기도한다.처음으로키우게된검정강아지토토와보호소에서데려온역시검정강아지인캐롤,이두존재는작가의삶에깊이들어와그의세계를방너머로넓혀준다.단한순간을위해존재하는클래식공연은작가에게취미이자마음의의지가되어주었다.머리가복잡할때는손을써서요리를했고,재료에따라정직한맛을돌려주는그과정은안정감을안겨주었을뿐아니라,한끼를잘먹고나면허기진마음까지달래지는듯했다고고백한다.불교,기독교,이슬람교,그리고유교식제사까지경험한작가는어떤신도믿지않지만,각종교가강조하는사랑은그것을믿는사람들을통해서느끼게된다.

결국나는,나의것을만들고싶었다─다음으로가는마음
“무엇이‘되길’바라는마음도좋지만
어쩌면그것이가장나를절망하게만드는마음이었다.”

작가는대학에서방송영상학을전공하고영화사에서일하다가,자신의영화를만들고싶어서한국영화아카데미에입학하게된다.3부에서는이과정과이후영화를만들고,또계속해서만들어갈사람으로서의고민을담고있다.막연한재능과욕망을고민했던20대의자신,영화학교에지원하고영화를만들겠다고마음먹는어느출근길을돌아보고,영화학교를졸업하며제작한단편영화[여고생이다]에관한이야기를풀어낸다.다들“무슨말을하려는지모르겠다”고했지만,결국은그때자신이해야했던,하고싶었던이야기를영화로만들었던것과,여성감독으로서의고민역시솔직하게들려준다.2022년강수연배우의추모영상을만들면서‘영화의주인은누구인가’라는화두를다시떠올리고,영화시나리오와는또다른에세이를쓰면서는돌아가신할아버지가남긴이야기를되새겼다.작가는코로나시기에영화를개봉한후엄습했던불안,특히자신의세계를위험한바깥과차단한후겪었던초조한안정감에대해고백한다.“안전하다는착각”속에서벗어나울타리밖으로나가고,그렇게하루하루를열심히채워가다보면그시간들이쌓여“다음으로가는마음”을만들어낸다고말한다.

“이글이부디알맞은때에알맞은사람들에게가닿기를”

마지막에필로그에서작가는자신의영화[내가죽던날]이사실은어쩌면영화에대한오랜짝사랑을고백한것은아닐까하는생각이들었다고말한다.아무관계도없는사람들이서로에게영향을주고누군가를절망에서구해내기도한다.어쩌면영화라는존재자체가,그리고책이라는존재역시서로관계없는사람들에게닿기위해애쓰는행위일지도모른다.작가의말처럼,『다음으로가는마음』이시간과시간을건너,부디알맞은때에알맞은사람들에게가닿아읽히기를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