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저녁이 되고 싶다 (최정아 수필집)

누군가의 저녁이 되고 싶다 (최정아 수필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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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최정아 작가의 수필 세계는 매우 촉촉한 감성적 촉각으로 그려진 수채화 같다. 이제는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고향에 대한 절실한 그리움이 외딴섬의 바다 그림이 될 때는 특히 그렇다. 해당화가 피고 해풍이 불어오는 서해 앞바다 대부도 고향이 먼 과거의 그리운 영상이 되면 그럴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그런 서정성은 감상주의에 머물지 않고 인간 존재의 근원적 실상을 묻고 있기에 인생철학적인 무게를 지니게 된다.
사람이 살아가는 시간의 길은 누구에게나 외길이고 일방통행이다.
오늘 아침 출근길은 저녁이면 퇴근길이 되고, 혼자만 건너갈 수 있던 외나무다리나 징검다리도 다시 되돌아오는 왕복선이 되지만 시간이 말해주는 인생길은 궁극적으로는 한 걸음도 되돌아갈 수 없는 일방통행이다. 가마를 타든 비행기를 타든 타박타박 걸어가든 누구나 일사불란하게 무덤으로만 향한다,
저자

최정아

ㆍ경기수원생
ㆍ장안대학교문예창작과졸업
ㆍ중앙대학교예술대학원문예창작전문가과정수료
ㆍ2009년〈매일신문〉신춘문예시‘구름모자를빼앗아쓰다’당선
ㆍ2014년〈천강문학상〉대상수상

ㆍ2018년현대수필신인상
ㆍ한국시인협회희원
ㆍ한국수필학회회원
ㆍ현대수필운영이사

ㆍ시집:「바람은색깔을운반한다」,「혼잣말씨」

목차

작가의말·지난겨울은마음이유난히더추웠다4
서문·잃어버린시간의미학_金宇鐘(창작산맥발행인)6

1부∥시간은어디로
길에서진통21
가을색깔에울다25
과일의품격29
내삶의OST33
봄날은간다37
부탁이라는소소한얼굴들41
시간은어디로45
죽음을통과하지않는삶은없다49
무엇을먹을까53
메아리를찾습니다58
멈춰버린지상의시간62
누군가의저녁이되고싶다67
나무늘보처럼72

2부∥길을묻고싶은날
만금이78
바람에흔들리는나뭇잎처럼83
삭정이의시간87
선생님,아카시아꽃91
섬을떠나고내가섬이되었다95
클릭하는생선국수99
풍경을잃었다104
할머니,아가씨109
길을묻고싶은날114
어쩌란말이냐118

3부∥솔직해지면보이고들리는것들
꽃잎은지는때를거스르지않는다126
해당화,붉은향기에취하다130
망둥이도시락134
바퀴가많은자동차140
생명145
솔직해지면보이고들리는것들150
아버지의방에핀수국155
어머니향기158
삐딱이,그맛163
해바라기정거장168
가을역171
어머니그림자175
흰눈검은눈179
한밤의전화소리는183

4부∥봄은그늘도향기롭다
로토루아에서189
봄은그늘도향기롭다194
손을잡은허공의바람198
숨을쉬고싶다203
압록강철교에서208
야생의어둠212
바이러스와힘겨루기218
하루가함부로사라지지않게222
등대

5부∥사람과사람사이에부는바람
꽃을기다리며234
눈물의맛239
도돌이표245
마음의소리250
사람과사람사이에부는바람254
순간을잡다259
아버지의친구262
은근한끈기267
있음과없음의차이272
특별한울림이있는연탄277

출판사 서평

잃어버린시간의미학
-金宇鐘(창작산맥발행인)

최정아작가의수필세계는매우촉촉한감성적촉각으로그려진수채화같다.이제는다시돌아갈수없는고향에대한절실한그리움이외딴섬의바다그림이될때는특히그렇다.해당화가피고해풍이불어오는서해앞바다대부도고향이먼과거의그리운영상이되면그럴수밖에없다.그렇지만그런서정성은감상주의에머물지않고인간존재의근원적실상을묻고있기에인생철학적인무게를지니게된다.
사람이살아가는시간의길은누구에게나외길이고일방통행이다.
오늘아침출근길은저녁이면퇴근길이되고,혼자만건너갈수있던외나무다리나징검다리도다시되돌아오는왕복선이되지만시간이말해주는인생길은궁극적으로는한걸음도되돌아갈수없는일방통행이다.가마를타든비행기를타든타박타박걸어가든누구나일사불란하게무덤으로만향한다,

시간의미학이만들어내는우수작

사람은태어나는순간부터이길을달린다.그리고다시돌아갈수없는길이기에그것은끊임없이그길위에영원한이별을고하는비극의행진이다.일상적으로는잊고살지만,어느날문득자식들마저시집장가가고철새들처럼다떠나버리면서혼자있는백발노인을거울에서보게된다.인생드라마의모든주제는궁극적으로비극이다.
최정아의〈만금이〉는우리가일상적으로는잊고사는이런진실을정면에서직시하게하는거울이다.우리는어디서와서어디로가는것인가근원적질문에대해서답을찾고오늘하루하루가얼마나소중한것인지깨닫도록긍정적사색의길로유도한다.
이는우리가매일매일잃어가는시간을소재로한작업이기에시간의미학이라할수있다.
서해안외딴섬인대부도에서도오지인방아다리의어린시절을회고하는수필〈만금이〉나일생을음악으로회고하는〈내삶의OST〉는시간의미학이만들어내는우수작이다.과거와현재로인생을시간의종축(縱軸)에놓고분석하는공시태의플롯전개가그렇다.이것은공시태(共時態)와달리기본적으로서정성을유발하는기법이된다.과거의시간은영원히상실한시간이며인간은누구나원천적으로과거를그리워하는향수병자이기때문이다.여우도죽을때는북쪽에머리를둔다는것도그런향수병때문이다.

우리는배고프고서럽던시절마저흘러간과거이고영원히잃어버린시간이기에그리워진다.그리고서정성이야말로관념적논리와달리가슴을울리는예술적기법의필수조건이기에문학성을높인다.
최정아작가의과거는여느과거와다르다.다같은50년대나60년대,70년대의과거라도지금,이시간과의거리는저마다다르다.최정아작가가왕복4시간으로학교에다녀오고바닷가에서조개잡던시절은도시에서버스타고등하교하던사람과는다르다.〈만금이〉의대부도외딴섬은학교다니는것말고는거의태초의시간이다.몇백년몇천년전과별로다르지않을것이다.“살어리살어리랏다/나마자기구조개랑먹고/바??래살어리랏다”라고노래하던고려시대여인과문화적배경이같다.청산별곡의서정시인이옛날에그랬듯이최정아도시장에서조개를사먹지않고갯벌에서모시조개,비두리고둥,단추고둥,바지락,맛살,소라를스스로찾아먹으며망둥이처럼개펄을뒤집어쓴다.태초부터우리는그랬었다.그것은원초적배경이기에인간의내면에깊숙이잠재해있는노스탤지어의엘레지가된다.

물이창작무대의전경또는배경이되어서
독자의향수병을덧나게한다

문학에서는작품을만들어내는어휘하나하나가그역할을한다.문명으로가공되지않은원초적사물의언어일수록향수의정을짙게만든다.〈비내리는호남선〉〈비내리는영동교〉정호승의〈염천교다리아래비는내리고〉〈눈사람〉〈눈물〉〈맹인가수부부〉〈첫눈〉그리고특히많은사랑을받는〈수선화〉도물이시창작무대의전경또는배경이되어서독자의향수병을덧나게하고있다.물은바로인간생명의원천이며우리는거기서태어나고거기가우리의고향이기때문에감동의진폭을달리해준다.

〈만금이〉의바다는그런의미의물이출렁이는바다이기에향수의농도가더짙은배경이되고그마을은문명으로바뀌지않은원형이기때문에더욱그렇다.이런시간의거리는현시점과의대비를통해서더극명하게형상화되고있다.떠나온옛고향을찾아가보는전후구성이그런작용을한다.도시인들이찾아와바글거리는먹거리관광지로변한풍경이그렇게되고그리운친구만금이도그곳을떠나버렸다기에애수의정으로눈물나게한다.
고갱도남태평양외로운섬에서마지막으로남긴대작〈우리는어디서왔는가우리는어디로가는가,우리는무엇인가〉에그런주제를담았다.김환기의〈어디서무엇이되어다시만나리〉도그렇다.이것은인간존재의근원적실상을묻고대답을모색하게한다.그대답은일상적시간의흐름속에서우리가영원히잃어가는모든것이얼마나소중한것인지를절실하게감동적으로인식시키는것이며이는미술이나음악이나철학적명상만으로는가능하지않다.최상의수단은언어예술이며수필로써최정아작가가이문제를형상화해나가는우수작을남기고있다.

이수필문학의소재는최정아작가에게는운명적으로주어진것이다.작자의뜻과상관없이서해안앞바다의외딴섬에서태어나고그것이소재가되었다.그런데〈내삶의OST〉는이렇게주어진소재에자기만의창의적기법을적용해서작품을완성해냈기에성공작이라는표현이따른다.
새로운기법은그특수성만큼위험도가높아서실험단계에머무는경우가많기때문에〈내삶의OST〉는성공작으로서의문학사적평가가필요하다.

성장통을앓을시간도없이꽃샘추위가밀려왔다.두근대며피어나던꽃이냉해를입어늦봄이되어서야다시꽃을피웠다.

성장통이나꽃샘추위는작가의과거의시간대를말한다.그시간대를작가는유년기부터몇개의음악배경으로서술해나간다.유년기를슈베르트의가곡〈겨울나그네〉로,그리고모차르트의〈봄의동경〉,베토벤의〈운명교향곡〉,헨델의〈울게하소서〉,멘델스존의〈한여름밤의꿈〉등이모두인생의어느특정시간대를음악의이미지로형상화한것이다.
이것은모두그시간대를말하는배경음악이다.드라마나영화나작곡가는전개되는사건을음악으로얼마쯤대신해주는역할을한다.이것은배경이지전경이아니다.배우가등장하기전의빈공간과같다.은유법에서말하는바원관념을대신하는보조관념이다.이보조관념만으로원관념을표현한것이고배경만으로전경을표현해나간것이이수필이다.이것은시에서도일반적으로쓰이지만,그것이나무나돌이나바다나하늘같은시각적이미지가아니고청각이전하는감성적이미지여서이런예는최정아만의것이다.

어차피모두버리고떠나는유산이지만
사라지는것은아니다

이처럼전경을빼고배경만으로연출되는연극이라면참으로황당한발상이다.그것은아무사물도구체화할수없기때문이다.그렇지만전경이조금쯤만도와주면일생의시간적발자국을감동적으로전할수있다.
누구나‘겨울나그네’같은시간대가있었고‘한여름밤의꿈’을꾸던시절이있었고‘환희의송가’를부르며신나는계절도있을것이다.그러므로전경이없는배경음악에의한인생론도가능하다.
나는음악시간에선생님이축음기로교향곡같은것을틀어주며해설하던기억이잊혀지지않는다.모두눈을감게하더니지금봄바람이불며보리밭이물결치고있다고설명하는데실제로그런영상이떠오르기시작했다.음악이누군가의감성을전하는서정시가되고그의삶을속삭여주는서사시가되고있었다.우리인생이그런서정시이고서사시다.그러므로굳이순이와개똥이와의만남을말하고사랑과이별을서술하지않아도사상과감정을전하는문학이된다.작가는이런기법으로유년기를추억하고그이후의삶의궤적을추적하며향수를불러낸다.최정아작가는〈내삶의Ost〉에서이처럼참신한창의적기법을구사하고이와함께그주제가전하는소중한메시지로독보적수필문학의영역을펼쳐주고있다.앞으로더많이이처럼감동의물결이출렁이는수필세계를기대하게된다.어차피모두버리고떠나는유산이지만사라지는것은아니다.후손들에게영원히살아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