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각사각

사각사각

$11.00
Description
합천이라는 작은 마을에서 쓰는 삶을 이어온 이지원 작가에게 글쓰기는 아무도 보지 않는 퍼포먼스에 가깝다. 사사롭고 티 나지 않는 살림을 일구는 동안 작가는 애써 매만진 곳이라면 어디든 마음이 포개어진다는 걸 알아차린다.

저자는 ‘좋은 딸’, ‘현명한 아내’, ‘헌신적인 엄마’라는 역할에 가려져 있던 ‘나’를 되찾기 위해 매일 읽고 쓴다. 시댁인 지리산 자락 방앗간의 묵직한 노동 현장부터, 아이들과 함께하는 소란스러운 글방, 그리고 홀로 남은 부엌의 식탁 위까지. 그녀의 글쓰기는 지역과 가정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자신만의 방을 짓는 치열하고도 고요한 몸짓이다.

애벌레가 잎의 밝고 매끄러운 앞면이 아닌 어둡고 거친 뒷면에 사는 것처럼 느리지만 애쓰며 하루를 사는 이들에게 「사각사각」은 제 힘으로 날개를 펼쳐 새 삶을 향해 나아가는 여정을 기록한 책으로 읽힐 것이다. 사각사각, 애벌레가 잎을 갉아먹는 소리이면서 연필이 종이를 스치는 소리. 소박하지만 단단하게 자신의 세계를 넓혀가는 한 여성이 오랫동안 품어온 내밀한 기록을 「사각사각」에 고스란히 담았다.
저자

이지원

2017부터합천에서글방〈사각〉을꾸려왔고「살림문학」(곳간,2024)을함께썼다.
달리지않고도숨이차도록걷는것을좋아한다.들숨보다날숨을아끼며천천히내쉰다.매끄럽고반짝이는것보다닳고거친것을오래만지고싶다.작은목소리로말하는이들의이야기를들을때마음이일렁인다.

목차

들이쉬고:몸을쭈-욱펼쳐

우리가등을쓰다듬는이유
반짝이지않는크리스마스
다행이야,곤충보다천천히할머니가되어서
사각사각
중1수학성적이의미하는것
명랑하고게으르게집안일하기
빵빵해지고싶은건마음이었는데
경건한방앗간
늪,물결,초록
엄마의두집살림
신과혀

내쉬며:나뭇잎아래

출판사 서평

사각사각
하루를갉아먹으며,뭉툭해진마음을깎으며
읽는이없이도쓰는사람이여기있다. 

우리는쉴새없이변하는역할극속에서살아간다.직장에서는능숙한실무자로,집에서는아이들의보호자로,그리고부모님앞에서는여전히걱정스러운자식으로.24시간이모자라게종종거리며살아가지만,문득거울을보면낯선타인이서있는것같은기분을느낄때가있다.여기,경남합천의시골마을에서그낯선기분을외면하지않고매일연필을깎는여자가있다.「사각사각」을쓴이지원은자신을‘부엉이엄마’라부른다.모두가잠든새벽,가족이라는울타리안에서희미해지는자신을붙잡기위해책을읽고글을쓴다.

합천이라는작은마을에사는이지원작가가쓴「사각사각」엔여러목소리가흐른다.아이셋을돌보는동안주고받은이야기속엔여리고작은아이목소리와허술하고나른하지만아이들이제힘으로행복을일굴수있도록북돋는‘돌보는목소리’가있다.합천에서글방을꾸리며천천히독립적인삶을향해나아가려는‘느린목소리’곁엔사회적약속과강요된역할로인해오랫동안접어두었던기억과시간을펼쳐보려‘애쓰는목소리’가있다.「사각사각」은매일같이무언가를읽고또무언가를쓰며누구도귀기울이지않는자신의목소리를제힘으로찾아나선발걸음이며,구겨지고덮어두었던몸과마음을한껏펼쳐세상으로나아가려는애씀의기록이다.

납작한일상에‘나’라는공간을일으켜세우는글쓰기
저자는말한다.“사회적약속과신념은입체적존재인우리가공간을누리지못하도록만든다.한쪽면으로만규정짓고절대뒷면은보이지않도록.”이책은세상이요구하는‘앞면’의삶뒤편에숨겨진,거칠고투박하지만진실한‘뒷면’의이야기를담고있다.18점짜리수학성적표를받아온딸에게“미래를상상하는능력은점수와상관없다”고명랑하게말해주고,반질반질한모델하우스같은부엌대신책과과자봉지가뒹구는식탁에서‘게으른청소’의미학을찾는다.그녀에게글쓰기는납작하게눌린일상에면을세워입체적인‘나’의공간을만드는건축술과도같다.

사각사각,꿈이자라는소리
저자가운영하는시골글방‘사각’은‘생각할사(思)’와‘깨달을각(覺)’을쓴다.이책을읽어가다보면‘사각사각’이잎뒤쪽에사는애벌레가잎을갉아먹는소리라는걸상상할수있다.동시에무언가를쓰기위해연필을깎는소리이면서어딘가를향해천천히다가가거나조심스레나아가는소리다.또한‘사각사각’은머뭇거리는몸짓이자닿지못한자리에닿으려는발돋음을가리키기도한다.세상곳곳에서꼼지락거리는소리이자귀를기울여야만들을수있는‘사각사각’은무엇보다네모난(사각)종이에무언가를쓰는소리이기도하다.이책은거창한성공담이나아이교육과돌봄에관한지침서가아니다.그저흔들리고,망설이고,때로는도망치고싶어하는평범한우리들의속마음을대변하는‘사각거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