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떠나 나를 만나다

나를 떠나 나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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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시집 「나를 떠나 나를 만나다」 그동안 김현이 혼신을 기울여 쓴 고독한 영혼의 일기이며, 지난했던 자신의 젊은 날에 바치는 위로문이자 호젓한 산책길의 팡세이다. 그 핵심은 사랑이다. 그가 부단한 자아와의 대화를 독백체로 기술해 온 사랑은 절절하면서도 진솔한 실존적 화두이기에 순결한 진정성을 담고 있다.

구절마다의 함의를 되새겨보면 이성(異姓)을 향한 사적 연정을 넘어서서, 궁극적 진리와 자아완성의 고지를 향해 초심을 잃지 않고 매진한 고차적 정신의 결정(結晶)임을 알 수 있다. 그의 시 한 구절, 시어 하나에도 마음 수련과 자기 치유의 경험칙과 담론이 주조를 이루고 있다.
-해설 「고독한 성찰의 샘에서 길어 올린 청혼한 영혼의 모어」 중에서, 김규성 시인, 125~126p-
저자

김현

전남고흥의바닷가작은마을에서나고자랐다.

산과바다와강과냇가그리고넓은들에서
자연과더불어살았다.

학창시절윤동주의서시를접한후로
시인처럼살고싶었다

여기실린시들은스므살에서서른두살무렵까지쓴작품이다.

목차

1부산책길에서시를만나다

외로움이숨가쁠때면15
스물네살엔16
안개꽃17
선인장18
한송이꽃19
운주사20
금탑사풍경21
겨울계룡산22
바람꽃23
비가悲歌24
내탓25
동학사의가을26
시쓰는날28
산길29
무위사30
질경이처럼31

2부깊고따스하고나지막한

목련35
말없음표36
가을의시37
너38
꽃진자리39
꽃무릇40
스물하나엔41
속빈강정이되어42
창고지기43
광화문에서44
일기를태우며45
젊은시인에게46
나목으로서는겨울47
날개없이날다48
하늘50
사람들이사는강가에서51
우담바라52

3부사랑은나를시인으로만들고

옷깃을여미며57
사랑의레시피58
민들레59
해바라기60
바보사랑162
바보사랑263
바보사랑364
바보사랑465
겨울비66
장마67
가을나무처럼68
고독69
꿈70
스물일곱의노래71
숨바꼭질72
가버린이에게73
동행74
안부75

4부내기억과삶의자리

일터에서79
감꽃80
산도라지꽃82
보리밟기84
들85
묵혀진땅86
농투산이88
장날90
멸치젓92
냄비를닦으며93
이사전날밤94
산다는것96
청소부97
더하기사랑98
강100

해설:고독한성찰의샘에서길어올린청혼한영혼의모어김규성시인103

출판사 서평

침묵없는세상에던지는한권의명상시집!

도서출판〈글을낳는집〉에서김현시인의『나를떠나나를만나다』가출간되었다.이시집은산과바다와강과냇가그리고넓은들에서어린시절을보낸시인이자연을떠난후명상의세계에이르기까지‘나를찾는여정’을담았다.시인은‘나를찾아가는여정’,그길위에서만난자연사물을통해발견한시어들을채집해시로빚어냈다.
우리는저마다나는누구인가?라는질문앞에마주한다.그흔한질문은생이다할때까지놓기어렵기에많은이들이명상의세계를갈구한다.명상은돌아봄,비움,채움의과정을거친다.시집은이과정을겪는시인의내면을날것그대로표현해독자들에게생생하게전달하고있다.

모난내마음정을때려작은연꽃하나피워볼까

저리도많은석탑과불상이
때로는산모롱이에
때로는바위위에
제각각모양으로
서있고
앉아있고
누워있네

모난돌이정에맞아
불탑도되고석탑도되는것

내마음에정을때려
작은연꽃하나피워볼까
-「운주사」,20p-

시인은운주사절에서불탑,석탑등을만난다.저돌들도모양이제각각이었을텐데정으로다듬어불탑이되고,석탑이되었다는것을발견한다.그렇다면모난내마음도정을때려다듬으면연꽃을피울수있을까?비록모난마음이지만내스스로깨고다듬고하다보면평화로움을얻을수있다는것을깨닫는다.모난돌을갈고다듬어불상을이루는과정을생각하며긴세월자기자신을비워낸시인의여정이고스란히담겨있다.

모두하나지만도무지알수없습니다

내죽은자리에서
바람꽃이피었습니다

가고자한곳
거침없이갈수있는
바람꽃이피었습니다

때가되면피었다가
때가되면지고마는바람꽃

보이는것도
보이지않는것도
모두하나지만
죽지않고선도무지알수없습니다
-「바람꽃」,23p-

우리가살고있는이세상은어디와연결되어있을까?시인은‘보이는것도/보이지않는것도/모두하나지만/죽지않고선도무지알수없습니다’라고말한다.시인은보이는세계와보이지않는세계의분리적사고를벗어나이세계의본질이‘하나’에서비롯되고수렴되고있음을어렴풋이알고있지만,보이는세계와보이지않는세계의실체를아는것,즉궁극적깨달음엔이르지못했음을고백한다.‘죽지않고선도무지알수없습니다’라는인식에이른다.깨달음에관한목마름은‘이세계’의자아를‘저세계’로옮기는시적모험을감행하게하고‘내죽은자리에서/바람꽃이피었습니다’라는시적진술로끝맺는다.

오랜날같이한정이있기에,쉽게버리지못하는삶

냄비를닦는다

거품속에씻기는시간의흔적들

콸콸수돗물에말갛게헹궈내도
가시지않는우중충한빛깔

이제는버릴때도되었건만
선뜻손가지않는마음

오랜날을같이한정이
선반위에가만히놓인다

-「냄비를닦으며」,93p-

낡고오래된냄비나프라이팬을버리지못하고찬장한켠에두고있다.쉽게버리지못하는것은그냄비와함께한시간과추억들이있기때문.왠지내추억들도버려질까봐망설인다.‘이제버릴때도되었건만/선뜻손가지않는마음’그것은오랜세월함께한시간과추억이쌓였기때문.살아가는데나를지탱하게해주는것들은사소한사물들과의정,이러한마음들이있기에힘들고퍽퍽한세상을견디고있을것이다.시인은냄비를닦으며자신이지나온삶또한바라보고있다.
시인은자연과사물들을통해비워내고,돌아보고,채워나가고있다.자신만의시선으로천천히바라본것들에대해한걸음씩다가가나를덜어내고,나를돌아보고,채워냄으로써진정한나를찾아가고있다.


나를찾아떠나는길에나를비우고세상을바라보다

김현시인은서두르지않고천천히자연과사물을바라본다.나를비우고,있는그대로사물을바라보면서그안에서절실한마음으로언어들을발견해낸다.그언어들은청량하고순수한빛을띄어독자에게그대로전달되어남다른감동과울림을주고있다.
「나를떠나나를만나다」는침묵을잃은세계에보내는‘침묵의언어’이고시인이젊은날‘참나’를찾아헤맨여정을자기만의경험과시선으로새겨내려간시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