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일지도 몰라 : 배우 최희서의 진화하는 마음

기적일지도 몰라 : 배우 최희서의 진화하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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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영화 〈동주〉, 〈박열〉 배우 최희서 첫 산문집

“삶과 떼놓을 수 없는 직업을 가진 나는,
직업과 떼놓을 수 없는 나의 삶도 소중히 다루어야 한다.”

배우 최희서의 영화 속 이야기와 영화만큼 소중한 삶의 이야기
윤동주의 시를 사랑한 여대생 쿠미로(〈동주〉, 2015), 조선인 아나키스트에게 자신의 인생을 걸었던 일본 여성 가네코 후미코로(〈박열〉, 2017) 강인한 인상을 남긴 배우 최희서의 첫 산문집 《기적일지도 몰라》(안온북스, 2022)가 출간되었다. 2009년 영화 〈킹콩을 들다〉로 데뷔한 이후 다양한 역할에 도전하며 연기에 대한 열정을 불태우던 최희서는 직접 연극을 제작하기도 했는데(〈사랑이 불탄다〉, 2014), 당시 대사 연습에 몰입해 있던 중 〈동주〉의 제작자인 신연식 감독의 눈에 띄면서 캐스팅으로 연결된다. 이어서 출연하게 된 〈박열〉은 일본인의 조선인 학살을 다룬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일본에서 상영되어, 영화가 역사와 인간을 이어주는 체험을 하게 한다. 이 책에는 이렇게 삶에서 일어나는 작은 우연들이 기적과 같은 환희가 되는 순간순간의 기록이 모여 있다.
최희서는 항상 불안을 안고 헤쳐나가야 하는 배우라는 직업을 자신이 왜 하고 있으며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잊지 않으려고 한다. “나는 왜 이 일을 하는가”라는 질문을 거듭하며, 자신이 이야기가 되는 일, ‘연기’를 해내고 있다. 이 책은 최희서가 배우로서 자신이 맡은 역할을 치열하게 분석해낸 작업노트이자 제작기일 뿐 아니라, 직접 연극 공연을 올리거나, 시나리오를 쓰고 단편영화를 연출하는 등의 다양한 영화적 경험과 더불어, 30대 여성 배우로서 싸워야 했던 외부의 시선들, 그리고 서로의 꿈이 되어주려 한 애틋한 사랑 이야기와 가족으로서 더 큰 사랑을 주려고 노력했던 반려견과의 눈물 나는 이야기 등 그녀의 영화만큼 소중한 삶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배우 최희서가 당신을 자신의 이야기의 첫 관객으로 초대하고 있다.

북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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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최희서

배우.2009년영화[킹콩을들다]로데뷔했다.주요출연작으로영화[동주],[박열],[아워바디],드라마[지금,헤어지는중입니다]등이있다.2017년[어떻게헤어질까]로37회황금촬영상시상식심사위원특별상,2018년[박열]로54회백상예술대상영화부문여자신인연기상을수상하였다.30대여성배우로서할수있는이야기가무엇인지질문하며탐구하고있다.

목차

프롤로그나의첫관객에게

1장서른의아침이말을걸었다
86년생배우최희서입니다|우리의처음|어느새벽,신촌에서|혼인이란것은,부부가된다는것은|봄비

2장우아한현장
우아한현장|우리의만남은우연이아니야|감독이준익|어디서부터실타래를풀어야할까|생각과마음|그녀의독백|검은빛의여인,가네코후미코

3장기적일지도몰라
입춘|수필의정의|아직끝나지않은이야기|“다이조부!”|기적일지도몰라|천천히,그리고정확하게|아주오래된관계

4장여러해살이풀
오늘도뛰고있을윤자영에게|NG여도좋다|여러해살이풀|반디이야기|부부의봄|하우이즈유어라이프?|질문이시작된다

에필로그연극을보러온당신에게

출판사 서평

이야기를만드는사람들의아름다운기록

배우라면누구나자신만의고유한출연목록,필모그래피를소중하게기록할것이다.2009년영화〈킹콩을들다〉의여순부터,〈동주〉의후카다쿠미,〈박열〉의가네코후미코,〈아워바디〉의자영,드라마〈미스트리스〉의한정원과〈지금,헤어지는중입니다〉의황치숙역등다양한캐릭터를연기해온배우최희서는한편,한편그제목과함께자신만의대본노트를남겨놓았다.살아내고싶은인물,그인물이되고자했던기록이세세하게담겨있다.제대로이해하지못할까봐두려워한흔적과치밀하게분석한깨알같은메모,그리고촬영을마친이후의후기등,최희서는연기하는것만큼기록하고쓰는것을좋아한다.입김이어는설산에서우아하다는말의정의를실현하는현장의사람들,함께추위와더위를견디며극을만들고이끄는감독과스태프,배우들의아름다운모습이함께기록돼있다.이러한기록덕분에첫산문집《기적일지도몰라》에는그동안참여한작품의제작노트에서볼수있는캐릭터분석과현장일지,그리고후일담들이재밌게펼쳐진다.그녀의작품을사랑한관객이라면너무나반가운책이될것이다.
2021년에는배우들의단편연출프로젝트‘언프레임드’에참여해영화〈반디〉의시나리오를쓰고출연과연출을해내기도한최희서는사람들에게영화가필요한이유를좋은스토리,좋은시나리오라는‘이야기’에서찾는다.그래서그녀는연기를할때자신이어떤스토리의일부로쓰이는지가중요하다고말한다.출근하고퇴근하고밥먹고잠드는일상속에서잠시나마다른인생을살아보거나,다녀보지못한세계에다녀오는일,그것을가능하게하는이야기.최희서는앞으로그런이야기를찾아또다른배역에도전할것이며연기를하든시나리오를쓰거나연출을하든하고싶은이야기를찾는스토리텔러가되는일,자신이가장행복할수있는일을그렇게찾아나설것이다.이글을읽은유진목시인은“여행자처럼현재형으로걸어가는문장들이경쾌하기만하다”고“자신의책을덮고서지금까지와는전혀다른곳으로발을내디뎌새로운여행을시작할것”만같다고말한다.
매번빛나진못할지라도,존재의이유가있는배우가되고싶은마음.왜연기를하는가,왜연극을만들고영화를만드는가묻는일.조금더나은세상을만들수는없겠지만,누군가의마음에점하나만큼의울림을전달하기위해배우최희서는오늘도스스로새로운이야기가되려고노력하고있다.

어쩌면기적은매일조금씩,느리게일어나고있다

배우최희서는어떤사람이냐고묻는질문에단연연기하기를좋아하는사람,무대위나카메라앞에서연기를하면행복해지는사람이라고말하지만,배우를꿈꾸고살아내는일은녹록지않았다.오디션은자주떨어졌고,동료들과사비를털어만든연극의관객은적었으며,제작한단편영화는영화제에입선하지못했다.사촌동생의과외를하거나번역알바를하면서,대사한두마디가전부인단역을위해왕복네시간거리를오가며일곱시간씩대기해야했다.20대즈음의젊은이라곤뒤통수도찾아볼수없는뒷산을오르내리기도여러차례.하지만스스로제작하고출연한연극을위해지하철에서도멈추지않고대사연습을하던중한제작자의눈에띄어프로필을보낸일이캐스팅으로이어지기도하고,시나리오회의에참관했다가여주인공으로발탁되기도한다.조선인을학살하고그것을은폐하려고한내용을담은영화를일본인의관심과의지로일본에서상영하게되었고객석뿐아니라입석까지가득채운관객들의환대를받기도한다.스스로를동네유일한백수라칭하며오르내리던뒷산에서여러해동안계속될삶의순환,사랑,희망,죽음등을생각하다여러해살이풀들이살아가는뒷산을배경으로한작은이야깃거리를생각하며쓰고지우던중배우가시나리오를쓰고연출하는단편영화프로젝트를제안받고참여하게된다.바이러스가창궐하기전어느시대에도,작품이없을땐백수여야하는불안한직업이지만,백수가아닐자신의미래를상상해볼수있는배우라는직업을사랑하며즐기는일.최희서는어쩌면기적은비범한것이아닐지모른다고,매일조금씩느리게일어나고있을뿐이라고말하고있다.

_책속에서

나의글들이한권의책이되어누군가의손바닥위에있는상상을해본다.그누군가가카페에앉아,혹은이불속에엎드려,내부끄러운페이지들을버스럭거리며읽고있을생각을하니아찔해온다.그런데이아찔함은무대에오르기전의기분좋은긴장감과닮아있지않는가.마치막이오르기전,내가연기하는인물이처음으로관객을만날때의긴장감과설렘처럼.그렇다.내가쓴글들이한권의책이되어독자를만난다는것은,어느극중인물도아닌사람최희서가관객과마주하는일일지모르겠다.내가연기하는인물이아닌,있는그대로의내모습으로.(pp.5~6)

그렇게나는2014년4월,지하철에서연극대사를외우다가신연식감독님을만나게되었고,그해겨울,
신연식감독님이제작하고이준익감독님이연출하는시인윤동주의영화,〈동주〉에캐스팅되었다.
그야말로,영화와같은일이나에게벌어진것이다.(p.77)

인간은쓸쓸하고고독한존재다.인간은사랑을받고사랑을주고싶은존재다.인간은권력의사슬을끊고자유를쟁취하는존재다.이너무나도인간적인투쟁의끝에서,그녀가미화되고동정받고,혹자에게는손가락질을받으며현재의가네코후미코로만들어졌다.
그러므로나는그누구보다도그녀를인간적으로그려내고싶다.어느기구한운명의여인,박열의아내,일본인이아닌한인간으로.어떤사람의찬란했던투쟁의기록으로.그러나그과정을그무엇보다도인간적이고솔직하게담아내고싶다.(p.111)

처음으로모른다고해버렸다.잘모르겠고,이역할을잘할자신이없다고실토해버렸다.‘어렵다.’‘잘모
르겠다.’‘내한계인것같다.’……그런나약한말은내뱉는순간내발목을휘어잡고놓아주지않을줄알았는데,아니었다.오히려말하고나니마음이한결가벼워진다.모멸감이밀려올줄알았는데,웬걸,이
상하게기분이좋다.속시원한눈물이터져나온다.(p.207)

우리가하는많은일이그렇듯이,산다는것은매일나자신을단련하고,감당하는일이겠지?이겨내기와
진실찾기에몰두하던서른한살윤자영,서른두살최희서를지나,서른여섯최희서가묻는다.
나는오늘왜달릴까./나는지금어디를달리고있을까./배우로서,사람으로서,나는내자신을오늘도단련하고있는가.
그단련의끝이비록실패더라도,그보잘것없는내모습을,그진실된내모습을,나는감당하고있는가.(pp.218~19)

‘예술가라면어떤방식으로든누군가의가슴에점을찍어야합니다.미미하고희미할수있으나색깔혹은
말,소리혹은촉감으로라도점이되어오랜세월동안머물수있어야합니다.그다음무대에서도,혹은영화나뮤지컬같은또다른형태의예술로도,관객의마음에점을찍을수있어야합니다.이렇게작게나마점을찍다보면,언젠가는점들이모여서선이되겠지요.그리고그선들이그린지도가언젠가는,당신이기억할저의얼굴이되지않을까요.먼훗날완성될,한예술가의초상이되지않을까요.(pp.284~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