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창문에 가장 알맞은 말을 고르시오

다음 창문에 가장 알맞은 말을 고르시오

$11.20
Description
라임(lime)처럼 상큼한 책과 콘텐츠를 만드는 출판사 리메로북스(limerobooks)의 첫 책 『다음 창문에 가장 알맞은 말을 고르시오』가 출간되었습니다. 저자 기혁은 2014년 김수영 문학상 수상작 『모스크바예술극장의 기립 박수』를 출간한 이후, 2018년 『소피아 로렌의 시간』을 출간했습니다. 이번 시집은 두 번째 시집 이후 꼭 4년 만에 출간한 세 번째 시집입니다.
지금껏 이지적이면서도 감성적인 언어를 예상 밖의 방식으로 쌓아 올리던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도 특유의 이미지 쌓기를 보여주는 한편, 시적 사유에 깃든 본래적인 슬픔과 고독에 집중했습니다. 시집 전편에 걸쳐 ‘바다’, ‘물’, ‘물고기’, ‘거울’, ‘나르시시즘’ 등의 시어와 이미지가 빈번하게 호출되고 있는데, 이는 물에 대한 집요한 시적 사유를 보여줍니다. 무생물이지만 끊임없이 운동하면서 생명을 깃들 게 하고, 맑고 순수한 모습이지만 쉽게 오염되며, 접촉하게 되면 죽음에 이르게 되고, 실개천에서 바다까지 수천 년을 흐르고 있는 진행형의 역사처럼 보이는 물과 그 주변 이미지를 통해서 시인은 슬픔을 사유하는 한 방식이 아니라, 시적 사유 자체에 깃든 슬픔과 고독을 이야기하려 합니다.
제호 대신 ‘티라노 처음 독서’라는 특이한 이름이 붙은 이 책은 기존의 시인선 등 전집이 부여한 권위를 해체하고, 일률적인 디자인을 탈피하기 위해 기획되었습니다. ‘티라노 독서 시리즈’는 순번과 장르의 구애를 받지 않고자 앞표지에 글자를 넣지 않았으며, 저자가 직접 표지 디자인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북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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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기혁

기혁은한국예술종합학교서사창작과를졸업하고동국대학교국어국문학과대학원에서박사과정을수료했습니다.2010년시인이된이후,2013년문학평론가로도이름을올렸습니다.첫시집〈모스크바예술극장의기립박수〉로2014년제33회김수영문학상을받았으며,2018년두번째시집〈소피아로렌의시간〉을출간했습니다.라임(lime)처럼상큼한책을파는1인출판사리메로북스(limerobooks)에서노조위원장을맡고있습니다.LP음반과진공관앰프를좋아하고,스토리가공과신상막걸리에관심이많습니다.

목차

1부노련한강물과오늘의슬픔

개나리벽지10
손에묻은사인펜자국을지우며11
노련한강물과오늘의슬픔14
호명呼名16
탑신에내리는눈17
태양극장20
코스프레22
전속력24
필름현상액26
짐승의화원28
벚꽃추위31
켓티KhetThi32

2부나르키소스와물고기

피스트범,비너스36
다음창문에가장알맞은말을고르시오38
나르키소스와물고기40
지구레코드43
떨어진면적의먼지를털며45
전해질電解質47
받아쓰기50
소규모소문이퍼지는시간51
그러면너는나와함께어족魚族과같이신선하고53
풀55
오란비58
노루잠59
네잎클로버60
술래잡기62
장마와원고63
관상어65
하지夏至67

3부친애하는동업자들

고골리70
층계참에선유다72
첫인상74
브로커77
파랑새증후군78
악어80
보물찾기게임82
낮달84
동물없는연극85
우아한여가를위한근린공원의산책시간88
물의정물靜物89
친애하는동업자들92
동행96

4부눈사람신파극

존레넌을죽인범인이태연하게호밀밭파수꾼을
읽었을때100
팬터마임101
에코104
눈사람신파극106
침묵을버티는힘109
스웨터111
대설주의보_낭광증狼狂症114
잿빛안개_낭광증狼狂症116
티라노눈사람의사랑118
거울,겨울,나르키소스121
목화밭의고독속에서122
노련한강물과사계의슬픔124
심장이놓인형식127

시인의말128

출판사 서평

사유의슬픔을연기하는한방식

시인은자신의시도가결코성공할수없음을잘알고있다.완전히다른존재로탈바꿈하는마술이아니라면결국시인의모든시도는연기(演技)에불과하다.실패와체념이반복되자시인은부재한것을실재하는것으로밀어붙이는착란의순간을마주하게된다.시인의연기는단지상식적으로배치된현실을재현하고그재현을벗어나는움직임으로한정되지않는다.연기는단순한복사(複寫)가아니지만그렇다고유에서무를창조하는순수한창조의표현또한아니었다.닮았지만그것은아니라고말하는간격사이에머무르는행동.시에서의연기란가장유사한사태와감정을끌어와이접시키는일이다.그러므로시적진실은홀로존재하지않는다.홀로존재하지않는배경은견딜수없이쓸쓸한것인데,수많은부대낌사이에서홀로있음을망각할틈조차잊어버린다.이를테면돌담의안쪽과바깥쪽,오직자신만이아는무대와객석의경계선에서울고,웃고,냉소하며말들을뱉어낸다.앞선말들은수습되지못한채아귀가맞지않는은유를만들어낸다.시인은어리둥절한관객의귓가에서들릴듯말듯한소리로의미없음을고백한다.그것은흡사돌멩이가굴러가는소리를닮았다.어쩌면프로메테우스를묶었던바위산이굴러가는소리일수도있다.이따금하늘에서항의하는돌들이떨어지곤하지만우주의오래된민원처럼지구가굴러가는소음은담당기관이폐쇄된지오래다.시인은장엄하고웅장하게돌담을딛고서서균형을잡기위해온몸에힘을준다.시인은자주식은땀을흘리며울어보지만,다시내려올수도그대로망부석이될수도없는난감한상황에빠진다.이러지도저러지도못하는자세로결국자신의그림자를따라해본다.그림자에집중하는동안시인은돌담위에서있다는사실을잊을수있다.그것은시인이드러낼수있는내부의한도를지정하는일이기도하다.시인의소리는가장어두운부분에서나온다.어둠은밤과다른생명력을지니고있다.종이위에그려진나무상자속에서어린왕자의순한양을키울수도있고,해가뜨고지는우주를택배상자에담아배송할수도있다.그러면독자의속내에도군데군데어둠이얼룩지고서로다른소리가난다.누군가엉겁결에‘사랑’이라는말을발음해본다.그러나홀로있을땐엉겁결이란말을쓰지않는다.엉겁결에뱉어낸말들도실은고도로계산된불협화현(不協和絃)의결과다.시인에게서시인이라는말이엉겁결이나온다.(무심코떨어트린성냥하나가극도의고독을딛고선사람에겐전생애를울리는고백처럼불타오른다는거짓말.)누구라도그림자를만지작거리면희미한부분이생겨날것이다.약간의밝음속에서꿈결같은것이흘러나올무렵시인은그것을천사의날개인양경이롭게바라본다.시인은천사를본적이없지만,날개를구분할줄안다고믿는다.날개는어떻게나는가?시인은돌담위에서위태롭게양팔을벌리고움직여본다.지나가던초등학생들이멀리서작은돌멩이며나뭇가지를던진다.시인은계속해서양팔을휘젓는다.새들이위태로운유기체쪽으로배설물을떨어뜨린다.그러자거짓말처럼시인의몸이뜬다.시인은거짓말처럼거짓말이다.시인은돌담에묶여있고거짓말처럼세상이떠오른다.참을수없이가볍게.거짓말처럼사는일이란아무것도아니라는듯이.텅빈몸통에날개만매단시인이멀어져가는세상을올려다본다.세상에서흘린바람과빗물,진리의수화물들이수직으로시인을관통한다.시인을계속해서양팔을움직인다.시인은움직일것이다.

*리메로북스의‘티라노독서시리즈’는단일저자의문학작품에경우,추천사에대한작가의‘응답하는글’로출판사서평및리뷰를대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