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의 일기 :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집을 짓다

집의 일기 :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집을 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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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내 나이 일흔,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집을 지었다”
EBS 〈건축탐구 집〉 ‘황혼의 집, 비탈에 서다’ 편에 소개,
집이라는 공간에 대한 무한한 사랑과 나이 듦과 상실에 대한 깊은 성찰로
수많은 이들에게 깊은 울림을 전한 박성희 작가의 에세이
일과 아이들의 성장에 맞춰 살던 삶이 어느 날 느닷없이 끝나버리고 비로소 ‘나의 삶’을 고민해야 했을 때, 작가는 움츠러드는 대신 평생을 마음으로만 바라왔던 일을 실행하기로 했다. 내 집 한 칸 지어보지 못하고 죽는다면, 너무나 후회될 것 같았다. 금당산 앞 비탈진 배추밭 한편에 땅의 결을 거스르지 않는 집을 짓고 최소한의 짐만 들였다. 욕심내지 않고 살겠다는 의지였다. 대신에 마음껏 자연을 들였다. 집을 짓고, 그렇게 지은 집에서 살아가는 일은 참으로 오묘하게 매일의 사사로운 일들을 사람에게 다시 돌려주었다. 자연이 주는 기쁨과 일상의 소중함을 되새기며, 작가는 그 모든 기억을 ‘집의 일기’에 남겼다. 글만으로 부족하면, 사진과 그림을 더했다. 몇 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손수 제본한 수십 권의 일기장과 수천 장의 사진에는 집이라는 공간에 대한 무한한 사랑만이 아니라 나이 듦과 상실에 대한 깊은 성찰이 쌓였다. 그의 나이 일흔셋이다. 이해인 수녀는 “누군가의 집이 되고 싶게 만드는 책”이라며 추천했다.

저자

박성희

마당넓은집에서어린시절을보냈다.채마밭에는주렁주렁토마토가열리고가을이면감나무가잘익은감들을툭툭떨구던집이었다.뒷마당대나무숲에서부는바람소리가무서워악몽을꾸던날도있었지만,어릴적기억속의집엔온통꽃과나무가무성하다.대학에들어가면서부터는줄곧도시에서생활했다.마당넓은집을꿈꾸며살았지만일흔을앞두고도그꿈은이루지못했다.결국아파트에서이생을마감하게될거라는사실을견딜수없었다.‘집’은언제나돌아가고싶은,그리운곳이었다.더늦기전에용기를내기로했다.생애가장큰모험이었다.모두가반대했지만,살면서처음으로고집을부렸다.집을지었다.남은시간들을보낼작고단정한집에서,삶의태도가바뀌는벅찬순간들을경험하며살고있다.

서울대학교불어불문학과를졸업하고,고등학교에서학생들을가르쳤다.결혼후세아이를키우며잠시기업에서일하기도했다.현재는강원도금당산아랫마을유포리에서들꽃가득한뜰을가꾸며,글을쓰고사진을찍는다.알음으로찾아오는이들에게예술제본을가르치기도한다.그의나이일흔셋이다.

목차

#집을짓다|내마음에꼭드는창하나
결정/실행/터잡는날/용기가필요해/생애가장큰모험/어딘가에내집이있다

#봄|왜이제야이기쁨을알게되었을까
봄의소리/집에게말을건넨다/느리게마음먹고한가하게기다리고/설레는날들/어느새잔디가/정원생활/사월마지막날/뿌리고,심고,채우고/새로운세계/아침이좋아/물들의길/불평하지않기/게으른덕/손님맞이/풀꽃의위로/어느봄날/봄을지운다

#여름|한가하고게으른시간의긴꼬리
바람이부니/땅과함께일한다/내가이렇게살수있구나/새벽마음/라벤더/식물에게배운다/땅,바람,비,하늘/생일/유포리의에키네시아/뜰에취하다/여름의맛/산에는구름이/이밤을다가졌다/좋은저녁/가려워/모두가떠나기싫어하는집/여름한가운데/자유롭다는것은

#가을|고요하게반짝이는날들
서성이다/태풍오던날/우연의기쁨/새벽세시/정리/오늘의할일/구근심기/이대로충분해/흔들리다/사라지는것들을기억하며/간단하게살아가는것/마음비우기/천천히,느긋하게/남은날들을세어보는때/겨울이오고있다

#겨울|달빛을따라눈덮인산길을걸었다
첫수업/십이월의날들은짧다/최고의순간/필요해/크리스마스준비/눈산책/십이월삼십일일/연필깎기/서설(瑞雪)/나무를그리다/땅속엔,봄/손목이아프던날에/과제/눈밭을걸으며/아무도몰래/장담그던날

#에필로그

출판사 서평

집은공간만을뜻하는말이아니다.살고싶은생활방식이다.

집을짓는다는것은집의물성,그형체를세운다는뜻만이아니었다.집을지어사는삶,그자체를생각하는일이었다.집은삶의흐름을바꿔놓고생각과행동을변화시키고무엇보다시간을되찾아준다.지나간시간과현재의순간들,어쩌면지나쳤는지,잊었는지도모를시간을다시살아나게한다.시간과기억이어우러져이모든것이구름처럼떠있는곳,그곳이집이다.

행복해지기위해서는용기를내야하는시간이있다!
“열심히살았고나에게도마땅한자격이있다.”

늘마당넓은집을꿈꾸며살았지만일흔을앞두고도그꿈은이루지못했다.‘집’은언제나돌아가고싶은,그리운곳이었다.대학에들어가면서부터는줄곧콘크리트속에서생활했고,결국아파트에서이생을마감하게될거라는사실을견딜수없었다.아파트에서요양원으로이어지는삶.작가는그틀에갇히고싶지않았다.더늦기전에용기를내기로했다.일흔을앞두고집을지었다.‘집을지었다’는말은지금까지의삶의틀에서벗어났다는의미였다.좀더고요하고깊은삶을위하여,더넓은내면으로떠날준비를갖추고그터를마련한것이었다.작가는말한다.“나는그저내가좋아하는색깔과내가좋아하는공기와냄새,내가좋아하는소리를들으면서살고싶을뿐이다.이것이집을짓는목적이다.열심히살았고나에게도마땅한자격이있다.아무도나에게상을내리지않는다면스스로라도나를위로하고칭찬할필요가있다.”

손수제본한수십권의‘집의일기’속
삶의태도가바뀌는벅찬순간들

낮에는흙밭에서일하고밤에는숲의소리에귀기울이며몇번의계절을보내고나니,담장없는집의바깥엔어느새들꽃이가득했다.자연이주는기쁨과일상의소중함을되새기며,작가는그모든기억을‘집의일기’에남겼다.글만으로부족하면,사진과그림을더했다.그렇게쌓인손수제본한수십권의일기장과수천장의사진속에는,컴퓨터바탕화면에‘집을짓고싶다’라는폴더를만든순간부터,잠자는시간을잠시미루고달빛을맞는지금에이르기까지,삶의태도가바뀌는벅찬순간들이고스란히담겼다.

“내가지은집이있다.무엇이든내가좋아하는일을할수있는집.”
집이들려주는사사로운이야기들

집도사람도자연그대로살아가는박성희작가의집에는특별한공간이있다.예술제본작업실과마당이다.예술제본이란오래된책을보수하고,나만의특별한책으로만드는제본을의미한다.예술이라고덧붙여부르는이유는옛방식을이용해수작업으로책을제본하여그만듦새가아름답기때문이다.그리고그작업실앞에는너른마당이있다.흙을고르고,꽃씨를뿌리고,풀을뽑는다.꽃봉오리틔우는봄을맞으며생의기쁨을새로이알아가고다시피지않을것처럼떨어져내리는꽃잎을보며,사라지는것들의그림자없음을배운다.집은그곳에서사는이들의생을갱신한다.

이해인수녀,노은주,임형남건축가추천,EBS〈건축탐구집〉방영
집이란무엇일까?누군가의집이되고싶게만드는책!

사랑과지혜의시인이자구도자이해인수녀는“소박하고단순한기쁨으로우리를초대한다.욕심을비워낸후에오는자유롭고단출한행복!사계절의변화속에자연과교감하며매번새롭게놀라고감탄하는‘최고의순간’들이아름답다.누군가의집이되고싶게만드는책,진정한의미의집을그리게하는책이다.”라고추천했다.땅과사람의목소리를건축으로빚는노은주,임형남건축가는“무심히스쳤던집의구석구석이스위치를올린듯환하게켜진다.집이란무엇일까,그소중한곳의의미를다시금생각해본다.”라고추천했다.EBS〈건축탐구집〉‘황혼의집,비탈에서다’편에소개되어많은이들에게깊은울림을전했다.

추천사

소박하고단순한기쁨으로우리를초대한다.욕심을비워낸후에오는자유롭고단출한행복!사계절의변화속에자연과교감하며매번새롭게놀라고감탄하는‘최고의순간’들이아름답다.누군가의집이되고싶게만드는책,진정한의미의집을그리게하는책이다.-이해인(수녀,시인)

비탈진땅을고르지않고지은집,잡초도꽃이되어뿌리내린집.평생을바랐던집에서정말로좋아하는일을하며‘남은날들’을보내고있는작가의일상을따라가다보면무심히스쳤던집의구석구석이스위치를올린듯환하게켜진다.집이란무엇일까,그소중한곳의의미를다시금생각해본다.-노은주,임형남(건축가)

책속에서

대학에들어가면서일년의대부분을서울에서지내게되었지만,집은언제나돌아가고싶은곳이었다.그리움이고안타까움이었다.결혼을하고아파트생활을하면서도항상그곳으로돌아가고싶었다.내가살고싶은집은어릴적추억이쌓여있는그집들이었다.결국아파트에서이생을마감하게될거라는사실이견디기힘들었다.아파트에서요양원으로이어지는삶.나는그틀에갇히고싶지않았다.그리고이런생각을할때마다가슴이뛰고잠이오지않았다.좋아하는것은거저얻어지는법이없다.과거의나는매번너무쉽게물러났다.가장좋은것을포기하고두번째에만족하는타협을자주했다.하지만가장좋은것을양보하면,가장좋아하는것을얻을수없다.이제내생애의마지막장에서해야하는최대의결정을앞두고,나는물러서기가싫다.
---「결정」중에서

집을짓는다는것은콘크리트와나무와유리로공간을만들어내는것이상의그무엇이다.삶의흐름을바꿔놓고생각과행동을변화시키고무엇보다시간을되찾아준다.지나간시간과현재의이순간들,어쩌면지나쳤는지,잊었는지도모를시간을다시살아나게한다.시간과기억이어우러져이모든것이구름처럼떠있는곳,그곳이집이다.동사무소에들러건축물대장을떼고평창군청담당자에게전화해서취득세관련문의를했다.걱정했던것보다는적은액수다.휴,안도한다.공연히마음을졸였다.서류를떼어준직원이기뻐해준다.
“땅을사셨어요?집을지으셨어요?좋으시겠어요.저도시골집을사서고쳐서사는게소원인데.”
“지금부터바라면칠십살쯤에할수있어요.”
내가집을지었다.건축물대장을손에쥐었을때의뿌듯함이란.어딘가에내집이있다.내가지은집이있다.무엇이든내가좋아하는일을할수있는집.
---「어딘가에내집이있다」중에서

평생을수없이많은사람들과만나,기억하지도못할숱한이야기를나누고헤어졌지만,이제이나이가되어마음과느낌을서로나눌수있는친구를갖는다는것은가능한일이아닐지도모른다는생각을문득문득한다.달빛이온집안을채운다.서재방앞창으로,욕실천창위로,침실에누우면보이는뒤뜰에도,뽀얀빛의가루가뿌려져곱게가라앉는다.
---「이밤을다가졌다」중에서

사람들을만나고오면생각이많아진다.나는그렇게는살수없겠다싶으면서도그기세에눌리는느낌이랄까.그래.자유롭다는것은조금은외롭다는뜻이다.여행을떠나고때로는떠난사람을그리워하고,그렇게옆자리를비우면조금은외로운것이다.하지만그사이를파고드는맑고찰랑거리는햇살과산듯한바람,그미세한살랑거림이가슴을채우면서죽어가던감각을일깨운다.이세상을점점더멀리서바라보다가언젠가는휙스러져갈한인생을위하여,조금은쓸쓸한이느낌을즐길때.
---「자유롭다는것은」중에서

이제는터득했다.그렇게기를쓰고해내야할일은없다.그저할만큼하고힘들면쉬고,허리를펴고앉아숨을들이키며하늘을,산위에떠다니는흰구름을바라본다.의자를뒤로젖힌채하루종일아무일을안해도괜찮다.영화를몇편씩보기도하고파보예르비의파리콘서트를어두워질때까지보고있어도좋다.무엇을해도좋다.서두를일이없다.아무것도하지않는것에대한죄책감이사라졌다.일이넘쳐나지만일하나하나도내가나에게주는상이다.그래서초조함이없다.내가할수있는데까지만한다.할수없는일을가지고진흙탕에빠지지는않을것이다.이대로충분하다.
---「이대로충분해」중에서

절실하게맞닥뜨리고있는그대로느낄것이다.어느누구도아닌오로지자기자신에게묻고답하고,순간순간을몸으로받아들이면서이고요한공간속에서즐거움을느낄수있다면,남아있는날들이무의미하지만은않을것이라생각한다.서쪽창높이달이떠밖으로나를불러낸다.잠자는시간을아주잠시만미루고달빛을맞는다.하얀눈,달빛.혼자즐긴다.아무도몰래좋아한다.눈속에발이푹빠진다.
---「아무도몰래」중에서

일흔을앞두고집을지었다.집을지었다는말은지금까지의삶의틀에서벗어났다는말이다.좀더자유롭고더넓은나의내면으로떠날준비를갖추고그터를마련한것이었다.열심히살았고나에게도마땅한자격이있다.아무도나에게상을내리지않는다면스스로라도나를위로하고칭찬할필요가있다.슬레이트블루.오래된,그러나바래지는않은,앞으로도퇴색할기미가없는,잃어버릴수가없어깊숙한구석어딘가에융숭하게감추어두었다가어느날갑자기문득꺼내어든색깔.칠십번째내생일은이색으로기억될것이다.
---「생일」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