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몇 번의 윤생輪生에도 낯선 그의 등짝에 피어난 고독
그에게 공간은 inception이자, 아포칼립스의 반복이다. 본래면목을 가지기 위해 영혼의 주파수를 맞추다 스스로 태우지 못해 무너뜨린 후 지평이 삐걱거리며 일어서는 장엄한 광경을 맞이하는 것이 창조의 씨앗임을 그는 알고 있다. 고독이, 절망이, 통곡이 곧 탄생이자, 서원을 일으키는 과정에 있다는 것을. 그 과정의 중심에 본원적 그리움인 ‘어머니’가 있다. ··· 애써 들춰내고 싶지 않은, 영영 모른 척 지나가면 좋을 것들까지 꾸역꾸역 끄집어내는 건 고통스럽다. 몸에 박힌 작은 가시를 뽑지 않으면 곪듯이 마음에 꾹꾹 눌러 담은 것도 드러내지 않으면 치유되지 않는다. 보고 싶지 않은 삶의 밑바닥까지 건져내 괜찮다고, 그러니 너도 살라고, 서로가 서로를 다독여주는 작업이 문학의 본질이라는 생각을 시집 『새들반점』을 통해 하게 된다. ··· 나약한 인간의 진솔한 고백처럼 가슴 울리는 것은 없다. 웅얼거리듯 나지막하게 읊조리는 그의 시를 자세히 곱씹어 보면 지리멸렬한 삶도 존중받을 권리가 있다고, 여기 꿈틀거리는 생명이 있다고 옹골차게 이야기하는 것 같다. ··· 나는 그가 시인이 될 거라 생각했다. 아니, 그는 시인이지 않았던 적이 없었다. 그의 그리움은 모든 글에 닿아 있다. 평론이든, 시든, 그리고 언젠가는 소설을 쓰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 몇 번의 윤생輪生에도 낯선 그의 등짝에 피어난 고독이, 보이지 않는 곳까지 감싸 안을 때까지 말이다.
-고영란(상지건축 대외협력본부장, 인문무크지 〈아크〉 편집장)
-고영란(상지건축 대외협력본부장, 인문무크지 〈아크〉 편집장)
새들반점
$1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