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자유 (나림 이병주 문학과 아나키즘)

나는 자유 (나림 이병주 문학과 아나키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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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나림 이병주는 큰 작가다. 우선, 사람의 두량 즉 볼륨과 스케일에서 크다. 다음, 아카데미즘의 깊이와 저널리즘의 넓이를 모두 갖춘 내공에서 깊고 크다. 그리고 작품의 분량과 소재에서 압도적으로 크다. 나림은 대문호다.
작가란 성향 상 외류(外流)다. 작가는 대체로 오종종하고 꾀죄죄하다. 더러 괴팍한 인사도 있고 탁발한 사람도 있으나 아주 귀하게 대인 거인도 있다. 나림은 진정한 외류이고 대인이다. 외류는 내 멋에 사는 사람이며 자기 기준대로 사는 사람이다. 그 자유로움 때문에 사람의 크기와 넓이가 넉넉한 것이다. 공자나 장자 같은 정신적 거인들이 외류적 인물이고, 난세를 풍미했던 죽림칠현이나 시선(詩仙) 이태백도 외류의 전형이다. 나림이 흠모하고 사숙(私淑)했던 사마천도 외류다. 칠순 잔치에서 “내가 아직 철이 안 들어서...”라고 쑥스러워했던 나림도 물론 외류다.
나림은 일본 메이지 대학에서 공부하고, 중국에서 학병으로 복무하다, 상하이에서 미군 수송선을 타고 귀국했다. 모교인 진주농고에서의 교사 생활을 시작으로 해인대학 교수를 거쳐 부산 국제신보에서 주필 겸 편집국장으로 일했다. 출옥 후 이화여대와 한국 외대에서 철학과 프랑스어를 가르쳤다.
나림의 출발은 학문이었다. 딜레당트라고 자조(自嘲)했으나 당대에 그에 방불할 다독가는 없었다. 동서양의 고전에 통달한 박학강기였고, 사상의 위대함과 불모성을 진즉에 간파한 비판적 지식인이었다. 지식인이란 당대의 현실에 대해 사상적 사유를 하는 사람이다. 큰 지식인이란 문명적 사유까지 하는 사람이다. 문명적 사유란 약자를 배려하고, 과거 현재 미래를 통시적으로 보는 역량이다. 본질과 핵심을 장악하는 강인한 내공을 지녔다.
하지만 강단 철학으로 만족하지 않았다. 격동의 시대에 저널리스트로 현장의 생생함을 기록하고 보도하고 논평하는데도 진력했다. 아카데미즘의 교양과 치열함 그리고 저널리즘의 절박함과 신선함을 모두 즐겼다. 다만 필명을 날리던 끝은 필화(筆禍)였다. “3류 대학의 3류 교수이니 9류다.”라며 학자의 길은 스스로 포기했었다. 이제 ‘조국은 없고 산하만 있다’라는 칼럼이 군사정권에 거슬려 언론인으로마저 좌절했다. “장군의 사상과 철학자의 사상이 같아야 하는” 엄혹하기도 하고 아이러니하기도 한 세상에서 나림이 선택한 제 3의 길은 기록자 문학이었다.
1965년 첫 중편 「소설 알렉산드리아」로 문단에 나온다. 문단은 쇼크였다. 작가들은 전율을 느꼈고, 비평가들은 손을 놓았으며, 독자들은 지적 충격에 행복했고 환호했다. 이후 약 30년 동안 매달 원고지 1,000장을 써서 100권에 달하는 소설과 에세이를 남겼다. 나림의 중단편은 아름답고 슬프며 유니크(Unique)하다. 「마술사」는 「소설 알렉산드리아」 못지않게 엑조틱(Exotic)하다. 장편은 단단한 서사에 기막힌 인물로 호방하다. 『산하』 『지리산』 『바람과 구름과 비』 『그해 5월』은 역사 교과서이고 정치학 텍스트다. 흐드러지고 질펀한 묘사와 기묘한 에피소드엔 그저 감탄할 따름이고, 동서양의 고전을 넘나드는 박물지 같은 지식과 현학엔 압도당하는 기분이다. 나림의 에세이들은 향기가 짙고 울림이 깊다.
나는 나림의 글을 10대 말에 처음 읽었다. 『관부연락선』을 읽고 세상에 이런 책도 있구나 싶었다. 읽고 또 읽고 하다가 진주와 하동 그리고 지리산까지 가 보았다. 해방정국 그 복잡다단한 시대를 살아낸 청춘들의 이야기 현장을 느껴보고 싶었다. 1974년 일이다. 검정고시에 응시하던 해다. 내가 정치사상을 전공하게 된 이유 중 하나가 나림의 영향이다. 구체적으론 『관부연락선』의 지적 충격이다.
나림은 정치사상에 대한 이해가 깊다. 민주주의와 자유주의 그리고 사회주의와 공화주의의 핵심을 파악하고 있다. 혁명의 이론에도 밝고, 쿠데타의 시종(始終)과 역사적 평가에도 통달해 있다. 특히 공산주의 사상과 운동에 대한 이해와 비판은 압권이다. 의분(義憤)으로 쓴 『지리산』은 기막힌 정치사상 텍스트다.
소싯적부터 동양 고전을 배웠고, 유학시절엔 서양 철학을 깊이 읽기(Deep Reading) 했으며, 감옥에선 사마천을 만났다. 해방정국과 전쟁을 겪으며 인간의 수성(獸性)을 경험했다. 독재와 군사 쿠데타를 거치며 양가적(兩價的, Ambivalent) 존재로서의 인간이 동시에 갖고 있는 선함과 악함의 스펙트럼을 절감했다. 인간 정신과 세상 이치의 부득이함을 느낀 것이다. 정치권력의 무서움과 정치사상의 불모성(不毛性)을 두루 체험했다. 천재가 대재(大才)가 되는 과정은 고달프다.
나림 30주기에 독후감을 쓰기 시작했다. 문학 비평은 아니다. 그럴 깜냥이 못 된다. 문학 공부를 한 적 없고, 비평을 연구한 바도 없다. 다만 그의 훈도로 사상을 공부한 정치학도로서 서툰 감상을 몇 마디 표현해 볼 뿐이다. 아주 작게나마 학은(學恩)을 갚는 길이기도 하다. 나림이 여러 변주로 묘사한 아나키즘이란 시각으로 ‘이병주 읽기’를 시도해 보았으면 한다.
저자

조광수

국립대만대학정치학박사
영산대학교교수역임
한국아나키즘학회학회장역임

『논어』
『중국의아나키즘』
『중국이란코끼리다루기』
『유가의군주역할론』
『나는서른에비로소홀로섰다』등

목차

프롤로그
1.이병주소설의자유인들
2.『그테러리스트를위한만사』와아나키스트
3.나림의유작『별이차가운밤이면』과아나키즘
4.기록자작가로서의이병주그리고이사마
5.이병주와다른작가들:김동리,이문열,김훈,조정래
6.나림과테러리스트
7.『허균』과아나키즘
8.이병주와장자의만남:『장자에게길을묻다』
9.나림이가상한장자와맹자의대토론회
에필로그:이병주문학과나

출판사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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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책은실천과연결된,어떻게살것인가에대한질문을던집니다.질문을회피하려해도소용없습니다.질문은끊임없이되돌아옵니다.

돈걱정이빼곡할때·술마시고귀가하는밤에·'여긴어디'라는회의가드는곳에서·해야할일도하고싶은일도없는시간에·분노가몸을움직이려할때·사람과세상에신물이날때·기대가무산되었을때·찌질하고쪼잔한자신이부끄러울때·월급의힘에눌려옴짝달싹못하는삶을느낄때그리하여삶이한심한밤달을올려보며,어떻게살것인가를고민합니다.

인류는자유확장의역사입니다.그들만의자유에서저마다의자유를향유하는것으로.자유는개인마다다를수있습니다.'책임과의무를떠안고실천하는것'도자유입니다.책임과의무에서도망다니는삶에는변명과구차함,부끄러움,한심함이있습니다.부자유가있을뿐입니다.

일제는야만입니다.그야만에우리아나키스트들은시대의책임과의무를떠안고실천했습니다.인간의선함을신뢰하고실천했습니다.자신을희생했습니다.위대한삶입니다.

나림은아나키스트입니다.따뜻한사람이었습니다.삶의품격을잃지않았습니다.웅장했습니다.‘단단한자유를누렸습니다.’지금은사라진인간입니다.미안함이앞섭니다.원고를읽고서야나림을온전히이해한느낌입니다.

나림은아나키즘과자유라는관점에서봐야합니다.그는이념의도구가되는삶을거부했습니다.삶이글을못따라간작가가아니라글이삶을못따라간작가입니다.

설렘이큽니다.깊어진느낌도듭니다.뿌듯합니다.삶은결국자유확장의문제입니다.독자여러분고유의자유가창조되기를기원합니다.​나림의문장으로마무리합니다.

"너의자유는너자신이창출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