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비와 락슈미

데비와 락슈미

$14.00
Description
인간이 모두 사라져버린 도시 서울.
인간이 사라져버린 원인을 찾기 위해 메인 컴퓨터에 의해 깨어난 데비는 지구의 식물종 데이터 분석을 위해 만들어진 AI 로봇이다. 데비는 거의 100년에 걸쳐 인간이 사라진 원인을 찾으려 하지만, 인간들이 어디로 갔는지, 그들이 사라진 원인이 무엇인지 찾아내지 못한다. 다행히 메인 컴퓨터에 의해 먼저 내보내진 AI 로봇 강아지 락슈미가 데비의 눈앞에 나타나고, 데비와 락슈미는 인류가 남기고 간 흔적을 함께 더듬는다. 둘은 빈 영화관에 들어가 영화를 보거나, 사람들이 살았던 집에 들어가기도 하고, 자전거를 타고 도시 곳곳을 돌아다니고, 빌딩을 수색하다 엘리베이터에 갇히기도 한다. 인간이 남기고 한 흔적을 따라다니던 데비는 어느 사이 인간들을 사랑하게 되고 점점 더 그들이 왜 사라졌는지보다는, 그들을 만날 수 없다는 사실에 슬픔을 느끼기 시작한다

저자

박송주

인간이견디고있는현실과견디어낸이후의인간에관심이많다.지은책으로단편집『덤덤덤스토어』와권아림그림작가와함께지은일러스트마이크로픽션『꿈에찾아와줘』가있다.

목차

1부

데비5
인간의자리27
바람이끝나는곳51
협곡으로74
안녕?안녕92

2부

이주준비111
이주가중단되다129
아타종155
편지168

에필로그189

출판사 서평

“언젠가죽은새는나무가될거야.”

애도와우주의시간

애도는기억이며죽은자에게도새로운시간이깃들기를기도하는마음이다.문학은결국기억이며죽은자에게도새로운시간이깃들기를바라는마음의서술일지도모른다.그리고그마음이있는사람이라면이소설을읽고데비와락슈미의안부가궁금해질것이다.그리고그들을위해무언가를해야만한다고생각하게될것이다.

박송주의소설『데비와락슈미』는인간이모두사라진도시에서AI로봇데비가인간의사라진이유와그흔적을찾아헤매는이야기이다.인간을한번도만나본적없는데비는인간이도시에남기고간흔적을더듬으며100년이라는시간을체화하며고독을느낀다.다행히느닷없이나타난로봇개락슈미는데비의동반자가되어주고그렇게데비는인간의삶을상상하며때론권태를,때론슬픔을느끼며인간과비슷한삶을살아간다.

100년이라는시간동안인간이부재한상황에서,데비는역설적으로인간을끊임없이상상하고어느덧그들의삶을닮아간다.그러나인간을절대로만날수없을것이라는사실보다,데비를더힘들게하는사태가벌어진다.그것은자신이그토록원하던일,인간과의만남이이미과거에자신에게벌어졌다는사실이다.자신이흉내내고익히고상상했던일이사실은인간으로부터배웠던것,혹은인간과의관계속에서익혔던것이고,그인간이지금은사라졌다는사실에데비는충격에빠진다.

메인컴퓨터에의해자신이그토록원했던인간을만났던사실을겨우떠올린데비,그기억에는가장바라던일이이루어졌지만절망의기억도함께있다.견디기힘든절망스러운기억때문에데비는과거의모든기억을폐기해버리지만,그럼에도삭제되지않고데비에게남은흔적들이있다.무언가를배우고누군가에게의지하고감정을느끼고공감을하고애처로워하는인간다운것말이다.

“너역시누군가의기억속에있단다.이세상은거대한기억으로이루어져있어.그들은널그리워했단다.네가잠들면내가이걸기억할게.슬퍼하지마.오로지혼자인존재는없으니까.”(191쪽)

기억,그리고마음의확장

기억은인드라망같은것이어서내가잊어도누군가나의무언가를기억해줄수도있다.나도이세계를기억하지만,이세계역시나를기억해준다.이런기억의특성덕분에우리는이세계안에서존재할수있는것이다.그러므로기억한다는것은이세계안에나와나아닌누군가를존재하도록하는길이다.즉,기억이란나와연결된것을존재하도록보호하는일이므로,죽은것과작은것들을애도하는것은이세계의일부가사라지지않도록하는것이다.데비와락슈미처럼작은것들,거의기억되지못할위치에있는무언가가사라지지않도록하는일이우리에게주어진일이다.

“알아.근데,신경이쓰여.인간은자기랑비슷한걸보면신경이쓰이는거야.마음이그렇다고.그냥누가되었든그애들을찾아줘야할것같단말이야.”(152쪽)

데비와다른시공간을사는존재인희선은희박한확률로자신의얼굴과똑같은얼굴을한AI로봇인데비의존재를알게되고,나중에서야그존재가겪게될시간을생각하게된다.희선은데비라는존재와시공간적으로멀리있지만,그존재를생각하고그를위해무언가해보겠다고결심한다.이생각만으로이둘은연결되고,결국은이들의시공간이연결된다.아니,연결되어있음이발견된다.

마음에는경계가없고시간이없다.마음은우리앞에놓인무한한공간을순식간에가로지르며,우리는모두이마음을지녔다.이마음씀은결국능력이다.우리의마음이외부로향하고어딘가와연결되기시작할때또다른세계가드러나게된다.이렇게발견된수많은세계가문학이며그세계안에사는무수한데비혹은락슈미라는존재들이있다.우리가기억해야함을상기하고,우리가아직기억해내지못한존재들에대해상상해야한다고이소설『데비와락슈미』는말하고있다.

“우리의우주에는모든사건이이미벌어져있어.우리의시간도그래.모든시간이이미있어.하지만우리가매순간을살아가면서분기점을만들어내며현실화하는거지.지금,어떤분기에도달해있는지를봐.언젠가는이순간을다시기억하게될거야.”(13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