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기록 (염색가 신상웅의 인문에세이)

푸른 기록 (염색가 신상웅의 인문에세이)

$22.00
Description
푸른색과 화포의 그림자를 따라 떠난 염색가 신상웅의 인문 에세이
푸른 천 위에 자기만의 의견을 남기고 싶은 예술가의 열망과 과거의 무늬들이 만난 기록

저 푸른 것들 사이에 다른 누군가의 쪽물을 들인 천을 섞어 놓는다면
내 것이 아닌 것을 골라낼 수 있을까?
《푸른 기록》은 염색가 신상웅이 푸른색과 화포의 흔적을 쫓아 여행한 기록을 담고 있다. 화포란 진한 푸른색 바탕에 흰 꽃무늬를 넣은 무명으로, 도공이 그릇에 무늬를 새기듯 염색가가 물들인 낱낱의 천에다 남긴 푸른 기록이다. 이제는 우리의 일상에서 사라져버린 그 기록의 그림자를 따라 신상웅 작가는 중국, 베트남, 라오스, 태국, 일본의 오지와 도시를 십여 년에 걸쳐 찾아간다.

과거의 화포 흔적을 더듬으며 첸둥난의 고개를 넘고, 태국과 라오스 그리고 베트남 북부 산악지대를 지나며, 중국 강남에서 대운하를 거슬러 올라가면서, 작가는 여러 민족의 일상과 역사를 기록한다. 이 여행기는 한 편의 민족지이자, 푸른 천 위에 의견을 남기고 싶었던 예술가의 열망이 과거의 무늬들과 조우하는 대화록이다. 그 길 위에서 《푸른 기록》은 예술과 인간, 전통과 현재에 대한 깊은 사색을 전달한다.
저자

신상웅

서울대학교에서미술을전공한뒤고향괴산으로돌아와쪽을기르고염색을한다.염색작업이어려운겨울에는자료조사를겸한여행을계획한다.청주와서울에서두번의전시회를열었다.동아시아쪽염색의현장을찾아나선여정의기록을엮어《쪽빛으로난길》을,박제가의그림에숨겨진미스터리를추적한《1790년베이징》을썼다.

목차

블루로드
머리글모든아름다운것들은길위에있다

1푸른색의바다
예열의시간
푸른옷의여인들
찰나의빛
화포를만나다
보름달이떠오른웨량산밤하늘의색
닭발나무
축제
고장절
흔들리는푸른꽃
염장유대포
리리,나는매우즐겁습니다
봄의거리에서몽족을만나다

2몽족의푸른기억
화포보다아름다운
잃어버린낙원
삶은섞인다
안녕하신가요
백개의주름이진치마
낯선이들과춤을
북위에서개구리가울다
몽족의디아스포라
가려움
움직이는분홍빛복사꽃숲

거리의승냥이들
몽족의꽃들,시장을물들이다
‘오차우’
국경을넘는일

3화포의그림자
전통이살아가는길
조선의선비최부를따라강남을가다
화포의그림자
양저우운하에찬비가내리다
마흔세명의조선사내들
들판가득흰구름
막다른곳에서는언제나우향우
화포로그린이야기

4춤을물들이다
조선통신사,화포를기록하다
푸른손
노렌을산책하다
시보리의장인다케다고조
공동체를꿈꾸다
나라의뒷골목에서쟈와팡을만나다
일본쪽의고향도쿠시마
아와오도리,춤을푸르게물들이다
순례의길

0그후

출판사 서평

《푸른기록》은염색가신상웅이푸른색과화포의흔적을쫓아여행한기록을담고있다.화포란진한푸른색바탕에흰꽃무늬를넣은무명으로,도공이그릇에무늬를새기듯염색가가물들인낱낱의천에다남긴푸른기록이다.이제는우리의일상에서사라져버린그기록의그림자를따라신상웅작가는중국,베트남,라오스,태국,일본의오지와도시를십여년에걸쳐찾아간다.

신상웅작가는충북괴산에살며염색을한다.색중에서도‘블루’,더정확히는‘인디고블루’라고불리는푸른색이주종목이다.봄에는씨를뿌려쪽을기르고,여름에는수확해흰무명을골라가을에푸른쪽물을들인다.

맨처음흰무명에푸른쪽물을들이던순간을기억한다.청명한가을하늘아래,색도소리를내는것이아닐까의심했다.올과올사이를밀물처럼파고들던색의움직임때문이었을것이다.실올과색소의결합은느리지만강렬한소용돌이처럼짜릿했다.항아리속을떠돌던색은흰천을만나비로소온전한자신의자리를얻은듯했다.밭에서늙으신할머니는잡초나다름없어보이는쪽을못마땅해하셨다.나는콩대신색을수확했다.푸른물이뚝뚝떨어질것같은무명을마당에널었다.쪽에서풀려난색이하늘로이어졌다.너풀거리는천을매만지며할머니가그러셨다.참,곱다.내두손도푸른물이들었다.(머리글13쪽)

《푸른기록》에서신상웅작가는연암박지원의편지에서화포라는단어를처음발견한순간을떠올린다.박지원과유득공이살았던당시에는우리도무늬를넣은쪽염색이있었다는이야기다.화려했을조선의풍경이모두사라진지금,작가는화포위에무늬로남은누군가의흔적처럼고요한푸른천위에자기만의의견을남기고싶다는열망에휩싸인다.그리고더많은의견들의기록을보고싶다는마음에사로잡힌다.

쪽물에서푸른색을건져올리던처음그때처럼가라앉았던설렘과흥분이꿈틀거리기시작했다.세상에는어떤푸른색과화포가있는지내눈으로보고싶었다.시야를밖으로돌리자사람과가장가까운곳엔늘푸른색이있었다.나라와지역을가리지않고인류가가장오랫동안사랑해온것이쪽에서나온푸른색이었을지도몰랐다.나는물들인무명하나를챙겨길을나섰다.푸른색과,색들이살아있는거리와,사람들이애달프게궁금했다.(머리글15쪽)

《푸른기록》은십여년의세월동안신상웅작가가여행한‘블루로드’를따라간다.과거의화포흔적을더듬으며구이저우성첸둥난의고개를넘고,태국과라오스그리고베트남의북부산악지대를지나며,다시중국강남에서대운하를거슬러올라가면서작가는여러민족의일상과역사를기록한다.이여정속에서,사라진화포의전통과새로운삶의방식들,생계의일부가되어버린학문과시대와불화하고야합하는예술등을둘러싼깊은성찰과사색이펼쳐진다.

그러나무엇보다일관된것은인간과인간이형성한삶의모습을바라보는작가의시선이다.삶은때로는지리멸렬하지만그래도계속된다.삶이지속된다는것만큼인생에서선명한것은따로없다.우리는그위에서문화를건설하다또붕괴를목격하며,사라진것의흔적을애달파하다또새로운것을기념하는축제를펼친다.그지난한역사속에서한인간은그저과정의일부를본것에불과하더라도,그가남긴기록은자유의무늬로우리의기억속에물들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