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두황 평전 (시를 사랑하고 늘 봄볕 같았던 한 청년의 기록)

김두황 평전 (시를 사랑하고 늘 봄볕 같았던 한 청년의 기록)

$23.00
Description
1983년 6월 18일 밤 11시 35분, 23살 대학생이 최전방 부대 22사단의 어느 매복호에서 사체로 발견되었다. 목 부위에 4발의 총탄이 발사되어 머리 윗부분이 대부분 손상된 참혹한 모습이었다. 희생자의 이름은 김두황이었다.
전두환 군부정권의 ‘녹화사업’이 불러일으킨 참사였다. 운동권 학생들의 사상을 푸르게 바꾸겠다는 명분을 내건 녹화사업! 실상은 마구잡이식으로 학생들을 연행해 최전방 부대로 강제징집시키는 것이었고, 그 과정에서 학생들은 가혹행위와 함께 프락치 활동을 강요받았다. 전두환의 녹화사업은 보안사를 앞세운 대규모의 조직적 국가범죄였다. 1982년~83년에 6명의 사망자가 발생했고 수천 명 학생들이 파시즘 광기의 칼끝에 깊은 상처를 받았다. 최소한의 존엄과 인격마저 군홧발로 짓이긴 반인륜적 범죄였고 전대미문의 국가폭력으로 얼룩진 현대사의 비극이었다.

이 책 『김두황 평전』은 칠흑 같은 그 시대를 온몸으로 견디며 환한 웃음 머금고 쉼 없이 나아갔던 한 청년의 짧았던 삶을 담았다. 저자는 10여 년 전부터 수집한 관련 자료와 100여 명의 심층 인터뷰를 바탕으로 아득한 시간 너머의 옛이야기를 재구성했다. 어쩌면 40년 동안 달빛도 들지 않는 곳에 밀쳐두었던, 가슴 깊숙한 곳에 상흔으로 남아 있는 오랜 기억들을 끄집어내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고 저자는 고백한다. 하지만 그 기억들이 흩어지기 전에 또 더 늙기 전에 그 기억들을 소환하고 끌어모아야 했다. 허무주의에 갇혀 우리의 소중한 기록들을 외면할 수 없어서였다. 무엇보다 김두황의 23살 청춘이 새긴 아름답고 선연한 흔적들이 40년 시간을 뛰어넘어 오늘에까지 전하고 있는 묵직한 서사가 결코 가볍지 않기 때문이다.

저자는 얘기한다. 산 자가 피의 수레바퀴를 굴린 사람들의 투혼과 결기를 기억 속에서 지운다면 우리의 역사는 허무주의로 추락한다고. 또 박물관에 박제된 양 옛이야기에 가두지 않고 오늘의 시선으로 새롭게 바라보는 게 살아남은 자들이 기억하고 추억하는 방식이며 마땅한 도리라고 강조한다.
저자

홍기원

경남진해출생.고려대재료공학과를나왔다.1980년대중반인천에서노회찬전의원등과노동운동을했으며2000년이후김두황추모사업회총무를맡아20년넘게김두황열사군의문사규명운동을벌이고있다.도봉구현대사인물자료를만드는과정에서김수영유족과인연을맺은후김수영문학관운영위원장을역임했고현재는김수영기념사업회이사장을맡고있다.또한1992년부터한국문화유산답사회활동을하면서전국의문화유적지를누비고있으며한국문화유산답사회카페지기로활동하고있다.저서로는『성곽을거닐며역사를읽다』(살림,2010),『길위의김수영』(삼인,2021)등이있다.

목차

책을펴내며김두황열사40주기에부치는‘기억의헌사’
1장대학새내기가마주한80년서울의봄
형,누나들과노래하며놀았던공덕동뒷산의추억/늘둘째형과함께했던어린시절의기억/재기발랄소년의첫좌절,대입실패/
겨레사랑회에서뜨거운사람들을만나며/서울제일교회대학생부활동에나서다/마침내80년서울의봄을맞으며
2장칠흑같은시대,학생운동한복판으로
분루를삼키며돌아선발걸음,통한의서울역회군/비상계엄확대로공수부대에둘러싸인캠퍼스/5.18이후첫포문을연고려대10.17시위/다정다감하면서도그누구보다도뜨거운청년/가장인기가많고화려한언변을자랑했던청년/같이있으면언제나긍정적인에너지를전하는사람
3장이제는학회를부활하고대중운동을준비할때
서클실과크리스마스이브의특별한추억/지금부터는학회를부활하고대중운동으로나아가야/81년11월의문무대109인사건/대중활동의구심이될핵심일꾼을키워야/본격행보,성북서짭새쫒아내고학회실확보/허무하게끝난5.14시위의충격과반성
4장한치의물러섬도없던그때그자리그사람들
바보같은사람이학생운동을하는거야/학도호국단장선거와80학번세미나팀/3인회의체제출범과통합조직을향한발걸음/80년5월이후처음으로사과탄이터진11.5시위/학회장연합모임을주도하며/예고없이찾아온3.7사건,비극의서막
5장운명의갈림길에서그렇게둘은노래를불렀다
이를악물고끝까지버텨야했던이유/절차를무시한채일사천리로강행된강제징집/다시는돌아오지못할머나먼곳으로/강제징집으로인한3인지도부체계의위기/최전방부대의고된이등병생활속에서/가족에게보낸4통의안부편지와마지막답신
6장못다한얘기,진상규명의발걸음은여전히현재진행형
충격의군의문사,믿을수없는헌병대의발표/조작을의심케하는꼬리에꼬리를무는의문들/자살조작정황이뚜렷한가운데치러진장례/살아남은자들의슬픔이북받치는날들/되살아나는진혼의함성으로/진실을위해허공에라도계속소리쳐야하는이유
발문1‘김두황’을부르지못하는시대의부끄러움_정세균
발문240년만에다시부르는그노래_양창욱
발문3스물셋김두황이우리에게묻는다_한홍구
김두황연표

출판사 서평

김두황열사40주기부치는‘기억의헌사’
너무나도빛나고매력적인청년에대한짙은그리움과그기록
못다한일들과얘기들을남기고너무일찍떠난청년이지만,김두황에대한기록은비교적많은편이다.1980년대군사독재와맞서며피를흘렸던많은청년들이대부분갓피어오른청춘의짧은얘기만을남긴것에비해김두황은고대학생운동의핵심적인역할을담당했던덕에학내외를종행했던많은일화들을이책에서만날수있다.물론저자의섬세한채집과발품을아끼지않았던장시간의노력이만들어낸소중한기록이다.
이책『김두황평전』은저자스스로도얘기하듯김두황열사40주기에부치는‘기억의헌사’라할수있다.여기저기흩어져있던친구,선후배마음깊숙한곳에아련하게남아있는혹은가슴한가운데에오랜세월동안새겨져있던기억의조각들을모았던까닭이다.그기억의파편들을바늘에실을꿰듯가지런히정돈하고재구성한결과,익살스러운표정으로너스레를뜨는김두황의생생한모습과온몸을던져학생운동에뛰어들었던그때그자리그사람들의숨소리가어우러진영상을만날수있게되었다.
이책전반에녹아있는정서는비장함이나엄숙함보다는짙은그리움에가까워보인다.충격적인죽음앞에살아남은자들의북받치는슬픔이곳곳에배어있지만,이책부제가말하듯늘봄볕같이따스하고유쾌했던김두황의캐릭터가사람들뇌리에깊게각인되어있는것과관련있어보인다.그런이유인지,이책에등장하는많은사람들이떠올리는옛기억에는뜨거운인간애사이를파고드는김두황특유의위트와해학이겹쳐진다.

다정다감하면서도그누구보다도뜨거운청년
가장인기가많고화려한언변을자랑했던청년
같이있으면언제나긍정적인에너지를전하는사람!
이책은김두황의어린시절부터연대기적으로23살청년의짧은생을다큐형식의내러티브를통해다루고있다.그리고대부분의지면을대학입학후학생운동에매진하며동분서주했던시기에할애하고있다.또김두황이걸었던그길에함께했던사람들의고뇌와웃음을덧붙였다.시대적상황에대한이해를돕기위해서다.이책에는1980년서울의봄시기부터1980년대초중반의고대학생운동에참여했던인물들의내밀한서사가부록처럼달려있어격동의시대와정면으로맞서싸운학생운동주역들의치열했던분투기를엿볼수있다.당연하게도그들이전하는김두황의면모와활약상이빼곡하게담겨있다.
그들이전하는김두황은신입생새내기부터눈에띄는학생이었다.거침없이말하고형형한눈빛으로세상을응시하며뜨거움을발산하는학우였다.사석에서는쉴새없이농담을늘어놓으며주변을환하게밝히는장난꾸러기였고화려한언변과제스처로선후배간의엄숙한위계를한순간에허물어버리는악동(?)이기도했다.그러면서도사람을먼저배려하고포용하며상대를위해뜨거운눈물을흘리는친구이고선배였다.밤늦은시간까지술잔을기울이고줄담배를피워도모든일을철저하게준비하는성실한학생운동가였으며힘겨운자취생활과정에서도시를낭독하면서요리와설거지를척척해내는낙천주의자였다.하지만그는“엄마,엄마!”하면서애교를부리는장난꾸러기막내아들이었고,결국에는지울수없는상처를남긴채부모님가슴에대못을박은천하의불효자였다.
김두황은특히시와노래를사랑하는낭만적로맨티스트기질이다분했다.그는김수영,김지하,신경림등의시집을항상품고다니며동료나선후배들에게들려주었고때때로동기와시를낭송했다.질식할것같은시대의목마름과민주주의가치에대한비원의열망을시를통해토해냈을만큼감수성과혁명적낭만성이넘쳐났다.그렇다고어설픈감성에자신을가두거나격정에휘둘리는모습을보이지않았다.학생운동리더가되면서짊어졌던무거운책무를소홀히할수없어서였을까?그는자신에게닥친불운에좌절하지않았고반드시이겨내겠다는의지를굽히지않았다.게다가모진운명앞에서도누군가를원망하지않았으며이별의순간까지도친구를위로하며그리워했다.하지만자신의최후가가슴시린비극이될줄은상상하지못했을것이다.


아직끝나지않는군의문사진상규명투쟁
허공에라도끝까지소리쳐야하는이유?
김두황의군의문사이후22사단헌병대는사고현장의증거를모두없애고유가족을압박해화급하게화장처리를한뒤비관자살이라고발표했다.자살증거를조작하고터무니없는허위정보를유포해스러진영혼을다시짓밟는추악한범죄행위를태연하게자행했다.그가떠난후오열하던아버지는1년후세상을떠났고또1년후에는막내아들을그리워하며아들의얼굴을그리던어머니가그뒤를이었다.경찰의모진고문을이기지못해김두황이름을불었다는이유로그의선배와친구는평생을자책하는천형을짊어져야했다.

민주주의제단에피를흘린김두황의헌신은극단적비극으로만그치지않았다.진실을얘기할수없는군사독재의시대를견딘후김두황의군의문사는다시역사의심판대에올려졌다.유가족이앞장서고민주단체가가세한힘겨운진상규명투쟁이있었기때문이다.1999년12월마침내의문사진상규명특별법이통과되어군의문사진실을합법적으로밝힐수있는기회를얻게되었다.이듬해에의문사위1기가발족되어본격적인조사가진행되었고이후위문사위2기,국방부과거사진실규명위원회,진실화해과거사정리위원회(‘진화위’)1,2기등무려다섯개의위원회가만들어져오늘에이르고있다.

김두황군의문사에분노한고대생들의추모행렬도이어졌다.1984년4월17일김두황추모식에수천명이학생들이살인정권을규탄하는대규모시위를벌였다.이시위는이후1985년,1986년을거쳐1987월6월민주항쟁을주도적으로이끌었던고대학생운동의기폭제가되었다.

김두황열사를기리고군의문사규명투쟁을지속적으로전개하기위한단체도결성되었다.2000년에발족한김두황추모사업회는김두황의오랜벗들인고대80학번동기들이주축이되어지금까지그활동을이어가고있다.이단체를이끌고있는인물은대학1학년때부터줄곧함께했던평생동지양창욱회장이다.양창욱은김두황과같이연행되어고문을받은뒤22사단에강제징집된인물이다.그는강제징집직후훈련소에서자신의강제징집을비통해하는아버지의부음을받고절망했으며자대배치후에는친구김두황의비보를접하고또한번무너져내렸다.설상가상으로보안사의프락치공작을강요받으면서죽음보다더고통스러운시간을견뎌야했다.몇년전에는뇌경색으로죽음직전까지갔다가천운으로살아나힘겨운재활을거쳐야했다.여러번생사를넘나들었던양창욱은아직도뇌세포활동이완전히회복되지않는몸에도불구하고40년전투쟁을이어가고있다.친구를위한,옛동지를위한투쟁의자신의소임이고운명이라여기며매주수요일이면진화위사무실앞에서‘진화위의문사진상규명촉구집회’에나서며쉼없는투쟁을계속하고있다.“몸도성치않은데왜이렇게진상규명에앞장서고있습니까?”라고묻는질문에그는말한다.

“세상에잊지않도록,언제든다시조사될수있도록우리가허공에라도계속소리쳐야죠.진실은언젠가는밝혀질것입니다.”

김두황은1980년고려대입학과함께학생운동에뛰어들었고그가3학년이된1982년부터고대학생운동전반을이끌었던핵심운동가였다.1983년소위3.7사건에연루된그는경찰에연행된후조사과정에서모진고문을받고서곧바로강제징집되었다.그리고강제징집90일정도지난시점에서의문의죽음을맞게된다.

[추천사]
이책은학생운동가들의삶을기록한소중한자료임과동시에의문사로남아있는국가폭력의잔인성을고발하고폭로하는이야기이다.모두가힘을모아김두황군의문사진실을밝혀내야할것이다.그것이살아있는우리들의책무이다.
-정세균(노무현재단이사장,전국무총리)

결코꺾이지않는마음을가졌던나의친구두황을다시떠올려본다.그많은시간동안되뇌이면서못다한얘기와쏟아낸눈물대신그리운친구에게노래한곡을바친다.-양창욱(김두황추모사업회회장)

광주의장엄한비극으로시작된1980년대,당시의청춘들은광주의죽음을외면할수없었고더이상죽음은저먼곳의이야기가아니었다.실제로많이죽어나가기시작했다.-한홍구(성공회대교수)

1980년대를지나온우리는모두가슴저미는아픔으로김두황을기억합니다.이책은그때의동지들가슴에사무친기억들을모아혁명을꿈꾸던1980년대청년들의내면을섬세하게묘사했습니다.-안병욱(가톨릭대학교명예교수)

이글은칠흑같은시대에학생운동의한복판으로들어갔던김두황의발자취를더듬으며지금다시시작되고있는어두운시대의한복판으로우리를인도한다.-오동진(영화평론가)

1984년4월17일김두황추모제에서첫데모를했다.만난적도없지만잊을수없는이름과함께나의학생운동은시작되었다.그리고지금그가잠든강원도고성의통일전망대부근에서나는여전히통일걷기를하고있다.
-이인영(국회의원,전통일부장관)

경제학과후배인내게김두황형은시대의엄혹함과함께학생운동을하려면어느정도까지각오해야하는지를알게해주었다.늦게나마흑백사진과이야기로만접했던형을책으로만나게되어무척반갑다.
-박시백(『박시백의조선왕조실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