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짓는 생활 : 농사를 짓고 글도 짓습니다

오늘도 짓는 생활 : 농사를 짓고 글도 짓습니다

$14.00
Description
“오늘 일기 끝에 ‘가능’이라고 적었다.”
삶의 팔 할은 ‘잉여’이지만, 어쩌면 무엇이든 ‘가능’한
어느 작가 지망생의 농촌 생활 일기
저자는 대학교 졸업 후 농사짓는 부모님을 도우며 마음속으로는 오래도록 작가를 꿈꾸는 사람입니다. 들에서 삶을 배웠던 저자는 마로니에 여성 백일장에서 산문 부문 장원을 받고 등단하게 되었으며 그 기회로 서울문화재단 ‘첫 책 발간 지원사업’에 선정되어, 꿈에 그리던 첫 책을 출간하게 되었습니다. 날마다 써왔던 글들에 한 신문에 써왔던 고정 칼럼을 더했습니다.
저자에게 글은 늘 어려운 것이었습니다. 밭에서 일을 할 때면 영원히 글을 쓰지 못할 것 같았고 모든 빛나는 것들에 열등감을 느꼈습니다. 일이 끝나면 동굴 같은 방 안에 스스로 갇혀 무기력하고 우울하게 지냈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시간은 지나갔고 계절도 어김없이 변했습니다. 그나마 일기는 살아 있다는 증거였습니다. 괴로우면 괴로운 일을 적었고 슬프면 슬픈 일을 적었습니다. 평범한 일상의 기록이지만 겨우 몇 줄이 저자를 키웠습니다.
언젠가 저자의 큰 당숙 할머니가 집 앞 가로등 때문에 들깨가 자라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신기했습니다. 빛 때문에 들깨가 자라지 않는다니. 너무 환한 빛도 때로는 독이 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짙은 그늘과 어둠 속에서, 일기장에 적은 일상의 조각들이 수필이 되었습니다.
이 책은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별로 구성이 되어 있습니다. 봄에는 고추를 심고 여름엔 고추를 따고 가을엔 들깨를 베고 겨울엔 땅이 얼기 전에 비닐을 벗깁니다. 글도 마찬가지입니다. 저자가 일하면서 느꼈던 많은 사유들을 독자와 공감해보기를 바라봅니다.
“땅이 얼고 작물이 자라지 않는 긴 겨울이지만, 저 멀리 봄”을 느끼게 해주는 작지만 작은 희망을 전하는 〈오늘도 짓는 생활〉은 30대 작가 지망생이 전하는 생생한 농촌 에세이.
불안과 걱정으로 만들어진 그림자가 누군가에겐 시원한 쉼터가 되기를 바랍니다. 삶의 팔 할은 ‘잉여’일지라도 끝내 ‘가능’을 말하는 사람. 저자는 오늘도 농사를 짓고 글을 짓습니다.

〈오늘도 짓는 생활〉은 아무나 책을 읽고, 누구나 글을 쓸 수 있으며, 모두가 꿈꾸는 세상을 만드는 아무책방의 두 번째 책입니다.
저자

남설희

2019년마로니에여성백일장산문부문장원을수상하며<에세이문학>을통해등단.2020년서울문화재단‘첫책발간지원사업’에선정.처음펴내는이책으로조금은‘작가’에가까워지는것같다.

목차

작가의말


그림자와그늘
소원에도색깔이있다면
부침개부치는날
고추모시집가는날
내인생에도부스터가있다면
그밭에는도라지꽃이필까?
현수막
1번지
나의MBTI
조카와보내는시간
복토

여름
버섯과곰팡이
반짝이는팔찌하나
라디오를듣다
책장파먹기
엄마의맛
나누는마음
설순이반찬통
이국아닌이국
가짜마음
고추줄매기

가을
일기장
아빠의지게
구두와운동화
산이관찰기
일안되는날
가짜뉴스
밤에자란다
익어가다
근육통

겨울
들에서삶을배우다
기도
걷다보면
오래보다
칠전팔기운전면허합격기
직접보아야알수있는
파생소비
보통날
와립인간

다시봄
어느새살며시

출판사 서평



어느새서른을훌쩍넘긴저자는부모님의농사일을도우며작가의꿈을꿉니다.뚜렷한직업도없고인간관계도좁지만,오늘도밭골의비닐을갈고한땀한땀글을짓습니다.한때는쉬운마음으로작가가되고싶었습니다.어떤글을쓰고싶다는각오도없었습니다.빛을향한열등감은사실동경이었습니다.하지만깊은그림자가짙은그늘이되는것처럼,어둠이되기보다는누군가에게시원한쉼터가되었으면좋겠습니다.그래서또다시글을씁니다.지금필요한건완벽이아니라시작하는것이니까요.첫문장을씁니다.달에대고상앗빛소원을빕니다.무탈없이잘살았으면좋겠습니다.비바람에도뙤약볕에도건강하게잘자랐으면좋겠습니다.이런마음을아는지모르는지,결혼하는게뭐그리좋다고마냥웃던막내처럼고추모도바람따라기분좋게재잘재잘웃습니다.뜨끈뜨끈한아지랑이가등에서피어오릅니다.

여름

크리스털팔찌처럼반짝거리는여름,온종일고추를따고상자에담아유통센터에보내고다시고추를땁니다.뜨거운태양이한소끔꺼진저녁,고양이들과노는것이유일한낙입니다.봄에미처따지못한버섯이참나무밑동에서인사합니다.평소라면그냥지나쳤을법한데오늘따라반갑습니다.버섯이되자,지금이기분을양분삼아앞으로나아가자.그렇게생각하자마음에서힘이납니다.고추밭에서줄을매다라디오에서들은“끙끙앓다가죽느니한번해보세요.”라는말에부싯돌처럼가슴이반짝빛납니다.서늘했던마음에훈기가돕니다.기분좋게고추줄을잡아당깁니다.좋아하는일을잘하고싶었고,잘하고싶은욕심이나를주저앉혔습니다.그렇게내마음을돌보지않는사이욕심이진짜내마음인양자랐습니다.그저좋아하는일을하고싶은것뿐이었습니다.가짜마음을뽑고나니진짜마음이보입니다.풀을뽑고나니훤한두둑이보입니다.아직한낮입니다.

가을

10년째일기를쓰고있습니다.처음엔하루를허투루흘려보내는게아까워쓰기시작했습니다.일기장은잿빛이었지만살아있다는증거이기도했습니다.언제부터인가일기장끝에‘가능’이라고적었습니다.‘나는가능해.나는글을쓰는게가능하고내일아침일어나서운동하는것도가능해.’결심은늘실망을주지만예전만큼우울하지않습니다.왜냐하면나는가능하기때문입니다.여전히우울한것이많지만감사한것들이주변에있습니다.그날예쁜구름을봐서감사하고맛있는음식을해주는엄마에게도감사합니다.또매일재미있는TV프로그램을볼수있어감사합니다.글을쓸수있어감사합니다.평범한일상의기록이지만겨우몇줄이나를키웁니다.언제나비슷했던날들과조금다른오늘.오후엔어떤일상이나를키우게할지상상해봅니다.고통을끌어안고익숙해지기를기다립니다.쓰고싶은글이많습니다.

겨울

들녘의푸른열기는한소끔식었습니다.찬기를머금은바람은빗자루질하듯차례차례겨울들녘을쓸고있습니다.이제는겨울들녘처럼한소끔꺼진나의청춘.아직도갈대처럼많이흔들립니다.하지만이제쓰러져도다시서는법을조금압니다.기다리는법을알고,시간의힘을압니다.휑해진콩밭을보았습니다.이제내마음을추수할차례입니다.들에서삶을배웁니다.깊고맑은환희심이내마음을채웁니다.꿈을포기못해또래보다많이늦었습니다.아까운청춘을집안에서만보냈고아직도부모님께의탁하며삽니다.재작년겨울,겨우등단딱지하나건졌지만삶은등단전과다를바없습니다.그래도모든하루가무의미했던것은아닙니다.정상만바라보면그곳은굉장히높아보여갈수없는곳처럼느껴집니다.하지만걷다보면그곳에갑니다.그마음을응원하는듯,고양이도볕이보이는곳에앉아볕을쬐며야옹거립니다.

다시봄

어느새살며시봄이왔습니다.작년과같은계절이지만조금은성숙해진봄의이야기입니다.시장에서‘철학’하나를사고시장끝생선가게를지나떡가게에갑니다.찹쌀떡에아이스아메리카노하나면세상에부러울것이없습니다.떠오르니까먹고싶어집니다.그것에이유나동기같은건없습니다.그럴때가있습니다.굳이모든것에이유를찾을필요가있을까요.한계절이지나면또한계절이오듯이,우리의삶도계속됩니다.

이책은충북음성에서농사를지으며글도짓고있는,30대작가지망생의일기장같은책입니다.책을읽고있으면계절이바뀌는들녘에서서사라지는해를바라보는것같은알싸함이느껴집니다.조금은쓸쓸하고,또조금은서글픕니다.하지만쓰러진고추를세우고말뚝에줄을감아다시앞으로나아가는걸보면,우리의마음도함께추슬러지는것같습니다.작가는책을통해이야기합니다.포기하지않는다면언젠가그곳에간다고.그옆에서골골거리는고양이와산책을재촉하는강아지가책에훈기를불어넣습니다.봄에는고추를심고여름엔고추를따고가을엔들깨를베고겨울엔땅이얼기전에비닐을벗깁니다.일기장끝에‘가능’이라고적는것처럼,독자들의마음에도이루지못한저마다의‘가능‘을떠올려보았으면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