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랑잎에도 깔깔 (모든 것이 눈부셨던 그때, 거기, 우리들의 이야기)

가랑잎에도 깔깔 (모든 것이 눈부셨던 그때, 거기, 우리들의 이야기)

$14.00
Description
가랑잎 굴러가는 것만 봐도 까르르 웃는다는 학창 시절
울고, 웃고, 싸우고, 아파하고, 미안해하고, 사랑했던,
그래서 더 그리운, 빛나는 시간으로의 초대
‘어린이에서 어른으로 변화하는 과도기’라거나 ‘거친 바람과 성난 파도 같은 성장기’라고 불리는 시절로부터 길어 올린 유쾌하고, 아프고, 슬프고, 사랑스러운 이야기가 이 책 속에는 가득하다. 작가가 정성스레 소환해낸, 독자를 자연스레 그 시절로 돌아가게 하는 세밀한 기억은 눈부셨던 순간들에 대한 헌사다.

이를테면 ‘뉘리끼리’라고밖에 표현할 수 없는 총각 선생님을 짝사랑하고, 신체검사에서 최대 몸무게가 공개되는 바람에 교실 전체가 울음바다가 되고, 도시락 반찬 하나에 자존감이 땅에 떨어지던 때, 다 함께 모여 과산화수소로 머리를 탈색하고, 2교시가 끝나는 동시에 대개의 아이들이 도시락을 다 비워버리는, 처음으로 선생님한테 뺨을 맞고 억울해서 죽을 것 같던 그 시절의 이야기들에 귀 기울이다 보면, 어느새 오랫동안 잊고 있던 기억과 마주하게 된다. 그 순간, 그때는 몰랐으나 지금은 아는, 지나갔기에 비로소 보이는 찬란하게 빛났던 순간, 우리는 오늘의 나를 돌아보게 된다.
저자

김송은

1980년대에중고등학교를다녔고,대학과대학원에서국어국문학을전공했다.《조선일보》,《중앙일보》,《한국일보》등에교육칼럼을연재했고,KBS,EBS,tvN등여러매체에서스스로공부하는방법과가치를전했다.청소년의마음을어루만져주는책을다수썼고,쓰고있다.
학생들과대화를하다보면,문득마음이아연해진다.그들의모습에서잊고지냈던그시절의나를만난것.그때는아침마다마음이설렜다.기쁨이든,슬픔이든대충은없었다.격한감정이종일가슴에소용돌이쳤다.공부도,사람도그랬지만,제일어려운대상은늘나였다.나는어떤사람인가.단서를찾아헤매는탐정처럼시행과착오를반복하며,나의사춘기는매순간뜨겁게흘러갔다.
지지부진과낙담의시간이오면,사람들은흔히소망하는앞으로의모습을그린다.하지만어떤응원은미래에있지않다.은밀한위로,고요한격려가필요할때,내마음은종종시간을거슬러올라간다.산깊은곳숨은강물의발원지인양,생기가득했던그시절을기웃거리다보면,메말랐던마음에어느덧차가운샘물이차오른다.과거는힘이없다지만,기억은뜻밖의치유력을지녔다.이책이다르지만닮은기억을소환하길,소환된그기억이부디은밀한위로와고요한격려가되길,나아가뜻밖의치유가되길소망한다.

목차

프롤로그|마침내,헷세

아팠지만,
광기의탄생
야생의시대
니가아무리내뺨을갈겨도
운동화삼국지1
운동화삼국지2

사랑했고,
인싸와아싸
폭력의광시곡
불규칙동사완전정복
(짝)사랑,그쓸쓸함에대하여
저들에콩깍지

그때나지금이나,
떡볶이트라우마1
떡볶이트라우마2
별이빛나는밤에
못난이콤플렉스
3월의괴물

그리운,
인생에한번쯤문학소녀
사랑이메아리칠때
너이런사람일거였어?
우아한히피처럼
데우스엑스마키나
에필로그언제까지나사춘기

에필로그|언제까지나사춘기

출판사 서평

‘거친생각과불안한눈빛’을지켜보는부모는걱정이한가득이다.매일같이공부해라말썽부리지말아라,통제하고잔소리하는것은그때문.하지만그런부모역시‘거친생각과불안한눈빛’가득했던시절이있었다.잊었을뿐,통제와잔소리가그어떤것보다싫었던그시절을.
마음속에선매일폭풍이몰아치고,감정은수시로고양되거나가라앉고,친구의사소한말한마디무의미한행동하나에도깊디깊은번민이시작된다.몸이자라는속도만큼마음과정신도쑥쑥자라해가바뀔때마다그폭과깊이가넓고깊어진다.그변화가너무빨라가끔,바뀐제모습이타인처럼낯설게느껴질때도있다.
봄을생각하는시기(思春期)가어찌이리도지랄맞단말인가!세상에서저혼자만불행한것같고,머릿속은이런저런생각이뒤엉켜눈과귀를가리고,부모님의한마디한마디는그저잔소리로들리고,소리지르고반항해봐야딱히괜찮아지진않고,그와중얼굴엔여드름이펑펑,다리엔알통이떠억,몸은돌아볼새도없이퉁퉁.

여학생들은대부분중학교시절꼬챙이에서뚱땡이로극적인변신을한다.교실에는아직생리를시작하지않아아동기의육체와정신을지닌어린이들이한부류있었고,변화된호르몬덕분에몸곳곳으로지방을맞이하다가아차하는사이에그만적정선을넘어버린과체중들이또한부류존재했다._19쪽〈야생의시대〉중에서

보이긴커녕느껴지지도않는호르몬과싸울순없기에할수있는것이라곤어서빨리시간이가길,어서빨리어른이되길바라는것뿐이다.하지만그건시간이라는복병탓에안된다는것쯤은아는나이.진퇴양난에서벗어날방법을궁리,또궁리하다그끝에비책을떠올린다.그건바로흉내.어른이못될바에야어른인척이라도하기로한다.

친구의집에우르르모여각자구입한과산화수소를대야에모으고돌아가면서머리를감아집단적으로탈색을시도하기도하고,색깔이진한립밤을사서어떻게든쥐잡아먹은입술을연출하고싶어용을썼다.민주가남대문지하상가에서구루프를박스로사온날은모든아이들이구루프를하나씩머리에말고있어서,들어오는선생님마다기함할듯놀라기도했다._160쪽〈못난이콤플렉스〉중에서

우리들의사춘기는대개그렇게갔다.그리고그때가그어떤생의한때보다빛나는시절임을,“아주반짝반짝빛이난다”던가정선생님의음성에담긴부러움을이해하게된건안타깝게도그렇게바라던어른이되고나서다.돌아보면웃는아이도,찡그린아이도,화장한아이도,맨얼굴의아이도,예쁜아이도,못생긴아이도,모두다어여쁘다.그예쁜아이들은앞머리를둥글게말아이마를우산처럼덮는일에영혼을갈아넣으면서도담임의“기대가커”한마디에반석차1등을갈아치운다.어떤좌절과불안도순식간에희망과용기로바꿔버린다.그렇게그예쁜아이들은매일,매순간성장한다.아직완전하지않았기에가능했던그반짝임,그찬란함속에서.

가장찬란한기억으로부터길어올린
은밀한위로와고요한격려,그리고뜻밖의치유

『가랑잎에도깔깔』은1980년대에사춘기를산김송은작가가길어올린기억의기록이다.작가김송은은오랜기간청소년들과함께스스로공부하는방법을고민해온교육자이자사춘기를지나고있는두아이의엄마다.작가는학생들과대화하는틈틈이,또두아이와부딪힐때마다자신이지나온그시절을돌아봤다.그리고문득그때를기록해야겠다생각했다.돌아보는것만으로아이들을조금은이해할수있었기에,돌아보는것만으로위로와격려와치유가되었기에.
작가에게그랬듯이책속이야기들은,특히1980년대에사춘기를보낸독자에겐더욱큰위로와격려와치유를선물할것이다.위로는은밀하다.이유도모른채따귀를맞고멘붕상태가됐을때,“개놈,지가뭔데패고지랄이야”라고함께욕해주는친구처럼.

“개놈.지가뭔데패고지랄이야.달리기좀못할수도있지.”시현은창밖에대고욕을했다.다음반수업을기다리며체육선생은등나무그늘에서담배를피우는중이었다.조금전내싸대기를갈긴자였다.내가맞은이유는정확하지는않지만추정컨대,태도의문제였다.최선을다하지않았다는것이나의공식적인죄목이었다._49쪽〈운동화삼국지2-나이키와닮아서〉중에서

격려는고요하다.하키부친구의책상서랍에노을빵을몰래넣어두는가난한아이의마음처럼.

어디서훌쩍이는소리가들렸다.엎어져자는척하던정아였다.최의매질에도꼼짝않던정아가어깨를들썩이며울기시작했다.낯선슬픔이아이들을출렁이게했다.사실은정뿐만아니라우리는모두정아의팬이었다.경기장을누비는저멋진친구가우리반의민정아라고,오늘두번째골을넣은영웅이내친구라고,효창공원을내려오며우리의어깨는하늘까지치솟았었다.지역대회에서우승한다음날,나역시노을빵을사서정아의책상서랍에몰래넣어둔적이있었다._83쪽〈폭력의광시곡〉중에서

치유는뜻밖이다.일관된세계관을고수하는앞집언니의만화속대사처럼.

바람이불어골목가장자리로종이가흩날렸다.나는한참을뛰어다니며그것들을한데모았다.찢어진조각을퍼즐처럼맞추고,집에서투명테이프를가지고와그위에붙였다.누더기노트안에서여주인공이두주먹을쥐고포효했다.“니가아무리내뺨을갈겨도난반드시왕립발레단의발레리나가될테야.니가아무리내뺨을갈겨도.”다음장으로넘기니주인공아멜리아는마침내왕립발레단무용수가되어찬란한무대에우뚝섰다.언니의작품에새드엔딩이란없다._38쪽〈니가아무리내뺨을갈겨도〉중에서

책상사이온갖유치찬란한말이강물처럼범람하고,쉬는시간이면축제폭죽처럼웃음이난무하던그때.우리는이렇게찬란한것들에휩싸여있었다.이를테면돌아선친구의뒷모습에저며온통증,좋아하던선생님이처음내이름을불렀던날의떨림,내집과는너무다른넓고환한친구집에서처음느껴본두개의감정같은것들에.그리고이것들은이제대개는위로가되고,가끔은격려가되며,드물게는치유가된다.은밀하게,고요하게,그리고뜻밖으로.
이책,『가랑잎에도깔깔』에담긴이야기들이바로그렇다.작가김송은이기억저안에서길어올린,마치그곳에있는듯세밀한묘사와그일을겪고있는것처럼생생한이야기를읽고있노라면우리는대개는가벼이웃을것이고,가끔은작정한듯미어질것이며,드물게는기어이울것이다.그리고그웃음,그미어짐,그울음은어느샌가위로와격려와치유가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