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에서
지구가태양둘레를도는지태양이지구둘레를도는지가도대체왜문제인가?물리학책대다수에서,교실대다수에서,이는그저중심에있는것이푸른점이냐노란점이냐하는천체기하의문제로제출될뿐이다.그리고사실상아무런맥락없이우리는코페르니쿠스가마침내노란점을중심에둠으로써이문제를“해결했다”라고배운다.대다수학생에게,이모든것은추상적인수학적게임으로만보인다.
하지만이문제는대단히중요하다.우주체제의중심이태양인지지구인지는천체기하만의문제가아니라(물론그문제이기도하지만)인간의문화에대한심오한문제이다.중세의지구중심적우주론과17세기말의태양중심적우주론사이의선택은우주적체제안에서인간의위치를근본적으로다르게보는견해사이의선택이다.우리는자신을천사들로가득찬우주,모든것이신과관련된우주의중심으로볼것인가,아니면광막한유클리드공간안에서목적없이회전하는거대한암석의주민으로볼것인가?지구중심설에서태양중심설로이행하는과정은경험적천문학의승리만이아니라서구문화사의전환점이었다.
12-13쪽
이책에서나는서구문화에서물리학의발전과정을종교적정신에서비롯한것으로추적하려한다.갈릴레이사건이있었음에도,17세기물리학자들과신학자들이앙숙이었다는주장은전혀사실이아니다.13세기에서18세기까지,수리과학의기수들은의식적으로교회와제휴하고자했다.
26쪽
여성은한편으로는성서를해석할권리를놓고,다른한편으로는전통적으로신의“또다른책”으로여겨왔던자연을해석할권리를놓고싸워야했다.하지만여성은이제,로마가톨릭교회만을제외한다면,그리스도교교파대다수에서성직에참여하고,마찬가지로물리학만을제외한다면,“과학교회”분야대부분에참여한다.그러니까물리학은말하자면과학의로마가톨릭교회인셈이다.이런유비는그저기발한은유만은아닌것이,물리학이란그뿌리가종교와가장긴밀히얽혀있는과학이기때문이다.“과학교회”의가장정통적교파로서,물리학은여성이뚫고들어가기에가장힘든분야이다.
29쪽
문제는물리학을남성이수행한다는데에있지않다.물리학을지배해온남성들이특이한부류라는것이문제다.수학적인간(남성)의문제는수학이나남성성그자체가아니라,그가그처럼쉽사리사로잡히곤하는유사종교적이상과자기상들이다.그는성전환할필요가있는것이아니라성격을재정비할필요가있다.
37-38쪽
피타고라스적이원론이등장했다.한편에는선의자질과홀수성과남성성이,다른한편에는악의자질과짝수성과여성성이확연히구분되었다.대체로,고상하고좋게여겨지는자질은남성편으로,저급하고나쁘게여겨지는자질은여성편으로나뉘었다.일반적으로,피타고라스적수학자의의무는개별수(홀수든짝수든)의특성과그들사이의관계(수적이든윤리적이든)를발견하는것이었으며,따라서수학자는어쩔수없이윤리학의생도가되었다.수학과윤리학을별개로보는현대적사고방식은피타고라스를기겁하게했을것이다.그는수학이파괴적기술개발에동원될수있으며,따라서도덕적책임이따른다는점을이해했던최초의인물이었다.
51-52쪽
당시기록에따르면,이박식한주교는정기적으로신부들을시켜수녀들에게서젖이나는지짜보게했다고한다.그럼으로써그로스테스트는“누가타락했는가를발견”할수있다고믿었다.그는또한여성이나가족이완벽히배제된생활을이상으로삼았으며,그가그린완전한지식인공동체란전적으로남성적인세계였다.그래서그는피타고라스-플라톤적형이상학을구축하면서도,여성에관해서는아리스토텔레스(여성이란정신적으로불완전하며,한몫의인간에미달하는존재라고보았던)의편을들었다.여성에게정신적결함이있다는생각은이후세기동안여성이대학즉수학교육의중심지로나아가는것을막는또다른걸림돌이되었다.
83쪽
천구들의완전성은신과얼마나가까운가에정비례했다.인류가사는영역은신에게서가장멀리떨어져있으므로가장비천한것이었다.그리스도교시대전반에걸쳐,이처럼층위를이루는우주는농부를맨밑바닥으로,왕을맨꼭대기로하는계층사회의질서를정당화하는역할을했다.
그러나태양중심설은근본적으로다른모형을제시했다.먼저,이체계에서는지구도행성의하나로분류되었다.지구는이제다른여러천체와한가족이되었으며,우주의시궁창으로는보기어려웠다.둘째,태양신아폴론에대한피타고라스적숭배에서비롯한전통에따라,코페르니쿠스는신을머나먼별들보다는태양에두었다.그리하여그의우주론에서는지구가신으로부터우주의반대쪽에있는것이아니라,상당히가까이있는셈이었다.코페르니쿠스는또한지구를포함한모든행성이태양빛을,다시말해신의광명을직접받는다고주장했다.그에따르면인류는하나님의광명을다른어떤천구의여과도거치지않은채그대로받는것이었다.인간사회의질서에대한전형으로서,태양중심설은그러므로엄밀히위계적인사회를정당화하는데지장을초래했고,이는프톨레마이오스체계뿐아니라생활양식전반을위협했다.
107-108쪽
세기초의프랑스기계론자처럼,영국과학의새로운지도자들도혹시이단적으로보일만한것(여자도포함되었다)을멀리하기에열심이었다.왕립학회의또다른창설회원인월터찰턴WalterCharleton은여성에대한자기동료들의적대감을다음과같은말로요약했다.“그대들은살가죽의아름다움으로우리를미혹하는하이에나들이요……지혜에대한배신자들이요,산업에대한방해물이요,미덕에대한장애물이요,우리모두를악덕과불경건과파멸로몰고가는선동자들이오.”학회의초대서기였던헨리올덴부르크HenryOldenburg는학회의시급한목적은“남성적인철학을북돋아……인간(남성)의정신이견고한진리들에대한지식으로고상해지게하는것”이라고선언했다.영국과학의이방어요새는1945년이전까지여성을정회원으로받아들인적이없었다.역사가론다시빙어가심술궂게지적했듯이,“거의300년동안,왕립학회에유일하게상주했던여성은해부학표본으로보존된해골이었다.”
155-156쪽
종교재판관들은만일갈릴레이가결정적증거를제시한다면자신들의관점을재고하겠다는의사를분명히밝혔지만,갈릴레이는그렇게하지못했다.결국,그는태양중심설이하나의가설일뿐이라고인정해야했다.이것이저유명한재판의결과였다.갈릴레이는태양중심적우주론및그것이지구물리학에미치는영향등에관해생각하기를포기하라는명령을받거나하지는않았다.그는단지그주장이가설일수밖에없다는사실을인정해야했던것뿐이다.
17세기초에,로마가톨릭교회는수리과학에반대하는상황이아니었다.다만교회는고작그렇게빈약하고애매한증거만으로저하늘위의일에관한권위를수학적인간들에게넘겨야할이유가없었다.(……)결국태양중심설의타당성이입증되었더라도교회가잘못이었다고는할수없다.급진적인신新이론에대해구체적인증거를요구하는것은폭정이아니라훌륭한과학적태도이며,과학자들자신도그보다덜요구하지는않았을터이다.
174쪽
뉴턴이사적으로는어떤이단사상을지녔든,공적으로는자신의과학으로정통신앙에기여하고자했으므로,뉴턴의자연철학은곧과학과그리스도교(특히영국성공회)의강력하고새로운연합의기초가되었다.과학은점차세속적인환경에서연구되었지만,뉴턴의영향을받은수학적인간들은여전히재속사제在俗司祭나다름없는역할을했다.그를본받아,여러세대의뉴턴주의자들은그들의과학을신및신과세계의관계에대한정통프로테스탄트적입장들을옹호하는강력한도구로삼았다.갈릴레이가물리학자와신학자간의긴장관계를시사했다면,뉴턴은상호부조적관계의가능성을보여주었다.갈릴레이는자연에대한인식능력을교회에서탈취하는데에열심이었지만,뉴턴은그힘을교회와나눠갖고자했다.데카르트적기계론의무신론적경향들을물리치고,자신의우주론을적극적으로섭리하는신성의논거로사용함으로써,뉴턴은과학만으로설명할수있는것에는한계가있음을인정했다.그에게는,우리주위의세계를완전하게인식하려면과학과종교가모두필요했다.이불멸의수학적인간이야말로교회의가장영향력있는협조자였으며,물리학과종교를더없이긴밀하게결속시킨인물이었다.
193쪽
퐁트넬은귀족여성을새로운과학의잠재적동업자로보았다고는하지만,“학문활동을살롱의대화와는상반된것으로정의했다”라고테랄은지적한다.그는새로운과학을전파하고합법화하는데에는여성의도움을이용했지만,과학지식이실제로생산되는공식적인장소에까지여성을초대할의사는전혀없었다.여성은과학의관중이고전파자는될수있어도,그활동은남성의특권으로남아야했다.바꿔말하자면,아카데미회원은살롱에갈수있었지만,살롱여성은아카데미에갈수없다고퐁트넬은분명히선을그었다.
『세계의다수성에관한대화』에서그는후작부인은이해할수있는데까지만이해하면되고그나머지많은부분은여성으로서는몰라도된다고강조했다.이“고차원의”진리는학회의고상한남성적정신의몫으로남겨졌다.그리하여,프랑스에서도,과학은“사제적인”핵심을견지하고있었고,그공식장소(아카데미)는엄밀히남성적인것이었다.
204-205쪽
물리학에대한유사종교적태도는자연의“법칙들”에대한탐색은오로지남자에게만어울리는“사제적”행위라는오랜믿음에기름을끼얹는부작용을낳았다.칸트(신학자훈련을받았고,평생토록여성을멀리했다)는과학은의당“남성적인풍모”를지닌다고선언하면서감히이신성한영역에들어서려는여성들에게악담을퍼부었다.“다시에Dacier부인처럼머릿속에희랍어가가득한여자,샤틀레후작부인처럼복잡한역학토론에끼어드는여자는수염이나는편이좋을것이다.왜냐하면그러는편이그가추구하는심오함을더알아보기쉽게해줄테니까.”또다른글에서는이렇게도썼다.“여성은데카르트의소용돌이가영구히돌도록상관말고내버려두라.”이렇듯,18세기후반의물리학분야에여성이없는것은과학의종교적기조탓만이아니라,교육받은여성일반에반대하는계몽주의적감정이만연했기때문이다.가령,1788년괴팅겐대학교수이던크리스토프마이너스는네권짜리역사책을써서유럽을“현학적여성이라는재앙”에서구하고했다.그뿐만아니라,그런사회적반대가아니더라도물리학의기저에있는암암리의종교성은여전히여성에게강력한또하나의장벽으로작용했다.
221-222쪽
화이트와드레이퍼의목표는특히기성종교를실추시키는데있었다.드레이퍼는로마가톨릭교회가주도권을잡았던천년을지적침체기로묘사했다.그가이시기의“암흑”에대하여대표사례로중세인은지구가평평하다고믿었다는것을들었는데,역사가제프리버턴러셀이보여주었듯이,중세의제대로된학자치고지구가평평하다고믿은사람은아무도없었다.(……)드레이퍼는교회와그추종자들이무지했다고주장하는한편,과학은진리를향해장족의진보를이루어왔고미국의노예제도나러시아의농노제도가사라진것도모두과학덕분이라고설파했다.한마디로그에따르면과학은그광명을기꺼이받아들인모든사회에게위엄과자유를가져다주었다.(……)인류를무지와암흑가운데붙들어두려는신학자들과는대조적으로,화이트와드레이퍼가그려보이는과학자는진리와진보를위해과감히일어선자들이다.그런이상형이바로신화적인물이된갈릴레이,즉인간정신에있는모든선한(좋은)것의권화로서의수학적인간이다.
245-246쪽
여성과학자들은남성과더불어주류에참여하지못하고,여성만의몫으로구분된불평등한영역으로밀려났다.이런사태의결과,MIT처럼신기술에기초한교육과사고의중심에있는학교에서일하는여성은거의없었다.그리하여여성은이제일상생활을변혁하고있는바로그일에참여하지못하게된것이었다.(……)또한과학의전문화는학교의과학학과의전문화도가져왔다.과학이수십가지전문화된분야로세분화하기시작함에따라,대학들은분야마다별도의학과를개설하기시작했으며,곧이학박사SciencePhD도창안되었다.그리하여대학원들이생겨났다.이학박사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