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프카와 가족, 아버지의 집에서 낯선 자 되기(큰글자책)

카프카와 가족, 아버지의 집에서 낯선 자 되기(큰글자책)

$19.00
Description
* 이 책은 시력 약자를 위한 큰글자책입니다.
북튜브 출판사 ‘가족특강’ 시리즈의 여섯번째 책 『카프카와 가족, 아버지의 집에서 낯선 자 되기』는 카프카의 삶과 작품을 통해 ‘가족’, 그리고 ‘아버지’에 대한 상식을 다시 생각해 보고자 한다. 카프카는 자신의 모든 글의 대상이 ‘아버지’라고 고백할 만큼 부자관계와 가족의 문제에 대해 깊은 고민을 했고, 이런 고민을 자신의 작품에도 담았다. 이 책은 카프카의 이런 사유를 그가 처했던 시대상황, 아버지와의 관계, 세 번이나 감행한 약혼 등과 관련지어 설명하고, 카프카가 어떻게 작품을 통해 이런 상황들을 타개해 보려 했는지를 드러내고 있다. 이를 통해 떠나지도 않고, 굴복하지도 않고, 맞서 싸우지도 않으면서 낯선 존재로 ‘많은 발을 쳐들고 기어다니기’, 그럼으로써 ‘가족’이라는 상식을 여지없이 휘젖고 뒤집어 버리는 방법을 카프카에게서 배울 수 있을 것이다.
저자

오선민

1976년생.대학원에서한국근대문학을공부했다.우연히프루스트를만나글쓰는삶의풍요로움에대해배우게되면서작가가되기로결심했다.카프카덕분에나와그밖의것들의공생에대해고민하게되면서요즘은신화,전설,괴담,동화등을읽는다.옛사람들의지혜를따라가면서나와아이,나와자연사이의조각난관계를어떻게회복할수있을지알아보고싶다.『잃어버린시간을찾아서 - 한작가의배움과수련』과
『자유를향한여섯번의시도 - 카프카를읽는6개의키워드』를썼다.

목차

책머리에

Intro

1부_카프카,세기말프라하의아들

세번약혼하는남자
어느유대인가장의꿈,나에게집을달라!
메시아,도래하실나의주인님?

2부_성스러운흡혈가족이야기

『선고』,「시골의사」:아들은아버지를낳고
「재칼과아랍인」:공동체,한줌의기억으로짠그물
「가장의근심」:기원도없고목적도없건만!

3부_아비가있어도아이는자란다

『변신』:집안의갑충으로
『실종자』:무리속아나키스트로
『성』:영원한독신자로

출판사 서평

『카프카와가족,아버지의집에서낯선자되기』
지은이인터뷰

1.이책에서카프카의삶과작품을통해가족에대한문제를살펴보고계십니다.카프카를‘가족’이라는키워드와연결시켜생각하시게된계기가있다면무엇일까요?

카프카와‘가족’을연결시키는것은참당연해보이기도합니다.그가자신의모든글은‘아버지’를대상으로하는것이라고여러번말했기때문입니다.카프카는생의첫번째계단인‘가족’을절대로떠날수없다고도이야기했지요.무엇보다초기3부작인『선고』,『화부』,『변신』이모두부르주아가족안에서벌어지는사건을다루고있습니다.카프카가쓴미완의장편『실종자』,『소송』,『성』도모두부자관계의확장판이지요.
주인공들은모두아버지라는지상의척도로부터어떻게고개돌릴것인가를고민합니다.‘침대에서일어났더니죄인이되어있더라’라고하는『소송』조차도아버지이신천주가나를어떤사람으로규정하고있는지를문제삼는다고할수있습니다.카프카의주인공들은모두자신이어떤아버지의아들인지,어떤시대의아들인지를갖고씨름하는셈입니다.카프카는‘가족’을통해우리각자의정체성이어떻게만들어지는지를탐구했던거지요.
카프카에게있어가족은한인간을출현시키는최초의형식입니다.어떤존재도신체라고하는물질적형식없이는존재할수없지요.자유로워보이는저새도날개라고하는몸에묶여허공에갇혀있지않습니까?새는창공을날수있지만심연을헤엄칠수없다는점에서,그의날개는삶의조건이자한계입니다.카프카가가족을바라보는관점이이와비슷합니다.카프카는작품속에서아버지를부르는아들,상식을요구하는이웃들이한존재의삶을결정한다는점을보여줍니다.아버지덕분에사는겁니다.문제는아버지가원하는방식대로만살때발생하지요.
카프카는존재가자신을둘러싼조건에얽매여있음을강조하고만있지는않았습니다.한걸음더나아가,아무리특정한규정속에놓인다해도,우리는그조건밖으로얼마든지나갈수있다는점을보여주기때문입니다.작품속가족들이‘인간과갑충’(『변신』),‘장난감과장남’(「가장의근심」)처럼이종(異種)들의복합체로나오는까닭이그이유입니다.카프카에게가족은사랑하는두남녀가세상의찬바람으로부터몸을피해,화목하게새끼를낳아기르는스위트한관계는아닙니다.카프카에따르면우리는모두욕망덩어리입니다.아무리‘너는아빠잖아,너는아들이잖아!’라고규정하고규정받는다해도,그런규정밖으로빠져나가는만갈래의욕망이있습니다.그래서카프카는평범한한가족안으로현미경을들고들어가구성원각자가가진온갖욕망들을샅샅이훑어줍니다.
카프카는‘가족’이라는화두를붙들고서어떻게다른삶을살것인가를탐구했습니다.사실카프카와가족을이렇게연결시킬수밖에없었던것은저자신이가족이라는굴레에대해생각이많았기때문입니다.저는결혼을하고아이들낳고나서비로소사회와내가어떻게연결되어있는지를진지하게고민할수있었습니다.엄마로서느끼게되는것들,생각하게되는것들,갖추게되는물건들,그런것들로제가매일같이주조되고있다는것을알게된것이죠.저는어떻게하면엄마라는압박으로부터조금자유로워질수있을까를생각하다가카프카를만났습니다.그리고카프카덕분에여성이라는압박,나아가인간이라는압박까지느긋하게바라볼수있게되었습니다.


2.이책의1부는카프카의약혼이야기로시작됩니다.세번이나약혼을했지만,결국결혼은하지않았다고말씀해주셨는데요.카프카는왜이렇게결혼을꺼렸던걸까요?그러면서왜약혼은세번이나했던걸까요?

시절인연이그랬던거지요(^^).한여인과두번이나약혼만하도록,어떤연인과도결혼은할수없도록하는운명이었겠지요.그런데우리는좀뜨악해보이는이결과가카프카에게는참자연스러운일이지않았을까싶습니다.
결혼을하는것도아니고안하는것도아닌이런태도는카프카의직장생활이나보통의인간관계에서도똑같이나타나거든요.카프카는‘노동자재해보험공사’의직원이었지만회사에서의사색과출퇴근전후의긴산책에큰중요성을부여했습니다.한마디로,출근은하지만직장인처럼지내지는않았지요.우정에있어서도마찬가지였습니다.친구들과함께여행도하고문예서클활동도했지만,절친이었던막스브로트와도공부를함께한다거나같이글을쓰지는않았습니다.모두에게친절했지만그누구도자기삶으로완전히데리고들어오지않았습니다.반대로도이야기할수있을것같습니다.카프카는늘위태로운가족관계만그렸지만실제로는아버지의집근처에서평생을지냈습니다.가족을완전히떠나지도않았던거지요.그렇습니다.카프카에게중요한것은‘거리’였습니다.어떤관계도영원하고확실한것으로갖고가지않는태도말이지요.
세번의약혼은카프카가결혼제도를부정하지않았다는점을말해줍니다.동시에카프카는프라하부르주아들이하는그런결혼만은할수없었다는것도말해주지요.단지카프카는가족에대한어떤고정관념도가지지않으려했을뿐입니다.카프카는사랑이우리자신을떠나게하고삶에대한사랑을새롭게잉태하는힘임은확신했습니다.첫번째약혼녀펠리체바우어양에대한사랑으로초기3부작을비롯해앞으로쓸작품들대부분의테마를얻게되거든요.카프카는가능했다면약혼녀가원하는그‘가족’이라는것을만들었을겁니다.그러나자기안에상대에대한사랑이넘쳐흐를수록점점더프라하,부르주아,보험공사라고하는울타리에갇혀있을수없게되었습니다.카프카가고민한것은뭔가다른가족관계였습니다.카프카는무려세번이나시도해보았던것입니다.‘우리’의욕망이아니라,계속달라지는각자의욕망을보고가는관계를꿈꾸면서요.


3.책에서카프카가아버지의집을뛰쳐나가지도않고아버지에게반항하지도않으면서,『변신』의갑충처럼아버지의집에서살아간다고말씀해주셨는데요.아버지와가족에대한카프카의이러한태도에어떤의미가있는것인지간단히설명부탁드립니다.

카프카는가족자체가나쁘다거나틀렸다고말하지않습니다.누구도부모없이는이세상에오지못하지요.그래서아버지가악덕한존재이니벌을받아야한다든가,‘저런속악한사람을아버지로모실수없어!’라며집을박차고나가지않는거지요.세번의약혼은그가가족이라고하는이조건을매우중요하게생각했다는것을말해줍니다.
문제는그조건을어떤방식으로가져갈것인가에있었습니다.카프카에게‘아버지’란삶의척도를뜻했습니다.‘프라하사람이라면이렇게’,‘유대인이라면이렇게’,‘남자라면이렇게’등,내가어떻게살아가야할지에대한하나의모범으로서의‘아버지’였지요.그런데『변신』에서는아버지의집에서갑충으로사는아들이나옵니다.도대체갑충에게인간아버지의말이제대로들리겠습니까?빚을갚아야한다는장남의의무도,여동생의바이올린레슨비를마련해야한다는오빠의책임도,갑충에게는황당하기짝이없는요구가되겠지요.카프카는‘아버지-어머니-자식’이라고하는성(聖)-삼위일체의세계안에‘갑충-아들’을밀어넣음으로써이관계가강요하는상식의무게를덥니다.그리고한집안에얼마나많은욕망이꿈틀댈수있는지를보여줍니다.
카프카는프라하의유대인이었습니다.체코는독일계합스부르크왕가의오랜지배를받고있었기때문에,프라하는독일계-체코계-유대계로내려오는인종차별이심했습니다.20세기초합스부르크왕가가철수하면서본격적으로체코계와유대계각각의민족주의가극렬하게부딪치게되었지요.독일식으로교육받고체코사회의주류가된많은유대인들은팔레스타인에서그들의낙원을차리려고했습니다.그런데카프카는프라하를떠나지않았습니다.아버지의속물주의에대해안좋게생각하면서도아버지를떠나지않은것과마찬가지였지요.카프카는속악한이곳과순결한저곳,즉비참한현실과충일한이상을나누는사고에반대했습니다.
새에게자유란무엇일까요?새의입장에서생각해보면물고기가되는것이겠지요.그것은새이기를포기할때에만가능합니다.그런데물고기에대한동경은새이기때문에하게된것이기도합니다.거미라면물고기에대한꿈은꾸지않을지도모르지요.카프카는,우리각자가느끼는한계와희망은지금이조건의산물이라고보았습니다.핍박받는유대인은프라하라고하는시공에서나온한계지요.어디팔레스타인이낙원일수있겠습니까?그곳에가면또다른모순과삶의한계가출현할텐데요.카프카는낙원을믿지않았습니다.대신지금여기가지옥이되는이유가무엇일까를묻습니다.체코인들처럼똑같은시민으로대우해달라는욕망이있기에‘유대인은차별받는다’라는생각이가능해지는것이니까요.내욕망이내삶의굴레가되는겁니다.
그런데만약욕망을바꾸게되면어떤일이벌어질까요?카프카의『변신』과『성』은이문제를다룬작품입니다.아들은매일같이하던월급생각을내려놓자마자자신의작은방이이상한부피로솟아오르는것을경험합니다.그는마룻바닥의거침,구석먼지의풀풀거림,공간을채우는일상소음의은근함등자기삶을채우고있던다른요소에마음을쏟자마자월급이라는중력에구애받지않게됩니다.카프카가‘변신’이라는테마를중요하게생각했던이유는지금여기의삶을다르게느껴보기위해서였어요.프라하가어디체코인,유대인만의것이겠습니까?산책가로서작가로서사색가로서바라볼때,프라하는골목마다더듬어볼길이새로이열리는별세계가됩니다.카프카는우리의욕망이너무나다채롭다는사실을온몸으로껴안자고말합니다.아버지가낳은이세계안에서도더듬고걸어볼길은너무나많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