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에게로의 망명 : 록의 황금기를 말할 때 기억나는 이야기

별에게로의 망명 : 록의 황금기를 말할 때 기억나는 이야기

$17.80
Description
2023년 아르코 문학창작 에세이 부문 선정작인 별에게로의 망명은
1960년과 1970년대, 록 음악의 황금기를 겪은 세대가 전하는
록의 본질과 인간의 궁극적 행복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전 세계인이 입을 모아 ‘록의 황금기’라고 부르는 시기에 대한민국에선 무슨 일이 벌어졌던가. 성장기 소년 같았던 불안한 국가, 그 국가처럼 미래를 확신할 수 없는 성장기를 보낸 작가는 래드 제플린(Led Zeppelin)의 음악이 흘러나왔던 ‘그 집 앞’을 회고하며 자전적 소설을 쓴다. 이것이 이 책 1장의 주된 내용이다.

2장은 대중음악가면서 문학적 성향이 강했던 뮤지션들을 이야기했다. 밥 딜런, 레너드 코헨, 짐 모리슨이 그들이다. 페미니즘이 무엇인지조차 몰랐던 시대를 앞질러 대중음악사에 전기를 이룬 여성 뮤지션 조엔 바에즈, 제니스 조플린, 김정미 이야기도 썼다. 그 밖에도 오로지 음악을 통한 진정성 외에는 사심이 없던 닐 영, 음악적 재능을 믿고 삶을 외면한 대가가 참혹했던 쳇 베이커를 이야기했다. 뮤지션으로서의 성공도, 그 반대인 실패도 삶의 일부분이기에 이들에게는 늘 찬사와 비난이 공존했다. 결국 작가는 그들에게서 아름다움과 추악함, 가진 것과 가지지 못한 것, 선과 악이 공존하는 삶의 민낯을 본다.
작가가 소개한 여덟 명 가운데 쳇 베이커를 제외한 일곱 명이 60년대와 70년대, 록의 황금기를 장식한 뮤지션들이다. 모두 혁명적인 사고방식의 소유자이고, 실제로 혁명적 사건이 발발했던 시기에 이들은 전성기를 누린다. 프랑스에서 시작된 68혁명의 정신이 동서양에 퍼져 전 세계적인 민주화에 기여한 시기였다. 총소리 대신 록 음악이 울려 퍼졌다. 세상을 억누르는 냉전체제와 자본주의 권력에 저항하면서 록은 평등과 자유, 공동선이 보장되는 사회를 꿈꾸었다. 그렇지만 군부정권이 통치한 대한민국은 68혁명 이후 무려 이십여 년을 기다려서야 민주주의가 찾아왔다. 그사이 고도성장을 통한 선진국 진입과 군부정권 타도를 통한 민주주의의 획득이라는 두 가지 명제가 치열하게 대립했다. 그 결과, 누구도 승리하지 못했고, 누구도 행복해지지 않은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밥 딜런이 일찍이 체념했듯이, 세상은 어쨌든 음악을 듣지 않는 자들이 지배하기 마련일까.

3장은 작가만의 음악 감상법을 파편적으로 기록한 음악 노트이다. 이러한 음악 감상법에 따른 단상은 4장에서도 계속되는데, 재즈의 거장들이 몇 가지 코드가 적힌 악보를 토대로 즉흥연주를 시도하듯 봄의 정경을 세 가지 실험적인 문체로 묘사하고, 잠 못 이루는 밤, 과거와 현재를 고백하면서 창문 밖 반짝이는 별들을 바라볼 수 있었던 시절을 그리워한다.
그 어느 때보다 차가운 세상이다. 신자유주의와 개인주의의 촘촘한 논리 앞에 모든 것이 싸늘하게 식어버렸다. 아파트를 얻고, 자동차를 얻고, 샤워기에서 쏟아져 내리는 뜨거운 물을 얻은 대신 우리가 잃어버린 것이 어디 별들뿐이겠는가. 어쩌면 작가는 다시 혁명이 일어나기를 바라는지도 모르겠다. 인간으로서의 가치와 이상을 드높이고자 뜨거웠던 저 록의 황금기가 이 세상에 다시 올 수만 있다면…….
저자

고원영

저자:고원영

대학에서문학을,길에서사진을공부했다.여러산문집에빠짐없이사진을넣어문학과사진의접점을모색하고있다.그가이야기하는Rock음악,불교,옛골목길또한번번이특정장르를넘어서고자한다.그런의도에서이책은문학과음악이만나는지점이기도하다.

저서는,『낮은창문앞에서다(2020년)』,『나뭇잎묘지(2020년)』,『골목길카프카(2019년)』,『그대가아프니밥을굶는다(2018년)』,『저절로가는길(2015년)』등이있다.

●2023년한국문화예술위원회문학부문(에세이)선정·2023년서울문화재단선정도시사진가

목차

머리글

프롤로그
‘언어너머풍경’을보다07

제1장,내유일한친구였던록
그집앞27

제2장,여덟명의뮤지션에게서인생을듣다
바람의목소리로세상을변주하다_밥딜런63
천사는아직도지상에서노래한다_조안바에즈99
순수한마음을찾아다니는방랑자_닐영117
거울,겨울_제니스조플린137
에로틱한꼭두각시_김정미151
끝내문학에이르지못한방랑자_짐모리슨166
가수는입을다무네_쳇베이커189
편지를찾으려노래를부르네_레너드코헨206

제3장,음악의풍경
조지해리슨_WhatIsLife233
닐영_SugarMountain238
나자레쓰_PleaseDon'tJudasMe241
지미헨드릭스_AllAlongtheWatchtower245
제니스조플린_MeAndBobbyMcGee249
제프버클리_Hallelujah252
쥬디콜린스_SendInTheClowns254
로버트존슨_CrossRoad257
에릭클랩튼_GiveMeStrength260
제니스이안_InTheWinter262
폴매카트니_EleanorRigby264
마할리아잭스_SometimesIFeelLikeAMotherlessChild268
냇킹콜_Unforgettable272
닉드레이크_CelloSong274
조니미첼_Blue276
프레디머큐리와브라이언메이_MotherLove281

제4장,별에게로망명하다
나를상실한시대의하루키289
봄의삼중주293
제비를기다리다_MySong295
양귀비를만났네_KindofBlue299
검은눈,매연,황사의계절_BlueTrain304
별의정거장307

에필로그
우리들의황금기315

출판사 서평

‘별에게로의망명’은2023년아르코문학창작에세이부문선정작이다.
117편에이르는기성작가의응모작가운데10편을선정한심의의원들은,‘오늘날한국문학의현주소를직시하고,문제의식을꼼꼼하게살피고있었다.’고당선작에대해전반적으로평가했다.
1차심사에참여한심의위원들이암시한선정의기준은,‘독창적이고특이한주제는고립과특수성을내포한글감이라기보다는주목받을매력을가짐과동시에다양한삶을통합하여어떤보편적인가치를지닌글감’이라고했다.
또한2차심사에서는,수필단행본출간의활성화를글쓰기와출판의대중화와맞물린현상으로파악하며,‘한권의단행본이지녀야할문학적가치와새로움은심사과정에서중요한요소로떠오를수밖에없다‘고언급하며,따라서수필들이수동적으로묶인응모작보다는’특정한주제나문제의식에따라면밀하게미학적으로구성된응모작이상대적으로높은평가를받았다‘고밝혔다.

책속에서

◆그집에가면비록모습이보이지않았지만,그녀가어디선가나를살펴보는것같았다.그런느낌은그집에서어느날흘러나오는음악때문에기정사실로여겨지기도했다.레드제플린의웬더리브브레이크스가문밖으로흘러나왔을때분명히그랬다.전주는역시둔중한드럼소리다.거기에맹렬한하모니카소리를이어진다.무려1분10초가지나도록두악기만조응하다가기타소리가합류하면서로버트플랜트의울부짖음이시작되는그곡을어찌잊을수있겠는가.대문밖으로아득하게들려오는그곡을더잘들으려문틈서리에귀를댄채서있던나를,나는또다른내가그모습을등뒤에서지켜보기라도한것처럼생생히기억하고있다.
그집앞P56

◆창문밖에사나운바람이불어천장에매달린전등이흔들린다.언제든전등을꺼버릴바람,그러나바람이잦아들면언제그랬느냐는듯전등은전선을수직으로세우고방안에서빛을머금고있을것이다.밥딜런의노랫소리는바람의변주곡이다.공연때마다자신의노래를달리부르는까닭은바람의속성때문이아닐까.그의노랫소리는빛과어둠사이를넘나드는바람이지만,이세상에바람을직접그려내고,거기에색깔까지입힐화가가어디있겠는가.바람속에서검은레코드가돌아가고,트랙에는피가고여있을지모른다.
바람의목소리로세상을변주하다_밥딜런P97

◆87년자서전‘Andavoicetosingwith’를출판하고는이스라엘과가자지구를여행했다.또한카네기홀에서니카라과콘트라반군에대한미국의지원을반대하는자선콘서트를열었다.이처럼성실하고도투철하게현실문제에관여하여몸으로행동하고저항한뮤지션이조안바에즈말고또있을까.반전,군비축소,인종차별반대,환경보호,빈곤과기아로부터의탈출,인권…….이렇듯전선을확대하면서그녀는말뿐인지성이아니라,실천하는감성으로불의와싸웠다.
천사는아직도지상에서노래한다_조안바에즈P115

◆흐느낌은비통을관통한다.흐느낌은제니스조플린의노래를지배하는슬픔이고,발버둥쳐벗어나려해도제자리를맴돌뿐인몹쓸운명이다.그녀의노래어디를들어도흐느끼고있는데,어디를가도집요하게길을막아버리는거울때문이었다.
거울,겨울_제니스조플린P142

◆‘RidersOnTheStorm’의종결부는불협화음이극치에달한다.감정을고조시켜야할부분에서느닷없이무성영화관분위기를풍기는짐모리슨의굵고나직한읊조림은섬뜩한종말감을풍겨온다.그래선지이노래는왠지파도가가까이에서세차게몰려오는느낌이라기보다아주먼수평선쪽에서검은구름이느리게이동하는소리처럼들린다.
끝내문학에이르지못한방랑자_짐모리슨P182

◆조지가갈구한인간애와평화를위해서라면힌두교와불교를변별하는것도무의미하다.오쇼라즈니쉬는힌두교의신‘크리슈나’를불교에서말하는공(空)과같은존재라고했다.심지어조지의솔로앨범‘AllThingMustPass’의수록곡‘Mysweetlord’에서는하나님을상징하는기독교의‘할렐루야’와‘크리슈나’를함께찬양한다.인도는조지에게,어디에도국경이없는드넓은사유의바다였다.
조지해리슨_WhatIsLifeP235

◆닐영의설탕산은들으면소설가하성란이쓴'웨하스'란소설이떠오른다.바삭바삭하고달콤하며틈새에바르는잼에따라여러가지맛으로변화를시도하는웨하스.가지런히정렬된웨하스는속포장지가찢기는순간부터부스러기를날리기시작한다.부스러지며사라지는시간을상징하는웨하스는,흘러가버린과거인동시에아직오지않은미래이고,현재라명명하는순간과거가되어버리는소멸의시간,텅빈실체인것이다.
닐영_SugarMountainP240

◆1988년탈주범지강헌도신청곡을건넸다.가정집에침입해인질극을벌이다가문득듣고싶은곡이있다면서쪽지를경찰에게전달했다.베토벤교향곡9번을들은데이비드구달처럼애청곡을들으면서죽고싶었던것일까.권총을인질과자기머리에겨누며날뛰는지강헌을진정시키느라경찰은부랴부랴야외전축을빌려왔을것이다.지강헌과경찰이대치한현장에서흘러나온노래는비지스의홀리데이말고도70년대하드록밴드나자레쓰(Nazareth)의곡도포함됐다고한다.제목은PleaseDon'tJudasMe.
나자레쓰_PleaseDon'tJudasMeP244

◆신촌의록카페마운틴에서가게문을닫고밤새록을들었다.역시지미헨드릭스야.새벽에지미의음악을듣고서우리가내린결론이었다.지미가연주하는와일드씽(WildThing)을들으니,그이전까지들었던블랙사바스,레드제플린,블라인드페이스의음악들이순식간에무효가돼버린다.지미의발아래서울려오는노이즈가진공청소기처럼그들의음악을쓸어버렸다.
지미헨드릭스_AllAlongtheWatchtowerP247

◆겨울이닥쳐와가난한사람들을곤혹스럽게하겠지만,낡은히터를고치고담요를둘러쓰면걱정없다고노래하는제니스이안의달관이야말로내마음을금세따뜻하게덮어주는난방장치다.음악이란,그리고문학이란가난할지언정결코비루하지않아야한다.
제니스이안_InTheWinterP263

◆묘역은죽은자를위한공간이아니다.폴매카트니란전설적인물은지금도살아서묘역주변을빙빙돌고있다.존레논과조지해리슨도묘역을돌다가일찌감치저세상으로가버렸다.링고스타가살아있으니까나는비틀스가반만살아있는시대에살고있는셈이다.
폴매카트니_EleanorRigbyP267

◆어쩌면우리의삶도저아메리카흑인과다를바없을지모른다.아무리노력해도인생이실패로끝날것같은불안감,어머니를잃은고아와같은상실감에편히잠들수없는밤에는말이다.마할리아잭슨의절묘한가성과허밍은그처럼원초적인체념과고독에도불구하고희망을잃지말라고위로하는소리다.나를높여주실수있는분은하나님밖에는없다는것.내가유일하게좋아하는가스펠이바로그녀가부른블루스가스펠이다.마할리아잭슨은동정녀마리아처럼노래부른다.마할리아잭슨은관세음보살처럼노래부른다.마할리아잭슨은삼신할미처럼노래부른다.
마할리아잭스_SometimesIFeelLikeAMotherlessChildP271

◆사람들은왜푸른색을보고우울을이야기할까?어느해나는남해의바닷가에서일출을바라보고있었다.해가뜨자붉은색이하늘과바다를물들였지만,내가넋을놓고바라본풍경은일출이전의검푸른하늘이었다.그것을과학적으로어떻게설명하든내눈엔슬픔이산란하는모습으로보였다.바닷가절벽위에는오래된절이있었다.아마도그절주지스님과전날밤주고받은법담가운데,삶의본질은슬픔이라는말을들은데서파생한감정인지모른다.
조니미첼_BlueP280

◆길음동산동네집에서창문을열고하늘을바라보면서울하늘에별들이총총했다.별들이멀리서보내오는주파수를별표전축은수신했다.스피커는별의입술이었다.밥딜런과조안바에즈의노래를듣다가잠이든밤에도나는레코드점이많았던청계천을거닐듯별들사이를여행했다.눈을떠보면신기하게도카트리지바늘이대기상태로되돌아와LP를내려다보고있었다.그모습을보면별의정거장에서있는고독한여행자가떠올랐다.
별의정거장P311

◆나는누구일까.어리석게도별처럼이름을남기고싶어하는사람일뿐이지아닐까,나를들여다본다.내삶의풍경화에서는아주미미한흔적으로만뜨거움과고독이어른거린다.나는일찍이문학을통해삶의의미를부여하고싶었지만철저히전념하지못했고,범속함을인정하려들지않았기에생활에전념할수도없었다.어떤삶에도편입하지못한원초적방랑자에게결혼은어울리지않는선택이었다.처음부터가장으로서의임무를완수하기어려운사람이었다.그사실을알기에수면제나진통제를꺼내는대신신새벽에이글을쓴다.
별의정거장P313

◆손바닥에스마트폰을올려놓고세상을일목요연하게들여다보지만,행복은어디서든깜깜무소식이니말이다.“형,우리에겐황금기가없었던걸까요?70년대록의황금기처럼말예요”“왜없었겠냐……”나는사촌이무얼얘기하려는지잘알고있었지만,다시듣고싶었다.“바로그록을들었던때가우리들의황금기지.”사촌과나는탁자에팔을올려놓고턱을괸,똑같은자세로서로마주보고웃었다.
우리들의황금기P3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