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있는서가』는엄마와책사이를‘있음’이매개하는제목을가지고있다.엄마라는단어는가장사랑스러운단어이지만실제로는엄마,여자,딸,아내를뭉뚱그려서부르는아줌마라는호칭속으로타자들에게는쉽게수렴되는연약한단어이다.아줌마라는호칭속에는분명상대를‘아무것도아닌존재’로단정짓고자하는경멸이자리잡고있다.저자정은정은기혼여성이된후자신의일상속에서가해지는작은폭력들을쉽게소화해내지못해서그폭력들을자꾸되새김질했다.소처럼뱉어내고,되씹고,일하고,잊으려애쓰고,납득하고받아들이려애썼지만,그흔적이차곡차곡쌓여가몸과마음이아파졌다.그폭력이정당하지않다는것을잊지않게해주는것은책이다.그래서견디기위해책을읽었다.책이자신에게서멀어지지않기위해서도서관에서배가와책수선봉사를하면서책곁에있으려고애썼다.책은자꾸자꾸작아지고,지워지는‘위대한’인간을놓지않는힘을준다.‘위대한’이란관형어는거창한목표가아니라,돌아가신아버지가책읽는저자를부르던따스한호칭에불과하다.책은,그책이꽂혀있는서가는해변에써진‘위대한인간’이라는글자가지워지지않게버텨주는방파제같다.
책의다른이름은음악이기도하고그림이기도하고영화이기도하다.하지만이책은저자가쓴서평이나예술평이아니다.저자삶의작은순간에책들이개입하면서,무시되는삶에의미를되돌려주고폭력에노출당한상처를스스로치유하는글쓰기를가능하게하는책읽기가담겨있다.저자는책을읽는것이아니라,책을통해서자신의삶을읽는다.저자는책을읽고쓰는일을“온종일불린병아리콩을에어프라이어에구워서가족들과먹는것”이라부르고싶어한다.따듯한이야기를나누는자리,그러므로아버지가자신을불렀던‘위대한’이란농담의온기를나누는것이다.오래전불문학으로박사과정을밟았으나학위를끝내지못해서,문학으로밥벌이를하며살지는않았지만,저자는긴시간을문학과함께견디며숨을쉬며하루하루말한마디한마디속에서그렇게‘살아간다.’
나의자존을지키며살아가는과정은,엄마삶의자존을생각하는것이기도하다.낳아준엄마로부터도,길러준엄마로부터도,납득하지못하는아픔들을감내해야만했던엄마의삶을곁에서바라보면서,저자는쓴다.엄마의이야기를,그러므로나의이야기를책의자리인‘서가’에불편한웅크림없이편안하게‘있게’하기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