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응 거부선언 : 학살의 시대를 사는 법 - 파도문고 1

사회적응 거부선언 : 학살의 시대를 사는 법 - 파도문고 1

$15.00
Description
너무나 정직한 말들이기에, 이제는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질문

고병권, 홍은전의 강력 추천도서
지금 이 시대 진보들이 읽어 볼만한 책
‘이 책을 읽고 불편하지 않을 자가 있을까.’ 잠시 교정지를 미뤄두고 생각한다. 이 책의 작가 이하루 씨를 처음 본 것은 2021년 여름 우연히 열어본 어느 강연 동영상에서다. 강연이 시작되자 무척 작고 마른 체구의 청년이 등장했다. 그는 더듬더듬 떨리는 음성으로 “나는 그냥 스쳐지나가는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썰렁함에 헛웃음이 났다. 하지만 별 기대 없이 듣다가 어느새 나는 본래 앉아 있던 자세를 가다듬으며 그의 말을 경청하기 시작했다. 몇몇 장면에서는 주책없이 콧등이 시큰해지기도 했다. 오랜만에 느끼는 감동이었다.
『사회적응 거부선언: 학살의 시대를 사는 법』은 다큐멘터리 감독이자 음악가이며 동물해방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이하루의 여행 산문집이다. 그는 2014년 한국을 떠나 2021년 귀국할 때까지 60여 개국 4만 4천 킬로미터를 히치하이킹하며 걸었다. 만약 이 책에서 20대 청년의 해외여행이 가진 낭만을 기대한다면, 곧장 책을 덮어도 좋다. 그의 유랑은 남달랐다. 무척 대담하고 거칠었으며 아름다웠다. 그는 호주에서 덤스터다이빙(쓰레기통 뒤지기), 그리스에서 난민 인권 활동, 이스라엘에서 반성폭력 활동, 유럽 곳곳에서 레인보우 개더링, 미국과 대만 등지에서 동물해방 활동에 참여했다. 우리가 무심결에 버리는 음식들을 그러모아 재활용하고, 어느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국경 바깥의 사람들을 돌보았으며, 성폭력 피해 사실을 숨기고 살았던 이들과 함께 연대하여 피의자를 여론 심판에 서게 했고, 마지막으로 이 시대에 가장 억압받는 생명인 ‘축산 동물’에 대한 폭력을 멈추는 일에 앞장섰다.
철학자 고병권은 이 책의 추천사를 통해 이하루의 여정을 ‘정직하게 걷는 길’이라는 말로 일갈했다. 책을 펼치는 순간부터 단도직입으로 한국을 떠나고 잠시 머무르고 다시 짐을 꾸리는 와중에 조마조마한 장면들이 쉴 새 없이 등장한다. 기존의 사회가 가진 편견들을 맞닥뜨릴 때마다 작가는 애써 우회하거나 말을 돌려서 상황을 무마하지 않는다. 그의 단호하고도 또렷한, 너무도 정직하여 말문이 막혀버리는 질문들은 한편으로는 흥미진진함과 통쾌함을, 다른 한편으로는 어느 정도의 지혜를 선사한다. 그리하여 언뜻 무일푼의 배낭여행기 정도에서만 머무를 수도 있었던 어느 청년의 기록은, 현대 사회가 지닌 모순을 순서대로 맞닥뜨리고 무너뜨리는 격렬한 쟁론과 연대의 르포가 되었다.

작가의 여정 속에는 다양한 동물이 등장한다. 처음 노숙을 할 때 곁으로 다가온 당나귀, 노르웨이 사미족의 순록, 이스라엘 키부츠의 소, 미국의 초국적 축산기업 축사의 돼지와 칠면조, 이탈리아 알프스의 꿀벌, 슬로베니아와 이탈리아의 돼지, 하와이와 대만의 닭… 이 수많은 동물들은 거의 대부분 인간의 식량이 되기 위해 죽음을 코앞에 둔 상태였고, 그는 그 동물들 각각이 우리와 다를 바 없이 희로애락을 느끼며 살아가는 존재였음을 생생히 기록했다. 그는 비록 단 ‘한 명’도 구하지 못했지만 자신의 이야기 속에서 그 동물들이 살아 숨쉬도록, 사진과 영상과 글로 기록했다.
이하루는 진보와 보수 이데올로기로 양분된 이 세계에 여봐란 듯이, 기존 기득권들의 위선을 까발린다. 그가 장면 장면마다 던지는 질문들은, 이 세계가 오랫동안 암암리에 맺어온 모종의 합의들-자유, 민주, 평화-이 권력의 알리바이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간파한다. 일례로 유럽의 어느 진보적 잡지 모임에서 ‘평화로운 논의’를 강요하며 어떤 문제제기도 묵살하려는 이들을 향해 또렷이 ‘이것은 왜 학살이 아닌가’라고 목소리를 내는 장면은, 책을 덮고 난 뒤에도 종종 곱씹게 된다. 그리고 이런 활동의 끝에서 그는 동물해방이라는 이 시대의 가장 급진적인 캐치프레이즈 아래에 섰다.
작가의 여정을 따라가며, 그의 작업이 어쩌면 2020년대 한국사회의 진보 세력, 좀 더 넓게 보면 전 세계 진보 진영이 처한 답보 상태를 깰 수 있는 하나의 주요한 돌파구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품어본다. 진보 진영은 87년 민주화 이후에도 여전히 민주 대 반민주의 구도를 벗어나지 못한다. 그사이 인권이라는 테제는 갈기갈기 여러 가닥으로 찢겨, 특히 2010년대 페미니즘과 백래시, 동물해방운동의 직접행동 출연(대표적으로 전 세계적인 동물 구조 활동 등)으로 그 갈등이 더욱 크게 분출했다. 하지만 진보 진영들은 이 같은 변화를 여전히 하찮은 주변부의 문제로만 치부하고 있다. 그리하여 우리 앞에는 그저 불편한 진실들만이 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나열되어 있다. 이제 이 문제들을 외면하고 안온한 삶을 유지하려 하기보다 더욱 급진적인 생각과 행동에 마음을 열어야 한다고, 이 위선이 가득한 사회에 적응하기보다 ‘거부’와 ‘반대’의 메시지를 던져야 한다고, 이 작고 마른 체구의 청년이 우리에게 이야기해준다.
다시, 질문을 던지고자 한다. ‘이 책을 읽고 불편하지 않을 자가 있을까.’ 하지만 독자들이 느낄 법한 불편함은 정확하게는 마음속 깊이 자리한 ‘부끄러움’이다. 이 책의 추천사를 쓴 철학자 고병권이 다음과 같이 썼던 것처럼 말이다. “나 역시 하루의 여정을 따라가는 일이 뒤로 갈수록 힘에 겨웠다. 원고를 읽다가 여러 번 자리에서 일어나 주변을 서성여야 했다. 내 안의 누군가가 그만가자고 바짓가랑이를 붙잡는 것 같았다. 이 정직한 여정이 가리키는 곳이 어딘지를 예감하며 내 치부가 드러나기 전에 도망치고 싶었던 것이다. 그러나 하루가 수많은 차별과 폭력의 모티브를 제공한 곳이라며 가리키는 곳으로 걸음을 옮겨 가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그가 너무나 정직하게 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이 책 9면) 이하루의 정직한 질문들에, 이제는 우리가 응답해야 할 때다.

이 책 『사회적응 거부선언』은 온다프레스의 연속기획 ‘파도문고’의 첫 번째 도서다. 파도문고는 전 지구적인 생태, 평등, 노동의 위기에 맞서는 작은 파도 같은 이야기들의 기획 시리즈다. 이 시대의 급진적인 생각들, 금기가 된 행동들이 어떤 때에는 잔잔하게, 어떤 때에는 거세게 몰아칠 것이다. 우리를 불편하게 하는 책이 결국에는 우리를 살릴 것이다. (근간으로 ‘생전의 장례식: 현대사회의 죽음에 관한 고찰’과 ‘모두의 성찬: 성소수자와 교회’가 준비 중이다.)
저자

이하루

전문부랑자이자히치하이커,사회부적응자.평생일만하며사느니차라리굶어죽는게낫겠다는생각으로무작정집을떠났다.세계를방랑하던중인류가집단으로묵인하는동물착취시스템의규모와그로인한생태계파괴에대한‘앎’에충격을받아,숨겨진진실을알리는데집중하며살아가게되었다.
현재한국에임시로거주하며동물해방을위한퀴어-아나키예술활동가공동체플라가미(@plasticagami)의대표이자영화/음악프로듀서,래퍼,영상기록활동가로서여러투쟁현장에연대하고있다.언제나떠날기회를노리며‘대충열심히’삶을정리한다.

목차

추천사
정직하게걷는길은어디에이르는가·고병권(철학자)
그의흙묻은발을오랫동안바라보았다·홍은전(기록활동가)

1장우리는세상이감당하지못하는사람이되기로다짐했지
생존의기술/생활의기술/히치하이커들/외국인수용소

2장태양을가로질러걷기
노동의기술/난민수용소/가족에대하여/방랑의기술/폭력에대하여

3장어떤길들은다른길들보다더
연결의기술/방관자들/매직하우스/가슴과자궁/노숙인수용소/가축수용소/목격자들

4장물에던져진돌은추위를두려워하지않고
책임에대하여/동네아는농부/학살의기준/평화에대하여/어떤동네

5장새들의흔적을따라걷기
생추어리/혁명의기술/부서진날개/증인들/죽음에대하여

부록1/이글을쓰며함께읽은책
부록2/히치하이킹기록

출판사 서평

작가의여정속에는다양한동물이등장한다.처음노숙을할때곁으로다가온당나귀,노르웨이사미족의순록,이스라엘키부츠의소,미국의초국적축산기업축사의돼지와칠면조,이탈리아알프스의꿀벌,슬로베니아와이탈리아의돼지,하와이와대만의닭…이수많은동물들은거의대부분인간의식량이되기위해죽음을코앞에둔상태였고,그는그동물들각각이우리와다를바없이희로애락을느끼며살아가는존재였음을생생히기록했다.그는비록단‘한명’도구하지못했지만자신의이야기속에서그동물들이살아숨쉬도록,사진과영상과글로기록했다.

이하루는진보와보수이데올로기로양분된이세계에여봐란듯이,기존기득권들의위선을까발린다.그가장면장면마다던지는질문들은,이세계가오랫동안암암리에맺어온모종의합의들―자유,민주,평화―이권력의알리바이에지나지않는다는것을간파한다.일례로유럽의어느진보적잡지모임에서‘평화로운논의’를강요하며어떤문제제기도묵살하려는이들을향해또렷이‘이것은왜학살이아닌가’라고목소리를내는장면은,책을덮고난뒤에도종종곱씹게된다.그리고이런활동의끝에서그는동물해방이라는이시대의가장급진적인캐치프레이즈아래에섰다.

작가의여정을따라가며,그의작업이어쩌면2020년대한국사회의진보세력,좀더넓게보면전세계진보진영이처한답보상태를깰수있는하나의주요한돌파구가될수있겠다는생각을품어본다.진보진영은87년민주화이후에도여전히민주대반민주의구도를벗어나지못한다.그사이인권이라는테제는갈기갈기여러가닥으로찢겨,특히2010년대페미니즘과백래시,동물해방운동의직접행동출연(대표적으로전세계적인동물구조활동등)으로그갈등이더욱크게분출했다.하지만진보진영들은이같은변화를여전히하찮은주변부의문제로만치부하고있다.그리하여우리앞에는그저불편한진실들만이그문제를해결하지못한채나열되어있다.이제이문제들을외면하고안온한삶을유지하려하기보다더욱급진적인생각과행동에마음을열어야한다고,이위선이가득한사회에적응하기보다‘거부’와‘반대’의메시지를던져야한다고,이작고마른체구의청년이우리에게이야기해준다.

다시,질문을던지고자한다.‘이책을읽고불편하지않을자가있을까.’하지만독자들이느낄법한불편함은정확하게는마음속깊이자리한‘부끄러움’이다.이책의추천사를쓴철학자고병권이다음과같이썼던것처럼말이다.“나역시하루의여정을따라가는일이뒤로갈수록힘에겨웠다.원고를읽다가여러번자리에서일어나주변을서성여야했다.내안의누군가가그만가자고바짓가랑이를붙잡는것같았다.이정직한여정이가리키는곳이어딘지를예감하며내치부가드러나기전에도망치고싶었던것이다.그러나하루가수많은차별과폭력의모티브를제공한곳이라며가리키는곳으로걸음을옮겨가지않을도리가없었다.그가너무나정직하게말하고있었기때문이다.”(이책9면)이하루의정직한질문들에,이제는우리가응답해야할때다.

이책『사회적응거부선언』은온다프레스의연속기획‘파도문고’의첫번째도서다.파도문고는전지구적인생태,평등,노동의위기에맞서는작은파도같은이야기들의기획시리즈다.이시대의급진적인생각들,금기가된행동들이어떤때에는잔잔하게,어떤때에는거세게몰아칠것이다.우리를불편하게하는책이결국에는우리를살릴것이다.(근간으로‘생전의장례식:현대사회의죽음에관한고찰’과‘모두의성찬:성소수자와교회’가준비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