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여정속에는다양한동물이등장한다.처음노숙을할때곁으로다가온당나귀,노르웨이사미족의순록,이스라엘키부츠의소,미국의초국적축산기업축사의돼지와칠면조,이탈리아알프스의꿀벌,슬로베니아와이탈리아의돼지,하와이와대만의닭…이수많은동물들은거의대부분인간의식량이되기위해죽음을코앞에둔상태였고,그는그동물들각각이우리와다를바없이희로애락을느끼며살아가는존재였음을생생히기록했다.그는비록단‘한명’도구하지못했지만자신의이야기속에서그동물들이살아숨쉬도록,사진과영상과글로기록했다.
이하루는진보와보수이데올로기로양분된이세계에여봐란듯이,기존기득권들의위선을까발린다.그가장면장면마다던지는질문들은,이세계가오랫동안암암리에맺어온모종의합의들―자유,민주,평화―이권력의알리바이에지나지않는다는것을간파한다.일례로유럽의어느진보적잡지모임에서‘평화로운논의’를강요하며어떤문제제기도묵살하려는이들을향해또렷이‘이것은왜학살이아닌가’라고목소리를내는장면은,책을덮고난뒤에도종종곱씹게된다.그리고이런활동의끝에서그는동물해방이라는이시대의가장급진적인캐치프레이즈아래에섰다.
작가의여정을따라가며,그의작업이어쩌면2020년대한국사회의진보세력,좀더넓게보면전세계진보진영이처한답보상태를깰수있는하나의주요한돌파구가될수있겠다는생각을품어본다.진보진영은87년민주화이후에도여전히민주대반민주의구도를벗어나지못한다.그사이인권이라는테제는갈기갈기여러가닥으로찢겨,특히2010년대페미니즘과백래시,동물해방운동의직접행동출연(대표적으로전세계적인동물구조활동등)으로그갈등이더욱크게분출했다.하지만진보진영들은이같은변화를여전히하찮은주변부의문제로만치부하고있다.그리하여우리앞에는그저불편한진실들만이그문제를해결하지못한채나열되어있다.이제이문제들을외면하고안온한삶을유지하려하기보다더욱급진적인생각과행동에마음을열어야한다고,이위선이가득한사회에적응하기보다‘거부’와‘반대’의메시지를던져야한다고,이작고마른체구의청년이우리에게이야기해준다.
다시,질문을던지고자한다.‘이책을읽고불편하지않을자가있을까.’하지만독자들이느낄법한불편함은정확하게는마음속깊이자리한‘부끄러움’이다.이책의추천사를쓴철학자고병권이다음과같이썼던것처럼말이다.“나역시하루의여정을따라가는일이뒤로갈수록힘에겨웠다.원고를읽다가여러번자리에서일어나주변을서성여야했다.내안의누군가가그만가자고바짓가랑이를붙잡는것같았다.이정직한여정이가리키는곳이어딘지를예감하며내치부가드러나기전에도망치고싶었던것이다.그러나하루가수많은차별과폭력의모티브를제공한곳이라며가리키는곳으로걸음을옮겨가지않을도리가없었다.그가너무나정직하게말하고있었기때문이다.”(이책9면)이하루의정직한질문들에,이제는우리가응답해야할때다.
이책『사회적응거부선언』은온다프레스의연속기획‘파도문고’의첫번째도서다.파도문고는전지구적인생태,평등,노동의위기에맞서는작은파도같은이야기들의기획시리즈다.이시대의급진적인생각들,금기가된행동들이어떤때에는잔잔하게,어떤때에는거세게몰아칠것이다.우리를불편하게하는책이결국에는우리를살릴것이다.(근간으로‘생전의장례식:현대사회의죽음에관한고찰’과‘모두의성찬:성소수자와교회’가준비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