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사람에게, 사람의 말을 이어갑니다 : 304낭독회 2014~2023 선집

사람이 사람에게, 사람의 말을 이어갑니다 : 304낭독회 2014~2023 선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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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캄캄한 심연 속에서 길어 올린
우리 내면의 목소리, 304낭독회
『사람이 사람에게, 사람의 말을 이어갑니다』는 한국의 작가들이 세월호참사를 기억하고 추모하고자 지난 10년간 치러온 ‘304낭독회’의 작품선집이다(304낭독회의 이름에서 ‘304’는 세월호참사의 희생자 304명을 뜻한다). 낭독회 일꾼들은 2014년 9월부터 총 304회의 낭독회를 치러보자고 결심하고 매월 한 차례씩 행사를 열어왔다(304회를 채우려면 총 25년이 걸린다). 이 낭독회에서 그동안 연인원 총 1,196명이 1,223편의 작품(노래ㆍ연주 및 공연 53회 포함)을 낭독, 발표했다. 이 책에는 그중 68명의 작가가 낭독한 작품 78편을 담았다.

저자

304낭독회

엮음:304낭독회

세월호참사를기억하고자하는작가들과시민들이꾸려가는모임이다.희생자304명을추모하는뜻으로매월한차례씩총304회를치를것을목표로하고있다.2014년9월광화문광장에서첫번째낭독회를치른이래로테이크아웃드로잉,구본장여관등투쟁현장과단원고등학교,대학도서관,마을책방등다양한삶의장소에서낭독회를열어왔다.

작품수록작가(68명,가나다순)

강성은·강지혜·권여선·김경은·김경인·김나영·김사인·김서령·김선재·김성규·김은지·김이강·김이정·김해자·김현·김혼비·나희덕·낭·문동만·문신·박세미·박소란·박시하·박연준·박은지·백온유·서윤후·손유미·신미나·신해욱·심보선·안현미·안희연·양경언·유현아·유희경·윤경희·윤유나·윤해서·은유·은희경·이민하·이선진·이소연·이여경·이영광·이영주·이장욱·이종민·이훤·임선기·임승유·전욱진·정고요·정다연·조용우·조해주·주민현·진은영·최지혜·최지은·하명희·한여진·한연희·허은실·황인찬·황정은·황현산

목차

서문:이렇게모여,우리는사람의말을이어갑니다
낭독회여는글:○번째낭독회를시작하며

낭독작품
그날이후|진은영
잘가라,아니잘가지말라|황현산
손,전화기|김나영
슬픔을시작할수가없다|이영주
김이나는라면을끓여먹는순간|김성규
뒤집어쓴얼굴|이여경
어떻게들,지내십니까|황정은
팽목항에서|임선기
일년|김사인
수인囚人―죽은시간속에서|이민하
가라앉은방|박연준
안산순례길에부쳐|심보선
들리세요?제목소리!|신미나
꽃이해마다피어나듯이|권여선
오늘의편지|서윤후
이상한계절|김선재
새벽|박시하
죄없는사람들의도시|김이정
우리가아이를잃는다면―경빈엄마에게|김경인
비의나라|황인찬
천칭자리위에서스무살이된예은에게|진은영
깜빡임|이장욱
슬픔주체로살아가기|은유
가려진시간속열여덟살친구들과함께쓴이야기|유현아
기억의한방법/그일이일어났을때나는뭘하고있었는가|은희경
구두속에새가잠들어있다|주민현
우리의눈이마주친다면|윤해서
등대로|김이강
여름을밀어내고봄이바다가되었습니다|김혼비
나의거인|박소란
사월|문동만
호명|강지혜
4월의해변|이영주
잘지내니?|하명희
졸업식|이종민
짝꿍의이름|박은지
그런일이있었다|유희경
또비가와,너는안오고|김서령
다리아래|신미나
너를보내는숲|안희연
사월에서사월로―검으나이땅에한이름을지녀|허은실
슬픔을부르는저녁|문신
청계천의고독|신해욱
게니우스로키(GeniusLoci)|박세미
소요|박소란
낭독회|조해주
안젤름키퍼와걷는밤|주민현
거울|강성은
안뒤푸르망텔의『온화의힘』을읽다|윤경희
나는너를찾는다|정다연
안녕하세요|최지혜
2015년10월19일의일기|김경은
면목심기|이선진
나는나라서|최지은
한국식낮잠|임승유
노란리본을단사람을보면|황인찬
유령환각|한연희
내가아는어떤사람이|김은지
가장건강한삶의한조각|윤유나
Lovemetender―304개의이름에게|이훤
깊은일|안현미
우리는정말실패했을까요|유현아
매일아침견과|조용우
오래달리기|한여진
마음1|이영광
팽목항에가보자|낭
4월의도서관|정고요
피에타|김해자
어떤목소리도들리지않는것처럼|나희덕
사월의넋두리|문동만
이름|양경언
사람에게도‘떨켜’가있다면|이소연
한사람에대한나뭇잎|김현
그대로있는자리|최지혜
4월의이름들,10월의이름들|신해욱
선릉과정릉|전욱진
사건이후의세계|백온유
제자리두기|손유미

낭독회닫는글:함께읽는글

대담:읽고쓰기에담긴힘을믿는다는것|김현·양경언·황정은
후기:나는그것을믿는당신을믿기로했다
304낭독회회차별소개

출판사 서평

“304명의이름을잘부르는일”

세월호참사이후사회전체가여전히충격과고통속에빠져있던2014년8월27일,스물다섯명의작가가세월호관련‘긴급행동’을벌이자고이야기를나눴다.팽목항이든광화문이든안산이든어느현장에서든작가들은자신의글을통해참사희생자를추모하고참사의진상을규명하는데힘을보태자고뜻을모았다.그로부터20여일쯤지난2014년9월20일서울광화문광장에서‘긴급행동―첫번째304낭독회’가열렸다.아직끝나지않은,2024년3월현재까지연인원1,196명이1,223편의작품을낭독하고발표해온‘304낭독회’의시작이었다.(304낭독회의시작에대해서는김현·양경언·황정은의「대담」을참고.)

첫낭독회에서는작가들과작가의친구들이옹기종기둥그렇게모여서서문장306개를읽었다.광화문거리를걷던시민들이그옆빈자리를채우며그원은조금더촘촘해지고더욱커졌다.그당시의경험은무척많은이들에게‘신선한충격’을주었다.자연스레몇몇작가들들이‘일꾼’을자처하고나섰다.대략20~30명의작가들이단체SNS창에서다음회낭독회에대해논했고행사당일4시16분이되면그중사회자역할을맡은누군가가마이크를잡고이야기했다.“약속한4시16분이되었습니다.304낭독회시작하겠습니다.여는글로문을열겠습니다.‘오늘은,4월16일입니다.이렇게우리가모인오늘은…’”

만약우리에게달마다얼마만큼의시간과공간이주어지고그속에서자신의목소리를통해나와이웃의삶에대해이야기할기회가생긴다면우리각각은어떤말을털어놓을까.그말에는선의가담겨있을까,그어투는단정히정돈되어있을까.다른건몰라도,그자리에앉아자신의목소리에귀기울이는사람들앞에서자신의목소리가꽤크게울려퍼지는것을느꼈을것이다.그반향을느끼며내목소리뿐아니라“서로의목소리가공명하여더크고넓게울려퍼질”(15면)것을알았으리라.즉문학이활자매체에서일어서서우리의일상에서각자의목소리로서서로부딪히며생생히살아숨쉬는장을만들어낸것이다.

초기의낭독회에서는참사의고통을떨쳐내기가쉽지않았다.낭독하는이도,그말을듣는이도마음이무거웠다.문학만이아니라온세상이그러했다.“이언어의무능함과마음의무능함이대낮에두눈을뜨고그수많은생명들을잃어버린한나라의무능함과같다.잘가라,아니잘가지말라.이렇게쓰는만사(輓詞)가참으로무능하다.잘가라,아니잘가지말라.”(24면)

낭독회가작가들만고요한안뜰이아니라시민들이다같이참여하는열린마당이라는점은,하나의고정된장소에서열리는것이아니라여러투쟁현장을비롯하여다양한장소를오가며열린다는점은낭독회에크고작은활기를가져다주었다.묵직한이야기들속에서도약간숨통이트이는느낌이랄까.참사초기에는낭독회참가자들이참사유가족들의아픔에공감하고때로는이사회의무감함에절망하며자기반성을촉구하는목소리를모아주었다면,시간이흐르면서낭독자들의목소리는조금씩그톤을달리한다.단순히세월호참사를추모하는일을넘어우리의생활을고백하는말들이낭독회의토대를조금씩채우기시작했다.지난10년간일어난다양한사건들,젠트리피케이션,산업재해,미투운동,기후위기문제등을깨우치는목소리도빠짐없이담겼다.우리사회의풍경을천천히읊으며그렇게10년의시간이흘렀다.

그렇다면그10년의시간이흐르는동안304낭독회는,아니한국사회는어떻게변모했을까,아니바뀌지않았을까.우리는“여전히기쁘고또슬프”며(246면)“슬픔이견딜수있는것이라는게이상하다”(252면)라고느낀다.그리고우리의애도가차츰바뀌어가고,또바뀌어가지않는것을느낀다.소설가황정은의다음과같은말처럼.“나는애도라는것이늘처음과같을수는없다고생각한다.알맞은과정을거치면애도는다른것이된다.다시는이런일이일어나지않기를바라는마음,혹은기도가되기도하고.그래서삶‘속에’애도가있다.애도가삶보다크면어떻게되겠나.그런데사건이벌어졌을때진상이규명되지않고책임을명확히하지않으면남은사람들은애도를끝낼수없다.국가와사회가애도를끝낼기회를주지않는데어떻게애도를끝내나.삶이애도가되어버린다.책임있는모든사람이당사자들에게저지르는가해다.나는이게세월호참사와10.29참사의생존자들,유가족들에게한국사회가저지른일이라고생각한다.”(297면)

“희망은지난하게그러나확실하게만들어진다”

재난참사이후다양한연대활동이세월호유가족들과함께했다.하지만304낭독회처럼10년이지난지금까지매월꾸준히자리를마련하는활동은찾기어렵다.낭독회일꾼들은세월호“유가족분들이계속이야기하고있다는사실”을잊지않고있다.“이분들의이야기가있기때문에낭독회도계속된다.”(298면)

낭독회의작가들이10년이지나서도힘을잃지않는데에는또어떤이유가있을까.그에대해낭독회일꾼들은당장세상이바뀌지않더라도“언젠가는바뀔것이라고,절망은언제나이른판단일뿐이라는것(…)희망은지난하게그러나확실하게만들어진다”(304면)고이야기해준다.

낭독회일꾼인시인김현,평론가양경언이소설가황정은과함께이야기나눈대담,「읽고쓰기에담긴힘을믿는다는것」은이책의별미다.책을일별하면서낭독의일정한리듬과호흡에익숙해졌을독자들이라면김현,양경언,황정은의대담에서한편으론발랄하고다른한편묵직한목소리를통해작가들의생생한생각들을만날수있다.우리가사는세상에는여전히고립과망각속에서고통받는이들이있기에,이낭독회는304회째를지나서도계속될것같다는생각을품게된다.오래전6.9작가선언이304낭독회의토대가되었듯이,4.16세월호참사의시간이10.29이태원참사의시간을견딜수있게해주었듯이,작가들은먼미래의사회적고통과어깨를겯고일어설것이다.

304낭독회의「여는글」은낭독회에참여하는이들에의해조금씩고쳐지고,덧붙여진다.이같은‘공동의집필’이꾸준히이어진다는점은304낭독회의생명력의주된원천이기도하다.이책에실린「여는글」은‘112회째낭독회의여는글’로서다음과같이끝을맺는다.“앞으로도사회적참사를생각하는서로의목소리가공명하여더크고넓게울려퍼질수있도록,지금서있는시간으로부터,슬픔과분노로멈춘우리의시계가다시움직일때까지,계속읽고,쓰고,행동하겠습니다.”

서문에서시인하재연이말하듯304낭독회에서우리가말하고자하는바는“우리가서로에게,그리고스스로에게보내는희망의편지이며,우리가달고있는노란리본에담겨있는빛의의미”이다.“이목소리에부디귀기울여주기를,당신의목소리를덧붙여주기를(…)언젠가는함께낭독회후에읽어내려가는다음의문장들을같이읽을수있기를”(8면)바란다.

이렇게모여,우리는사람으로돌아가는꿈을꿉니다.
목숨이삶으로,무덤이세상으로,침묵이진실로돌아가는꿈을꿉니다.
이렇게모여,우리는사람의말을이어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