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의 위로 : 점과 선으로 헤아려본 상실의 조각들 (양장)

수학의 위로 : 점과 선으로 헤아려본 상실의 조각들 (양장)

$17.00
Description
상실과 부재 속에서도 사랑하고, 살아가고, 기억하는 일
점과 선으로 그려낸 마음의 파편들이 세계를 새롭게 보는 문을 열게 한다

“상실을 경험한, 상실을 경험할 우리 모두에게 추천합니다.”- 허준이 교수
《수학의 위로》는 노년의 수학자가 점과 선으로 부서진 삶의 조각들을 헤아려본 이야기이다. 마이클 프레임은 세인트앨번스에서 예일대, 그리고 고양이가 기다리는 서재에 이르기까지 마주했던 비탄의 순간들을 기억 속에서 끄집어낸다. 은퇴한 예일대 교수이자 수학자인 프레임의 회고가 상실과 부재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에게 전하려는 메시지는 ‘위로’다. 수학이 우리에게 어떤 위로를 전할 수 있을까. 평온함이 절실한 이가 이 책을 앞에 두고, 호기심과 낯섦 사이에서 던질 수 있는 질문일 것이다. 숫자와 공식, 그래프에 압도되었던 경험은 수학을 우리 삶에서 밀어내고 그 사이에 쉽게 넘을 수 없는 벽을 쌓도록 만들었다. 가슴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을 점과 선으로 이뤄진 공간에 놓고, 그것을 들여다보는 것이 무너져내린 삶에 어떤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수학은 무모순이 용납하는 어떤 정의도 허락한다”는 허준이 교수의 말이 단서가 될지도 모른다. 모순으로 가득한 실제를 무모순의 세계에 비춰보았을 때 우리의 삶, 우리의 아픔은 그 안에서 재구성되고, 새로운 관점으로 세계를 해석할 힘을 얻게 된다. 지혜와 따뜻함을 두루 갖춘 저자의 마음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고요함 속에 기억 속을 걷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수학이 위로가 될 수 있을까. 그렇다. 위로의 수학이다.

저자

마이클프레임

1951년웨스트버지니아주세인트앨번스에서태어나고자랐다.연구실조건이“개구리를죽이는것과관련된생물물리학”이었기때문에물리학전공을포기한프레임은,유니언칼리지에서수학을전공하고1978년툴레인대학교에서수학으로박사학위를받았다.프랙털기하학의창시자로알려진브누아망델브로BenoitMandelbrot의초청으로예일대학교에온이후망델브로의커리큘럼개발을도우며학생들에게수학을가르쳤다.드베인메달DeVanemedal,맥크레디상McCrediePrize,딜런힉슨상DylanHixonPrize등을수상한훌륭한교사이자뛰어난수학자인그는2016년에교수직에서은퇴했다.함께쓴책으로는《프랙털세계들FractalWorlds:Grown,Built,andImagined》《통제된카오스ChaosUnderControl》가있다.《브누아망델브로BenoitMandelbrot:ALifeinManyDimensions》의공동편집자이기도하다.고양이를무척사랑하며그들에게언제든무릎을내어줄수있는집사이자동반자이다.

목차

프롤로그

1기하학
2비탄
3아름다움
4이야기
5프랙털
6너머

부록:간단한수학
감사의말
옮긴이의말
주석
찾아보기

출판사 서평

노이만,망델브로그리고프레임

마이클프레임의개인사에서빠질수없는사람이있다면‘프랙털(어떤식으로든간에전체를닮은조각들로이루어진모양)’을대중에게알린브누아망델브로다.프레임에게예일대로오라고초청한장본인이기도하다.망델브로는‘컴퓨터의아버지’로불리는천재수학자,존폰노이만과함께프린스턴고등연구소에서연구원으로재직했다.앨버트아인슈타인,앨런튜링등걸출한학자들이거쳐간프린스턴고등연구소는,2022년필즈상을수상하며국내에널리알려진허준이교수가방문교수로있었던곳이기도하다.예일대에정착한프레임은망델브로가프랙털기하학에관한커리큘럼을개발하는데동참했다.《수학의위로》에서노이만,망델브로에관한짧고흥미로운일화를소개하기도한다.

프레임은2016년예일대에서은퇴하기전까지수학의아름다움을학생들에게가르쳤던훌륭한교사다.특별히2013년에그가수상한드베인메달은1966년부터매년,강의와연구에서독보적인활동을보여준교수에게주어지는것으로서,예일대학장을지낸윌리엄클라이드드베인을기념하기위해제정되었다.이에더해맥크레디상,딜런힉슨상등을수상한그의경력은그가뛰어난교사이자수학자로서살아왔다는걸증명해준다.

비탄의기하학

프레임은먼저기하학을소개한다.점·선·면의학문이라고어렴풋이알고있지만,그가말하는기하학은조금더우아하고본질적이다.프레임은기하학이세계의모습과돌아가는방식을모형화하는한방법이라고말한다.프랙털관점에서조금더일찍현상들을이해하려고시도했었다면,지금과다른모습으로인류가발전했을것이라는프레임의생각에서기하학에대한그의애착을느낄수있다.해안선,고사리잎,허파,신경계등자연에존재하는다양한프랙털은‘자기유사성’을띈다.아주복잡하게보이는구조나체계도그안에서반복되는패턴을발견할수있다.프레임은프랙털을해체,분석하는법을알게되면그이전의상태로돌아갈수없을것이라고말한다.새로운관점은어떤모양이나현상에서느꼈던아름다움의일부혹은전부를잃게만든다.프레임은이처럼‘다시느끼지못할’감각의상실에비통함을느꼈다고고백하며비탄에관한이야기를시작한다.

비탄의시작에서부터그너머의삶과이야기

‘비탄(Grief)’이란무엇인가.프레임은자신이사랑하고,“60년동안머릿속에서밟고다닌길”이라말한기하학의눈을빌어비탄을정의한다.슬픔(Sadness)과유사한감정적반응이지만비탄은단순한슬픔과구분된다.비탄은돌이킬수없고,엄청난감정적무게를지니며,초월적인특성을가진다.그리고자기유사적이기도하다.프레임은어머니의죽음과비오는날의경험을예로들어이둘을비교하며비탄과슬픔의차이를말한다.맑은날에산책을하고공원벤치에서책을읽으려했던계획이비로인해무산될수있다.아쉽고슬플수는있으나이런감정적반응을비탄이라고말하지않는다.앞서프레임이정의했던비탄의여러특성중에들어맞는것이없다.그저다음을기약하면된다.초월적이지도않고감정적무게를동반한다고보기에도어렵다.하지만어머니의죽음은다르다.사랑하는이를떠나보낸건다른차원의경험이다.

비탄은왜존재하는가?프레임은존아처,바버라킹,랜돌프네스등의저서를토대로비탄의뿌리에대해들여다본다.요컨대비탄은사랑과결부되어있으며,살아가는존재들에게자연스러운감정이다.이를통해프레임이비탄을‘없애는방법’에대해서는말하지않을것이라고추측할수있다.프레임은그것이불가능하다는걸명확하게밝힌다.다만,상실에따른고통을줄이는데본인이적용했던방법을넌지시전해줄뿐이다.

프레임은본격적으로기하학을도구로제시한다.삶을구성하는여러요소를x-y축으로구성된공간에‘투영’해보라고제안한다.이것이‘이야기공간’이다.예컨대감정상태는두려움-편안함,화남-차분함등의축으로나타낼수있다.프레임은직관만있다면복잡한수학적정의를동원하지않고서도이야기공간의점과선들을이해할수있다고독자를안심시킨다.서로만나지않도록그려진점혹은선으로불가역성,도약등의의미를전달한다.프레임은엄마가있는세계와엄마가없는세계를,사랑하는반려묘스크러피와함께했던놀이와다른고양이들과함께했던놀이를비교하며자신의삶을‘재조정’한실마리를이공간에서찾아냈다.그리고독자들을이곳으로초대한다.

프레임은꼭기하학이어야한다고말하지않는다.그가기하학을이용한것은“친숙해서다”.독자의하루가노래들로이어진다면,음악을가지고도프레임자신이도달한곳에닿을수있을것이라말한다.소설,영화,체스,요리,춤등가장친근한것으로접근해보라고전한다.비탄의폭력이잦아들기를바라는마음과함께.

비탄은우리에게대담한걸음을뗄힘을줄수있다

기하학이비탄의칼끝을무디게할수있다는걸살펴본후,프레임은‘행동’을투영해보라고제안한다.아버지와의추억이새겨진작업장이문을열수없게되었을때,프레임은감정에서행동으로시점의전환을시도했다.아버지와함께행동했던일들,이웃의잔디깎기를수리하거나아이들에게조각그림퍼즐과나무장난감자동차를만들어주는것과같은일들이다른이웃에의해이뤄지고있는모습을상상했다.프레임은아버지께서보여주셨던행동,‘이웃을돕는이웃’을이야기공간에투영함으로써비탄을완화할수있었다고말한다.비탄은타인을도울수있는행동으로자신의삶을내어줄기회를제공한다.비탄의뿌리를살펴보면서도어렴풋이이해할수있었다.사랑하는이가무엇을하고싶었을지,그를몰랐던사람들에게그의선의가닿게하려면무엇을해야하는지,우리는스스로에게질문을던질수있으며그질문에대한답은이미알고있다.

사랑하는이의죽음은우리에게주어진하나의세계를닫아버린다.틈새로비친이전의세계를희미하게볼수있을뿐이다.하지만새로운세계를볼수있게하는문을연다.“몇몇선택은결코돌이킬수없는길로우리를이끌곤한다”는관점에서보면죽음뿐만아니라삶의거의모든순간이새로운세계로의초대이다.닿지못한,앞으로닿지못할순간을흘려보내야만하는필연에우리는또다시쓰러지고힘겨워할것이다.상실이전하는감각들에익숙해지는것은불가능할지도모른다.하지만프레임이쓴것처럼“고통에대한최선의해답은이것일수도있다.비탄은우리에게대담한걸음을뗄힘을줄수있다는것이다”.상실에맞서자신의삶을오롯이들여다본한사람의믿음이,어둡고차가운시간을지나고있을모든이에게위로가되기를간절히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