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미 : 내 이름의 새로운 철자

자미 : 내 이름의 새로운 철자

$18.80
Description
“내가 사랑한 여자들은 저마다 나에게 자신의 흔적을 남겼다.”
여성이자 흑인이자 페미니스트이자 레즈비언이자 시인으로서
스스로 정체화한 새 이름의 철자를 써 내려간 오드리 로드의 자전신화

“내 삶에 오드리 로드의 이름을 ‘정서적인 타투’로 새기고 싶다!”
권김현영, 유진목, 은유, 이라영, 하미나 추천
《자미》는 우리 시대 페미니스트들의 가장 중요한 원천이자 목소리인 오드리 로드의 자전신화로, 이 기념비적인 인물이 우리가 익히 아는 모습이 되기까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자미(zami)’는 서인도제도의 캐리아쿠섬에서 친구이자 연인으로서 함께 일하는 여성을 일컫는 단어다. 서인도제도 출신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난 시인 오드리 로드는 사실과 허구의 경계를 아우르는 자기 정체성의 기원에 관한 이야기를 뜻하는 ‘자전신화(biomythography)’라는 새로운 장르의 글에서, ‘자미’라는 단어로 스스로를 정체화하고 자신에게 흔적을 남겼던 수많은 여성으로부터 자신이 탄생할 수 있었음을 밝힌다. 매카시즘이 득세하던 1950년대 뉴욕 할렘은 흑인 여성이자 레즈비언이었던 오드리 로드에게 결코 아름다운 배경이 아니었지만, 그 시공간 속에서도 오드리 로드는 불온한 이름으로 불린 자신의 낙인을 오히려 서사의 시작으로 삼고, 꼿꼿하고 기꺼이 자신의 삶을 살아내며 이를 기록한다. 2019년 BBC가 선정한 ‘세상을 빚은, 규칙을 부수는 책’이자, 《나쁜 페미니스트》 작가인 록산 게이가 소수자에 대한 폭력과 혐오를 목격할 때마다 의지하는 책이며, 한국의 페미니즘 진영 최전선에서 분투하는 권김현영, 유진목, 은유, 이라영, 하미나 작가가 찬탄과 연대의 마음으로 함께한 책이다.

저자

오드리로드

1934년,서인도제도출신이민자가정의세딸중막내로태어나뉴욕할렘에서자랐다.어릴적부터타인과소통하는방법으로시를인용했고,열두살때부터직접시를쓰기시작했으며,고등학교때는학교문예지가자신의시게재를거부하자『세븐틴』에처음으로자신의시를실었다.
졸업후1년간멕시코국립대에서공부하며레즈비언시인으로서의정체성을확립했다.뉴욕으로돌아온그녀는헌터칼리지에서...

목차

추천의글
제목없는헌사
프롤로그
자미
에필로그
감사의글
옮긴이의글

출판사 서평

“나는삶을필요로하는만큼,
확인을,사랑을,나눔을필요로하는만큼,흑인으로자랐다.”

1920년대뉴욕할렘가에서태어난오드리로드는아프리카계이민자가정에서태어났다.안경을쓰지않으면앞을보지못할정도의심한근시를앓았고,또래보다뒤늦게입이트인아이였다.뉴욕이라는곳에서소수자일수밖에없던어머니는자신과같은처지인오드리가그누구보다세상의규율을빠르게깨우쳐적응하기를바랐으나,오드리는시각장애인교실에서처음글자를배우던때부터세상의규칙에맞서살아남기위해투쟁한다.오드리는부진아를표시하는고깔을쓰고인종차별적의미가내포된‘브라우니’모둠에앉아있거나,흑인에게서는백인과다른특유의체취가난다고여기는수녀님의주의를듣거나,흑인이라는이유로반장선거에서떨어지거나,여름휴가로가족들과함께떠난워싱턴의아이스크림가게에서쫓겨난다.

부모는애초에인종차별을당할가능성을미리계산하지못했다는사실에만죄책감을느낄뿐,오드리가세상의질서에잠잠히편입하기를요구한다.따라서오드리는‘유색인’이라는단어의정확한의미도듣지못한채스스로를‘백인’으로정체화하겠다고말하거나,흑인순교자로불리는미국혁명최초의열사인크리스퍼스애턱스를열여덟살까지들어보지못하거나,어머니의고향이던서인도제도의캐리아쿠섬이전혀표기되지않은지리부도들사이에서,자신의기원을,자신의모습을,자신의정체성을드러내지못한채자라난다.

그러나오드리로드는감춰지는자,차별받는자에머무르지않는다.어릴적언니들의이야기를들으며결심했던것처럼오드리는자신의이야기를직접만들어낸다.흑인학생이고작세명뿐이었던헌터고등학교에서오드리는주변인이던친구들과모여‘낙인찍힌자들’이라고스스로를정체화하고,일생의우정을경험하게한제니를만나며사랑을인식한다.스탬퍼드의공장에서는진저를만나자신의성정체성을깨닫고,자신이처음으로머물기를선택한장소인멕시코에서는유도라를만나있는그대로의모습으로사랑받는다.그리고다시뉴욕으로돌아와정서적으로깊은타투를남긴뮤리얼과아프레케테를만나며절망안에서도새로운답을찾아낸다.끊임없이자신이존재할장소를찾아내고만들어낸오드리는어머니의집을떠나자신만의서사를만들고,차별과혐오가가득했던할렘거리마저자신의‘집’으로만들며흑인으로서,여성으로서,그리고성소수자로서기어코자전신화를이루어낸다.

쉴곳이필요할때쉼을내주었던여성들
검게물든모습그대로태양아래로나를밀어내준여성들

『자미』는오드리로드가사랑한여자들에관한이야기다.흑인페미니스트시인이라는수식이전에,오드리는여자를사랑하는한여자였다.오드리가처음사랑한여자는,어머니와갈등이심하던무렵에만난제니다.방종한여자처럼욕설을일삼고,길에서담배를피우고,어머니지갑에서돈을훔치고,거리를쏘다니며함께노동조합가를불러대던제니와오드리.그러나온세계에변화의바람이몰아치던1948년,제니는자살한다.몸을맞대고서로의열정을털어놓은적도,함께책을쓴적도,사랑을나눈적도없이,오드리는제니를무력하게떠나보낸다.이후오드리는집을나와가혹한홀로서기를시도한다.첫교제의결과는낙태로이어졌고적당한일을찾지못한오드리는스탬퍼드로떠난다.그리고이곳에서진저를만나레즈비언으로서의정체성을처음으로자각한다.“여자와사랑을나눈다는것이무슨의미인지도전혀”모르던오드리는“그일이일어나길바란다는것,그리고그것은내가여태껏해본그어떤일과도다르다는것”을어렴풋하게느낀채,파도처럼몰아치는기쁨과만족감을만끽한다.그러나관계를진지하게여기지않는진저를보며,오드리는그누구도사랑하지않고그누구와도가까워지지않겠다고마음먹는다.

그결심은낯선소리와냄새,경험으로이뤄진멕시코의쿠에르나바카에서연상의여성유도라를만나며깨지고만다.매카시즘을피해멕시코로이주한기자였던유도라는“생각하느라평생을보낸사람,내가무슨말을하건나를이해할수있는사람”이었고,유도라의집에서한없이대화를나누며여러날을보내던오드리는그를끌어안고사랑을나누고싶다고처음으로제안한다.그제안에유도라는이렇게답한다.“너는정말아름답고또갈색이야.”자신이“있고싶었고또선택한장소에와있다”는감각,“사회적으로도뚜렷한윤곽을지닌확실한존재”라고느끼게해준멕시코에서오드리는사랑을통해스스로를긍정한다.

사랑의전지전능함을알려준여자는다시돌아간뉴욕에서만난뮤리얼이다.오드리가일했던공장의선임자이자시를썼던뮤리얼.처음그를만난순간부터오드리는뮤리얼이“내말은물론이고말로표현할수없이무거운고통때문에말하지못한수많은것들마저도그어떤설명도없이다이해하는것같았다”고느낀다.뮤리얼과주고받던편지에는그들이품은허기와고립감,그러나유머러스하면서도선명하게세상을바라보는시각이담겨있었고,그들은서로의고독은물론꿈조차서로닮아있다고확신한다.함께고양이밥을주고,오래된가구를거리에서주워오고,과일과술을슬쩍하고,사랑을나누며,오드리는자신의삶깊은곳까지뮤리얼이스며들도록공간을내어준다.그들은그들만의방식으로,그들의세계를배열하며서로에게확실성과마술,근면한노력에서오는경이를건네주었고,오드리는이모든것이사랑하는이와관계맺을때오가는정당한감각임을알게된다.동시에오드리는뮤리얼이자신이만든창조물이아님을깨닫는다.뮤리얼은언제나자기자신이었음을,그가형성되는과정에자신이도움을보탰을뿐임을,뮤리얼이오드리에게그랬듯이.

“그곳이더는내집이아니게된뒤에야
나는캐리아쿠의위도를알게되었다.”

『자미』는오드리로드가여성들과의관계안에서정체성을탐구하며‘집’을찾아가는여정에관한글이기도하다.어릴적,오드리가꿈꿨던집이란“아주먼곳,한번도가본적없지만어머니의입으로전해들어잘아는”서인도제도의섬이었다.모든것에관한노래가있는곳,흰눈썹꿀새가재바르게날던곳,어머니린다의할머니인마마리아가노엘스힐기슭에서파도가찰싹이는카리브해를내려다보며알려준것들을린다의어머니인마리즈가이어받던곳.그리고짙은라임향기속에서어머니린다가태어나고“바다로나간남편없이도잘살아남은여성들,남편이돌아오지않더라도서로를사랑하게”된여성들의섬.“캐리아쿠여성들이서로를사랑하는방식은그레나다의전설이며,그들의힘과아름다움도마찬가지다.”캐리아쿠를꿈꾸며자란어머니처럼오드리는그레나다를꿈꾸며자랐고,어머니의말을이루던그레나다방언은오드리의언어를이루었으며,오드리는어머니처럼“강한여성”이된다.

오드리는“사랑받으려고승인받으려고노력”하지않았다.“그저살아있기위해”또는“인간으로남아있기위해”노력했다.그러기위해서는‘강한여성’이되어야했다.그러나1950년대뉴욕의빌리지에서도,흑인레즈비언이강한여성이되기란녹록지않았다.흑인레즈비언은함께뭉친다고해서딱히이득을얻을리없는‘이국적인시스터아웃사이더’였고,특히오드리처럼펨으로도부치로도역할을정하지않은존재가허용되는장소를찾기란불가능한일이었다.게다가레즈비언바에서오드리는“벽장속대학생”이자“투명인간취급”을받았고,헌터대학교에서는“벽장속레즈비언”이자“침입자취급”을받았다.그당시여성들간의진정한연결을위해실제로노력을기울인사람은흑인이건백인이건레즈비언들이유일했음에도오드리는그사이에서괴리감을겪었고,흑인이아니었던뮤리얼과의관계에서도오드리는극복할수없는차이를느꼈다.오드리와같은이들에게는‘장소’가,‘집’이주어지지않았으므로,이들은“공간이,위로가,고요가,미소가,비판하지않는태도가있는곳이라면가리지않고매달렸다”.

그리고어느슬프고외로운봄날,오드리는마침내“정서적인타투로서”삶에또다른흔적을남긴아프레케테를만난다.아프레케테는오로지“나자신의삶밖에없다는사실”을아는사람,서로를가두지도질식시키지도않으며불길을나눌수있는사람,‘태고의시간,최대한먼곳,그러나집에서가까운곳,그래서가장진정한것들을가지고온사람’,여성의몸에대한새로운정의와오드리의뿌리를다시금알려준사람,그럼으로써수많은꿈을함께나눈사람이었다.고동치는감정의격랑을헤쳐온오드리는아프레케테를통해자신의정서적뿌리를되새기고,절망에대한답으로서사랑을다시금인식하며오롯이자신의힘으로자신의‘집’을짓기시작한다.그와보낸시간은비록짧았지만,오드리는아프레케테와헤어지고,개선되었고,더나은교환을할수있도록스스로를다시금빚어낸다.그는새아파트에가져갈소금몇상자와새빗자루를사고,새로운일자리를찾으며새로운방식으로새생활을살아간다.동시에검은피부를가졌던어머니의뿌리에서이어진여성들의전통을이어가면서.그리고그에게“본질을불어넣어준여자들을언어로써다시금창조하면서”.

추천사

오드리로드는인종,계급,젠더에서모두비주류쪽의카드를가지고태어났다.보통이런경우가장시급한것은먹고사는문제라고생각하기마련이지만그렇지않다.소수자들에게존재의의미를재규정하는언어를찾는일은생존의바닥을다지는일이기때문이다.소수자로살아간다는건눈에띄고싶을때는보여지지않다가눈에띄고싶지않을때는누구보다도도드라지게드러나는삶의아이러니를견뎌내야한다는걸의미한다.

다행스럽게도오드리로드는스스로‘낙인찍힌자’라고부르는것을겁내지않는유별난친구들과함께할수있었다.이들은유색인종,공산주의자,다이크등그시대의가장불온한이름으로불린이들이었고그에걸맞는삶을기꺼이살아갔다.이렇게살수있었던뿌리에는조금의실수도용납될수없는세계에서꼿꼿하게자기자신과가족을지켜낸어머니의존재가있었다.보고도못본척하되아무것도잊지않는어머니의방어술은뿌리를옮겨온이들이새로운땅에서살아남을수있는방법이었다.하지만이것은매일조금씩자신을죽여야만가능한일이다.소수자들은적응할수없는것을적응하기위해애쓰면서경험과지식이분리된세계에살아간다.그것은무지개가되지만종종올가미인‘우리’를만들어낸다.

“침묵은우리를지켜주지않는다.”“지배자의연장으로는지배자의집을부술수없다.”이두문장은시간의흐름속에서도꺾이지않는오드리로드의불굴의정신을담고있다.《자미》는그정신의뿌리를알려준다.이책에는저자에게흔적을남긴아름답고강한여자들에대한이야기로가득하다.자신을죽이지않으면서‘우리’를다시짓는방법을알고싶다면,여자를사랑하고싶다면,여자인자신을사랑하고싶다면,바로이책을읽어야한다.지금당장.
-권김현영(여성주의연구활동가,『여자들의사회』저자)

오드리로드는삶의모든순간을기억하고있는것만같다.가능한일일까?가만히오드리로드의책을읽고있으면내가인간이라는것을,또한지구에태어나인간으로서인생이라는것을살아가고있다는것을강렬하게자각하게된다.살아있으므로,살아가고있으므로,우리는이책의빼곡한문장이담고있는의미를이해할수있다.오드리로드는우리가살아있다고,인생은살아있는자에게주어지는것이라고『자미』의모든문장을통해말하고있다.그러나우리가발딛고있는이곳이전부가아니라는것을잊지않고알려주는이또한오드리로드자신이다.분명히고백하자면,나는이토록자세하고내밀하고풍성하게삶을기억하지도기록하지도못한다.그러나내게도어둡고빛나며복잡하고단순명료한순간이삶으로써언제나나와함께했음을나는오드리로드를통해서야가까스로믿게되었다.
-유진목(시인,『연애의책』저자)

‘언어와시와사랑과좋은삶’이한데버무려진이야기를오래꿈꿨다.바닷가에발을조금적시고마는그런사랑말고파도에휩쓸려정수리까지젖어버려서꼴이말이아니게되는신나는사랑.사랑이끝나도시로남아서영원의축복을누리는사랑.자발적인헌신과상스러운섹스가있지만나쁜남자는등장하지않는,마음이놓이는사랑이야기.『자미』에서이모든서사의욕망이충족되었다.오드리로드는흑인으로사는것만으로도,흑인이자여성으로사는것만으로도,흑인이자여성이자동성애자로사는것만으로도형벌이던시대를,거짓자아가아닌자기자신으로위엄있게살아낸다.사랑과글쓰기의힘이다.그래서그의자전신화는상호탐구와존재연결에관한보고서다.얼마나멋진가.추방된존재의서사가마침내사랑의역사로재배열되는삶은.만나고헤어질때마다더큰우주로팽창하는그의생애는별빛같은언어를쏟아낸다.첫장부터마지막까지찬탄과동경을담아숨죽이며읽었다.시시하게살기싫지만고통이두려워잔뜩움츠린내삶에그의이름을“정서적인타투”로새기고싶다.사랑,여성,글쓰기로된구축물『자미』는온갖난관에도불구하고자신으로살아가려는이들에게미래의피난처가될것이다.
-은유(작가,『크게그린사람』저자)

『자미』는오드리로드의삶을‘관계’중심으로서술한책이다.이관계를촘촘히채운이들은여성들이다.어머니와자매처럼가족관계에서시작해수많은친구와연인등으로뻗어나간다.로드가자전적이야기를통해우리에게펼쳐보여준그관계의지도를따라가다보면,1930년대부터1950년대까지뉴욕의흑인·여성·동성애자의삶에대한일종의문화기술지로도읽힌다.‘자매들’과의관계는로드를먹이고입히고재우며생존을위한단단한의식주역할을하는동시에,그무엇보다로드에게정서적으로사랑이충만한일상이가능하도록해줬다.한편,이관계들은굵직한상처와커다란상실감도남겼다.다시말해『자미』는이관계들에대해로드가보내는사랑의언어이며동시에애도의언어로가득하다.로드에게영양분을준만큼상처도준관계들이지만그상처마저도“반향과힘을담은정서적인타투로서”로드의삶에흔적을남겼다.서로를북돋아주며성장한관계들속에서‘나’는더단단해졌다.사랑의힘을믿지않을수있을까.세상의약자와소수자가사랑하기를방해하는권력의한복판에서서로의사랑을굳건히믿는마음만큼질긴저항도없다.
-이라영(예술사회학자,『말을부수는말』저자)

흑인레즈비언페미니스트의여성운동연대기가펼쳐지리라예상했던나는클리토리스이야기가나오는프롤로그를읽을때부터조금당혹했다.『자미』는400페이지가훌쩍넘는분량내내여성에대한사랑이야기로가득했고그사랑은운동의동지나자매로서의사랑이아니라쏟아지는햇살아래에몸을온전히드러낸,침대위에서기분좋게엉켜있는두여자의땀에젖은몸에서흘러나오는그러한사랑이다.책을다읽고나니묻지않을수없었다.운동과투쟁의영역이키스와관능과성애와는거리가먼것이라는메마른상상은언제부터왜하게되었던걸까?오드리로드가『시스터아웃사이더』에서말했듯,성애는“영적인것과정치적인것을이어주는다리”이며“우리안의가장깊고강력하고풍요로운것을신체적·감정적·심리적으로표현하고다른사람과나누는것,즉가장깊은의미에서의사랑을향한열정”이다.이열정은힘과앎과연결의원천이되어우리를행동하게만든다.나와타자를섞어주고나와는너무나다른그를알아보기위해스스로뻗어나가자라게만든다.그런점에서키스가없다면운동도없다.아아,오드리로드처럼쓰고오드리로드처럼살고싶다.『자미』는지구상에서가장섹시하고가장정치적인자전신화다.
-하미나(작가,『미쳐있고괴상하며오만하고똑똑한여자들』저자)

흑인여성에대한사회의폭력과혐오를목격할때마다나는오드리로드에게의지한다.오드리로드가그러한공격들에어떻게응전할지궁금하다.오드리로드의우아함과힘,맹렬한지성은모든흑인여성을옹호해내는데탁월한능력을발휘한다.
-록산게이(작가,『나쁜페미니스트』『헝거』저자)

《자미》는내가가장좋아하는책이다.오드리로드의아웃사이더성향에관한서술은닫혀있던내마음을열게해주었다.
-앨리슨벡델(작가,『펀홈』저자)

책속에서

나와혼돈사이에는횃불처럼활활타는여성들의이미지가다이크들처럼서서내여정의경계를장식하고구분한다.이친절하고도잔혹한여성들의이미지가나를집으로이끌었다.
---p.13

한때집이란아주먼곳,한번도가본적없지만어머니의입으로전해들어잘아는장소였다.어머니는노엘스힐의상쾌한아침과뜨거운정오에풍기던과일향기를들이마시고내뿜으며흥얼거렸지만,나는코고는소리와악몽때문에흥건한땀으로가득한할렘의공동주택어둠위로그물처럼걸려있는사포딜라와망고를상상해야만했다.다만이곳이전부가아니라믿었기에견딜만했다.비록엄청난에너지와집중이필요한일이었지만,지금여기는그저잠깐머무는장소일뿐이라고,영영생각할장소도아니며나를완전히사로잡는곳도,정의하는곳도아니라고상상했다.우리가올바르게,또검소하게살아가고,길을건너기전에양옆을확인한다면,언젠가우리는다시그달콤한장소로,집으로돌아갈수있으리라고.
---p.28

어머니는무척이나강한여성이었다.그시절미국백인들의일상어에서‘여성’과‘강한’이라는두단어의조합은눈먼,등이굽은,미친,아니면흑인따위의일탈적인형용사가뒤따르지않는한불가능에가까운것이었다.그러기에내가어렸을적‘강한여성’이라는말은평범한여성,그러니까그저‘여성’과는완전히동떨어진어떤것을의미했다.그렇다고‘남성’과동등한것도아니었다.그럼무엇이었을까?이제3의신분은무엇을의미했을까?
---p.31

나는어머니의숨겨진분노뿐아니라비밀스러운시를비추는거울이다.
---p.59

내가백인친구들과다르다는것,내가흑인이라서가아니라,내가나라서다르다는것을알게된것은고등학교를다닐때였다.
---p.141

어쩌면용감함이란용감하지못한것에대한더강렬한두려움인지도모르겠다.
---p.160

내가제너비브와한번도한적없는일들.서로의몸을맞대고우리가느끼는열정을털어놓기.빌리지의레즈비언바,아니,어느바라도가기.리퍼피우기.서커스동물들을태우고플로리다로향하는화물열차를탈선시키기.전세계의욕설들을배우는수업듣기.스와힐리어배우기.마사그레이엄무용단의공연보기.펄프리머스만나기.다음번에는함께아프리카에가자고하기.그책을쓰기.사랑을나누기.
---p.167

나는그의몸과그의욕망에대한나의앎이어디에서나온것인지조금도의문을품지않았다.그날밤진저를사랑하는일은집으로돌아가애초내것이었던,어떻게여태모르고살수있었는지남몰래생각에잠기게되는기쁨을맛보는것과같았다.
---p.240

멕시코시티에서보낸첫몇주간걸을때발만내려다보던평생의습관이깨지기시작했다.볼것이너무많았고,읽고싶은흥미롭고천진한얼굴들도너무많아서,나는길을걸을때고개를드는연습을했고얼굴에내리쬐는뜨거운햇빛에기분이좋았다.어디를가든온갖색조의갈색얼굴들이내얼굴과마주쳤고,거리에서나와같은피부색을수도없이보며내존재를확인하는일은완전히새롭고도짜릿했다.이전까지는나자신이가시적존재라느낀적도없었으며내가눈에보이지않는존재라는사실조차도몰랐던것이다.
---pp.269~270

우리,젊고흑인이고괜찮았고동성애자였던우리는점심시간에속마음을털어놓을학교친구나회사동료하나없이첫실연을이겨내야했다.우리가행복하고비밀스러운미소를짓게하는그이유를,실재하는구체적인것으로만들어줄반지가없었듯,우리의실험실보고서나도서관문서에얼룩지는눈물에는어떠한이름이나이유가주어지지도,공유되지도못했다.
---p.306

레즈비언이되고정된역할을수행하지않는다는점이우리가서로에게보여줄수있고,또우리를서로연결지어주는단한가지차이였다.애초에우리는다른세상에속한사람이아니었기에,자본주의,탐욕,인종주의,계급주의같은다른세상의문제로부터자유롭다고믿고싶어했다.그러나그렇지않았다.그럼에도우리는마치실제로그런문제들로부터자유롭기라도한듯계속서로의집을찾아함께식사하고삶과자원을나눴다.
---pp.355~356

흑인이건백인이건키키건부치건펨이건,우리모두가때로는제각기다른비율로공유하던유일한공통점은우리가여성이라는이름아래서감히서로연결되고자한다는것,그리고여성이라는이름을우리의문제가아닌우리의힘으로본다는것이었다.
---p.390

함께여성인것만으로는충분치않았다.우리는달랐다.함께레즈비언인것만으로는충분치않았다.우리는달랐다.함께흑인인것만으로는충분치않았다.우리는달랐다.함께흑인여성인것만으로는충분치않았다.우리는달랐다.함께흑인레즈비언인것만으로는충분치않았다.우리는달랐다.
---p.391

우리의자리란그어떤하나의특정한차이에서오는안정감이아닌,차이라는집그자체라는걸알게되기까지는시간이걸렸다.(그리고종종우리는배움앞에서겁쟁이가된다.)매일같이살아남음으로써얻은힘을사용하는법을배운것은,두려움이반드시무력함을가져오는게아니라는것을,우리와반드시같지않아도서로를받아들일수있다는것을알게된것은오랜시간이지난뒤의일이다.
---p.392

세상에는사라지지않는,우리가의지하는진리들이있다.여름철엔해가북쪽으로움직인다는것,얼음은녹으면작아진다는것,휘어진바나나가더달다는것.아프레케테는나에게나의뿌리를,우리가가진여성의몸에대한새로운정의를가르쳐주었고,여태까지나는그정의를배우기위한훈련을해왔을따름이었다.
---p.432

아프레케테,아프레케테,우리가여자의힘으로감싸여잠들수있는그교차로까지나를몰아가줘.우리의몸이맞닿는소리는모든낯선이들과자매들의기도이기에,교차로마다버려져폐기된악마들은우리의여정을쫓아오지못할거야.
---p.436

한때집은무척이나먼곳,단한번도가지못한,오로지어머니의입을통해서만알던장소였다.그곳이더는내집이아니게된뒤에야나는캐리아쿠의위도를알게되었다.그곳에서는다른여성들과눕는일이내어머니의혈통을타고전해지는일이라고한다.
---p.4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