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음식

남은 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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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내가 쓴 이야기에 기적 같은 순간은 없다. 하지만, 그런 순간도 괜찮게 느껴지는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삶을 파헤치고 사랑을 발견하는 작가. 이상은의 두 번째 소설집 『남은 음식』이 출간되었다. 『반복의 존재』 이후 2년 만에 선보이는 이번 소설집은 「남은 음식」 을 포함한 여섯 편의 단편 소설이 수록되어 있다.

이상은의 섬세한 시선이 만들어낸 세계는 현실과 소설의 경계를 허문다. 그 세계는 자꾸만 우리를 어디론가 데려다 놓고, 고민하게 만든다. 더 나아진다는 건 무엇일까. 휴일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지하철에 몸을 싣는 것. 아무런 걱정 없이 끼니를 챙기고 잠자리에 드는 것. 그렇게 성실히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 이것만으로 삶이 나아질 수 있다면 대부분은 나아지고 있는 중일지도 모르겠다. 이상은이 남긴 이야기는 사랑이라는 건 정말 아름답기만 한 것인지, 여태껏 존재하는 불합리한 상황이 변화 가능한지, 일상을 재조명하며 우리에게 더 나은 삶에 관한 질문을 쥐여 준다.

질문의 끝에서 만난 하나의 생각은 어떤 희망은 정제된 현재. 극적이지 않은 평범한 생활. 『남은 음식』은 일상의 그늘에 실낱같은 희망이 되어 줄 것이다.

저자

이상은

인간에대한사랑과연민,세상에대한희망과혐오에관심을갖는사람이다.삶을들여다보며그안에있는사랑을꺼내어본다.
지은책으로소설집『반복의존재』,에세이『바꿀수없는건너무많고』『영화가내게말을걸다』가있다.

목차

여름의명암07
남은음식29
신부입장85
아름다운나의작업실103
장미빌라133
우리가사랑하는방식151

발문|김신식(사회학자,작가)
팔자를실감하더라도169

작가의말
기적의날들이아니더라도181

출판사 서평

이상은은소설속인물의생활을통해서로비슷한처지로느껴지는누군가가은근히눈에밟힌다는팔자를파고든다.더나아가그팔자를작가자신의팔자로여긴채인간의삶을향한열린시야를추구하는팔자로나아간다.『남은음식』을관통하는팔자의특성을만남과헤어짐으로비유하자면,팔자란내삶에서멀어지고픈것과헤어졌다고믿으며살아왔는데,어느날그것이나에게찰싹붙어있음을깨달을때체감된다.그래서일까.여섯편의픽션엔헤어짐의서사가두드러진다.이상은이주목하는헤어짐이란,마음까지떠난온전한결별과거리가멀다.「여름의명암」의상원,「남은음식」의선,「장미빌라」의수인,「우리가사랑하는방식」의수현은자신에게서누군가가멀리떠났다할지라도,떠나보내게된타인의속성이어떻게든다시찾아와얽히고설킬수밖에없는팔자를실감하는캐릭터다.

현실에서이런타인을만나면대화는어떻게흘러가는가.분명자제한다고하는데도‘인생별거없잖아’라는말로타인의팔자를위무하고,타인은눈앞에있는이의태도를통해자신이특정한삶의방향성대로가야한다는덕목을요구받는느낌이든다.이에둔감한조언자는자기자신이건네는조력의성격을다정함이란이름으로정의하곤관계를이어가버린다.다행히도이상은의다정함엔그런게없다.그는한사회가규정하는행복을향해진취적인열망을품어보자는일방향적대안을강권하지않는다.대신이상은의기록을따라가다보면다정함이란,사회가구획해놓은삶의방향대로따라가지않으려는팔자를택한타인과나의모습을긍정해보는태도가아닐까구체화된다.아울러이러한다정함은소설마다계절이주는흔적과사물의상태를묵묵히묘사하는대목에서짙게느껴진다.그묘사가형성한영역엔앞날과관계된사람과삶에대한열렬한응원도가슴을후벼파는서늘한고백도없다.열렬한응원도서늘한고백도자기자신에대한평가로느껴지는삶에시달려온이라면,이상은식다정함이내재된문장속계절미는내가추구하려는고유한가치를되짚는사색의시간으로다가온다.덩달아자신의팔자에관해생각해볼사고의공간을만나는기분이들것이다.
김신식(사회학자,작가),「팔자를실감하더라도」발문중에서

책속에서

다른사람들처럼사는거…그게내가원하는삶이야.
아니,선화야내말은…
나한텐그게특별한거야.
「여름의명암」중에서

신애는언젠가부터틈만나면그런종류의말을계속했다.먹어.잘먹어야돼.선에게그말은‘먹어’가아니고‘살아’라는말로들렸다.살아.잘살아야돼.그말을들을때마다소름이끼쳤다.사실선은신애가그말을하기시작한시점의일을기억한다.남들이들으면아직도못잊었냐고할,그런건다누구나있는일이니잊어버리라고할그런일.
「남은음식」중에서

있잖아,난신애이모딸이누굴까했어.너무부러웠거든.맨날악착같이가져가시는거야.양보도절대안해.그러다언제는신애이모가먹지도않을것같은음식을막가져가셔서내가물어봤거든.이거좋아하냐고.그랬더니딸이좋아한대.딸먹여야된대.
...
그래서이모이미지가안좋았던건사실이지.근데,난이모진짜응원했어.진짜사랑같았거든.
「남은음식」중에서

선우의주변엔그런사람들이있었고,내주변엔그런사람들이없었다.그건날힘들게하는것중하나였다.내주변사람들은나를사랑하며존중하긴했지만,정말진심으로이해하거나공감하진못했다.
「아름다운나의작업실」중에서

러그에쓰여있는‘liberte’가너무얄미워갈기갈기찢어버리고싶었다.악소리를한번지르고,와인잔은싱크대에쓰레기는쓰레기봉투에넣었다.그러다갑자기눈물이왈칵쏟아졌다.고무장갑을끼고쓰레기봉투앞에서엉엉울었다.무언가답답했는데,그무언가가이작업실이라면이상했지만아무래도이작업실때문인것같았다.
「아름다운나의작업실」중에서

나는저번처럼친구녀석들에게또하나의질문을던졌다.만약너네딸이신부입장할때,너네랑입장안한다고하면어떡할래?

질문에순간적으로분위기가냉해졌다.그리고나는봤다.인아의아버지와닮은몇몇얼굴들을.
「신부입장」중에서

생각해보면우리중잘못한사람은아무도없었다.사랑을받고싶고,갖고싶어한것뿐이며그방법이너무도서툴렀을뿐이다.그런데,그서투름이너무도후회스러워우리는서로만나지못한다.눈빛만봐도마음을알수있던우리는서로에게마음을들킬까봐만나지못한다.그렇게우리들은헤어졌다.그헤어짐은,나에게더는타인에게마음을꺼내지않으면서,적당한거리를두며오래보는법을알려줬다.헤어짐으로,헤어지지않는방법을알게됐다.
「장미빌라」중에서

넌아무나사랑하잖아.
넌아무도사랑못하잖아.
「우리가사랑하는방식」중에서

아득한기분에팔목과팔꿈치사이의공간으로감은눈을덮었다.사랑하는방식…더듬더듬그말을입밖으로내뱉었다.
「우리가사랑하는방식」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