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담, 응시, 어수선한 연결

농담, 응시, 어수선한 연결

$18.00
Description
《농담, 응시, 어수선한 연결》은 연극 연구자이자 드라마투르그인 저자(김슬기)가 15년차 장애인 극단 애인 대표이자 1세대 장애연극인 ‘지수 씨’(김지수)의 생애를 듣고 기록한 책이다.
‘여성’이자 ‘장애인’이라는 정체성을 가진 한 사람이 극단 대표, 연출가, 작가, 배우로서 펼쳐 보여온 무대에는 삶을 통해 배운 것들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극단 애인의 연극은 장애 당사자들이 정규 교육 바깥에서, 장애운동의 흐름 속에서 익힌 철학과 실천의 결과물이다.
극단 애인이 〈고도를 기다리며〉를 공연할 때, 그 하염없는 기다림의 시간에는 장애 당사자들이 부딪혀온 겹겹의 경계들이 쌓여있다. 단원들이 쓴 희곡에는 다양한 몸을 표현할 자유, 자기결정권과 실패할 권리의 딜레마, 누구도 취약한 상태로 내버려두지 않는 세계를 향한 꿈이 담겨 있다.
저자는 긴 구술생애 인터뷰 작업을 통해 장애연극에 대해 새롭게 질문한다. 기존의 예술의 잣대를 넘어서는 장애연극만의 언어와 아름다움은 무엇일까. 이는 단순히 무대를 해석하는 데 유효한 질문이 아니다. 다양한 몸의 자유로운 표현과 자기결정은 안전한 상호작용 속에서만 가능하다. 다양한 존재들이 함께 살아간다는 것은 무엇이고, 그 사회적 조건은 무엇인지를 묻는 쪽으로 질문은 점점 나아간다.
이 책은 장애연극의 이야기인 동시에, 다름과 실패를 마주하며 새로운 세계를 열 용기를 내게 된 두 여성간 단단한 우정의 이야기다. 최근 활발해지고 있는 장애예술과 장애서사 논의에 관한 사려 깊은 제안이기도 하다.

저자

김슬기,김지수

공연예술연구자,드라마투르그.창작을위한읽기와기록을위한쓰기를한다.공연예술의창작과수용과정에서발생하는다양한가치에주목하고일상과연극,연극과사회가만나는방식을고민한다.한국예술종합학교예술전문사연극원연극학과를졸업한후연세대학교커뮤니케이션대학원에서문화매개전공박사논문을준비하고있다.월간《한국연극》기자,국립극단학술출판연구원등을거쳐현재는서울연극센터웹진《연극in》의편집장으로일하고있다.

목차

프롤로그

1막명백히농담이될수없는
농담
실루엣
약속장소
막간극_알록달록한땀한땀

2막부술수있는경계앞에서
용기
듣기
더깊이듣기
막간극_고도를기다리며

3막조금다른세계가열릴것만같은
응시
교섭
관계맺기
막간극_복작복작수선리

4막생전해본적없는방식으로

표현
서사
막간극_장애,제3의언어로말하다

5막너무나강력한힘으로사로잡는
시간

주체
막간극_전쟁터산책

6막누구도일러준적없는그세계로
나이듦
놓아버림
어수선한연결

에필로그
추천의말

출판사 서평

“농담,응시,연결.이평범한단어들이한사람의생애를관통하며기묘한힘을발휘하는장면들이잔뜩담겨있다.”-오혜진(문학평론가)

1세대여성장애연극인과비장애인연구자가만나
감응과응답의힘으로다시쓴예술과삶의질문들

“구술생애사인터뷰를거듭하면서,나는좀더근원적인앎에도달할수있었다.지수씨가불러낸그무수한순간들과수많은등장인물사이에서나는배웠다.서로를그냥스쳐지나가는사람은없다는것을,모두는모두에게흔적을남긴다는것을.슬프게도,그리고기쁘게도,그흔적들은끊임없이되살아나고포개어지며,견고하게삶을지탱하고이끌어간다.”(‘프롤로그’중)

저자는극단애인의단원들이출연한공연의드라마트루그작업을맡으며처음으로김지수대표를만났다.그의1인극무대에대한질문들은생의이야기로돌아왔고,저자는그이야기를더깊이이해해보고싶었다.3년간진행한10여차례의구술생애인터뷰와참여관찰등을토대로쓰인이책에서는지수씨의생의시간을중심으로여러개의시간의축이만나고가로지른다.1972년생인그는소아마비마지막세대로척추장애를갖게되었다.집에서자립한후장애운동의흐름속에서연극을하게된그에게정체성과삶,예술은떼려야뗄수없다.

장애인이무대에선다는것,관객과사회의응시를받아낸다는것이무엇인지를알았기때문에극단애인의단원들은오디션이아닌‘장애인국토종단여행’을통해만났다.그저무대를좋아하거나연기를잘하는이가아니라지난한시간을함께견딜동료가필요했던것이다.이런지수씨의이야기는저자의마음을복잡하게만든다.오랫동안연극을공부하고현장에있었음에도자신이여전히장애연극을읽어낼수있는관점을가지지못했음을새삼,구체적으로마주해야했기때문이다.연극계역시마찬가지였다.이책이쓰인기간동안한국에서장애예술에대한관심은그어느때보다도높아졌지만,그것이곧논의의성숙을의미하는것은아니다.장애연극에대한반응은장애를가진몸을무대에서보는것에대한놀라움과“장애인에도불구하고”같은평가에서크게나아가지못했다.

이는여전히장애인이라는존재자체를낯설어하는한국사회의한계를방증했다.이런상황에서이렇게쉽게많이말해지는장애예술이란무엇인가.그저장애당사자가참여하고,장애와관련한이야기를다루고,장애인관객과감응하면되는것일까?

“비장애인저자는장애당사자계(?)농담에진땀흘리다가
점점같이웃는사람이되어왔다.”-홍혜은(페미니스트기획자·저술가)

장애당사자의생을가로지르는예술과사회의시간
다름과실패를마주하며삶을두텁게포용한대화들

“함께시도하고,낭패를맛보고,그러면서도다시시도해보기위해서로를의지하는일,그지난한사건들을견디고다른질문들을주고받으며그로부터새로운동력을발견하는일,바로그모든과정에장애연극의미학이있었다.”(‘곁’중)

저자는장애학을공부하면서질문을파고든다.반스와머서,셰익스피어는‘장애예술’을“장애및투쟁의경험에대한공유된문화적의미와집합적표현”으로정의한다.장애연극인에게장애정체성을갖고,사회적제약과경계들이가득한일상을자기자신으로서살아내는과정은,장애예술의미학을찾아가는과정과뗄수없다.저자는지수씨와애인단원들이해온몸의표현과자기결정의과정으로연극을경험하고,그삶의관점에서예술성을이해하게된다.장애연극인들이자신의몸과마음을훈련하기위해직접고안한워크숍에참여하면서,상호배움과호혜라는사회적과정속에서미학적개념을다시정의하게된다.

“과연지수씨의이야기를쓸자격이있을까”라는머뭇거림은“세계를함께살아가는존재로서나는얼마나자격이있을까”라는윤리적고민으로확장되었다.응답할수있는힘을기르고,함께살아가기를연습했다.이책에서김지수대표를‘지수씨’로지칭하는것도그런의미다.‘지수씨’는김지수라는개인이기보다한동네에살고,함께지하철을타고,같은식당에서밥을먹는동료시민이다.

“대화는이책으로끝나지않을것이다.
우리가오래도록함께나이를먹으며,함께연극할수있기를.”-이연주(연극연출가)

장애연극의관점으로한국사회를다시본다는것
다양성과포용,사회적돌봄에대한성찰과과제들

시간이흐르며,둘은한국사회에서나란히나이들어가는여성이라는관계로둘은새롭게만난다.계속함께연극하기위한고민은나이듦에대한질문으로이어진다.나이가든다는것은결국장애를갖게되는것이다.장애란지수씨의말대로“무엇을시도하는데내가생각한대로되지않는,어떤조건에서어려움에처하게되는”사회적상태이기때문이다.노화의과정에서누구나겪게되는일이다.

저자는자신보다조금앞서장애를갖고살아간여성으로서의지수씨에게묻는다.각자도생을부추기는사회에서,나이듦을어떻게받아들여야하고,돌보고공존하는노후는어떻게마련할수있을지.정답은없지만,약한존재들간다정하고강인한연결을꿈꿔온장애연극을통해얻은힘과상상으로다음을기약하는두사람의뒷모습으로이야기는막을내린다.이제막다양성과포용,사회적돌봄에대해막고민을시작한한국사회에서,20년장애연극사속장애당사자들의경험과성찰은중요한참조점이될것이다.우리에게는사회적조건과환경을개선해나가는과제가남는다.저자는대중문화에서부터다양성과포용의가치가재현되도록주연캐릭터의장애와젠더등의요건을규정하고직원고용및교육제도를설계한영국BBC의‘360°다양성헌장’사례를들며,구체적인논의의필요성을제안하기도한다.장애연극에서차곡차곡쌓아올려진질문들이무대밖을향할때,그것은세상을바꿀출발점이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