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응 : 주의 기울임, 알아차림, 어우러져 살아감에 관하여

조응 : 주의 기울임, 알아차림, 어우러져 살아감에 관하여

$23.00
Description
“생태 위기의 원인은 조응을 망각한 인간이다.”
생태와 삶을 탐구해 온 인류학자 팀 잉골드의
지금 가장 고유하고 윤리적인 존재론
《조응》은 최근 근대적 사고방식에 대한 대대적인 성찰과 전회의 흐름을 이끄는 학자 중 한 명인 인류학계의 석학 팀 잉골드의 최신작이다. 2013년 이래 약 7년간 쓴 인문ㆍ예술 에세이를 모아 2020년에 냈다. 생태와 존재를 둘러싼 여러 예술 작업을 매개로 자신만의 철학적 노선인 ‘조응’에 관한 사유를 펼쳐 보인다.
조응이란 세계 속 우리의 존재가 인간과 비인간을 포괄하는 타자와 사물들에게 빚지고 있음을 인식하며 응답하려는 감각이자, 응답을 책임으로 바꾸어나가는 삶의 방식이다. 잉골드는 오늘날 지구를 위협하는 총체적 생태 위기가 초래된 것은 “인간이 조응하는 법을 망각했기 때문”이라고 일갈한다. 과학기술적 세계관과 기계화된 지식 생산 체계를 비판하며 공생과 지속가능성을 회복하는 삶의 가능성을 탐구한다.
일상과 단절된 학술적 글쓰기를 비판해 온 저자는 이 책에서 추상적 담론에 갇히는 것을 경계한다. 앎의 실천 방법을 찾기 위해 인류학의 경계에서, 예술·건축·디자인 영역을 넘나들며 길러온 구체적 언어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학계를 넘어 지혜를 나누려는 태도로 조응의 글쓰기 방식까지 고민한 결과물이다. 노학자가 평생의 앎과 예술에 대한 감응을 직조해 짜낸 말의 무늬들이 독자를 느리고 깊은 읽기로 이끈다.

저자

팀잉골드

저자:팀잉골드

영국의인류학자.1948년출생.애버딘대학교사회인류학과명예교수이며영국학사원과에딘버러왕립학회회원이다.

1970년에케임브리지대학교에서사회인류학학사학위를,1976년에박사학위를받았다.박사연구를위해핀란드북동부의스콜트사미족을현장조사하며스콜트사미족공동체의생태적응,사회조직및민족정치를연구했다.이후헬싱키대학교를거쳐맨체스터대학교에서강의했다.멘체스터대학교에서는북극북부민족연구와더불어순록무리와사냥에대한연구를이어나갔다.이연구는인간과동물의관계,인간-동물상호작용의개념,수렵채집사회와목축사회의비교인류학에대한관심으로이어졌다.

이후잉골드는19세기후반부터현재까지인류학,생물학,역사학분야에서‘진화’개념이어떻게다루어졌는지를연구했으며,인간의진화과정에서언어와기술의연관성에관심을가지고기술과예술의인류학을통합하는방법을모색했다.

1988년이후로잉골드는생태인류학연구와강의를진행하는한편,지각체계에대한제임스깁슨의연구에영향을받아인류학과심리학에생태학적접근법을통합하는방법을모색했다.환경지각과숙련된실천이라는주제를연결하는연구를통해2000년에『환경지각』(ThePerceptionofTheEnvironment)을출간했다.

2002년부터잉골드는환경지각에관한초기연구에서비롯한세가지주제,즉첫째로는보행자움직임의역동성,둘째로는실천의창의성,셋째로는글쓰기의선형성을주제로탐구를시작했다.이를통해인간의사회적삶과경험에서움직임,지식,기술사이의관계를이해하는새로운접근법을모색했다.이연구로2007년에『라인스』(Lines)를출간했다.이후인류학,고고학,예술,건축학의연관성을연구하고,인간과인간이거주하는환경의관계를탐구하여2013년에『만들기』(Making)를출간했다.이외에도서른권이상의인류학저서를출간했다.

2018년대학교수직에서은퇴한후독립학자로서계속연구하고집필하고있다.



역자:김현우

지역기반문화기획자로활동했다.출판편집,지역콘텐츠제작,국공립미술관전시자료번역등의일을해왔다.여러언어사이를오가는것을좋아하고말을다루는세계에오래남고싶어출판번역을시작했다.

목차

추천의말_이라영,박선민

들어가며
초대하며

1장.숲속이야기
카렐리야북부어딘가…
칠흑같은어둠과불빛
나무라는존재의그늘에서
저,거,저것!

2장.뱉기,오르기,날기,떨어지기
거품이이는말의침
어느등산가의슬픔
비행기에서
눈이내리는소리

3장.땅속으로숨기
가위바위보
애드코엘룸
우리는떠있을까?
대피소
징역살이

4장.지구의나이
운명의원소
돌의삶
돌제부두
멸종에대하여
자기강화에관한세가지우화

5장.선,주름,실
풍경속선들
분필선과그림자
주름
선을데리고산책하기
글자선과취소선

6장.말을다시사랑하기위하여
세계와만나는말
손글씨를옹호하며
디아볼리즘과로고필리아
차가운푸른철

다음을기약하며

응답의글_주윤정

출판사 서평

★“마음으로생각하는법을다시일깨운다.21세기에꼭필요한책.”-한스-울리히오브리스트(서펜타인갤러리디렉터)

★“우리는생존을위해서라도더늦기전에조응의사유와삶을익혀야한다.”-주윤정(부산대사회학과교수)

★온전한삶과살리는앎을회복하기위하여인류학자팀잉골드가전하는공생의사유

“세계에서빙하가가장활발하게움직이는지역인북서태평양연안에사는틀링깃족은빙하가들을수있고,사람들이빙하에대해하는말에귀를기울인다고주장한다.(...)그들은실제로빙하에귀가달렸다고생각하지는않는다.그러나그들은지질학이부정하는바를명확하게인정하고있다.빙하는바로그경이로운존재감으로이세계에,우리에게현존한다는것이다.빙하는눈부신흰빛,엄청난습기와한기,그리고특히폭발하듯갈라지는소리로존재한다.그러한존재방식이곧빙하의말이다.그소리는우리귀에서야비로소들리는소리가되고,귀기울여들어야비로소그것은빙하의이야기가된다.”-본문중

오늘날지구를위협하는총체적생태위기가초래된것은“인간이조응하는법을망각했기때문”이라고영국의인류학자팀잉골드는말한다.그에게‘조응’이란세계속우리의존재가인간과비인간을포괄하는타자와사물들에게빚지고있음을인식하며응답하려는감각이자,응답을책임으로바꾸어나가는삶의방식을뜻한다.근대이후인간중심적문명의폐해는과학기술적접근으로는결코해결할수없다.그자체가자본주의·군사주의와긴밀하게얽혀작동해왔기때문이다.또한기계화된지식생산체계역시더이상세계를회복하는앎을만들어내지못한다.
이런와중에인간을,인간과비인간의경계를넘는상호작용의그물망속하나의존재자로되돌려야한다는잉골드의입장은일견브뤼노라투르,도나해러웨이를위시한신유물론과궤를같이하는것처럼보인다.그러나잉골드의문제의식은한발더나아간다.자신의입장이추상적철학담론에갇히는것을경계한다.생태윤리를향한주장이인간과세계간근본적단절을초래한학계의지식생산관습속에서재생산된다면무슨소용인지를재차묻는것이다.잉골드는최근의신유물론,포스트휴머니즘논의가제안하는‘네트워크’의중심에여전히근대적인간중심성이있음을날카롭게지적하며“정말로위기를해결하려면,철학적담론의폐쇄적자기지시성에서피난처를찾기보다는바로이세계의거주자들의지혜에귀를기울여야한다”고일갈한다.
잉골드가자신만의노선으로제시해온‘조응’은이론이기이전에구체적인몸의감각이자행위이다.인간뿐아니라모든살아있는것들이서로의삶에반응하고개입하며얽혀세계를이룬방식이다.1970년대에핀란드라플란드에서순록사냥및사육을주로하며살아가는사미족의생활양식을연구한경험은이런관점의뿌리가되었다.자신들의삶을인간의언어로가르칠수없다고생각한사미족과지내면서잉골드는자연및동물과의관계,전통적으로앎이발생하고수행된과정을직접몸으로깨쳤다.그이후그는문명의전개과정에서우리가잃어버린본연의조응을다시익혀야만세계의지속가능성을회복할수있다고주장하며그실천방법을찾기위해인류학의경계에서활동해왔다.재직한애버딘대학교를중심으로인류학적접근과예술.건축,디자인등물질적창작을아우르는교육과연구를해왔다.이를통해손과몸의기술로서의예술,그과정에서의사유와윤리의사례를만드는독창적인행보를보였다.
《조응》은최근근대적사고방식에대한대대적인성찰과인식,존재론적전회의흐름속에서가장주목받고있는학자중한명인인류학계의석학팀잉골드의최신작이다.2013년이래약7년간쓴인문,예술에세이를모아2020년에냈다.자신의주요관심사인생태와존재에관한여러예술작업을매개로한이글들을일컬어잉골드는예술과주고받은‘편지’라고말한다.(실제로‘조응’을가리키는영단어‘correspondence’에는‘편지주고받기’의뜻이있으며,잉골드는상대방에게주의를기울이며편지쓰는감각이야말로조응이라고설명한다.)삶과맞닿지않는학술적글쓰기를비판해온저자는이책에서“학문적관행이라는족쇄를벗어던지고아마추어로서자유롭게썼다”고밝힌다.학계를넘어지식아닌지혜를나누려는태도로‘조응’의내용뿐아니라그에걸맞은글쓰기방식까지고민한결과물이다.노학자가평생의앎과예술에대한감응을한땀한땀직조해짜낸말의무늬들이오래된풍경처럼펼쳐지며독자를깊고느린읽기로이끈다.

★“땅을생명이뿌리내린장소가아니라소유를위한영토로바라보는우리는지금무엇을잃어버리고,혹은잊고있는가.잉골드의에세이는연결된존재들사이의세심한관계를다룬다.”-이라영(예술사회학자)

★구체적인것을향한사랑의윤리로세계의경이속에함께살아있기

“인간을넘어선세계의진실은그무엇도고립되어존재하지않는다는것이다.인간은비인간과세계를공유한다.그리고그와마찬가지로비인간도각자의입장에서,돌은돌아닌것과,나무는나무아닌것과,산은산아닌것과세계를공유한다.그러나돌의경계가어디까지이고,어디부터돌아닌것이시작되는지는결코확정되지않고계속변한다.나무와산,그리고인간의상황도마찬가지다.고여있지않고주변으로새어나가는것이생명의조건이다.”-본문중

지구가형성되고물질이작용하고시간이흐르고눈과비가내리고,생명이약동하는생태현상을다룬예술에관해사유하며저자는우리가잊은세계의근원을생생히나타내려한다.레드우드나무를태워칠흑같은어둠을만들어내는조각가데이비드내시의작업으로부터빛과색의연원과발현을보고,오래된나무속나이테로부터이전의어린나무들을포착한조각가주세페페노네의작업을통해장엄하게이어지는자연의시간을느낀다.지구온난화로사라질위기에처한다양한눈내리는소리를좇는예술가미켈니에토의작업을따라날씨를표현하는언어의형성을발굴하고,산업혁명기의유산인석탄하역장재생프로젝트를소재로삶의터전의지속가능성을질문한다.
학자들의“세계를대상화하고거리를유지하는무균상태의말”대신아마추어의“이끌림과자율성,책임감으로몰두하는말”로쓰인글에서는이하나뿐인세계와세계에속한존재들,그리고살아있음을향한깊은사랑이묻어난다.그사랑이바로잉골드가지닌생태윤리다.그는“세계에대한책임을떠맡을만큼세계를사랑할지말지결정해야한다”는정치철학자한나아렌트의오래된경고를인용하며생명과삶을근심하는연구자의역할이란현란한개념과드높은지성의경지를내세우는것이아니라구체적인것들에주의를기울이고알아차리며사랑을키워나가는것임을몸소보여준다.
조응하려면무엇보다도타자와사물에대한인식틀부터뒤집어야한다고잉골드는말한다.어떤존재도인간의근시안적상상처럼고정되어있지않으므로,사물을지칭하는명사를동사로바꾸기를제안한다.그들은자신만의방식으로행위하며스스로를생성해내고있다.‘돌’이아니라‘돌의짓을하는돌’,‘나무’가아니라‘나무의짓을하는나무’,‘인간’역시‘인간의짓을하는인간’으로대할때서로어우러지며영향을주고받는생태의진리를비로소인식할수있다.
저자는그런관점에서숲과바다,생태계를바라보고이야기를전해준다.오래전빙하의움직임과지각변동의흔적을읽어내며,자연에기대고깃들여살았던인간삶의흥망성쇠를떠올린다.다양한존재자들이끊임없이얽혀온움직임자체가놀라운드라마임을예민하게드러낸다.그감수성과통찰력을통해우리는한생명체로서세계의경이속에함께살아있다는것이무엇인지를체험하게된다.

★“이책은가장인간적인문화의결정체인예술역시결국자연이라는무한한우주안에서구분되지않고함께존재하고있다말하며걱정많은예술가인나를안심시킨다.”-박선민(미술작가)

★다시세계에생의약동을불어넣고시적으로거주하는삶을요청하는독창적존재론

“자연은침묵하지않는다.할말이없을수는있다.우리가과학의프로토콜이요구하는대로세상에대한사실과명제에만귀를연다면정말이지우리는아무것도듣지못할것이다.우리에게는나무에부는거센바람,폭포의울부짖음,새들의노래등이들리지않을것이다.들리지않는소리들은그저명제에그친다.우리는이세계에,세계에속한것들에주의를기울여야만한다.”-본문중

세계가전해주는“은유적진리를있는그대로받아들이는”예술의방식을경유해잉골드는강조한다.우리가발디딘땅과경관은온갖삶들이이어져이룬터전이라는것,땅이갈아엎어지며되풀이해작물을맺었듯,이세계의시간은선형적으로지나가지않고가라앉고드러나고깎이고새기는만물의움직임들속에서끊임없이생성,순환된다는것.이런통찰은문명과제도에대한이해를뒤흔든다.우리는과연진보해왔는가?인간진보의최전방으로여겨지는거대한규모의과학기술과고도로추상화된지식으로과연지금의기후위기와멸종의문제를해결하고삶을회복할수있는가?질문은거듭되고과거와미래에대한새로운화두가던져진다.
근대적사고방식의틀을넘어다시거주지로서의세계를온전히이해하려는사유의여정은앎의기본요소인말에대한성찰로이어진다.잉골드에게말은존재를나타내고타자와관계맺는가장인간적인역량이자권리로,말의타락이야말로인간과세계간관계가파국에이른원인중하나라고본다.
잉골드는세계와의단절을가속화하고숙고를가로막는말의사용을분석한다.예를들면영국국방부가발표한군사용어중상당수가약어임을지적하며,IED(급조폭발물),WMD(대량살상무기),SAM(지대공미사일),NKZ(핵살상지대)등의두문자어가차마인간의말로표현할수없는사악한힘의작용을간단한사안처럼포장해실재로부터분리했다고주장한다.이런경향은기업과국가권력에힙입은과학기술의발전에비례해심화되고있다.
평생생태와삶을탐구해온인류학자팀잉골드는호소한다.인간에게주어진귀한삶의방식인언어와이를통한교감을회복하자고,환영과질문과응답으로말을다시빛나게하자고,장인처럼우리의말을다시다듬고빚어내자고.그런의미에서잉골드는‘언어’역시명사아닌동사로,‘언어하기’로부를것을제안한다.언어역시말하는이들사이에서살아있는것으로인식해조응하자는것이다.한예로인간의목소리와몸짓과정동과고유성,시간의흐름을품은말과손글씨는각자의자리에서다시세계에삶의힘을불어넣을수있는방법이며그것을수행함으로써우리는이세계에다시시적으로거주할수있을것이라고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