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락사회

안락사회

$16.00
Description
안락한 사회를 위한 안락한 죽음
사회적 약자는 어떻게 제거 당하고 있는가?

존재와 일상 사이에 아슬아슬하게 발을 걸치고 있는,
오늘을 사는 우리들의 위상
일상성의 세계에서 벌어지는 폭력으로 인해 이 세계가 얼마나 고통스럽고
견딜 수 없는 세계인지 지속적으로 관심을 이어가는 작가의 시선!

토지문학상 수상작 「안락사회」 수록
영목문학상 수상작 「클리타임네스트라」 수록

첫 집필 시작 이후 16년 만에 펴내는 나우주 작가의 첫 소설집!
2021년 출간된 『일곱 편의 이야기, 일곱 번의 안부』에 실린 단편소설 7편(문학상 수상작 2편 수록)과 2022년, 절필 7년 만에 내놓은 신작 「봄의 시(詩)」까지! 여기에 작품해설을 추가한 나우주 작가의 소설집 『안락사회』가 ‘새롭게’ 출간되었다.

언제부턴가 MZ세대 사이에서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이라는 말이 회자 되다시피 한 것은 이들의 절실함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말해준다. 이들에게 ‘아프니까 청춘이다’, ‘당신은 괜찮다’, ‘이대로 괜찮다, 쉬어도 좋다’, ‘당신은 온전하다, 자신을 사랑하라’라는 말은 낭만적 거짓일 뿐이다.
최면과도 같은 달콤한 위로가 판을 치는 이 시대의 젊은이들은 주권 권력으로부터 추방당한 자들이다. 최소한의 희망에조차 기대는 것이 불가능할 때, 벗어날 길 없는 오늘의 무게에 압사당할 때 젊은이들은 사회로부터 스스로를 단호히 추방시키는 데까지 나아간다.
첫 소설집을 펴낸 나우주 작가의 작품들은 MZ세대가 스스로를 추방시킬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제자리에 버티고 서서 절망과 고통을 직시할 것을 주문한다. 세대를 향한 강렬한 응시, 총체성에 바탕을 둔 서사, 그것을 드러내는 해학적인 문체, 이 세 가닥을 축으로 형상화한 작품들은 마이크로적 묘사에 치중한 개인의 내적 존재론에 함몰된 작품들과는 확연히 다르다. 서사 전개는 마치 그물망처럼 촘촘하면서도 중층적으로 직조된 세계로 단일한 서사구조와는 거리를 둔다. 눈에 익숙한 소재들이 동원되지만 그것들이 모여 만들어진 세계상은 익숙하면서도 낯설고, 친숙하면서도 섬뜩하다. 이전에 볼 수 없었던 또 다른 세계상을 재현함으로써 독자에게 심적 동요를 일으키고 그로 인한 마음의 파장은 여운이 길다. _작품 해설中 -조동선(작가)
저자

나우주

중앙대학교일반대학원문예창작학과석사
2014토지문학상수상,단편소설「안락사회」
2007영목문학상수상,단편소설「클리타임네스트라」
〈〈계간문예〉〉,〈〈한국소설〉〉등의문예지에작품기고.

목차

코쿤룸
집구석환경조사서
클리타임네스트라
기억의제단(祭壇)
아름다운나의도시
조용한시장(市場)
안락사회
봄의시(詩)

해설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자본주의적삶의일상은지루한루틴의반복이다.인간은반복하는행동내에서발전을이루어낸다.그런데일상은우리의모든것을무화시키는힘을지니고있다.그어떠한변화도일상의질서를통과하지않고서는이루어질수없다.존재와일상사이에아슬아슬하게발을걸치고있는게오늘을사는우리들의위상이다.따라서일상성의세계에서벌어지는폭력으로인해무너지고변해가는인물들의모습을통해이세계가얼마나고통스럽고견딜수없는세계인지지속적으로관심을이어가는작가의시선은끈질기다.


「코쿤룸」

첫번째작품으로소개된「코쿤룸」은기고당시뿐아니라지금까지많은호평을받고있다.작가의‘성에찰때까지’몇차례의퇴고를거쳐지금에이르렀다.
어릴적상처를트라우마로안고사는‘나’는‘개인사적상처’를가진인간이다.그러나‘나’의직업과주거환경,일상패턴을따라가다보면‘디지털다매체시대’의보편적생활상과그것이개인의사고체계및트라우마에미치는영향이구체적으로드러난다.
‘집이사람을인식합니다.’라는첫문장처럼집은‘나’를닮아가고‘나’를인식한다.사람이공간을사용하는것인지,공간이사람을사용하는것인지경계가모호해져간다.하여스스로칩거한것인지,집이사람을가둔것인지다시생각해봐야할지경에이른다.
이는비단‘나’만의사례는아니다.바로‘우리들의삶’,생활환경,주거환경,디지털환경은아닌지돌아볼일이다.직접겪은것만이진짜내것이되는법.성장을위해겪어야할것들이생략되고,또는겪은듯한착각속에서누락되는현실은진정한내적성장을방해한다.


「집구석환경조사서」

두번째이야기인「집구석환경조사서」를보자
한가족의면면을들여다보면가족구성원모두가그들이살아온시대의역사와맞물려살아가고있음을알수있다.때문에가족사는동시에시대사다.인간은사회적동물인탓이며가족은그최소단위다.
개발위주의시대,젊은이들이도시로몰려들던시대,국가부도의시대,카드대란과취업난과대형마트의출몰과미디어의득세와직업형태의변화와인공지능의시대.
가족구성원모두는그시기마다오차없이사회의변화를온전히겪으며,적응하며,혹은도태되며,혹은간신히넘으며‘시대사와궤를같이하는가족사’를만들어간다.
예측불허한삶과세상사의난관들을한가족이,그일원들이어떻게헤쳐나가는가,혹은헤쳐왔는가,소설은구체적이고세밀한묘사를통해가족사를시대사로확장하고시대사를가족사로축소하며넘나든다.이러한넘나듦을통해‘역사’와‘나’의관계성,밀접함을깨닫게하는것,작품의진정한의미와가치는여기에있다.


「클리타임네스트라」

세번째작품「클리타임네스트라」는영목문학상수상작이다.
이작품은그리스신화에나오는‘엘렉트라신화’를모티프로했다.미케네의왕인아가멤논은10년동안의트로이전쟁을마치고귀국한다.그날밤아내인클리타임네스트라는간부(姦夫)아이기스토스와함께남편아가멤논을살해한다.엘렉트라는동생인오레스테스와힘을합쳐어머니와간부를죽이고복수한다.
‘엘렉트라콤플렉스’라는단어는딸이아버지에게애정을품고어머니를경쟁자로인식하여반감을갖는경향을가리키는정신분석학용어로도쓰이는데,‘오이디푸스콤플렉스’와대비되는개념이다.
작가는이신화에서엘렉트라가아닌아버지를두고바람을피운어머니‘클리타임네스트라’를주목한다.10년간전쟁터에나가있는남편.그의부재로인해겪었을여자‘클리타임네스트라’의외로움과성욕과애정욕을‘살해받아마땅한’것에서‘주체적선택’으로뒤집는다.
자칫불륜의미화로흐를수있기에소설은아버지의부재를‘의도적유기’로설정하고,딸엘렉트라의복수심을‘모성상실의불안’으로바꾸어놓는다.이를위해선택한‘나’의복수가‘여자대여자’로어머니와겨루기를선택하는설정이‘여성성’을부각시키는중요한장치이자새로운시도인것이다.


「기억의제단(祭壇)」

네번째작품「기억의제단」을보자.
예술가의창작동인이상처의고백이나세상을향한복수심,자기변명의성격을종종띄는것처럼작품속의‘나’역시그러한동기로소설을도구화한다.그러나‘내면의나’는‘나의소설작품’과달리나의말을고분고분듣지않는다.‘나’와‘나’의대결은작품속에서‘소설속소설’의형태로이어지지만,들여다볼수록나의폭로,나의해체,나의고백으로작용한다.
모든소설은허구이나동시에자전적이다.이야기자체가자전적이지않을지라도,작품에담은정서,정신,메시지는결국작가자신의것이다.
작품속‘나’는글쓰기를통해자신을위장하지만,완전한위장이불가능함을내안의‘나’가폭로하고있다.이야기짓기라는직업상의‘작화’는나의기억을스스로왜곡하는‘작화증세’로까지발전한다.
중요한것은작가가‘작화증세’를보이나실제로병적‘작화증’환자는아니라는점이다.소설은소설일뿐이나,동시에소설만은아니며,작품뒤에숨은작가는허구의이야기로허구가아닌자기를들키고있다는소설가및예술가의아이러니를이야기배면에깔고있는이부분이이작품의백미다.


「아름다운나의도시」

다섯번째작품은「아름다운나의도시」다
이작품은「1퍼센트만의나라」라는제목으로문예지기고당시,독자들로부터많은찬사를받은작품이다.출간직전「아름다운나의도시」로제목을바꾸었다.우리가믿고있는중산층의안온한삶의허상과그허상을자극하는매개를까발리듯드러낸작품이다.
얼핏허황된꿈을꾸고비현실적인물로보이는‘나’의내면곳곳에는우리와다르지않은욕구,바람,낭패감이숨어있다.실용성보다브랜드의이미지를선택하는소비형태,명품의상징성을소유하려는욕구,끝없는욕심,비교,판단속에서허덕이는인간유형이그렇다.
작가는,욕망이나자신의내면에서자발적으로생겨나는것이라믿고있다면다시금돌아볼것을요구한다.자신의의지대로살고있다믿겠지만사실은자본이추구하고바라보는‘1퍼센트’의라이프스타일을흉내내고있는것은아닌지.우리가바라는주거형태,구조,갖추고있는가구와가전제품,구두와백,하루의식단까지.유행처럼번지고있는어느스타일,어느식이정보의모방은아닌지.작가는이에대한의문을스스로에게던져볼것을요구한다.당신의삶의모습과욕망이순수한것인지아닌지,티브이광고나드라마속주인공들의삶,뉴스등에서보여지는부유층의삶을통해자극받은모방욕구는아닌지말이다.


「조용한시장(市場)」

여섯번째작품인「조용한시장」
밖에서경제활동을하지않는‘남자’와‘사내’는종일방안에틀어박혀활동성,생산성이결여된무정형의세계속에산다.그렇게보인다.
사람이속해있는세상의모든간섭,특히자본경제의집요함은피할길이없다.자본시장은백수‘남자’와‘사내’의방구석에까지침투해그들을활용하고있다.디지털매체를통해보고들은정보홍수속에서자극받은소비욕구와상대적빈곤과열등감,매개된욕망은하루종일이들을잠식하는중이다.‘당신이티브이를보는것이아니라,당신을보는것은거꾸로티브이다’라는보드리야르의말처럼(시뮬라시옹.소비의사회).


「안락사회」

일곱번째작품「안락사회」는토지문학상(토지문학제대상)을수상한문제작이다.
작가는유명한‘파블로프의개를대상으로한실험’에서영감을얻었다고한다.그것이인간의정신을연구하기위한실험이었으며,파블로프가양성적우생학자(positiveeugenics)였다는점과당시엔‘우생학’이만연해있었다는데까지소설의발상은점차범위를넓혀갔다는것.
보다안락한사회를위해열등한존재들을시야에서제거해나가는식의‘단종’,눈치채지못하게제거해나가고있다는점에서이는과거의그것보다교활하다.
사회와국가가어떤식으로사회적약자를제거해나가고있는가?하는의문은안락한사회를유지하기위해누군가는지금도안락사를당하고있지않을까?하는의심으로이어진다.조용한제거를‘안락한제거’즉‘안락사’로본것이다.
작가는,개나고양이의시선으로쓰여진작품은기존에도많으며이점은새롭지않다고말한다.작가에게필요한시점은‘사회적등급에의해사회적죽임을당하는생명시점’이었다고한다.
소설은어느한곳대충써진부분이없다.주제를향해치밀하고촘촘하게짜놓은구성과인물과상징과장치,문장과단어하나까지주제에기여하고있다.그냥넘겨버린하나의단어,한인물의행동마저추리의도구로삼는재미.그끝에주제와맞닿아있음을알게되는쾌감은독자에게주어진숙제이자‘읽는맛’이다.읽는맛과사색의깊이가공존하는작품이다.

「봄의시(詩)」

마지막여덟번째작품「봄의시(詩)」
「봄의시(詩)」는작가가절필7년만에쓴작품으로,쓰기에의트라우마,자기한계,극심한번아웃증후군을극복하는중에쓴자전적소설이다.‘메타내러티브’인셈이다.
민주주의와자본주의는만인의평등을천명하고누구에게나시장에서돈벌권리를허락했다.덕분에신분제가없어지고인간은자체로서존귀하다는인간존엄,민주주의,자유,평등이념도자리를잡았다.그러나자본주의의팽창은인간의끝없는욕망을자양분삼아또다른신분제를만들고평등이아닌‘평균의끝없는상향’을만들어인간삶을궁지로몰아간다.
삶을위해일하는것이아니라일을위해살게된현실속에서,상품화된사람들은자신의가치를높이기위해분투한다.
규율사회에서성과사회로이행된작금의현실은자기가자신을‘자유롭게’닦달하고,더높은성과를위해‘자기를착취하면서탈진해가고있다’는한병철의현실진단과궤를같이하는부분이다.(『피로사회』,한병철,2012.문학과지성사)
한편,여성의시각에서본자본주의는가부장적잔재와섞여여성들의삶을더욱억압한다.제몫의생산성,노동력을갖추면서도한편으로여성미라는또다른상품성에갇혀이중으로고통받는다.
아름다워야하고,젊어야하고,고분해야더‘좋은상품’으로평가된다.일잘하면서동시에외적조건도만족시켜야하는여자의삶은더욱팍팍해지고있다.‘에코페미니즘’적시각이녹아있는이작품에는그대안으로자연으로의회귀를제시한다.
이는비단페미니즘적시각에국한된것이아니라,인간의끝없는욕망이만든환경파괴와이로인한기후문제,질병문제까지부각하며대안은자연으로의회귀뿐이라는점을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