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랑 자식 (나도향 단편집 1)

행랑 자식 (나도향 단편집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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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한 편의 소설은 숲을 만나서 숲의 기운이 내면에 스며드는 것
특히 한국 근대 소설은 아름드리나무가 빽빽한 울창한 숲과 같다
소설은 숲입니다. ‘숲’은 ‘수풀’의 준말입니다. 무성한 나무들이 들어찬 것, 풀과 덩굴이 한데 엉킨 것을 뜻하지요. 숲에는 숲만 있는 게 아닙니다. 잠자코 우두커니 버티고 있는 바위와 돌도 있고, 햇살과 달빛이 차례로 내려앉기도 합니다. 숲에 숲만 있는 것이 아닌 것처럼 소설 속에는 줄거리, 구성만 있는 게 아니어서 먹먹하거나 코끝이 찡하거나 한동안 아무 말도 할 수 없거나 내면 가득 차오르는 용솟음을 느끼게 됩니다. 어느 한 문장이 오랫동안 영혼의 발목을 붙잡기도 하고 그윽한 달빛을 마시는가 하면, 나뭇가지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을 가득 받기도 합니다. 맑은 샘물로 내면의 갈증이 풀어지기도 하고, 명랑하게 흐르는 계곡물을 따라 가랑잎이 되어 떠내려가기도 하지요. 저마다의 모습으로 숨 쉬며 다채롭게 모여있는 곳, 그곳이 숲이고 소설입니다. 소설을 읽는 것은 숲을 만나는 것입니다. 숲 안에 살아가는 모든 존재, 삼라만상을 만나는 것이 바로 소설입니다. 그 안에서 궁극적으로 우리가 만나는 것은 우주를 만든 신의 플롯일 겁니다. 그저 신의 옷자락이 마음에 살짝 스치고 지나갈 정도만 해도 엄청난 경험일 겁니다. 그런 체험의 위용은 대단해서 영혼의 지문이 드러나게 되지요. 절대 사라지지 않는 그 각인은 삶의 무늬를 만들어내고, 마음을 채색하게 합니다.

아미고 '나만의 문학 ' 클래식
읽는 재미를 찾아 떠나는 진짜 문학의 숲을 향해서

입시 위주의 교육을 받으면서 우리는 어느 순간 읽는 재미를 잃어버렸습니다. 게다가 인터넷의 발달은 더는 독자의 시선을 책에 머무르게 할 수 없는 현실이 되었지요. 덕분에 교과서에 실린 몇 작품만을 간신히 읽고서도 문학 작품을 읽었다고 자부하며 살아오진 않았는지 돌아볼 일입니다. 어린 시절 우연히 읽게 된 소설을 손에 쥔 채 밤 늦은 시간까지 깨어 있었던 그 날의 추억은 어디로 간 것일까요? 전세계에 한류가 흘러가고 우수한 콘텐츠로 대한민국이 주목받는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과연 그 힘은 어디서 온 것일까요? '나만의 문학'은 바로 문학이 주는 즐거움과 힘에 주목했습니다. 어려운 단어나 잘 이해되지 않는 문장이 있더라도 작품 그 자체가 주는 이야기의 즐거움이 있습니다. 어렵지만 읽어냈다는 성취감을 통해 내면의 힘을 성장시킬 수 있었습니다. 이제 그날의 즐거움을 다시 찾아보는 건 어떨까요? 잊고 있던 이야기의 즐거움을 찾아 함께 소설의 숲으로 떠나봅시다. 한 권 한 권 쌓이는 이야기들이 나만의 '문학의 숲'을 울창하게 만들 것입니다. 그 숲이 우리 삶을 더 풍요롭고 행복한 길로 이끌어 줄 것입니다. 문학에는 우리의 삶을 치유하고 보듬는 무한한 힘이 숨겨져 있습니다. 이제 그 힘을 발견해 볼까요?
저자

나도향

저자:나도향
애상적이고감상적인작품은물론주관적인애상과감상을극복하고객관적인사실주의적경향을보여주는작품까지,폭넓은작가세계를보여주는완숙한경지의작가이다.1902년서울에서출생하였다.본명경손(慶孫),호도향(稻香),필명빈(彬)을사용했다.배재고보(培材高普)를졸업하고경성의전(京城醫專)에다니다가도일한후학비가없어귀국하였다.1921년단편「추억」을「시민공론」에발표하여문단에데뷔하였으며이상화,현진건,박종화등과함께백조파라는낭만파를이루었다.이듬해동아일보에장편『환희』를연재하여19세의소년작가로문단의주목을받았다.이후홍사용,박종화등과문예동인지「백조」를창간하고『젊은이의시절』등애상적이고감상적인작품을발표하였다.1923년에『17원50전』『행랑자식』을『개벽(開闢)』에,『여이발사(女理髮師)』를『백조』에발표하면서냉정하고객관적인자세를보여주었고,1925년에『물레방아』『뽕』『벙어리삼룡이』를발표함으로써비로소주관적인애상과감상을극복하고객관적인사실주의적경향과날카로운필치를바탕으로하여민중들의슬프고비참한삶에촛점을맞춘작품을주로선보이다가26세의젊은나이로요절하였다.그에대하여김동인(金東仁)은다음과같이평하기도하였다.“젊어서죽은도향은가장촉망되는소설가였다.그는사상도미성품(未成品),필치도미성품이었다.그러면서도그에게는열이있었다.예각적으로파악된인생이지면위에약동하였다.미숙한기교아래는그래도인생의일면을붙드는긍지가있었다.아직소년의영역을벗어나지못한도향이었으며그의작품에서다분의센티멘털리즘을발견하는것은아까운가운데도당연한일이지만,그러나그센티멘털리즘에지배되지않을만한침착도그에게는있었다.”

엮음:심상시치료센터
심상시치료(Simsang-Poetry-Therapy)는2010년임상실험을거쳐2011년공식인증절차를밟아학계에서인정받은전문적인심리,정신치료이며,계속발전하고성장하는치료입니다.심상시치료에서는치료의원동력인감성과감수성을끌어내기위해서문화와예술을적극활용하고있습니다.특히문학의상징과은유를통해내면세계를탐색하고내면에서근원적힘을발견해서삶속에서치유의힘을적용함으로써내면성장을일궈내는것에초점을두고있습니다.심상시치료센터는심상시치료를활용하여인간의정신활동과고유한오감(시각,청각,후각,미각,촉각)에초감각과지각을아울러서감성과감수성으로내면의힘(빛)을일궈내궁극적으로온전한마음과영혼을이루는통합예술·문화치료를전문으로시행하고있습니다.

목차

엮는말ㆍ4

행랑자식ㆍ8
별을안거든우지나말걸ㆍ36
십칠원오십전ㆍ70
여이발사ㆍ102
속모르는만년필장사ㆍ150
전차차장의일기몇절ㆍ154
젊은이의시절ㆍ170
계집하인ㆍ207

출판사 서평

아미고'나만의문학'클래식
읽는재미를찾아떠나는진짜문학의숲을향해서

입시위주의교육을받으면서우리는어느순간읽는재미를잃어버렸습니다.게다가인터넷의발달은더는독자의시선을책에머무르게할수없는현실이되었지요.덕분에교과서에실린몇작품만을간신히읽고서도문학작품을읽었다고자부하며살아오진않았는지돌아볼일입니다.어린시절우연히읽게된소설을손에쥔채밤늦은시간까지깨어있었던그날의추억은어디로간것일까요?전세계에한류가흘러가고우수한콘텐츠로대한민국이주목받는시대를살고있습니다.과연그힘은어디서온것일까요?

'나만의문학'은바로문학이주는즐거움과힘에주목했습니다.어려운단어나잘이해되지않는문장이있더라도작품그자체가주는이야기의즐거움이있습니다.어렵지만읽어냈다는성취감을통해내면의힘을성장시킬수있었습니다.이제그날의즐거움을다시찾아보는건어떨까요?잊고있던이야기의즐거움을찾아함께소설의숲으로떠나봅시다.한권한권쌓이는이야기들이나만의'문학의숲'을울창하게만들것입니다.그숲이우리삶을더풍요롭고행복한길로이끌어줄것입니다.문학에는우리의삶을치유하고보듬는무한한힘이숨겨져있습니다.이제그힘을발견해볼까요?

책속에서

아니나다를까,조금있더니보기싫은젖퉁이를털럭털럭하면서어머니가쫓아나왔다.
“이망할녀석,눈깔이없니?나리마님새버선에다가그것이무엇이냐?왜그렇게질뚱바리냐,사람의자식이.”
어머니는그래도말이적었다.그러고는곧다시안으로……들어갔다.진태는간이콩알만하게무서운것은둘째쳐놓고,웬일인지분한생각이난다.아무리생각을해도자기잘못같지는않다.자기가눈삼태기를들고가는데교장어른이딴생각을하면서오시다가닥달린것이지자기가한눈을팔다가그리한것은아니다.

그래서웬일인지호소할곳이없어그는그대로방바닥에엎드러졌다.그러고는고개를두팔로얼싸안고자꾸자꾸울었다.그는눈물이방바닥에떨어지는것을알았다.삿자리깐밑으로흙내가올라오는것을맡았다.그러고는어머니도걱정을하고아버지도걱정을할터요,더구나아버지가이것을알면은돌짝같은손에얻어맞을것을생각하매몸서리가난다.그는신세한탄할문자를모르고말도모른다.어떻든억울하고분하였다.그렇다고어디가서호소할데도없었고분풀이할곳도없었다.
---「행랑자식」중에서

그러나이A의탄배에서는무슨소리가들리는줄아십니까?때없는우울과비분과실망과고통과원망이뭉텅이가되고덩어리가되어듣는이의귓구멍을틀어막는듯이다만띵하는머리아픔이있을뿐이외다.나와같이배를띄워같은자리를지나가는배가몇백몇천있습니다.그들은다만서로바라보며기막혀웃을뿐이외다.그리고서로눈물지을뿐이외다.

선생님!이배가가기는갑니다.한시간에오리를가거나단일리를가거나가기는갑니다.그러나그배가뒷걸음질칠리는없을터이지요?가기만하는배는우리를실어다무엇을하려할까요?흐르는시간은말이없고뜻이없으매다만일정한규칙대로가기는가겠으나뜻없고말없는시간이란시내위에이A는무슨파문을그려놓아야할까요?

새벽서리찬바람에차르락찰싹뛰어노는어여쁜물결입니까?아침저녁멀리밀려왔다멀리밀려가는밀물의스르렁거리는물결입니까?초승달갸웃드름하게비친푸르렀다희었다하는깜찍한파문입니까?어떻든저는무슨파문이든지그시간이란시내위에그리어놓아야할것이외다.하다못하여시꺼먼물결위에푸―하게일어나는거품일지라도남겨놓고야말것이외다.
---「십칠원오십전」중에서

인사를하고서저쪽교의뒤에가등대나하고있는듯이서있다.모자를벗어걸었다.그리고양복웃옷을벗은후교의에나가앉으면서그래도못미더워서정가표에써붙인것을곁눈으로보았다.생각한바와마찬가지로이십전이다.적이안심이되었다.그러나또없는사람은튼튼한것이제일이다.전차를타려고전차료한장넣어둔것을전차에올라서기전에미리손에다꺼내드는것이나마찬가지로그래도튼튼히하리라하고번연히바지주머니에아까전당표하고얼려받으면서그대로받는대로집어넣은오십전은화를상고해보고전당표를보이면은창피하니까돈만따로한귀퉁이에다단단히눌러넣은후에머리깎을준비로떡기대앉았다.

머리깎는기계가머리표면에서이리가고저리갈때그머릿속으로여러가지궁리를한다.물론돈쓸일은많다.그러나삼십전이라는적은돈을가지고서최대한도까지이익있게활용해야할것이다.하숙에서는밥값을석달치나못내었으니까오늘낼로내쫓는다고재촉이다.그러나집에서는돈부쳐줄만하지는못하다.그렇다고그대로있을수는없다.어디가서거짓말을해서단돈십원이라도만들어야할것이다.시부야에있는제일절친한친구하나가살그럭댈그럭돌아가는머리깎는기계소리와함께눈앞에보인다.그러나그놈에게가서우선저녁을뺏어먹고돈몇십원얻어와야겠다.그놈의할아버지는그믐날이면꼭꼭전보로돈을부쳐주니까오늘은꼭돈이왔을터이지!
---「여이발사」중에서

“글쎄인물만해반주그레하면무엇하우.일이첫째목적인데일만잘하면고만이지인물만이쁘면첩을삼을테요?회똑회똑하고석경앞에서떨어질줄이나모르면그런고질을어떻게한단말요?”
“그래도사람은외양에있지,그렇게보기싫거든조금더기다려보아서다른데마땅한것을데려오지.”
아내는화를버럭내며,
“글쎄딱하기도하시우.어느천년에다른것을데려온단말요,좀보”
하고툇마루끝으로나가서빨래광주리를헤치면서,
“이렇게빨래가쌓였구려.요새처럼날좋을때하지않고언제한단말요.그나그뿐요,큰댁생신이며칠안남았는데그동안에준비는누가다하우?옷도한벌씩은지어입어야지.어린것들은벌거벗겨데리고가우?나는시방이라도데려올터이야.”
“그런것이아냐.왜김주사집에있던사람얌전하드군.일주일만지내면오마고했으니그사람을데려오지.”
아내는하품을하며,
“아이일주일을언제기다린단말요.나는모르겠소.남의생각은조금도할줄모르니까,내가부릴사람내가데려온다는데웬걱정들요.”
---「계집하인」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