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툴지만,결국은위로』정화영작가의신작에세이!
지치고초라해진마음을달래줄또한번의위로
“말해줄게.오늘은나에게어떤하루인지.”
책과영화그리고사람에관한이야기를담은『서툴지만,결국은위로』를통해많은독자에게감동을주었던방송작가정화영이신작『그런날,어떤하루』로돌아왔다.
가장먼저눈에들어오는것은독특한차례구성이다.프롤로그와에필로그를제외한목차전부가‘바보같은날’,‘그만두고싶은날’,‘오지랖이터지는날’등과같이어떠한‘날’들로구성되어있다.권두에서정화영은“만약나한테단어사전이라는게있다면맨앞줄에쓰이는말은‘어느날’이될”것이라고말한다.심장이‘쿵’내려앉으며놀라게만드는사건은항상‘어느날’일어나기때문이다.반복적인일상에불쑥찾아온무언가가마음을들쑤시는날.기운을빠지게만들기도하고,지독하게초라한기분에빠지게하고,아니면불같이화를내게만들기도하는……그러면서도“딱하루”이기때문에“이상하게위로가”되고괜찮을수있는그런날,어떤하루.그기억을모아한권의책으로엮었다.
“우리는그렇게모두최선을다해일터를지킨다.
그렇게채워진하루가자부심이되어왔다.”(본문66쪽)
『그런날,어떤하루』에서직장인으로서의정체성을떼어놓고이야기하기는힘들것이다.직장에서의갈등이나고민으로부터촉발된‘어느날’이지면의상당부분을차지하고있기때문이다.단적으로,친구에게“너는왜먼저전화하지않느냐”며타박을받은뒤어쩌다전화를힘들어하게됐는지되짚어보는부분이그렇다.그는업무특성상과도한통화량을소화해내야했다.평일과주말을가리지않고,심지어는휴가를낸날에도업무전화를걸고또받아야하는게그의일이었다.전화에서벗어날방법은일을그만두는것뿐이었다.그런상황에서업무외에는전화하는것을피하게됐고먼저전화를거는일이힘들어진것이다.
이외에도SNS를삭제하게된계기나“자발적‘아웃사이더’”가된사연,늦은밤하염없이시간여행을하게된이유등에서도볼수있는저자의‘현실직장인’면모는현시대의초상을선명하게그려낸다.삶을꾸려나가는일의고단함을알고있는독자라면자신의것과똑닮아있는그의이야기속에서깊은공감대를형성할것이다.한편으로는너도나도다를것이없는이현실에씁쓸함을느낄지도모른다.그러나조금더들여다보면,그안에서자신의초라하고주눅든내면을담담히살피고스스로를다독이는저자의태도를발견하고그가다짐하듯새겨둔문장을돌아보게될것이다.매회서두에배치된짧은글들이유난히긴여운을남기고곱씹을수록위안을주는것은바로이런까닭이다.
“맞다.외로우니까,사랑한다.
그렇다.신은인간을그렇게만들었다.
사랑받고,사랑하도록.”(본문149쪽)
오해하지말아야할것은,이책이단지삶의고난에대한서술로그치는것이아니라는점이다.저자는줄곧위로와공감을전하기위한작품활동을해왔다.『그런날,어떤하루』역시그러한주제의식의연장선상에놓인작품으로볼수있다.화려하거나거창하지는않지만사소하면서도유의미한변화에의추동.앞서언급한바있는이단정한자기돌봄의의미가독자에게가닿을때비로소이책은완성된다.
‘사람은누군가를사랑하면서서로를돕고지킬수있기에서로의기적이될수있다.’는문장에서드러나듯이,저자는사람과사랑의힘을믿는사람이다.그다정한믿음에서비롯된따스하고가만한위안이책을덮인후에도잔향처럼남아독자의곁에머무르기를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