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과 작업 : 나를 잃지 않고 엄마가 되려는 여자들

돌봄과 작업 : 나를 잃지 않고 엄마가 되려는 여자들

$16.50
Description
아이를 돌보는 일과 내 것을 만드는 일 사이에서
시도하고 실패하고 성장하는 여자들의 이야기
여성의 돌봄과 여성의 일은 어떤 관계일까? 둘은 정말 서로를 방해하기만 하나? 이 관계에 대해 우리는 조금 더 깊이, 조금 더 복잡하게 이야기해보고 싶었다. 이 책에 실린 열한 편의 글과 그림은 각각의 필자들이 자신의 작업에 집중하는 것과 주변의 요구에 귀를 기울이는 것 사이에서 고유한 방식으로 적응해온 과정을 기록하고 있다. 시나리오 작가 정서경, 소설가 서유미, 아티스트 전유진, 번역가 홍한별, 입양 지원 실천가 이설아, 과학기술학 연구자 임소연과 장하원, 미술사 연구자 박재연, 인터뷰어 엄지혜, 편집자 김희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여성이자 엄마라는 정체성을 또렷하게 의식하며 작업해온 이들이 참여했다.

여성이 일과 돌봄을 양립시키는 방법, 어려움, 보람, 그리고 거기에서 파생되는 감정과 생각뿐 아니라 일과 창조적인 작업, 돌봄이 서로 복잡하게 침범하고 상호작용하는 측면을 섬세하고 정교하게 기록했다. 구체적인 기록들이 돌봄을 통해 변화하고 성장하는 사람들의 상을 다양하고 풍부하게 만들어주리라 믿는다.

여성에 대한, 여성의 출산과 양육에 대한 사회와 전통과 과학과 자연의 요구가 얼마나 모순으로 점철되어 있는지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모든 사소하고 하찮은 모성적, 양육적 선택에도 엄마들이 고민할 수밖에 없는 수많은 마디들이 존재한다. 심지어 유사한 상황이 반복된다고 해서 항상 같은 선택을 할 수도 없다. 이렇게 정답이 너무 많고 늘 바뀌는 상태에서 현대의 양육자들은 오히려 끝없이 자기 자신을 돌아보고 내면의 소리를 듣고 가장 어두운 욕망까지도 직시할 수밖에 없다. 쉽게 많은 것들을 판단하고 가르치려고 드는 ‘엄마됨’에 관한 언어들 사이에서 이런 이야기들을 하는 데에는 큰 부담이 따른다. 하지만 열한 명의 필자들은 모두 정직하고 용감하게 가장 내밀한 이야기들을 공유해준다.

저자

정서경,서유미,홍한별,임소연,장하원외

한국예술종합학교영상원을졸업하고「모두들,괜찮아요?」를통해작가로데뷔했다.2005년영화「친절한금자씨」를시작으로2006년「싸이보그지만괜찮아」,2009년「박쥐」,2016년「아가씨」,2022년「헤어질결심」까지박찬욱감독과주로작업했다.드라마로는2018년「마더」와2022년「작은아씨들」을썼다.
「박쥐」를쓸때에첫째아이를가졌고미국영화「스토커」작업을할즈음둘째아이를가졌다.아이들이어렸을때는시나리오쓰는일보다아이들키우는일을우선에두었지만이제는아이들이10대가되어그러지않을수있다.가끔은아이들이나서서엄마의일이더중요하다고말해준다.아이들이커가는것을보면서인간에대한이해가더해지는것을느낀다.지금은아이들이없었더라면쓰지못했을시나리오들을쓰고있다.

목차

·서수연|illustration
·editor’snote|돌보며읽고쓰는사람들이서로에게보내는존중과응원의말
·정서경|진짜가아닌이야기는쓰고싶지않다
·서유미|손을잡고걸어가는일
·홍한별|아이를버리고도망쳤던기억
·임소연|내마음대로할수없는존재들과살아가기
·장하원|지식에대한생각을바꾼양육
·전유진|사라지는마법으로사라지지않기
·박재연|여러세계를연결하며살아가기
·엄지혜|돌봄노동을대하는태도가말해주는것
·이설아|돌봄이필요한이들이서로를끌어안을때
·김희진|양육간증:나를잃었다찾은이야기

출판사 서평

열한명의필자들이열한가지색깔로드러내는,
다양하고복잡한돌봄과작업

이책의가장큰특징은서로다른분야에종사하고다양한조건에서양육을하는여성들이참여했다는점이다.이들은모두‘엄마됨’,‘양육’,‘모성’같은오해받기쉬운주제에대해용기있게발언하거나표현해온매력적인필자들이다.물론독특한방식으로자기작업을지속해오고있는필자들이기도하다.외동을키우거나아이셋을키우거나,직접낳았거나입양을했거나,아이가어리거나크거나,아이의기질이예민하거나그렇지않거나,베이비시터의도움을받거나조부모의도움을받거나아무도움도못받거나,파트너와의관계가협조적이거나그렇지않거나,풀타임직장에다니거나프리랜서로일을하거나,나이가많거나적거나,결혼과출산에익숙한문화에서자랐거나그렇지않거나,아이먹거리나교육에힘을쓰거나그렇지않거나,양육서를읽거나읽지않거나.열한명의필자들은이다양한변수들을통과해나름의선택을하고또그선택에대해나름의책임을지는과정을공유한다.

이책은돌보면서작업을할때어떤방식이효과적인지혹은올바른지따지지않는다.열한명의필자들이돌보면서작업하는방식은서로충돌하기도하고,많은필자들이고백하듯한사람의선택안에서도일관성보다는모순이두드러질때가많다.가령우리는엄마들에게너무쉽게모순적이거나과도한요구를하는양육지침때문에상처받고자책하고분노하지만,또누구보다열심히그런지침들을수집하고시도해보기도한다.또아이의교육문제라는예민한주제에서는어디까지가아이의개성을함양시킬지원이며,어디부터가과도한개입인지에대해서도저마다다른선택을하고다른방식으로책임진다.또아이와물리적으로오랜시간붙어있는것과아이와잘분리해떨어져지내는것사이에서도양육과작업을지속시키기위한각자의방침은다양하고복잡하게나타날수밖에없다.하지만현실에서양육하는이들에게주어지는언어들은지나치게명료하고단호하고해맑고건전하고평가적이다.이런언어들을훨씬더복잡하고구체적으로만드는것,가치판단의언어가아니라관찰과숙고의언어로만드는것이이책의목표다.

여성에대한,여성의출산과양육에대한사회와전통과과학과자연의요구가얼마나모순으로점철되어있는지우리는잘알고있다.모든사소하고하찮은모성적,양육적선택에도엄마들이고민할수밖에없는수많은마디들이존재한다.심지어유사한상황이반복된다고해서항상같은선택을할수도없다.이렇게정답이너무많고늘바뀌는상태에서현대의양육자들은오히려끝없이자기자신을돌아보고내면의소리를듣고가장어두운욕망까지도직시할수밖에없다.쉽게많은것들을판단하고가르치려고드는‘엄마됨’에관한언어들사이에서이런이야기들을하는데에는큰부담이따른다.하지만열한명의필자들은모두정직하고용감하게가장내밀한이야기들을공유해준다.

읽고쓰고만드는여자들이서로에게보내는
존중과응원의말들

돌봄과작업이서로경쟁하거나협력하기만하는잘구획된삶의측면일리는없다.돌봄과작업은서로뒤섞인채로닥쳐온다.이책에서는‘돌봄’이라는말을사용함으로써양육과여성에대한단순화된언어들을피하고자한것처럼,‘작업’이라는말을사용함으로써직업,일에대한통념을피하고자했다.이책에실린글들을읽다보면각각의필자들이지금왜그일을하고있고어떤마음으로하고있는지가은연중에드러난다.이런이야기들이쌓여서직업,몰입과창조성과성취에대한새로운모델들이만들어지기를바란다.

‘작업’이라고함으로써일의창조적인측면이조금더강조되기를바랐지만,창조적인일을순수한예술의영역에가두지는않았다.연구든예술이든,다른종류의글쓰기든,번역이든인터뷰든상담이든,혹은아직이름이없는어떤일이든모두창조적인과업의범주에속한다고믿는다.작업이란외부의잣대나규정과무관하게스스로의필요에따라하는일이다.(조금겹칠수도있지만)취미와도다르고직업과도다르다.

이런주제로단순히유명인들의직업적성취를자랑하는홍보물이아니라보편적으로읽힐만한출간물을만들수있겠다고생각한것은이책을기다리는독자들이있으리라는확신덕분이었다.아이를키우는여성들은대체로자신의일을양육만큼이나소중한것으로만들고자하는욕구를지니게된다.양육을기점으로하던일을그만두거나다른업으로바꾸는경우도많다.(물론양육이시간과체력등의자원을엄청나게잡아먹는활동이기때문이기도하지만,그것만으로모두설명할수없다는뜻이다.)양육에는그런힘이있다.하염없이아이가집중하는모습을관찰하며기다리는일이기도하지만,그러는사이나에게중요하지않은것들을포기하게만들고또나에게더중요한것들이무엇인지숙고하게만든다.그리고이렇게온전히나의욕망(욕심),나의자원,나의곤란에집중하다보면이전보다는더명료하게내가하고싶은작업이모습을드러낸다.이책은그런과정에있는이들을응원하기위한책이다.

이렇게나다르지만이렇게나공감이가는,
웃기다가슬프다가아름답다가서늘한이야기들

이책에실린다양한이야기들은앞서말한대로모두다르고때로모순되는것처럼읽히기도하지만그럼에도불구하고신기할정도로모두내이야기처럼읽힌다.“그어떤경우에도아이들이있어서행복”했지만“사람은너무비싼걸사면대체로만족스럽다는후기를남긴다던데어쩌면난아이들을키우는데너무많은걸투자했는지도모른다.”고쓴정서경의사실과한치도어긋나지않는자조적고백도,“열살된아이의내부를들여다보면마트료시카인형처럼그속에좀더어린아이,그보다더어린아이가들어있을것같다.”는서유미의정확한비유도양육을하는사람이라면누구나공감할수밖에없다.

“동네어린이집선생님들이놀이터에데리고나온아기들이나책가방메고초등학교에가는아이들을마주치면예전처럼'귀엽다'는감정이아니라'가엾다'는감정이먼저든다.”며아이에게서도망친기억을들려준홍한별의이야기는돌봄의마음이어떻게더넓은연대로확장될수있는지의외의방향에서드러낸다.“한인간을잉태해서키워내는수많은여자들의말씀이포함되지않은철학은아무리고상해도,아니고상할수록더더욱‘다무효다!’라고외치고싶다.”는임소연의씩씩한선언은이책의출판가치를웅변해주는듯하다.“인류의수많은여자들이이일을해왔다는사실하나만으로도양육은시공간을초월하여끊임없이이야기되어야한다.”

한편“고난과역경을극복하여성공에이르는영웅담은육아에어울리지않는다.육아의서사는그리단순하지않으며단순해서도안된다.그런맥락에서일과육아에모두성공했다는알파우먼에대한기사를그만보고싶다.아무리사연을미화해도그삶에있었을온갖고통이다읽혀괴롭다.”는전유진의속시원한일갈도이책이예민하게살피려고했던대목을콕짚어준다.여기에실린이야기들은슈퍼맘,알파우먼의이야기가아니다.우리가세상에서가장힘들다는응석도아니고그렇다고우리가이렇게잘해냈다는자랑도아니다.돌봄과작업을각자의방식으로배치하는와중에어떤다양한어려움과곤란들이있고어떤다양한선택이가능한지,또그와중에어떤다양한느낌과생각들이오가는지구체적으로기록한책이다.대표성을띈다기보다는영감을주는쪽이다.

“완벽한부모야말로최고의재앙”이라는말에안도로가슴을쓸어내렸다는엄지혜처럼우리는완벽과는거리가한참멀지만("걸핏하면불쑥고개를들어나를좀먹는죄책감에서벗어나기위해모든것이완벽할수없다는사실에동의하는법도조금씩배워간다."라는박재연의말이나“타협만이살길이다!”라는주문에가까운임소연의말도같은맥락이다.)“누구도대답해주지않는상실,도무지이해되지않는상실을받아들이느라아파하는아이곁을지키려니20년가까이잠재워두었던,충분한애도를끝내지못한상실이꿈틀대기시작”했고“아이들과몇년에걸쳐함께울고,조금가벼워진마음을나누고,삶을긍정하게되는과정을함께하면서이전보다더강건한어른이되었다.”는이설아의말처럼돌봄의과정에서우리가부쩍성장해어른이되어왔다는것은확고한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