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사랑스러운 방해자 (양장)

나의 사랑스러운 방해자 (양장)

$33.00
Description
'자기만의 방'에서 '고독한 천재'의 호사를 누릴 수 없는,
끝없이 방해받으며 창작하는 여성들의 이야기

NPR 선정 2022 최고의 책 │ 전미도서비평가협회 수상 작가
소설가 정아은, 서유미, 김유담 추천
앨리스 닐, 도리스 레싱, 어슐러 르 귄, 수전 손태그, 오드리 로드, 앨리스 워커, 앤절라 카터…등 20세기를 대표하는 여성 작가들의 모성적 삶과 작가로서의 삶을, 그리고 그 두 가지가 중첩된 영역을 탐색한다. 아이를 버렸다고 욕먹은 도리스 레싱, 그림을 마무리하기 위해 아이를 뉴욕 아파트 비상계단으로 내쫓고 방치해두었다고 시집 식구들에게 무고를 당한 앨리스 닐의 이야기는 창작과 양육 사이의 긴장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창조적 모성은 이 긴장 속에서 끝없이 재협상하고 임기응변의 능력을 발휘하며 살아남는다. 타인의 비난, 자신의 죄책감, 슬픔, 채워지지 않는 허기, 그리고 아이들을 향한 사랑. 이 모든 것이 창조적 모성의 양분이 된다.
저자

줄리필립스

저자:줄리필립스(JuliePhilips)
전기작가이자비평가.젠더와창조성의문제에관심이많으며《4칼럼스》,《리트허브》,《뉴요커》등의잡지에다양한글을기고해왔다.전미도서비평가협회수상작『제임스팁트리주니어:앨리스B.셸던의이중생활』을썼고화이팅크리에이티브논픽션기금을받았다.어슐러르귄의전기를쓰기위해오랫동안인터뷰를진행했다.2011년아이들이초등학생이던시절처음이책의집필에착수해10년간의자료조사와정리,집필을거쳐2022년아이들이다자라고나서야책을출간하게되었다.두아이와파트너와함께암스테르담에서지낸다.

역자:박재연
서울에서프랑스어와프랑스문학을,파리에서미술사와박물관학을공부했다.시각이미지가품고있는이야기들이시대와문화권에따라달라지는여러모양새를들여다보는것을좋아한다.아주대학교문화콘텐츠학과에서학생들을가르치면서예술과역사에관한번역과집필,강연과기획활동을하고있다.서울대학교불어불문학과,파리1대학미술사학과졸업,프랑스사회과학고등연구원(EHESS)문화인류학석사,파리1대학미술사학석사·박사.
현재아주대학교문화콘텐츠학과교수.

역자:박선영
대학과대학원에서국어국문학을공부한후기자가되어《한국일보》에서17년동안근무했다.아이둘을키우면서주로문화부와사회부,기획취재부에서일하며빠르게돌아가는세상을헉헉대며쫓아다녔다.쓴책으로칼럼집『1mm의희망이라도』와『소녀,설치고말하고생각하라』(공저)가있다.

역자:김유경
연세대학교영어영문학과를졸업했으며전문번역가로활동하고있다.옮긴책으로는『M.C.에셔:무한의공간』『그는지도밖에산다』『강조해야할것』『성정치학』『별에서온아이』『그렌델』등이있다.

역자:김희진
영문학과비교문학을공부한후나이든학생신분이지겨워질무렵돈벌며공부할수있겠다는얄팍한계산으로편집자생활을시작했다.여러출판사에서10년을일한후민음사로옮겨인문교양브랜드반비를만들었다.첫책이나온직후임신해1년도안돼출산휴가에들어갔다.(마지막근무일새벽1시에퇴근해다음날낮12시경에양수가터졌으니휴가열두시간만에출산한셈이다.)이회사에서10년동안편집장으로일하다2020년봄퇴사했다.아이가학교를제대로가지못했던팬데믹2년동안평생해온밥보다더많은밥을지었다.그사이생태전환매거진《바람과물》창간에참여해편집장으로일하기도했다.2022년9월첫책을발행하며정식으로돌고래출판사의대표이자편집장이되었다.지은책으로『돌봄인문학수업』,『사회과학책만드는법』,『서경식다시읽기』(공저)가있다.특히『돌봄인문학수업』은많이팔리지는않았지만,이책덕분에‘돌봄’이라는주제로많은곳에서다양한사람들을만나이야기를나눌수있었고,이번책도기획할수있었다.틈틈이SBI출판예비학교와한겨레교육문화센터등에서책만드는일에관한강의도한다.

목차

서문양육과창조성이만나는자리
1장피임과낙태:자기몸의수호신
2장모성지대의무법자:앨리스닐1900~1984
3장예술괴물과집안일:시간이없다는문제
불안지대1:성과사랑
4장양립할수없는쾌락:도리스레싱1919~2013
불안지대2:만날수없는뮤즈
5장책대아기:시쓰기는집안일이다
6장행복한가족이지루할거라는편견:어슐러르귄1929~2018
불안지대3:유령들불안지대4:뒤늦은성공
7장엄마,시인,전사:오드리로드1934~1992
불안지대5:정신없음
8장여성의자유란무엇인가:앨리스워커1944~
9장책상위의아기:동시에여러일을하기
10장나만의고유한이야기:앤절라카터1940~1992
결론시간과이야기
주석
참고문헌
옮긴이후기

출판사 서평

모성과창조성이만나는지점을10년동안탐색하다!

여성작가·예술가들의정체성을뒤흔들고재정립하도록하는강렬하고혼란한사건이지만,아무도지적으로파고들거나이론화하지않았던‘모성과창조성이만나는지점’에대해탐구한책이다.이탐구에는장장10여년의세월이필요했다.전미도서비평가협회수상작가인줄리필립스는(여성)작가의평전작업을해왔고,어슐러르귄의전기를쓰기위해오랫동안긴밀하게어슐러르귄과인터뷰를해오기도했다.그러다아이둘을양육하며글을써야하는스스로의경험에동력을얻어이주제의책에시작했다.(책을쓰는동안초등학생이던저자의아이들은대학생이되었다.)

수많은여성작가들의,여성작가들에대한기록을정밀하게살핀저자는이책에서앨리스닐,도리스레싱,나오미미친슨,루이스어드리크,어슐러르귄,에이드리언리치,엘리자베스스마트,수전손태그,오드리로드,다이앤디프리마,셜리잭슨,앨리스워커,토니모리슨,A.S.바이엇,로나세이지,마거릿애트우드,앤절라카터등의매력적인명사들을다룬다.저자가목차에포함시킨이들은우선충분히오래살아서양육의전체사이클을모두경험한이들이고,그렇다고너무옛날사람들은아니어서1960년대이후낙태합법화나페미니즘,흑인민권운동의수혜를받은이들이며,자신의몸과임신,출산,양육에대해충분한기록을남긴이들인동시에,독창적인작품들을남긴사람들이다.이들은제각각준비되지않은임신,원하지않은결혼,낙태,아이들의죽음을경험했거나,일생동안평범한단혼관계에서부터레즈비언관계,폴리아모리,개방혼같은다양한친밀한관계를탐험했다.그리고그모든것에도불구하고아이들을깊이사랑하고,최선을다해양육해냈다.

저자는여성작가·예술가들이남긴양육과모성에관한일화의조각들을정성껏이야기로꿰어내면서,몇가지중요한이론적개념(혹은기존이론의허점을꼬집는개념들)을제안하기도한다.방해받는주체,자기소멸,시간빈곤,서사적시간,죄책감,허락받아야한다는느낌,항시대기중(availability,아이들이필요로하면언제든지만사를제치고자신을내주어야한다는느낌),벙고(바보가된것같은벙찌는느낌+숭고의감정,양육의과정에서느끼게되는역설적인감정),온전히거기에있기,심아문제(mind-babyproblem,mind-bodyproblem을비꼰말장난),아줌마영웅(aunti-hero,anti-hero의말장난),아더마더스(내가낳지않은아이를돌봐주는이들)등의그것이다.그중가장중요한것은‘비상계단에놓인아기’로,이는앨리스닐이그림을그리기위해아이를‘비상계단(한국식으로치면베란다?)’에가두었다고시집식구들이상상해낸이미지이지만,저자는이를엄마들이작업하는동안아이를안전하게방치하기위해찾아낸창의적인임시방편을가리키는말로전유한다.

이책의가장훌륭한점은저마다다른상황에서다른방식으로양육과창작을,삶을이어온여성들의삶을평가하지않는다는점이다.사실을감추거나미화하지않지만있는그대로의삶을(그리고죽음을)최대한존중한다.(수전손태그의이야기를다루는장에서이런태도가다소흔들리는모습이인간적이기도하다.)이책에실린할머니작가·예술가들의이야기는20세기보다더많은선택지를가지고있지만여전히용기를내기어려워하는현대의양육자여성들(그리고양육을자신의일로여기는남성들)에게엄청난영감과자극과위안과용기를줄것이다.

엄마의행복은엄마의죄책감과공모해창작을갉아먹는다.마거릿미드에따르면시간이자꾸만사라져가는이유는이런것이다."아이가울어서괴로운게아니다.아이가너무자주웃어서그렇다."제니오필은이렇게말했다."아이를향한사랑은당신이한때사랑했다고생각하는모든것을모조리지워버리기도한다."(29)

1962년만해도,올슨은유자녀여성또는"반쪽짜리시간과반쪽짜리자아를가진이들“이오래도록읽힐책을쓰는경우는거의없다고단언할수있었다.그러나그무렵부터유자녀여성들의작가경력은성공가도에오르기시작했는데,한두명이아닌다수의작가들이외면하기어려운대대적성취를우후죽순으로이뤄냈다.이들은작업을해나갈방도를발벗고찾아나선끝에작가로서의가치를인정받는데성공했다.이를테면도리스레싱은노벨문학상을,어슐러르귄은미국최대의문학적영예인전미도서상을수상했다.앨리스워커는퓰리처상을한차례받고수백만권의판매고를올렸으며오드리로드는교차성을둘러싼논의의물꼬를텄다.한편앤절라카터는20세기영국을대표하는문학적목소리로,수전손태그는위대한영어권비평가로각각인정받았다.앨리스닐은자신의작품이정전(正典)으로받아들여지는모습을목격했다.(31)

양육은개개인의상황에영향을받는다.인종,자원,섹슈얼리티,가족관계,(비)장애의영향도받는다.한편모든엄마가출산과양육을하지는않는다.내가살펴보고자했던여성들은다양한경로를통해엄마가됐는데,배우자유무,나이,자산,주변의도움여부등이제각기상이했다.이들은우연히또는스스로의선택으로임신하거나자신이낳지않은십대를양육하게됐고,혹은난임으로고생하거나아이를잃기도했다.이들은저마다의자리에서분노와고통을마음속에받아들이고('슈퍼우먼'이나'가정의천사'따위의)고정관념을뿌리치며모성의양가감정을탐색했다.(31)

'엄마'와'영웅'이라는단어를함께입에올리면,대부분은자기희생의이미지를당연하다는듯이떠올릴것이다.그러나창조적모성은그런종류의이야기가아니다.투쟁이나구원에대한이야기도아니다.창조적모성은자기발견의여정에나선어느중심인물의이야기다.그녀는빵부스러기(그러니까일화와종잡을수없는여러순간)로표시한길을따라나선뒤로지하세계까지떨어졌다가되돌아온다.숲속에서길을잃고스스로길을발견하는주인공이다.

나는엄마영웅들에대해찾아보며이들이여성들의이야기안에줄곧존재해왔음을알게됐다.그녀들의주체성은자기상실과자기발견에아로새겨져있었다.청소년기에,출산기에,그리고장년기에이들은줄곧자신들을향한"몰살"의위협을마주하고힘을회복해야했다.(53)

모성지대의무법자로팔십대까지살아남은초상화가앨리스닐

1900년생인앨리스닐은예술강좌에등록했다가첫번째남편이될쿠바계남자를만나고준비되지않은상태에서임신을했다.그리고그렇게낳은첫째딸을돌도되기전에디프테리아로잃었다.죄책감을씻기위해둘째딸을가졌지만결과적으로이딸도제대로돌보지못했다.예술과양육을양립시킬수있다는희망을산산조각낸채남편이혼자파리로도망갔기때문이다.앨리스는정신이나가친정어머니에의해정신병원에입원하고오븐에머리를넣기도한다.결국화가와엄마둘중하나를골라야한다는(의사와친척들의)압박속에서,그리고자신은좋은엄마가될수없을거라는낙담속에서앨리스는그림을선택하고혼자뉴욕으로향한다.이후에앨리스는여러남자들을더만나고그중에는앨리스의작업을지지하고지원하는파트너도있었으나대체로는폭력적이거나마약을하거나앨리스의아이를괴롭혔다.앨리스는1930년대대공황시기사회주의적인정책에힘입어보조금을받으며계속그림을그렸고1950년대이후로는미술계의유행을거슬러자기만의길을개척하기로결심한다.경제적인자립을이룬후두아들을더낳게되는데이들의교육에헌신적이었고이들과(심지어며느리들과도)좋은관계를유지했다.딸이자베타와는생전에몇번만날기회가있었지만관계가회복되지않았다.이사베타는엄마를비난하는아빠쪽친척들에의해길러져원망을품고살았으며이른나이에불행한결혼을했다.평생을우울감에시달렸던이사베타는결국엄마의대규모강연행사에참석해맨앞줄에앉아엄마의모습을보았지만(강단위의엄마는그녀를알아보지못했다.)인사도하지못한채다시집으로돌아왔고,그로부터얼마안가자살했다.보수적이고편협한1950년대를꿋꿋이견뎌낸앨리스는1960년대이후페미니즘의영향으로여성작가들에대한관심이고조되자외롭게가꾸어온자신의독창적인미술세계를만천하에알릴기회를얻는다.그녀는생애마지막20년동안최고의전성기를구가하며80대까지도활발하게활동한후에(책에도실려있는팔십대에그린「자화상」이그증거다.)자신을사랑하는온가족에게둘러싸여평화롭게죽음을맞이했다.

그럼에도불구하고그녀는자신이선택한초상화에전념했다.여성이어떤분야에서든두각을나타낼수있는한가지방법은비인기분야를택해그것을자신의것으로만드는것이다.그렇지않으면그녀는다른사람들과경쟁하느라너무많은에너지를소모하게된다.혹은진짜로혁신적인작업을한다고해도자신이선두가아닌주변부에서있음을머잖아알게될것이다.1950년대초상화의낮은지위는앨리스에게그장르를탐구하고연마할수있는특별한자유를보장해주었고,그것은다시그녀의재능과독창성을위한여지를마련해주었다.(104)

1962년,앨리스는영향력있는예술잡지인《아트뉴스》에소개되었고,이는62세였던그녀에게중요한돌파구가되었다.같은해런던에서는도리스레싱이『금색공책』을펴냈는데,이는치열하게세아이를키우던사십대엄마의대담한문학적성명과도같은작품이었다.오리건주포틀랜드에서는어슐러르귄이첫과학소설을출간했고,잉글랜드브리스톨에서는22세의"눈이커다랗고촌스러운비트족"앤절라카터가잡지에첫소설을기고했다.뉴욕의수전손태그는첫에세이를출간하고첫소설을탈고했다.손태그가글을쓰는동안그옆에는열살난아들데이비드가타자를치는엄마옆에서대기하다담배에불을붙여주곤했다.(108)

나이든여성은젊은여성에비해세상의회의적시선에덜위협받는다.1960년대팝아트(로이릭턴스타인의만화,앤디워홀의실크스크린)의영향으로앨리스는더밝은색과더유동적이고자신만만한선,더과감하고터무니없는주제를선택했다.1968년앨리스는말했다."저는바로그장면을그리려고노력합니다.한시대의소용돌이는당신이어떤상황에처해있고무엇을그리느냐의문제입니다."예술가,큐레이터,수집가들은'앨리스닐앞에앉을만큼용감한가?'라는질문에도전하듯앞다퉈포즈를취했다.심지어앤디워홀은앨리스의초상화를위해윗옷을벗고총상자국으로가득찬배를드러낸채눈을감았다.(109)

앨리스의임산부초상화는일부관람객들을놀라게했다.한비평가는임신한낸시의나체를두고"임신한오달리스크의끔찍한모습"이라고비꼬기도했다.하지만비욘세놀스가아름다운임산부의초상사진연작을위해포즈를취하기훨씬전에,앨리스는출산이예술적으로표현될가치가있는여성의성적인측면이라고주장했다."저는임산부의누드가더없이적절하다고생각합니다.옳지못한겸손함이나두려움때문에그동안드러내보이지않았지만,우리네삶의기본이지요."(112)

모성적삶과여성적쾌락에관해쓴최초의작가도리스레싱

도리스레싱은이란에서태어나영국령식민지였던남로지디아에서학창시절을보내고이후에는런던으로이주해말년까지작품활동을이어갔다.도리스는남로지디아를떠날때아이둘을버린것으로잘알려져있다.하지만저자는도리스가자기아이들을계속만나기위해얼마나애쓰고속을태웠는지전남편혹은지인들과주고받은편지들을참고해밝혀낸다.물론도리스는임신한상태에서도남편이아닌다른남자와관계를할정도로자신의감정에솔직하고대범했지만한편으로는사회주의운동의동지로서만난고트프리트를위해결혼을하는등(고트프리트가징집되지않기위한유일한방법이었다.)남편을위해헌신하는모습을보여준다.도리스는고트프리트와의사이에서셋째아들피터를낳았는데,고트프리트가동독으로떠난이후홀로피터를키우며피터가학업을위해집을떠나있던시기를제외하고는거의평생을함께살았다.실패한결혼과육아에대해공개적으로말할수있던여성이거의없던시대에레싱은모순된감정들을겹겹이쌓아올려모성이주는만족감,유혹,좌절,죄책감,분노를묘사했다.자전적폭로가들어간초기작품들(1950년영국에서출간된『풀잎은노래한다』나도리스에게엄청난명성을가져다준1962년작『금색노트』)에서부터에로틱한어머니와아들간의유대를그린『할머니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