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과 작업 2 (나만의 방식으로 엄마가 되기를 선택한 여자들)

돌봄과 작업 2 (나만의 방식으로 엄마가 되기를 선택한 여자들)

$17.00
Description
더 다양하고 더 솔직하게
돌보며 작업하는 여성들의 삶을 기록하다
2022년 12월 출간된 『돌봄과 작업: 나를 잃지 않고 엄마가 되려는 여자들』(정서경, 서유미, 홍한별, 임소연, 장하원, 전유진, 박재연, 이설아, 김희진, 서수연 지음)은 감사하게도 출간 이후 독자들에게 꾸준히 사랑을 받았다.(2023년 6월 현재 7쇄 발행) 더 감사한 것은 책을 읽은 분들이 책에 공감하는 것을 넘어, 스스로 양육과 작업의 관계에 대해 더 풍성하고 자유로운 이야기들을 나누어주셨다는 점이다. 그래서 한 번 더 해보기로 했다.
“현실에서 양육하는 이들에게 주어지는 언어는 지나치게 명료하고 단호하고 해맑고 건전하고 평가적이다. 이런 언어를 훨씬 더 복잡하고 구체적으로 만드는 것, 가치판단의 언어가 아니라 관찰과 숙고의 언어로 만드는 것이 이 책의 목표다.”라고 1권 출간 당시 보도자료에 썼는데, 2권의 목표도 이와 같다. 온갖 잣대들, 평가들, 편견들, 때로는 혐오들까지 난무하는 현실에서 ‘양육’ 혹은 ‘모성’이라는 주제를 꺼내 들어 탈탈 털어내고 싶었다. 또 같은 자리에 “쉽게 많은 것들을 판단하고 가르치려고 드는 엄마됨에 관한 언어들 사이에서 이런 이야기들을 하는 데에는 큰 부담이 따른다. 이 책에 글을 실은 열한 명의 필자들은 모두 정하고 용감하게 가장 내밀한 이야기들을 공유해준다.”라고도 썼는데 2권의 필자들도 똑같이 해주셨다.
‘돌봄’과 ‘양육’에 대해 날카롭게 관찰해온 소설가 김유담과 정아은, 라디오 PD이자 팟캐스트 진행자이자 작가이자 세 아이의 엄마인 장수연, 발달장애를 지닌 남매의 부모이자 중학교 교사로서 통합교육에 대해 발언해온 이수현, 드라마 작가이자 다큐멘터리 감독으로 최근 「나는 마을 방과후 교사입니다」를 제작한 황다은, 인터뷰집 『자아, 예술가, 엄마』, 『자아, 예술가, 아빠』를 펴내고 양육자 예술가들을 네트워킹 해온 문화예술 기획자 김다은, 실험실 돌봄과 살림 및 양육을 비교하고 관찰하는 과학기술학 연구자 김연화, 『나는 엄마가 먹여살렸는데』를 쓴 구술생애사 작가이자 딸세포 출판사 대표 김은화, ‘브로콜리너마저’의 키보디스트이자 정신건강간호사이자 두 아이의 엄마인 김잔디, 아이 키우는 이야기를 만화로 그려온 만화가이자 다양한 그림책 작업도 하는 소복이, 호주에서 그림책 작가로 활동하는 일러스트레이터 임효영 등 이번에도 다양한 분야에서 여성이자 엄마라는 정체성을 또렷하게 의식하며 작업해온 이들이 참여했다. 여성이 일과 돌봄을 양립시키는 방법, 어려움, 보람, 그리고 거기에서 파생되는 감정과 생각뿐 아니라 일과 창조적인 작업, 돌봄이 서로 복잡하게 침범하고 상호작용하는 측면을 섬세하고 정교하게 기록했다.(특히 2권에는 1, 2권을 디자인한 두 아이의 엄마이자 출판 디자이너 박연미의 에필로그도 실려 있다.)
1권의 필자들과 마찬가지로 2권의 필자들도 다양한 환경에서 다양한 의도와 생각, 감정을 근거로 아이를 양육하기를 선택했다. 이들은 저마다 다른 조건에서 다른 자원과 어려움을 가지고 다른 방식으로 아이들을 양육하고 있으며, 또 저마다 다른 분야에서 다른 종류의 작업을 하고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엄마됨, 모성, 양육, 돌봄 같은 오해받기 딱 좋은 주제에 대해 말하고 쓰겠다, 기록하겠다는 용기와 의지 하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다양한 목소리는 하나같이 큰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이 책이 현실에 존재하는 모든 종류의 양육에 마음을 열고, 있는 그대로 바라보기를 연습하게 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구체적인 이야기가 많아지고 다양해질수록 우리는 있는 그대로의 존재를 바라보는 법을 배울 수 있으리라고 믿는다. 이것은 우리가 양육을 통해서 배운 바이기도 하고, 우리가 하는 작업에 적용하려고 노력하는 태도이기도 하다.
저자

김유담,정아은,장수연,이수현,황다은,김다은,김연화,김은화,김잔디,소복이,

2016년《서울신문》신춘문예에당선되어소설가로데뷔했다.작가는오랜꿈이었지만,엄마가되는삶은꿈꿔본적이없었다.2018년겨울,아이를낳은뒤로소설없는삶을상상할수없듯아이와함께하지않는삶도살아갈자신이없다고생각하고있다.작가를꿈꿨던것은문학에몰두하는우아한삶의태도를열망하는마음에서비롯된것이었으나,실제로어린아이를키우며소설을쓰는삶은부족한시간과체력에...

목차

임효영│illustration
editor’snote│돌보며작업하는여자들의두번째이야기:우리가선택한것과선택하지않은것
김유담│집구석작업자의마음
정아은│한없이넓은세상에발을들이던순간
장수연│달리는품안에서도아이는잘자란다는믿음
이수현│어떤순간에도,나를지키고사랑할것
황다은│경력단절이아니라경력심화과정이된시간
김다은│예술과돌봄이없는세상을상상해보라
김연화│과학자의실험실돌봄과엄마의가정돌봄
김은화│지옥에서온페미니스트가평범한한국남자를만났을때
김잔디│아이와함께성장한다는말의진짜의미
소복이│애키우면서만화그리는이야기
designer'snote│마감이최고의영감인디자이너의'돌봄과작업'

출판사 서평

저출산의시대에
돌봄과양육에대해말한다는것

이책은돌봄이가치있다고말하기는하지만돌봄을강권하는책은절대로아니다.그렇게읽힐까봐두렵다.오히려이책을세밀하게읽은독자들중에지금자신의몫이아닌돌봄에짓눌려있는이가있다면솔직하게벗어던질수있기를바란다.우리가살아가고있는시대는그어느때보다고양된인간성을이룩한시대이다.출산이나양육을그어느때보다도깊이고민하고심사숙고해서결정할수있는물적,정치적,심리적토대를갖춘시대라는뜻이다.여성들이자기몸과관련해갖는선택권은계속해서확장되고있다.(물론이변화를위해무수한희생과저항이있었으며변화의속도가더디다는사실도잘알고있다.)온사회가저출산이큰문제라고떠들어대지만사실우리는그재앙의긍정적인뒷면에대해서도잘알고있다.얼마전까지여성들이원하지않는임신과출산,위험하고모욕적인피임과낙태,정당한대가와존중없는돌봄에얼마나많이내몰려왔는지잠시동안만멈춰서서생각해보면,이런숙고야말로인류의정신이한단계성숙했음을보여주는징후임을부인할수없을것이다.앞으로도더많은이들이자신의몸과재생산에대해더고민하고,더자발적이고책임감있는선택을할수있기를바란다.

나는이책의머리글에서양육을선택한이후에야‘내가실제로돌볼수있는역량이딱이정도인사람이었구나.’깨달았다고고백했다.아니몸으로알았다는표현이더적절하겠다.돌봄은머리로생각하는것보다훨씬더신체적이고물리적인가능성의제약안에머무는행위이기때문에,돌보는사람들은추상적인돌봄에대해망상하지않는다.나는돌봄을통해서내가할수없는일을하려고하는것은돌보는사람의태도가아니라는사실도알게되었다.누군가를구원하리라는망상은나에게나남에게나사회에나도움이되지않는다는사실도알게되었다.오히려구체적인돌봄은늘돌보는사람의한계를명확하게인지하게만들어준다.

이책의부제에‘선택’이라는말이들어간것은많은필자들의다양한맥락에서‘선택’이라는단어를언급했기때문이다.다만우리가돌봄을의식적으로선택했다고할때그의미는우리가학교와사회에서흔히배워왔던협소한의미와다르다는점은짚고넘어가야할것같다.후자는‘무한한시장에서가장만족스러운상품을선택해가장합리적인가격에쇼핑하는행위’에가깝다.반면에이책에서쓰인‘선택’의맥락을종합해보면,우리가살고있는현실의제한을구체적으로인지하고그안에서내가할수없는일과할수있는일을구분해내는행위이다.선택은가성비나유불리를따지는행위가아니라내가그책임을감당할수있는지에대한판단과결심,그리고믿음의행위이다.이후의상황을정확히예측하고통제할수있다는착각에근거하는것이아니라,알수없는어떤결과들이닥쳐오든수용하고감당하겠다는겸손한태도에가깝다.자연스럽게선택에는그에따르는결과를‘수용’한다는뜻이포함된다.이책의여러필자들이잘보여주듯이선택을온전히자기것으로만드는일은선택이후의수용과정에서완결된다.

직업도아니고취미도아닌,
작업에대해말하는이유

‘돌봄’이라는말을사용함으로써양육과여성에대한단순화된언어들을피하고자한것처럼,이책에서우리는‘작업’이라는말을사용함으로써직업,일에대한통념을피하고자했다.이책에실린글들을읽다보면각각의필자들이지금왜그일을하고있고어떤마음으로하고있는지가은연중에드러난다.이런이야기들이쌓여서직업,몰입과창조성과성취에대한새로운모델들이만들어지기를바란다.

‘작업’이라고함으로써일의창조적인측면이조금더강조되기를바랐지만,창조적인일을순수한예술의영역에가두지는않았다.1권에서도번역,편집,인터뷰,상담까지다양한작업의방식들이소환되었던바있는데,이번에도소설,드라마,영화,방송,시각예술,음악,만화뿐아니라연구와가르치는일이포함되었다.작업이란외부의잣대나규정과무관하게스스로의필요에따라하는일이다.조금겹칠수도있지만취미와도다르고직업과도다르다.풀타임회사원이든프리랜서든자영업자든1인기업가이든공무원이든돈벌이가잘되든경제적보상이안정적이고충분하지않든못하든잘하든,심지어마음속으로만구상중이어서아직이름이없는어떤형태의일이라도영혼을담아하는일이라면모두창조적인과업의범주에다포함시키고싶다.

여기에실린이야기들은슈퍼맘,알파우먼의이야기가아니다.양육이세상에서가장힘들다는투정도아니고,그렇다고우리가이렇게잘해냈다는자랑도아니다.양육과일을동시에잘하려면이런저런전략이필요하다고주장하려는책은더더욱아니다.돌봄과작업을각자의방식으로배치하는와중에어떤다양한어려움과곤란들이있고어떤다양한선택이가능한지,또그와중에어떤다양한느낌과생각들이오가는지구체적으로기록한책이다.

물론기획초기단계에서는늘어렵게만느껴지는이런생활을어떻게지속하고있는지하소연하고싶은마음이없지않았다.더큰어려움을겪고극복해낸사람들의이야기를들으며위안을받고싶기도했다.잘해내는사람들의이야기를들으면서지혜를얻고자했던마음도당연히있었다.하지만그렇게만들지않는데기어코성공했다고말하고싶다.그런관철의가장큰힘은이책을기다리는독자들에대한확신에서나왔다.

아이를키우는여성들은대체로자신의일을양육만큼이나소중한것으로만들고자하는욕구를지니게된다.양육을기점으로하던일을그만두거나다른업으로바꾸는경우도많다.(물론양육이시간과체력등의자원을엄청나게잡아먹는활동이기때문이기도하지만,그것만으로모두설명할수없다는뜻이다.)양육에는그런힘이있다.하염없이아이가집중하는모습을관찰하며기다리는일이기도하지만,그러는사이나에게중요하지않은것들을포기하게만들고또나에게더중요한것들이무엇인지숙고하게만든다.그리고이렇게온전히나의욕망(욕심),나의자원,나의곤란에집중하다보면이전보다는더명료하게내가하고싶은작업이모습을드러낸다.이책은그런과정에있는이들을응원하기위한책이다.

그럼에도불구하고돌봄은
오늘날의시대정신

이책이돌봄을강권하는것처럼,돌봄이절대적인가치로내세우는것처럼읽히지않기를바란다고했지만,그럼에도불구하고나는여전히‘돌봄’이오늘날의시대정신이라고믿는다.지금양육을담당하고있는세대가학교와사회에서배운것은‘성장주의’적인사회시스템에서적응하는법이었지만,우리가살아가는세계,그리고우리아이들이살아갈세계는그이후의세계(앞에서쓴것처럼나는이것이더고차원적인세계라고믿는다.)이기때문이다.우리는취약함을가능성으로수용하고창조하는방식을학교와사회에서배우지못했지만,돌봄을통해배워가고있다.물론이제까지수천년동안기록되지않은수많은돌봄의손길과지혜가있었기에가능한일이다.

그래서우리는어린이를돌보는양육이노인,병인,장애인,동물,식물,환경등다른돌봄의행위와맞닿아있다고믿는다.굳이‘양육’이라는말대신‘돌봄’이라는말을쓴것은이런확장과연대의가능성을염두에두었기때문이다.‘돌봄’이라는말은이제넓은맥락에서쓰이지만그다양한용례를관통하는태도는,성취지향적이고경쟁적인시스템이전부가아니고서로의존하고성장시키는시스템도가능하다는믿음이다.인간이라면가질수밖에없는취약성을수용하고서로의존하고보살피며살아가자는태도는능력주의와는정반대편에놓인것이고,다양한존재들이각자의속도로각자의색깔로꽃피우기를바라는마음이기도하다.

‘돌봄’과‘작업’은서로상충하거나무관한말같지만,둘다우리삶에서놓칠수없는중요한과제들이고둘다창조성의영역에속한다.창조성의흔한이미지는비범한천재가홀로오랜시간몰입하고집중해무언가대단한것을만들어낸다는식이다.하지만우리에게는이런구시대적인창조성의이미지를바꾸어야할책임이있다.이것이정지되고고독한시간속에서가아니라흘러가는분주한일상속에서이루어지는진짜창조의경험담들을더많이나누어야하는이유다.이책은이렇게삶의여러측면에서창조적이되고자하는여성들의이야기를담았고그런이들에게읽히기를바라는마음으로만들었다.무엇보다이책을읽은분들이저마다의자리에서저마다의방식으로더다양하고더솔직한이야기를더창조적으로이어나주기를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