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포 선라이즈 게임

비포 선라이즈 게임

$15.00
Description
낮은 조도로 천천히 어둠과 섞이는 빛처럼
담백하게 스미는 여덟 편의 소설
그리고 아홉 편의 에세이
《비포 선라이즈 게임》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저마다 제자리에 있지만 곧 자기 자리를 잃을 것처럼 스스로를 연민한다. 그럼에도 기다리고 기다린다. 무엇을 기다리는지 모르는 척할 뿐 절대적인 것들의 힘을 믿는다.
《비포 선라이즈 게임》은 너무 고독해서 곧 사라져버릴 것 같은 존재들의 ‘고독 게임’이다. 그 존재들은 힘의 수치가 낮으며 무게를 재려해도 사람의 무게가 나오지 않는다. 굳이 이름을 붙인다면 단편영화 속 ‘배우인 척 사는 타인’이라 해야 할 것이다. 타인들은 도시의 쓸쓸함을 수액처럼 맞고 산다.
눈을 뜨면 가장 하고 싶은 일, 나로 존재하지 않는 일. 존재를 그만둘 용기가 있다면 그만두는 일. 주인공들이 모두 나 같아 멈칫하면서 몇 번이고 흠칫했다.
이 한 권의 이야기들 속에서 작가가 의도적으로 희망을 배제했다면 종말 직전의 이야기들로 다시 읽어보면 어떨까. 이 지독한 도시, 그 쓸쓸함의 종말… 그렇다면 이 책 한 권에 풍기는 도시의 쓸쓸함은 삶의 신비함으로 쌓아올려져 돌아봐질 것이다.
그날이 온다면 준비해야 할 것은 ‘우리’라는 희망일까. ‘우리’라는 빈칸일까. 도시인으로서 최소한의 품위를 지녀야 한다면 나는 이 책을 읽는 일로 그 품위를 갖추려고 한다.
_이병률 작가의 ‘추천의 말’

《내 식탁 위의 개》, 《어린 왕자》 등을 번역한 프랑스어 번역가이자, 10년차 독립서점 ‘밤의서점’의 점장인 김미정의 첫 책 《비포 선라이즈 게임》이 출간되었다.
서점 안에서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교류하며 틈틈이 써온 소설과 에세이를 한데 묶은 책이다. 파리와 치앙마이, 교토와 오하라, 서점이 처음 둥지를 틀었던 연희동을 배경 삼아, 현실의 고독 앞에 주저앉다가도 다시금 자신만의 자리를 찾아가는 인물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밤의서점을 닮은 작가 특유의 조용한 생기들이 곳곳에서 반짝거리는 단어들과 문장의 형태를 띠고 독자들을 기다린다. 이 책은 소란스럽지 않게 살아가려 애쓰지만 늘 자신에게 지고 마는 우리의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혀 줄 미더운 벗이 될 것이다.

“당신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황을 이겨낼 힘이 없다면 ‘그리고’ 하나만 붙잡기로 하자. 예기치 못한 불운이 찾아오고, 바라던 삶은 계속 유예될지 모른다. 그래도 걷고, 쓰고, 하늘을 바라보던 고야마 씨처럼 일상의 행위를 하나씩 해나간다. 그러다 보면 어느 평범한 사람이 어느 하루를 잘 살아내는 일이 일어난다. 그건 결코 평범하지 않다.” _본문에서
저자

김미정

수줍음이많고속깊은친구같은책들을좋아한다.책만드는일을하다가,현재는프랑스어번역가로활동하며밤의서점을운영하고있다.옮긴책으로〈내식탁위의개〉,〈친애하는개자식에게〉,〈어린왕자〉,〈인간의대지:바람과모래와별들〉,〈고양이가사랑한파리〉,〈파리의심리학카페〉등이있다.〈비포선라이즈게임〉은서점을운영하며틈틈이쓴소설과에세이를묶은첫창작집이다.

목차

여덟편의소설

비포선라이즈게임
어느책의생애
검은가방
사람을피하지않는개와에어컨이없는가게
죽은척하기
오하라의하룻밤
그가지운것
문스트럭

아홉편의에세이

숨어드는방
팔짱을끼지는않고
양파라불러도괜찮습니다
무조림과가을의마음
서로의고단함을지켜볼수있다면
나의사랑하는순간
평범한삶
바보같은순간이필요해
38만원이없어서

출판사 서평

책의앞부분에실린소설들은작가의작은상상력에서출발해천천히형태를갖추어탄생한작품이다.표제작인〈비포선라이즈게임〉은여행지에서우연히만난남녀가1년후의만남을약속하면서이어지는이야기로,영화같은장면과대화사이로지극히현실적인상황들이끼어든다.서로의연락처를나누지않은남녀의또한번의만남을기대하며독자들을끝까지붙잡는이이야기는드라마의어느장면같기도,한장의스냅사진같기도하다.〈어느책의생애〉는책의시점으로주인공의일생을따라가는재미가상당하다.이짧은이야기를읽고나면독자들또한오래간직해온책한권이다르게보일지모른다.
〈검은가방〉은서점이배경인미스터리한이야기로,실제인지허구인지알기어려운묘사와기가막힌반전으로여운이센단편이다.이밖에도치앙마이를무대로멀어진친구와의관계를추억하는〈사람을피하지않는개와에어컨이없는가게〉,누구나겪을법한관계의곤란함을다룬〈죽은척하기〉,뜻밖의추억을상기시킨짧은여행담〈오하라의하룻밤〉,한여성이자신을받아들여주는어른을만나며겪는미스터리서스펜스〈그가지운것〉,시각장애인여성과의로맨틱한관계와파국을그린〈문스트럭〉까지쉬이잊히지않는단편들이한데묶였다.

밤의서점을지키는점장의또다른얼굴들
타인에공명하는아홉편의에세이

저자의일상을이루는키워드는책과서점과고양이이다.단출해보이지만그안에서겪는감정의파고는만만하지않다.서점은오랜로망이현실화된꿈의공간이지만동시에지속적인운영을위해끊임없는고민을안겨주는대상이기도하다.독립서점점장으로,책을번역하는번역가로살아가며책과독자곁에서취향과글쓰기를포기하지않으려고분투하는과정이아홉편의에세이로담겼다.

늦은저녁어두운길목을비추는작은불빛.동네서점이있을것같지않은장소에자리한밤의서점에사람들은어떤마음으로발을들이는걸까.그낯선이의마음을10년째한결같이보듬어온밤의점장의첫책은주인장을꼭닮았다.남들과조금다른삶이어도결국모두와마찬가지로평범한일상을꾸려가기에다른이의평범함과특별함을모두이해하며,책과글옆에서오래머물러온시간이있기에책을사랑하고글에서구원을얻고자하는이들의마음을누구보다잘헤아린다.작가는이책을통해그간서점을오간손님들과서점을운영하면서응원을건네준사람들과이책으로‘밤의서점’을처음알게될독자에게까지다정한손길을내민다.그손을잡고천천히걷는일은이제우리의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