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하기 위해 사라지는 법

존재하기 위해 사라지는 법

$15.51
저자

아키코부시

저자:아키코부시(AkikoBusch)

20년간건축문화잡지《메트로폴리스》의컨트리뷰팅에디터로활동했고,베닝턴대학과SVA(SchoolofVisualArts)에서강의했다.〈뉴욕타임스〉,《아메리칸크래프트》등여러매체에정기적으로칼럼을게재하며문화,자연,건축,디자인에관해다양한글을쓰고발표하고있다.

투명성의시대에눈에띄지않거나사라지는것에대한의미를탐구한이책《존재하기위해사라지는법》은과학,자연,예술,문학,대중문화에대한식견과생생한현실감각을우아하고차분하게엮어내어호평받았다.

이외에《집의지리학GeographyofHome》,《평범한물건의특별한삶TheUncommonLifeofCommonObjects》,《강을건너는아홉가지방법NineWaystoCrossaRiver》,《인내Patience》,《임시관리인TheIncidentalSteward》,《작고소중한물건들EverythingElseisBric-a-Brac》등의저서가있다.

스스로를평생학생이자자연관찰자라고소개하는아키코부시는허드슨밸리에거주하며,매년한번허드슨강을수영해건너는것을목표로삼고있다.

“나는몇년전아이슬란드해변에서주운작은화산석을항상가지고다닌다.그것을볼때마다보이지않는존재를믿고존중한다는것의의미를,아직우리의상상력이닿지못한보이지않는세계를떠올린다.”



역자:이선주

연세대학교사학과를졸업하고,서울대학교대학원에서미술사를공부했다.〈조선일보〉기자,월간지《톱클래스》편집장을지냈으며현재는바른번역소속전문번역가로활동하고있다.옮긴책으로는《애프터라이프》,《상처받은관계에서회복하고있습니다》,《세계사를바꾼16가지꽃이야기》,《혼자보는미술관》,《매일매일모네처럼》,《퍼스트맨》등이있다.

목차

머리말보이지않는것에매혹되다
01보이지않는친구
02마법반지와투명망토
03여기조약돌식물이있다
04물속에서보이지않기를선택하다
05보이지않는잉크
06내가없는자화상
07익명성의위안
08댈러웨이부인다시읽기
09사라지고다시태어나는자아
10보이지않는곳을그린지도
11보이는세계와보이지않는세계의경계에서

감사의말

옮긴이의말

출판사 서평

보이지않는모든것에대한충실한안내서.인스타그램을비롯한각종소셜미디어에서‘최고의삶’을보여주는것이능력으로여겨지는지금,‘사라지는선택’이얼마나강력할수있는지를이야기한다.
―뉴욕타임스북리뷰

끝없는노출의시대에시기적절한멋지고지적인책.‘보이지않는’수많은상태와모습에대해깊게고찰한다.그것은결국삶의흐름속에서자신의위치를찾는여정이기도하다.
―메리루플(《나의사유재산MyPrivateProperty》저자)

해리포터의투명망토가필요한사람들에게권하는
‘보이지않는모든것과가능성’을담은품위있고지적인안내서

앤디워홀의“미래에는누구나15분동안은유명해질것이다”라는50여년전예언은이미현실화되었다.누구나소셜미디어와유튜브등을통해일시적으로주목받고유명세를얻는‘마이크로셀러브리티’가될수도있고,‘자기상품화’를위한노력은미덕으로여겨지고있으며모든사람의손에쥐어진스마트폰에는모든이의일상이동시다발적으로나타나고즉각적으로소비된다.소셜미디어에‘최고의삶’을과시하는것이능력으로간주되는지금,끊임없는노출과연결에피로함을느낀나머지어쩌면앤디워홀의저말을이렇게바꿔서상상하는사람들도있지않을까.15분동안만이라도익명이고싶다,아니사라지고싶다.

《존재하기위해사라지는법》은모든것이드러나고보이고보여주는‘투명성’의시대에비가시성(Invisibility),즉보이지않는상태의의미,근원등을다양한사례와경험으로고찰하고엮어낸책이다.예술,자연,건축,디자인에대한글을쓰고강의하는미국의작가아키코부시는생물학자,물리학자,심리학자,예술가,작가들과만나고그랜드케이먼섬바닷속,아이슬란드항구도시에서물리학실험실과가상현실스튜디오까지여러곳을오가며‘보이지않는세계’에대한섬세하고지적인안내서를완성했다.이책은해리포터의‘투명망토’가없이도보이지않거나사라지는상태를스스로선택할수있다는매력적이고흥미로운가능성,그리고그로부터얻을수있는많은것들,눈에띄지않는삶의가치,보다넓은세계와의관계를이야기한다.눈에띄지않으려는노력은결국자신을보호하는방법인동시에우리가누구이고우리가있어야할자리가어디인지를이해하게한다는저자의메시지는시의적절하며또한희망으로다가올것이다.

나는당신에게보이지않는게무엇이아닌지말해줄수있다.그것은외로움도아니고,고독도아니고,비밀이나침묵도아니다.-머리말<보이지않는것에매혹되다>중에서
사라지는법을이해하는것은
우리가누구인지를이해하는일이다

지금시대를크게‘소셜미디어’와‘디지털감시’로설명하는것은새삼스럽지않을것이다.눈에띄고많이보이는것이힘이고또돈이되기때문에“성공과업적은공개적으로드러나야하고,무슨일을하느냐보다어떻게보이느냐로우리삶이평가되는게일반적인현상이되었다.”한편으로는우리의일상이촘촘하게설치된감시카메라,스마트폰과각종전자기기의사물인터넷에모두노출되고엄청난양의개인정보가수집되고있다는사실은애써의식하기도어렵다.그렇다면이제보이고보여주는것이최고의가치이자필수적인존재방식이라고규정할수있을까.여기에아키코부시는“눈에띄지않는삶의가치를재평가하고,끊임없는노출에대한어떤해독제를찾아내고,이새로운세상에서보이지않고,들키지않거나눈에띄지않는게얼마나값진지다시생각할때”라고말한다.

어린시절숨바꼭질같은‘숨기’의경험그리고‘보이지않는’상상속친구를만들어내고함께자랐던경험등은바로보이지않는상태의긍정적인효과가이미우리에게내재되어있음을보여준다.스스로를보이지않게하거나보이지않는존재와대화하는것은관계를확장시키고상상력과창의성을높이는데도움을주기때문이다.

아키코부시는‘보이지않는상태’에대한우리의오랜믿음과상상력을1세기마법의돌과플라톤의《국가》속‘기게스의반지’에서부터설명하며그위험하고도매혹적인힘에대해서언급한다.문학과영화,드라마등에서반복되고있는‘투명인간’모티브역시보이지않게될때의희열과불안함이라는양가성을가지고있다.아키코부시는‘해리포터의망토’를현실화하려고연구하는과학자들을만나고대화를나누며보이지않게된다는것의의미와그영향력을다시금곱씹는다.보이지않는다고존재하지않는다는것은아니며보이지않는상태에대한우리의감정은복합적이라는사실이다.

“우리는자신이없고,두렵고,창피하고,그저사라지고싶어서보이지않기를바랄때가있다.반면보이지않아서크게실망할때도있다.보이지않고싶기도하고,보이지않는상태여서압박감을느끼기도한다.보이지않는상태에대한우리의감정은인간의정체성자체처럼변덕스러울수있다.”-104쪽

‘보이지않는상태’,눈에띄지않는것은‘숨기’나‘도피’가아니라그자체가힘이있는조건,자기확신의표시일수도있다.또한사회적인발언으로서의의도적인부재(不在)나정체성의변형등‘사라지는법’은물리적,심리적,기술적으로무수히다양하며제한되지않는다.내면적이고개인적인,자기만족적인노력의일환일수도있다.이렇듯다양한‘사라지는법’을이해하는것은어떻게존재하느냐의문제만큼중요하며결국스스로가누구인지를이해하는것이라고아키코부시는말한다.
지울때더잘보이는것들이있다
_빈페이지들의미학과발언

수많은텍스트와이미지가쉴새없이깜빡이며흘러가는지금,아키코부시는“의외의방식으로빈페이지,희미해진말,지워진문장등사라지는말과글이설득력있고시의적절함을암시해서우리의상상력을더많이사로잡는다”고말하며문학,사진,미술등예술의영역에서‘보이지않는다는것’에대해주되게살펴본다.때로는지우고감추는작업이더많은메시지를전달하기때문이다.네덜란드의북디자이너이르마봄은샤넬넘버파이브향수에대한책을잉크로인쇄하지않고모든텍스트를양각으로새겨만들고이렇게말했다.“당신은그걸볼수없어요.그러나그것은거기에있죠.”

향을피우고남은재나물로그리거나쓴그림과글은곧사라지고,얼음에새긴구절들은녹아보이지않는데그렇다면과연그것은없다고말할수있는것인가.미국의시인이자에세이스트메리루플은오래된책들에서수정액과테이프로일부단어들을지워새로운텍스트를만들어내는‘삭제책(erasurebooks)’작업에대해“부정적인없애기작업이아니다.나는보이지않는것보다보이는것을더많이생각하고있다”고설명하며아키코부시는이러한‘삭제’와‘생략’작업이“모든걸노골적으로드러내는시대에드러내지않는아름다움에대해일깨우고있다”고말한다.포토숍으로쉽게더해지거나지워지는이미지,얼굴을희미하게가린셀피와신분을숨겨야하는‘증명사진’프로젝트등다양한사례를통해“어떻게보이느냐가아니라,어떻게보이지않느냐역시우리의정체성”임을이야기한다.

이르마봄은“당신은그걸볼수없어요.그러나그것은거기에있죠”라고말하면서우리에게그사실을떠올리게한다.그녀는모든걸노골적으로드러내는시대에드러내지않는아름다움에대해일깨우고있다.그녀가만든‘보이지않는책’은그저프랑스향수의역사에대해서만이야기하는게아니다.당신이이야기하고싶은모든것,당신이절대이야기하지않을것이나이야기하고싶었지만하지않았던혹은이야기했지만지워야할모든것,말할수없는모든것,당신이내게말했지만나는잊어버린모든것,언젠가내가당신에게말하고싶거나당신이내게말하고싶은모든것,물로돌에쓰는게나을것같은모든것에대해이야기하고있다.-191쪽

“당신의자아가작아질수있다면당신삶은얼마나커질까?”
-G.K.체스터턴

아키코부시는하루에도수십만명이오가는그랜드샌트럴역에서‘멋진군중’이만들어내는질서정연한흐름과그안에서느낄수있는‘익명성의위안’에감탄하기도하지만,‘사라지는법’에대한크나큰영감은역시나자연에서얻었다고말한다.허드슨강을비롯한아홉개의강을수영으로건너고그경험을책으로도출간했던아키코부시는,강과바닷속그리고깊은숲속에서“보이지않는상태가되는게우리삶에서얼마나필요한지”느끼고매혹되었다.보호색을비롯한각종은폐와위장전략을통해주변환경에동화되어보이지않기를‘선택’하는동식물들의생태에서곧우리주위의세계와하나가되어“지속적으로일체감을느끼며현대생활의단절감속에서도소속감을다시확인”할수있는방법을성찰하고“오늘날너무만연한자기홍보의매력적인대안이되면서자아와이미지에대한집착”에서벗어날수있지않을까제안한다.

여기에물리적인공간에서벽을지우는증강현실프로젝트,“경외심과경이감을자아내는자연환경에있으면서자아가작아진다고느끼면또한더관대하고친사회적인행동으로이어진다”는심리학실험결과를넘나드는탐구는결국‘은유적으로자아가작아지는느낌’,자아축소를통해타인그리고세계와의연대감을추구하고자하는의지로향한다.

이책은이밖에보이지않는요정의실존을믿으며함께살아가는아이슬란드로의여행이야기,여러문학,예술,과학기술에나타난,사라짐으로써주위와온전히하나가되기위한노력과실험등을소개하며‘사라지고보이지않는’모호하고불확실한개념을다양하고구체적인이미지와레퍼런스로제시한다.그리고말한다.“눈에띄지않는다는것은지금의사회,문화혹은환경에적응하기위한방법으로,우리존재감에꼭필요할수있다.”